Diary2019. 11. 25. 18:27

알아온 시간만 따지면 30년이 다 되어가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도, 대학교에서 만나 세상 다시 없을, 영원한 우정을 생각하게 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었는데, 참 우습게도 옛 애인에게 연락하는 것 마냥 카톡 하나 보내는 것도 망설여지게 된다. 1년에 한 번 만나면 베프라는 말이 어느 덧 절절하게 와 닿는 30대 중반이다. 학업이나 결혼, 육아 같은 삶의 영역이 비슷하게 겹치지 않는 이상, 오히려 만난지 몇년 안 된 직장동료가 더 편할 때가 있다.



———————————
...우정은 식물과 비슷하다. 햇빛, 온도, 습도. 알맞은 환경이 갖추어져야 무리 없이 잘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활은 우리의 우정이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같은 과. 같은 동아리. A와 나는 잠자는 시간 빼고 항상 붙어있었다. 같은 톱니 바퀴 안에서 구르고 있던 우리가, 서로의 속마음까지 알아챌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었다....(중략).....사람들은 다른 관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유독 우정이 변한다는 사실만 낯설게 생각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첫 우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상하다. ‘십년지기’, ‘평생 우정’ 좋은 친구를 묘사할 때 쓰는 말 대부분에는 긴 시간을 함께했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


https://univ20.com/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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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Films2019. 11. 23. 00:50



​​황해 (2010)


(스포일러 포함)

하정우의 먹짤로 더 유명한 바로 그 영화, 황해를 봤다. 어제 채널 돌리는데 때마침 시작하길래 잘 됐다 싶어 봤다.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봤는데 상당히 잔인하다. 반은 모자이크가 되서 나와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



구남(하정우)의 아내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지만 반년 가까이 아무 소식이 없고, 아내를 한국으로 보내느라 진 빚을 떠안고 택시운전과 마작판을 오가며 대책 없이 살고 있다. 빚쟁이들도 반포기한, 희망이라고는 없어보이는 구남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개장수 면가(김윤석)로부터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서울에서 김승현(곽도원)이라는 사람을 죽여달라는 살인 청부를 의뢰 받게 된 것. 빚도 해결하고 아내도 찾을 겸 구남은 험난한 밀항길에 오르게 된다.





죽을 고생 끝에 한국에 들어와 먹는 첫 끼니. 짤로만 볼 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영화를 보면 구남이 불쌍해서 이 장면에서 절대 웃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구남의 운수 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아내의 행방은 묘연하고, 구남의 눈 앞에서 목표물이 다른 이에게 살해 당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현장에서 졸지에 누명을 쓴 구남은 경찰에게도, 면가에게도 쫓기게 된다.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 없는 그 모든 난장판은 피칠갑의 연속이고, 그 와중에도 아내의 흔적을 끈질기게 찾는 구남은 짠내를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결국 구남이 아니었어도 김승현은 변을 당할 팔자였고, 이 일과 별개로 구남의 아내 역시 끔찍한 봉변을 당한 듯한 내용이 암시가 된다. (내가 봤던 건 감독판인데 찾아보니 극장판과 내용이 좀 다른 듯하다. 아내가 살아있다는 암시도 있다고...여튼) 빚만 없었어도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되었을 이 진창에 제발로 들어가 몸부림치는 구남이 너무 불쌍해서 보는 내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 모든 사단이 결국 치정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허탈해지는 결말.



어찌어찌해서 아내의 유골함을 안고 밀항을 시도하지만 결국 돌아가는 배에서 구남은 죽게 되고, 늙은 어부가 구남의 시체와 아내의 유골함을 바다로 던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듯한 신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매 순간 목숨을 걸어야하는 잔인한 운명 속 구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든 시작은 가난이었다. 가난은 구남과 아내를 갈라놓은 것도 모자라 칼자루를 쥐게 한다. 가난하고 절박한 이들에게 희망은 순순히 와주지 않는다. 잔혹한 묘사도 많지만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구남의 여정 탓에 영화는 살아 움직이는 지옥도를 관망하는 느낌이다. 면가 역의 김윤식의 카리스마도 대단하고, 주요인물인 김태원 사장역의 조성하의 연기도 훌륭하다. 까메오처럼 등장한 캐릭터들도 지금 다 대세배우들이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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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9. 11. 20. 11:35

​-극단적 진영 논리가 힘을 얻는 배경은 뭘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사실이 있으면 바꿀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믿어버리면 그게 진실이 되는 세상이다. 대중은 점점 불편한 진실 대신 자기들이 듣고 싶어하는 환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하 중략)”




http://naver.me/xaylrc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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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19. 11. 18. 12:14

개인적으로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2년차 호흡기 주치의 시절, 폐 조직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꽤나 자주 찾아갔었다.



