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여행도 중반에 접어들어 나흘째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방문지가 많은 날. 남프랑스 여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세낭크 수도원을 시작으로 근처의 고르드마을, 그리고 아를을 거쳐 아비뇽으로 가는 날이다. 세낭크 수도원은 고르드 마을 산악지대에 있는 수도원이다. 수도원 사진만 봤을 때는 막상 그렇게 깊은 산 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은 후 떠오른 화면의 이미지를 통해 이 곳이 꽤나 깊숙한 산 속에 위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 산 꼭대기에 이르렀을 즈음 수도원의 전경이 보일 법해서 차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막상 보이는 건 숲 뿐이었고, 그저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날씨운은 꽤나 좋은 편이었다. 오늘도 어김 없이 화창한 푸른 하늘. 수도원으로 가는 길 한 켠으로 고르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를 다니면서 수시로 마주쳤던, 어느 순간 일방통행으로 바뀌는 도로, 잘 포장되지 않은 길이 이 곳이 아주 오래된 곳이고, 또 그 때의 모습과 크게 변한 것이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마을이 있었고, 왕복 1차선을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바로 옆에 그 흔한 보호대 없이 있던 아찔한 낭떠러지의 풍경은 신선하고 아찔한(?) 경험이었다. 맞은 편에 차가 오면 알아서 정차하고 양보하면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으레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이 이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라면 뭐랄까. 이미 왕복 2차선 이상이 나고도 남았겠지. 21세기에 해보는 옛날 길 체험이랄까. 그나마 차가 있어 이렇게라도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길을 내지 않고,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려는 태도가 부럽기도 하다.
참고로 남프랑스는 운전이 좀 거친 편이다. 함부로 끼어들거나 앞질러 간다던가 하는, 운전자간의 매너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아니라 그 좁고 투박한 길을 달리는 데 있어 거침이 없는 그런 느낌.
어쨌거나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지나 오전 11시가 거진 다 되어서 세낭크 수도원에 도착했다. 여행 첫 날 생 폴드방스를 개장 손님 마냥 들어갔던 걸 감안하면 나름의 피로 누적으로 점점 기상시간이 늦어졌던 것 같다. 나름 부지런히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수도원이 생각보다 오지(?)에 있던 탓일까,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주말도 아니었던 걸 감안해도 수도원 앞에 거의 만차가 되다시피한 주차장을 보니 늦장을 부렸나 싶어 괜시리 뻘쭘하다. 그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우고, 세낭크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수도원 가는 길 초입에 보이는 드론 금지 안내판. 이런 오지(?)까지 드론을 들고 와서 날린단 말인가, 싶어 헉했지만, 막상 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찍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라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수도원 전체를 보여주는 그림과, 입장시 드레스코드를 알려주는 귀여운 안내판.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을 보면 담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보랏빛 라벤더가 줄지어 피어진 뒤로 천년 가까이 이 곳을 지켜온 세낭크 수도원이 보인다. 약간 노란 빛이 돌게 나와서 아쉬운 사진.


이런 풍경. 두근두근.

수도원으로 향하는 오솔길 좌측으로도 길게 라벤더 밭이 있다. 방문객들이 들어가서 사진 찍기 비교적 용이한 곳. 라벤더 자체가 꽃송이가 크지 않고, 아주 만개한 시즌은 아니었던 터라 꽃밭이 기대만큼 보랏빛으로 덮이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섞여오는 라벤더 향기를 맡으니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라벤더 밭에 정신이 홀려 걷다 보니

드디어 세낭크 수도원 앞에 도착했다. 수도원이라는 걸 몰랐다면 언뜻 오래되고 소박한 고성 같기도 하고, 아니면 큰 농가 같기도 하고. 장미의 이름에서 본 음침한 수도원의 인상이 거진 20년 가까이 산 속의 중세 수도원의 이미지를 지배해왔나보다. 그래도 글에서만 받은 이미지라 참 다행이다. 음침한 실물부터 본 게 아니라서. 눈부신 햇살 아래 보이는 투박하게 서 있는 세낭크 수도원은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빳빳한 풀을 먹인 옷을 입은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이 어디에선가 라벤더를 쓰다듬고 있을 것만 같다. 음산한 느낌이라고는 정말 1도 없는, 깨끗한 느낌의 소박한 수도원.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이렇지요.