전공의 입장에서 교수는 원래 어려운 사람이지만, 타과 교수는 더 어렵다. 순전히 일적인 문제로 컨택을 하더라도 단지 그 때가 한밤중이라던가, 아니면 본인이 바쁜데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만만한 전공의에게 짜증내고 신경질적으로 굴던 스텝들이 유독 많았던 그 과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교수님이었다.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그 위치만으로도 아랫사람을 불편하게 한다고 한다. 도제식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기가 쉬워지는 그 동네에서 그 분은 아랫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할 줄 아는, 막상 찾아보면 드문 사람이었다. 전공의가 눈치 봐가면서 뒤에 서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멀거니 세워놨다가 20분쯤 지나고 그제서야 무슨 일이니? 하며 아는 척하는 몇 명을 겪고 나니, 먼저 아는 척 해준다던지, 안 되면 미리 no를 표시하는, 당연한 것 같지만 막상 해주는 이가 별로 없는 그 배려가, 사방에서 치이는 주치의 입장에서는 눈물나게 고마울 때가 있다. 일처리도 늘 깔끔했고 검사가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이유도 분명하게 이야기해주셨다. 동기들끼리도 그 분이 계셔서 너무 다행이라는 말도 자주 했었다.



3년차로 올라가기 전쯤이었나. 당분간 병가로 안 계신다는 말을 들었고, 이제 검사를 믿고 부탁할 교수님이 당분간 안 계시겠네. 아마 내년쯤에는 돌아오시려나 했다. 잘 계시리라 믿었는데, 오늘 병원에 있는 친구로부터 부고를 전해 들었다. 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랑 고작 한 살 차이라는 이야기에 속이 더 쓰리다. 부디 그 곳에서는 아픔 없이 편안하시길.

Posted by kirindari
Diary2019. 11. 16. 18:36

11월의 꼬박 절반이 지났다. 어제 부로 1차 시험 카운트다운 D-80인 상태. 10월 첫 주에 알바 끝내고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공부만 할 줄 알았다.



지난 번 일기에도 썼지만 주6일씩, 한달하고 일주일을 더 근무했던 알바에서 임금체불을 당했다. 쓰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진심 ㅋㅋ 삼성동에 있는 검진센터로, 제시했던 페이도 괜찮았다. (맘 같아서는 검진센터 이름 까버리고 싶지만-_-) 원래는 9월 초부터 추석 전까지 초단기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간 거였는데 원장님이 사람 없다고 일을 더 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길래 그럼 9월까지는 풀로 일을 해주고 10월부터는 파트타임으로 돌리던가 하는 걸로 계약을 하고 일을 했다. 이게 아마 올해 나의 최대실수였지 아마. 계약서 쓸 때 뭔가 아니다라는 촉이 있었는데 말이다.


로딩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병원 시스템이 엉망이라 일을 할래야 할 수도 없었고 계약서에도 없던 잡무가 은근슬쩍 넘어오는 느낌이 나서 원장이랑 언쟁(?)도 있었지만, 사람이 없으니 나 몰라라 팽개치고 가기도 뭐한 터라 가능한 빨리 정리하고 나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직원 누군가가 임금 체불에 대한 귀띔을 해주었다.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났습니다. (-.,-) 병원 시스템만 엉망인 게 아니라 정말 행정이며 온갖 문제가 엉망진창인 곳이었던 것. 신뢰는 안 갔지만 명색이 같은 의사로서 원장을 그래도 한 번은 믿어보려고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뻔뻔함에 답이 없다 싶어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고 며칠 전 출석을 했다. 담당감독관님에게 들은 바 8월부터 꾸준히 신고가 들어온 상습범이고, 피해자가 50명이 넘는다는 말까지 듣고 온 상황. 원래 지난 주 검찰 송치 예정이었는데 나랑 다른 피해자가 또 신고가 들어온 거라고 했다.