왔으니 인증샷.

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시간 절약차원(?) 에서 내부 관람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수도원 내 일부까지는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해서 들어가서 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2층에는 에어컨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단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돌로 된 건물 특유의 서늘한 한기가 감돈다. 안내판을 보니 무려 1148년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천 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지켜진 수도원에 경외감이 드는 순간. 아마 이런 깊은 산 속에 있어서 가능했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서늘한 실내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1층의 기념품 샵을 들렀다. 상점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이것 저것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샵에서 라벤더 향이 나는 주머니, 라벤더 비누, 2018년도 달력, 냉장고 자석 등등을 구입했다. 사실 라벤더 관련해서 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수도원 가면 뭔가 더 있겠거니 싶어서 여기 와서 몰아서 샀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리고 이후 다른 기념품 샵을 가보니 크게 차이는 없었다. -_-;;


잘 보고 갑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한 남펴니의 뒷 모습으로 세낭크 수도원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
금강산도 식후경, 고르드마을로 향했다.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글맵을 여기저기 찾다 근처의 레스토랑 입성.


익힌 야채와 올리브, 치즈가루를 섞어 면을 말아 입에 넣으니 고소하다.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주변을 보니 온통 관광객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고르드 마을로 향한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만큼이나 예쁘다는 곳. 무려 고대 로마시대부터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막상 가서 보니 그 동안 보아왔던 유럽 예쁜 마을 사진의 느낌은 생폴드방스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이미지가 대부분인 듯하다. 고르드 마을은 생폴드방스나 무스티에 생트 마리와는 또 다른, 세낭크 수도원 같은 이미지이다. 산악지대라 그런지 투박하고, 깨끗하고, 고즈넉한 예쁨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느낌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확실히, 더 오래된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마도 마을 내에서 가장 큰 대로변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





여기에서 웨딩 촬영이라니. 중국인 커플로 보였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더워보이기도 하고. 예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레스가 뭔가 아쉬웠다. 아무 장식 없는 흰 원피스만 입고 찍어도 예쁠 것 같았다는, 지나가는 행인의 오지랖 -_-;







지대가 높은 지역이다보니, 마을 외곽으로 가면 산등성이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전경이 보인다. 아기자기 귀엽게 초록의 숲과 진한 갈색의 지붕과 옅은 황토빛 벽을 가진 건물들이 제각각의 다른 높이와 넓이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파스텔빛과 원색의 꽃나무들이 중간중간 섞여 밋밋하지 않은 그림을 만들어준다. 눈에 튀거나 거슬리는 풍경 없이 평화롭다. 남프랑스 곳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 예술가도, 작품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도 초반대의 온도, 습도가 높지는 않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햇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10분만 걸어도 머리가 뜨끈해지는 더위에 일사병 위기가 온다. 더위를 잘 타는 남편은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는 눈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양산이나 챙 넓은 모자를 챙겼어야 싶다. 유럽의 여름 햇빛이 무섭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처절히 배운다. 무스티에 생트마리에 이어 2차 위기다 싶어 시원한 곳에 가서 음료나 마시자며 다시 마을 쪽으로 이동했다.


더우니 다시 분수가로. 그늘만 가도 서늘해질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나 아이스커피는 없고 어김없이 젤라또. 이번 여행에서 젤라또는 정말 원 없이 먹고 간다. 레몬맛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더위를 잠시 잊어본다. 잠시 쉰 뒤 다음 방문지인 아를을 향해 고르드 마을을 나섰다. 잘 보고 갑니다. 오늘의 최종 방문지이자 숙소는 아비뇽. 아비뇽을 가기 전 아를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아를에서의 첫 목적지는 고흐가 머물던 정신병원. 가는 길에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개방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되어있었는데 아를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보니 5시 45분. (-_-;;;) 여기까지 왔는데 못 보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구글맵을 키고 부랴부랴 걸어서 갔는데, 다행히도 공영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가야 나오는, 다소 외진 곳에 있었다. (정신병원이니 당연한 건지도...) 다급하게 걸어 6시 전 도착할 수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을 닫는다던지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 써머타임 덕에 오픈시간이 연장된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 안내판이 보이자 그동안 교과서며 온갖 그림에서 보던 그 곳에 정말로, 드디어 가는구나 싶어서 두근반 세근반.