​​

위치 좋고 페이 괜찮고 짧게 일할 생각에 설마 구린 데겠어? 하고 더 알아보지 않은 내 불찰이기도 하지만 심란하다. 적어도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면허’ 그 자체에 단순한 책임감 이외에도 직업적 특성에 대해 신뢰나 정직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치라는 게 있었다. 소위 말하는 동네병원이니 검진센터니 하는 로컬들이 다 이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다 보니 로컬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디서 무얼 하든 쓰레기는 있다지만 저 멀리서 그런 놈이 있대. 아 대박 ㅋㅋ 뭐 이런 카더라 식으로 들어본 거랑 직접 당해본 건 전혀 체감이 다르다. 민사소송까지 갈 수도 있어 시험 끝나면 준비를 해야될 듯하다. 참 웃긴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나만 불편하고 시간을 허비해야하는지. 정신적 피해니 위자료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은 흘러 원서 접수 시즌이고, 전문의 원서구매비+시험응시비+협회 가입 조건으로 하루에 130만원 가까이 나갔다. -.,- 아니 이 돈 다 내면 무조건 붙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뭐 이라 많이 받나유. 그 와중에 퇴사했다고 병원 지원금이 더 안 나온다며 3년차가 전화해서 괜히 미안해했다. 행정상으로는 퇴사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 아쉬울 때 제발 와줄 수 없냐 이런 식으로 입사해서 실제 수련연차보다 3개월 반을 더 일했던 나로서는 추가근무기간에 대해서는 전공의 경력으로 인정도 되지 않고, 퇴사하면 생판 남이라는 분위기가 아쉽다. 입사하자마자 메르스 터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관두라는 계시였나 싶기도 하고. (-.,-) 퇴사할 당시도 그렇고 정 떨어지는 일투성이.


​​
그래도 뭐 어쩌겠나. 열심히 해야지. 집밥 알차게 챙겨먹으면서 버티고 있더. 전문의 시험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합격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합격율이 대체적으로 높은 시험이기도 하지만, 탈락이 쪽팔리고 어쩌고의 이런 문제가 아니라 4년간의 경력이 허공에 떠 버린다는 것.




이런 저런 스트레스 받았지만 잘 해냅시다. 이젠 좋은 일만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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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1. 13. 11:05

​후쿠오카에서의 첫 아침. 오늘은 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아침에 여는 식당이 많지 않아 오픈 여부와 평가가 괜찮은 곳을 조건으로 식당을 찾다보니 평소보다 약간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 오늘의 식당은 내가 정한다 후후후



그리하여 찾은 곳.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우동 뿐이고....구글맵에서 알려준 이 곳은 #이나바우동. 숙소에서 버스로 15-20여분 거리.



Inaba Udon

2 Chome-3-1 Watanabedori, Chuo Ward, Fukuoka, 810-0004 일본




고독한 미식가 분위기. 고로상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



남편은 덴뿌라우동을, 나는 소고기우동에 반숙계란을 추가했다. 잘게 썬 파고명을 담은 바구니가 식탁마다 놓여있어 원하는 만큼 파를 넣을 수 있다.




훌륭한 아침 식사. 작년의 북해도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후쿠오카 음식이 전반적으로 더 맛있던 것 같다. 지리적인 영향인지 메뉴 탓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해도는 양갈비와 수프카레를 빼면 뭔가 전반적으로 달고 밍밍했던 기억이...평냉이나 황해도 음식이 전반적으로 슴슴한 것처럼 말이다.



때마침 근처에 야나기바시 시장이 있어서 구경도 하고


시장 안 마누커피를 갔다.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후쿠오카 편에도 나온 곳이라고.

​​​​​​​​

​​


학회 참석차와 관광객의 온도 차란 이런 것 ㅋㅋ


2층으로 올라가 있으면 주인 분이 직접 커피를 들고 올라와주신다. 창가에 갑자기 자리가 나니까 넓은 자리로 옮기라고 배려도 해주시고. 라떼는 옆에 들고 와서 직접 만들어주셔서 뭔가 설렘 ㅎㅎ 어설픈 아리가또에 억양이 괜찮았는지 아님 겉치레인지 일본어 할 줄 아냐고 칭찬 해주셨는데 그 이후 할 줄 아는 일본어가 없어 엄청 민망해짐 ㅋㅋㅋ 젊은 부부가 운영하시는 듯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엄청 싹싹하시다. 활기찬 주인 분 덕에 나카스강을 보며 마시는 아침 라떼가 더 좋고.


​​


남펴니는 오후에 학회 갈 생각에 속이 타는지(ㅋㅋ) 아이스아메리카노.





밖에서 보면 이런 외관. 한국의 카페체인점인 X다방과 뭔가 비슷한 느낌이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카페인을 충전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옛 일본 정원인 #라쿠스이엔 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 곳은 메이지시대인 1906년, 하카타의 상인 시모사와 젠우에몬 지카사마가 지은 별장으로 그의 호에서 유래하여 라쿠스이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95년 후쿠오카시에서 정원을 재정비하여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일본정원으로 개원했다고.



입구 우측에 보이는 벽은 #하카타베이 라고 부르는 돌담양식으로, 전쟁 후 남은 돌이나 기와를 점토에 굳혀 만드는 방식으로 하토요미 히데요시에 의해 고안된 방법이라고 한다.


귀여운 매표소. 입장료는 100엔. 300엔인가를 내면 다도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커피를 마시고 온 게 살짝 아쉬웠다.



물을 즐기는 곳이라는 이름대로 곳곳에 연못과 잔잔한 폭포가 있다.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아기자기하고 인위적인 꾸밈이 없어 좋았다.



아기자기한 규모에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선물 같은 곳이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 잘 쉬다 갑니다.



​​
​​

고요한 곳에서 힐링 후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점심 메뉴는 모츠나베. 원래 숙소 근처에 가려던 곳이 있었으나 깜박 졸다보니 때를 놓쳐서 이미 닫은 터라 텐진 쪽으로 다시 이동.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점심-저녁시간 사이 브레이크 타임이 걸린 곳이 많기에 식사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듯하다.



후기대로 부추가 산처럼 쌓여나온다. 곱창은 살짝 질겨서 아쉬웠는데 야채가 많이 들어있다보니 국물이 곱창전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소스에 찍어먹는 양배추가 곱창보다 맛있었을 정도. 든든하게 먹고 남펴니는 학회장으로, 나는 근처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엄청난 인파에 피로가 급작스레 몰려와 호텔로 컴백. 이날 후쿠오카에서 엑소 콘서트가 있어 엄청난 인파가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진풍경도 보게 됨. 시에서 아예 콘서트장으로 가는 버스를 따로 운영할 정도다.







저녁 7시가 넘고 학회에서 탈출한 남펴니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봅시다. 학회가 메인일정이다 보니 후쿠오카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일정이 없다보니 너무 맘편하게 돌아다녔다. 어디 가야한다는 강박이 없으니 이게 바로 힐링 *_* 그리하여 저녁은 #야키니쿠 !!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처럼 우롱차를 시켜보았습니다. 난 알쓰니께....


영롱한 자태~~~~


좋은 것은 근접샷. 갈비 안심 빨간고기라던가...



20대였으면 왕창 올려서 구워먹어 없애며, 옹졸하게도 나온다고 궁시렁거렸을 양이지만, 고독한 미식가에 빙의하여 뭔가 하나하나 맛 음미해가며 먹어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둘이 먹으니 끽해야 한 사람당 2조각 꼴로 돌아가는 셈이었지만 분자요리 마냥 하나하나 먹어가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장보다는 고기가 맛있고, 야키니쿠 특징상 기름져서 천천히 먹다보면 막상 생각만큼 많이 안 들어가기도 하더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때는 2차로 간다.


번잡한 후쿠오카 시내. 건너편은 전날 갔던 포장마차 거리. 오징어회 전문점으로 갔는데 당황스럽게도 오징어 품절 -.,- 설마해서 유리창 사이로 들여다봤는데 정말 어항이 텅텅 비어있었다. 결국 다른 괜찮아보이는 스시집을 갔는데 거기도 품절이라는...겨우 저녁 8시경이었는데 오늘 후쿠오카 오징어 대학살의 날이냐며...하지만 당황한 우리를 본 직원이 주방에 물어보고 오다니 다른 종류의 오징어가 있다고 해서 주문.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데코가 되서 나왔다. 특히 저 몸통 부분은 거진 mm 단위로 칼집을 곱게 내와서 젓가락 대기가 미안할 지경. 하지만 열심히 먹었지 ㅋ 먹고 일부를 남기면 바로 튀겨다 주기도 한다. 맛있긴 했지만 첫날 교토에서 먹은 오징어튀김을 넘지는 못 했다. ㅠㅠ


3차는 숙소 근처에서 야끼도리. 고대하던 닭껍질구이꼬치 아주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남펴니가 배 불러서 맥주는 더 무리라며 하이볼을 주문함. 한 모금 마셔보긴 했는데 아직 무리인 단계다. ㅜㅜ 주량이 세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과일소주 같는 음료도 있다던데 다음에는 도전해봐야할 듯.



밤만 되면 조명 덕에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였던 숙소 근처의 먹자 골목.



숙소 근처에 보이던 신사.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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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19. 11. 6. 00:35


평냉의 신세계를 알려준 서관면옥. 이번에는 엄마와 다시 재방문. 들기름 듬뿍 뿌려 먹는 맵지 않은 비빔냉면 정말 최고입니다. 올해의 원픽 메뉴 임명.



박스째 넣어두었던 통족 봉인해제. 어느 세월에 다 보나 한숨 나오지만 꾸역꾸역 보고 있다. 보드리뷰랑 신족은 아직 손도 못 댄 게 함정...2020년 1월 1일부로 감염병분류기준인지 뭔지 바뀐다고 학술대회 때 듣고 더 손대기 싫어짐.


군면제자, 일명 신의 아들이 탄생한 기념으로 신의 아들께서 친히 양고기를 하사하셨다. 비까지 추적추적 왔지만 휴일 전날이라 제법 모였다.