Welcome to Espace Van Gogh !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보이던 기념품샵.

조금씩 기울어지는 여름 햇살 아래 사람들은 여유롭게 아뜰리에를 둘러보고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여기가 정신병원이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사하고 예쁜 정원의 느낌.



실제로는 큰 나무들에 그림자가 져서 이 정도로 화사하지 않다. 약간 보정한 사진들임.


실제 가보면 이 정도에서 더 어두운 느낌.

문이랑 키가 똑같네.

2층에 올라가서 보면 이런 느낌. 1층 정원에서만 있다보면 그저 예쁜 4각회랑의 정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둘러보니 아, 여기 병원 맞구나 싶다. 시내 같지만 은근 구석지에 위치해있는 이 곳이 이해도 되고. 물론 그 때는 더 외진 느낌이었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고흐의 그림에서도 병원이라는 느낌보다 정말 예쁜 아기자기 아뜰리에 느낌이었는데, 직업적으로 보다보니 은근 폐쇄적 구조라는 게 느껴진다. 특히나 이 정원은 건물 내 어디에서든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 그래도 예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예쁜 병원이라면 입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병원으로 이용되지 않고, 아뜰리에, 기념품 샵, 그리고 각종 강의를 하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고흐의 작품인 [The Courtyard of The Hospital, 병원 안뜰 ]. 그림만 봤을 때도 병원이 저렇게 예쁜가 했는데, 사실이었고.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림과 유사한 구도로 찍어둔 게 있어 비교차 함께 올려봄. 회랑 한 켠이 무성한 잎들로 가려진 것을 보니,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는 이렇게 초록이 무성하던 시기는 아니었나보다.

좌측 저 흰 박스는 옛날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의 신기한 카메라.

병원을 봤으니 고흐의 카페를 보러 갑시다. 아뜰리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귀여운 핑크 파라솔의 카페. 이런 핑크색 예쁘다.

걸어서 10분 정도 갔더니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가 한 가득.

관광객이 절반인 듯.

여기가 바로 그 카페입니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 ]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이 느낌을 기대했으나

앞에 카페만큼이나 크고 노란 파라솔이 앞에 하나 더 쳐져있고, 광장 가득한 사람 때문에 그림 같은 분위기는 없다. 실제로는 어수선하니 시장판 같은 분위기. 원래는 저 노란 카페의 벽이 조명 탓에 노랗게 보였던 것인데, 밤에만 보이는 풍경이었다고 한다. 저 그림을 기억하고, 또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 외벽을 아예 노랗게 칠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찾아본 정보들에서 이 카페의 음식 및 음료수가 정말 별로라는 평이 자자하여 (하나쯤 좋은 평가가 있을 법도 한데), 외관 구경만 하고 패스. 뭔가 그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못 느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고흐 카페를 실제로 본 것으로 만족.
앞에 수 많은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딱히 끌리는 집이 없어 광장을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다가 생선요리 메인으로 파는 곳이 있어서 착석. 연여 요리가 있어서 시켰다. 남펴니는 스테이크 주문.


음.....맛은 그냥 그랬음 -_- 여태 식당은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여긴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배고픈 관광객이다 보니 언제나 그래왔든 남김 없이 먹고 다시 아를 투어를 시작.

여행 책자에서 강추하던 젤라또 샵. 큰 맘 먹고 책자에 나온 곳 찾아갔는데 문 닫음 ㅠㅠ 그래도 귀염귀염한 가게가 예뻐서 찍어봤다. 색깔 맞춘 커튼조차 귀여움.




반 고흐가 환자로 머물렀던 곳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시골깡촌의 이미지만 갖고 방문한 아를이었지만, 막상 가서 둘러본 아를은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도시였다. 구석구석 전시 안내가 가득했고, 나름 큰 규모의 사진 전 안내가 구석구석 붙어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때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유럽 최대의 사진축제인 아를 국제사진전이 열리는 때였던 것.