다들 신났고 면제는 내가 아닌데 압구정 성형외과원장님은 나한테 자꾸 술 멕이고 -.,- 올해 들어 제일 많이 마셨다. 환자한테 폭음하지 말래놓고 내가 이러고 있고 (사진은 다 같이 마신 병의 일부)



암튼 술 실컷 먹이더니 정작 본인이 먼저 뻗음. (-_-) 차 뒷자석에 실어 보냈더니 다음 날 자기 어떻게 집에 온 거냐며 궁금해하고 웬수야 ㅋㅋㅋ 동기들은 초상권 보호차원에서 스티커 씌워드림.




해장!! 해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시 출근. 이 사진 찍은 주까지 일했는데 원장X이 월급을 안 줘서 노동청 신고하고 하여간 난리다. 안 그래도 근무 3주차쯤엔가 친했던 직원이 살짝 귀뜀은 해줬는데 진짜 월급을 안 넣어줄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 임금체불이 남의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건만 내가 당할 줄이야 -.,- 기대하세요 원장님아 소송 안 가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가게 되면 절대 합의 안 해줄겁니다. 피해자는 나까지로 족하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애플워치 선물 받음 ㅜㅜ


저의 심박수 기록에 잘 이용하겠습니다 굽신굽신. 간단한 문자나 카톡도 되고 신체활동 기록이 되서 꽤 유용하다. 아이패드와 함께 올해의 잘 산(받은) 물건 리스트!!


​​


나이가 또 한 살 들었구요.



우연히 찍혔는데 걍 올려봄. 참 공부할 때마다 느끼지만 뭔 병이 이렇게 많은지 매번 놀랍다. 아마 평생 한 번도 못 보는 케이스가 수두룩하겠지만 ㅠ



잠시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샤이재팬이라 쬐끔 눈치가 보였지만 남펴니 학회에 낑겨 따라간거니....



엄마가 두부를 갖다주셔서 TV에서 우연히 봤던 레시피가 생각나 따라서 들기름에 구워먹어봤는데 참으로 훌륭한 요리였고,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이틀간 폭주하던 추계학술대회 연수강좌. 갇혀서 도시락까지 먹으니 뭔가 사육 당하는 기분이고 ㅠㅠ 작년 동기방 열었다가 그때도 누군가 이 도시락 사진을 올린 게 있어서 봤는데 1년전 도시락 사진과 거의 ctrl+c ctrl+v라 흠칫했다.


학회가 드디어 끝나고


이제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열심히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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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19. 11. 3. 10:11

돈을 더 벌기 위한 공부, 더 유식해 보이기 위한 공부,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부, 즉각적인 쓸모에 연연하는 공부가 아니라고 해서, 공부의 결과에 대해 어떤 기대도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 나는 왜 배울까


https://mnews.joins.com/article/23622265#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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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1. 1. 22:50


교토를 떠나는 날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뒤섞여 길에 가득하다. 일상의 모습이 풍경처럼 느껴질 때 여행객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후쿠오카행 신칸센은 오전 9시 출발. 일찍 나왔더니 여유가 있어 첫날 갔었던 KURASU 를 다시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에도 제법 많은 관광객들. 첫 날에 더워서 (차마) 먹지 못 했던 따뜻한 라떼를 시켰다.

 

 

살짝 쌀쌀한 온도에서는 아무래도 몽실몽실한 우유거품 아래 쌉싸름하고 따뜻한 커피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더 좋다. 물론 출근했다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발처럼 들이키고 있겠지만 난 관광객이니 감성충만하게 먹어야지. 교토에서 먹었던 커피 중에는 여기가 가장 좋았다.

 

 

승강장에서 열차 기다리는 중. 남펴니는 현지 직장인 마냥 위화감이 없어보이고....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 스미마셍 말고는 1도 못 하는데 희안하게 일본만 가면 현지인 같아 보인다 ㅋㅋㅋ

 

 

 

관광객과 학회 참석자의 온도차. 2시간 반 정도 걸려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먹긴 했지만 택도 없어 미리 검색해둔 우니동 맛집으로~~~~

 

 

 

구글맵에도 꽤나 높은 평점으로 뜨는 맛집. 기본 2조각을 얹어주고, 장어를 한 덩이씩 추가할 때마다 600엔씩 차이가 나는데 3덩이로 시키면 보통의 성인 기준 적당한 양인 듯하다. 소금에 절인 야채 조각들, 보통 많이들 내주는 미소장국 대신 버섯과 장어내장으로 끊인 맑은 국도 깔끔하니 맛있었다. 후쿠오카에서의 첫 식사도 성공적.

 

 

 

일단 택시를 타고 호텔에 들러 짐부터 맡기고 남펴니 학회를 등록하기 위해 컨벤션 센터로 갔다. 호텔로 갈 때 탔던 택시기사님 정말 친절하셨음. 지나가다 함박스테이크 맛집 추천해주셔서 일정 중 가봐야지 했지만 결국 가지는 못하고 ㅠ 컨벤션 센터에서 등록 후 다시 관광객 모드로 ㅋ

 

 

숙소에서 10분 거리의 캐널시티로 일단 이동.

 






남편은 저녁에 학회차 교수님과 약속이 잡혀 있는 상태라 간단하게 주전부리나 먹기로 해서 첫 시작은 타코야끼로. 가장 기본으로 시켰더니 (한국과) 별다를 것 없는 맛이었다.

 

 

서서 마심이라는 친절한 한국어가 적힌 간판의 미니스탠딩바에서.

 

싹싹하고 우리 사진도 찍어주시던 사장님.

 

 

닭모래집 튀김과 구운 명란은 훌륭한 선택.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은 실패한 적은 없는 듯. 시간이 살짝 남아 카페로 갔다.

 





​톰과 제리가 나오는 카페 ㅋ 성인이 되고 나서 새삼 느낀 거지만 제리는 정말 못된 쥐xx 였음 ㅋㅋㅋ

 

보통 라떼를 먹으려다 추천메뉴에 있기에 선택해 본 티라미슈라떼. 가운데 떠 있는 티라미수크림이 호로록 넘어가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달콤함. 내가 딱 좋아하는 정도의 단 맛이라 마음에 쏙.

 









남편은 교수님 만나러 가고 나는 일단 호텔로 복귀. 회식 때 야키니쿠 먹고 왔다면서 와이프는 왜 안 데려왔냐고 물으셨다고 ㅋㅋ 아니 그럼 미리 말씀해주셨어야져...(-.,-) 여튼 밤 문화 체험을 위해 나스카강 주변의 포장마차 거리로 향했다.

 

때마침 열리는 천년야시로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럭비월드컵까지 겹친 탓에 유럽에서 온 관광객 천지였다.

 

포장마차 앞 식탁은 자리가 없어 강변에 앉아 먹는 이들도 가득하다.

 

 

모히또 한 잔 사고...알쓰라 논알콜로 주문.

 

 

천년야시는 아무래도 시기별로 열리는 곳인 듯하고 길 건너편이 진짜 포장마차거리. 호객행위도 장난 아니다. 포장마차마다 잘 보면 간판이 있는 상단 근처에 작게 운영자의 사진과 이름이 걸려있다. 현찰로 계산하기 때문에 벌이가 제법 상당할 듯.

여튼 우리도 앉았다. 맛있어보이는 건 다 시켜봅시다.

 

 

일단은 어묵부터. 역시 푹 삶은 무는 사랑입니다. 뜻밖의 발견은 함께 나온 곤약. 쫀득쫀득하면서도 어묵 삶은 육수가 살짝 배어 나오는 게 일품이다.

 

각종 꼬치도. 내장은 조금 타서 아쉬웠고...뭔가 아쉬워하던 찰나에 사장님 뒷편을 보니 거대한 솥에서 연신 뽀얗게 끓어오르는 하얀 육수에 바로 삶은 라면사리를 담아 연신 나가는 게 보이길래 이 집은 라면맛집일거라며 추가 주문했고

 

역시 선택은 옳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먹은 일본라멘 중 베스트. 배가 불러도 연신 들이키게 되는 구수하고 뜨끈한 국물.

 

이렇게 후쿠오카의 첫 날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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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0. 26. 23:15

내일은 아침 일찍 후쿠오카로 갈 예정이라 교토에서 관광이 사실상 마지막인 날.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 니시키시장, 금각사 및 저녁에 하나미코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교토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의 오하라호센인이나 청수사(기요미즈데라)도 가보고 싶었지만 동선도 그렇고, 청수사 같은 경우는 2020년까지 보수 예정이라 이번 일정에서 과감하게 뺐다. 아쉽지만, 그 아쉬움이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된다.

 

방문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호텔 로비 전경. 가운데가 천장 없이 뚫려 있어서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방식의 채광이 좋다. 밤이 되면 사진 속에 보이는 네모난 난로(?)에 모닥불을 피워줘서 분위기가 로맨틱해진다. 비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때마침 전날 소나기 온 날 보니 의자와 난로가 있는 부분만 캐노피나 파라솔이 내려오게 되어있었다는.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식사부터. 묵었던 호텔 조식이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지만 먹을 게 없는 동네가 아닌 지라 굳이 조식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여튼 가볍게 먹기로 하고 교토역 지하의 식당가인 #포르타 (porta)로 갔다. 오픈한 몇몇 곳은 스타벅스 포함 카페들. 한국에서도 지천인 스벅은 가고 싶지 않아 둘러보니 일본의 카페 체인이라는 Doutor가 보인다. 따뜻한 라떼, 갓 구운 식빵에 햄과 야채가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포함된 세트 메뉴가 맛있어보여 골랐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맛있다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 같은 메뉴가 놓여있더라.