관계자들 뒷풀이였던 듯. 힙 터지는 풍경이다. 갤러리 앞에 오크통 혹은 작은 스탠딩 테이블이 군데 군데 있고, 와인과 간단한 핑거푸드들이 있고, 명찰을 목에 걸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니 관계자들이나 참석자들이었던 것 같다. 뭣도 모르고 우리는 요즘 무슨 학회 시즌인가보다 했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 전공자라면 꼭 한 번 오고 싶어하는 축제 중 하나라고 한다. 3개월에 걸쳐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갤러리 밖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한다.




코닥 & 후지필름 간판. 보기 힘든 풍경에 반가워서 사진.

세계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2000년이 넘은 고대로마의 원형 경기장, 보존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 원형 경기장이 아를에 있을 줄이야. 이래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아를에 오기 전 들렀던 고르드 마을도 그렇고, 남프랑스 곳곳에 고대 로마의 흔적이 가득하다. 유럽 여행을 즐기는 팁 중 하나는 역사에 대한 지식인 것 같다. 이 곳도 무려 기원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지금도 아를 시내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고, 지금은 축제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 저녁 7시 가까운 시간이라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우리는 앞에서 감탄만 하며 보고 옴. 처음으로 단체 한국인 관광객을 보기도 한 날이다.


개장시간을 놓친 관광객 애절모드.





주차장 향해 가던 길에 발견한 예쁜 바람개비 샷.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회전목마. 잘 보고 갑니다. 아를. 이제 아비뇽으로 가요.


도로에 쭉쭉 뻗어있던 자작나무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보이던 표지판에 St.Remi 가 많이 보였는데 익숙한 이름에 뭐였더라 생각해보니 고흐가 말년에 정신질환이 악화되면서 아를에서 생 레미의 요양원으로 옮겨졌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생 레미를 들르지는 않았지만, 보이는 풍경이나 위치를 감안해 보았을 때 아를보다도 한적한 웬지 시골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그 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안 좋아지면 풍경 좋고 조용한 외곽의 요양원으로 가는 건 여전한 가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아비뇽에 도착!

도시 구석구석 남아있는 옛 성벽에 고대 도시에 온 느낌이 물씬.

주차장 뷰. 아비뇽은 주차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도보로 500m 거리고, 나름 가장 큰 주차장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차였다. 꼭대기 층에 간신히 주차함. 캐리어 2개를 끌고 힘들게 숙소 체크인을 하고, 샤워하고 잠시 쉬다가 시내 구경이나 하자며 손 잡고 외출함.

볼 때마다 예쁜 회전목마들. 밤에 보니 더 예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옆에서 사이 좋게 손 잡고 걷던 노부부까지 더 예쁜 풍경.



길가를 쭉 따라 좌석들이 쫙 깔려있고, 아비뇽의 저녁을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가득한 광장.



광장에 울려퍼지던 멋진 연주 잠시 구경해주고.


간만에 술 한잔 하자며 착석. 하지만 정작 논알콜 칵테일을 주문한 나. 남편은 아마 와인을 주문했었던 듯. 감성 터지는 허세샷 찍어드림. 조금은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모두들 기분 좋게 와인이며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덧 밤이 깊어가고 광장이 조금씩 조용해져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다 같이 보여 노래 부르는 풍경. 옆에서 노점하던 아저씨의 댄스가 귀여워서 찍었다. 처음에는 테이블 끝에 TV가 켜져있길래 무슨 경기를 하나 싶어서 봤는데, TV는 그냥 켜져 있었던 것 같음 -_-;;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 부르면서 즐거워하길래 동창 모임인가보다 이러면서 구경.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풍경에 우리처럼 구경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들 즐거워 보였고, 사진 찍고 노래하는데 참 행복해 보였다. 노래는 옛날 같이 부르던 응원가나 교가 아닐까? 이러면서 마음대로 추측해봄.



다시 멋진 연주 들으면서 숙소로 컴백. 이렇게 넷째날 밤이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