 

 

​라떼를 마시고 나면 뭔가 입이 텁텁해지는 느낌이라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만 마시는 편이지만 여기 와서는 거의 라떼를 마셨다. 커피가 산미가 강한 편이라 라떼로 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물보다는 우유가 조금이라도 속이 더 든든하다.

 

인상적인 교토역의 천장.

 

오늘은 이동이 잦은 편이라 버스 1일 패스권을 구매했다. 일본이 물가가 싼 편도 아니거니와, 아직도 현찰이용이 활발한 나라다 보니 무심코 쓰다보면 지출이 상당하기에 요런 걸 이용하면 교통비를 꽤나 절약할 수 있다. 버스비 기본이 한화로 2천원에 육박하고 거리가 멀어질 수록 붙은 금액도 상당한 편이라 하루 2-3번 이상 타게 될 경우는 원데이패스가 유리하다. 단 전철은 그렇지는 않은 듯. 나도 이번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교토는 지하철이 한국처럼 모두 연계되어있지 않다. 서울은 1-4호선과 5-9호선 운영회사가 달라도 환승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교토의 지하철은 JR이나 사설라인 환승이 되지 않아 1일 승차권으로 전철 무제한 이용에 다소 제한이 있다. 반면 버스는 대부분 노선 이용에 큰 제한이 없어서 교토에서 대중교통을 이용 예정이면 목적지에 따른 교통수단을 하루 전에 미리 체크하고 동선에 맞는 패스권 구매를 추천 (서울지하철 만세!!)

 

 아침부터 같은 곳을 가는 듯한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신나게 달려 #아라시야마 도착.

 

​나중에(한국 돌아오고) 안 사실이지만 이 기찻길이 보이면 넘어가지 말고 그 옆으로 가야 그 유명한 #치쿠린, 대나무숲길을 본다고....어쩐지 뭔가 아쉽더라니.

 

​그래도 어디든, 목과 허리를 젖혀야 꼭대기를 겨우 볼 수 있을 만큼 아득하게 높은 대나무들이 가득한 곳은 좋았다.

​기모노 보는 재미도 역시나. 이 날도 햇빛이 엄청난 날이었다. 대숲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썬글라스를 벗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부시다.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텐류지 가 나온다.

전통 인력거도 보이고.


역시나 여기 저기 유럽단체관광객이 꽤 많았던 날. 때마침 일본에서 국제럭비월드컵이 개최되고 있어 응원 겸 관광차 온 사람들이 많았던 거였다. 단체복까지 맞춰입고 온 이들도 꽤 많았고. 그 속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유달리 없다시피 했다. 지천에 한국말이 들린다는데 이번에는 한국말은 거의 듣지 못 했던 것 같고, 심지어 일본어보다 불어나 영어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 각설하고, 이 날 햇빛이 너무 세서 그늘도 없는 곳을 더 돌아볼 자신이 없어 적당히 보고 나왔다. 일사병 한 번 제대로 겪은 이후, 몸이 힘들면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원칙을 열심히 지키는 중.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아라비카, 일명 #응커피 로 간다. 홍콩 갔을 때도 봤지만 그 때 이미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라 먹지 못 했는데 아쉬움을 이제서야 달래본다. SNS의 성지답게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는 풍경을 멀리서 보고 도착하기도 전에 그 곳임을 직감.

 

​10평도 안 되어보이는 작은 매장의 두 면은 거의 통유리로 되어있어 매장 안이 잘 보인다. 다들 더위에 지친 탓인지 손님 대부분이 레모네이드나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있었다.

​% 가 뭐라고 예뻐 보일 일인지...

​드디어 마셔본다 응커피. 시원하고 맛있긴 했지만, 사실 다소 기대 이하라 아쉬웠다. 서울 교대역 근처 엔트런스에서 먹었던 플랫화이트가 왜 교토까지 와서 생각날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이 매장 바리스타분이 직접 좋아요 눌러주고 가심.....워낙 관광객들한테 많이 찍히다보니 이 곳 바리스타들은 퇴근하면 본인들 나온 사진 찾아보시는 듯 ㅋㅋㅋㅋ

​#도월교. 일본어로는 도게츠교라고 하며 일명 달이 건너는 다리. 밤에 와서 보면 달이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다시 와봐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만들어지고.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금각사)로 갈 예정이었으나 더위에 지치고, 한자에 취약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탔고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건 니시키시장으로 가는 버스였다. 원래는 금각사를 먼저 들렀다가 시장을 갈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일정이 급 변경되서 니시키시장에 먼저 가게 되었다.





​구석구석 시장 구경이 최고 재미지다. 간판만 한국어로 바꾸면 우리나라 시장이라도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익숙하면서 이국적인 풍경이다. 얼핏 부산 국제시장과 비슷한 듯도 하고. 곳곳에 온갖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가게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에 빈 속에 돌아다니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배고픈 먹보들에게는 즐겁고도 괴로운 곳. 구경하다 후리가케 정말 맛있는 거 시식하고, 이따 밥 먹고 사야지 하다가 그만 깜박하고 사오지 못한 것을 글 쓰는 지금도 후회 중이다.

 

​남펴니 왈 “남중생들이 있다면 가성비갑의 맛집”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짝짝짝. 훗카이도의 카이센동에서 아쉬웠던 특유의 단 맛이 없어 더욱 흡족. 여기서 말리지 않은 뱅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뱅어와 잘게 썬 파만 얹어먹어도 훌륭한 조합일 듯.

 

살짝 아쉬운 느낌은 갓 구운 대하구이로 달래주고.

시장을 나와 위캔더스 커피로 갑니다. 시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

 

골목골목이 좁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보는 구경이 쏠쏠하다. 만약 엄마랑 왔으면 특이한 옷 가게 들어가서 한참이고 구경했을텐데 남편이랑 오면 그런 게 좀 아쉽다. 아마 구경하자고 하면 본인은 밖에 앉아 쉬겠지ㅋ

 

여튼 골목을 따라 죽 오다보니 #위캔더스커피 도착. 찾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유심히 보면서 온 덕에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도로변이 아닌, 주차장 안쪽에 있어서 건성으로 보거나 큰 차가 가리면 절대 찾을 수 없을 위치에 있다.

​운이 좋아야 앉을 수 있는 벤치. 2층은 카페가 아니고 사무실 혹은 거주용으로 쓰는 듯 했다.

여기 라떼에 대한 극찬을 어디선가 보고 온지라 맛있으면 원두나 필터커피를 선물로 사오려고 했건만 내가 고른 원두가 취향이 아니었는지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맛이었다. 오전에 들렀던 아라비카보다는 좋았지만, 역시나 취향이라는 건 남의 말은 참고하되, 순전히 나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여행. 결국 여기서 커피선물을 사려던 계획은 아쉽게 날아가고....그래도 초록빛 덩쿨 아래 앉아 조곤조곤한 일본어를 들으며 마시는 재미가 좋은 곳이었다. 꽤나 소문난 곳인지 외진 곳에 위치해있어도 용케 찾아오는 나 같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온다.

카페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금각사. 1995년에 엄마와 친구, 친구네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온 적이 있었다. 워낙 예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찍은 사진 덕인지 어쩐지 몰라도 기억에 비교적 또렷한 곳이 바로 이 곳, 금각사다. 거진 25년만에 다시 오다니.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 왔을 때는 겨울이라 어지간히 추웠던 기억이.....

 

​그래도 절 느낌 사진은 하나 남겨야지

무려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금가루까지 뿌려진 마차 아이스크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유제품하고 계란은 일본이 맛있다. 하루 종일 유명관광지의 인파에 지쳐 일단 좀 쉬자며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3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더니 정신이 돌아왔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하나미코지와 본토초. 카모강 근처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있는 유흥가이자, 교토의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나미코지 안은 온통 2-3층 대의 목조건물이 줄지어있었고, 약간 늦은 시간대(7-8시)에 온 탓인지 어둡고 사람도 적은 편이었다. 게이샤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ㅠ 나는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이샤들의 출근 시간대가 오후 3-5시쯤이라고. 이렇게 다시 올 이유가 또 추가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본토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 가게가 꽤나 많았건만 규모가 다들 크지 않다보니 은근 가게에 여유가 없다. 한참을 돌다 들어간 곳.

​반까막눈 상태지만 관광객이 많이 오다보니 한국어나 영어로 적힌 메뉴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었는데 그 때 외운 히라가나를 다행히 까먹지 않아 지금껏 용케 써 먹는다. 가끔 어릴 때로 돌아가면 다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영어와 제2외국어 배우기.

​들어간 집은 뜻밖에도(라도 쓰고 ‘문맹이라 아무 곳에 들어간 덕에’로 읽는다) 탄탄멘 맛집. 그런데 여태 먹어본 탄탄멘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게 또 함정이라면 함정.

​생각치도 못 한 곳에서 마주친 게이샤. 다급하게 찍었다. 화장이 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강렬한 화장에 또 한번 놀라고.

관광객도 주민들도 다들 어디론가 흩어지고 길은 점차 조용해졌다. 교토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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