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12.19 [2018 Myanmar] China town : 양곤의 밤시장
  2. 2018.11.13 [2018 Myanmar] The Road to Yangon
  3. 2018.11.08 [2018 Myanmar] Prologue
Stranger/'18 Myanmar2018. 12. 19. 15:33

오전에 보족마켓을 둘러보고 돌아와서 샤워하고 푹 쉬었다. 이렇게 더운 곳은 생명유지를 위해서라도 낮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법으로라도 시에스타를 강제해야 할 것 같은 날씨. 올해 한국의 여름도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더웠지.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인야 호수 위로는 멋진 석양이 펼쳐진다. 저녁은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기로 했다. 택시로 10-15분의 거리. 어둑어둑하던 길들을 지나 저 앞에서 눈부신 조명들이 빛나는 것을 보니 야시장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교적 어두운 도로와 달리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들은 눈부신 조명들이 한 가득이다.



낮만큼이나 밝은 조명 아래 각종 다채로운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보족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 좌판에서 파는 음식들도 먹음직스러워보였지만, 그래도 열대의 기후에서 섣불리 아무 거나 먹었다는 탈이 날 지도 모른다. 남편은 그래도 수도시설이 되어있는 건물 내 가게를 고집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비교적 깔끔해보이는 가게를 골랐다. 밤시장이라 그런지 식당가의 느낌보다 술과 식사가 가능한 포차 느낌.



일단 자리를 잡으면 메뉴판을 준다. 생선구이와 각종 구이를 선택했더니, 밖의 매대로 안내한다. 손님으로 하여금 매대에 진열된 재료를 직접 고르게 한다. 재료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온갖 야채를 포함해 돼지고기, 각종 내장(미얀마에서 곱창을 볼 줄이야), 각종 소세지, 어묵류, 소고기, 닭고기, 온갖 해산물이 즐비하다.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새우, 생선구이, 야채다.



진짜 너무너무 친절했던 종업원. 미얀마 와서 느꼈던 특이점 중 하나가 호객행위가 소극적이라는 거였다. 손님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분은 기억 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극적이었고, 신경써서 서비스해준다는 느낌이 좋았음. 비위를 맞춰주는 느낌보다는 싹싹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나중에 잔돈은 다 팁으로 드림. 


진짜 충격적으로 다 맛있었다. 미얀마 음식 별로라는 거 누군가.... 처음 나왔던 구운 브로콜리에서 시작, 나오는 메뉴 하나하나 빠짐 없이 훌륭하다. 조리과정을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맛도, 향도 영락없는 직화구이다. 특히 성인 손바닥 크기만한 타이거새우는 입 안에 넣기가 무섭게 감동이 몰려온다. 소스를 넣어 비벼먹는 볶음밥도 일품. 한국에서 이 정도로 먹으면 최소 1인당 7만원 이상 나올텐데 둘이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도 5만원 내외가 나온다. (술, 음료 포함해서) 미얀마 와서 먹었던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 끼.



다시 구석구석 둘러보는 밤시장.


한국인도 많지 않고, 번화가 아니면 조명도 그리 환하지 않아 조금 무섭긴 했지만, 미얀마 밤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가 풍성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유달리 깜깜한 골목을 지날 때는 불안한 느낌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저녁메뉴에 감동한 남편이 연달아 맥주 2잔을 들이킨 탓에 화장실 가겠다며(ㅋㅋ) 더 오래 있지 못하고 숙소로 금방 돌아왔지만, 여러 모로 즐거운 밤이었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8 Myanmar2018. 11. 13. 14:07

한국에서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거의 없고, 있다해도 일정상 직항을 이용할 수 없어 타이항공을 이용, 방콕을 경유해서 가는 코스로 가게 되었다. 비행시간만 해도 거의 7시간 정도. 트랜스퍼 대기 시간이 여유가 있기도 했고, 때마침 저녁 시간이라 허기가 져서 태국 현지 요리나 먹어보자며 탑승장 근처의 한 식당에 입장. 낯선 언어가 가득한 메뉴들 속에서 뭘 주문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민하다 영어설명을 참고, 무난해보이는 사진으로 골라 메뉴 2개를 주문했다. 결과는 대만족. 

몇달 전 백종원 씨가 나오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로 아시아 국가를 방문해서 현지 길거리 음식을 먹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였는데, 태국편에서 쌀국수 등에 향신료를 넣어서 전후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고, 그 방송에서 본 기억과 비슷한 모양새의 향신료들이 함께 나왔다. 주문한 국수와 함께 알 수 없는 소스가 담긴 4개의 작은 유리컵들이 같이 나오는데 병에 붙어있는 라벨도 없고, 서빙하는 직원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뭔지 몰라 하나하나 냄새도 맡아보고 콩알만큼 덜어서 맛도 보니 액젓, 식초와 비슷한 것이 생소하거나 크게 특별한 건 없었다. 방송을 본 바로는 향신료를 넣기 전후가 다르다고 해서 맛 차이가 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소스가 생각보다 무난해서 차이가 나봤자 얼마나 나겠어 싶었건만 직접 넣어서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달라진다. 평범한 메뉴에 더해진 소스 몇 방울에 음식의 풍미가 확 달라지는 마술 같은 경험.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아지고, 지쳐있던 마음도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의 묘미는 맛있는 음식이다.  


해질녘에 출발하는 비행기 덕분에 만나본 방콕의 노을. 황홀한 핑크빛의 하늘을 날아 다시 양곤으로 향한다. 태국과 미얀마는 비행거리로 1시간 정도.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니 양곤은 거의 밤 9시가 다 되어있었다. 미얀마는 한국보다 2시간 반이 느리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라 그런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입국심사를 통과하자마자 로비에서 택시를 바로 잡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정신 차려보니 이래저래 밤 10시가 다 되어간다. 방콕에서 미리 밥 먹고 오기 잘했다 싶다.




이동으로 하루를 거의 다 보낸 탓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여행 첫 날인데 바로 자기도 아깝고, 저녁도 소화되었을 타이밍이라 간식거리나 사오자며 호텔을 나섰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양곤의 세도나 호텔로, 인야 호수가 전경으로 내려다보이고 바로 맞은 편 미얀마 플라자가 있어 위치가 좋다는 평가를 봤었더랬다. 쇼핑몰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늦은 시간이라 웬만한 매장은 닫혀있고, 건물 1층에 한참 영업 중인 펍이 있어 들어갔는데 나름 힙플레이스인지 꽤나 잘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 맥주를 마시며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풍경이고, 큰 화면에서는 축구 중계가 나오는 것이 서울의 밤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많이 먹기는 부담스러워 허기만 채우자 싶어 닭꼬치와 음료를 시켰다. 카레향이 나게 구운 닭꼬치였는데 같이 나온 고수잎을 조금씩 뜯어 함께 먹으니 풍미가 괜찮았다. 절반 이상 먹다가 발견한 것은 닭꼬치마다 닭털의 흔적이 있다는 것...닭털 뽑으면서 먹는 건 또 처음.


닭꼬치 먹고, 바로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호텔 바로 맞은 편의 인야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거대한 인공호수라던데, 한강 고수부지 같기도 하고, 광안리 해변 같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확인한 날씨는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었지만 늦은 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덥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부담이 없었다.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조그만 돗자리를 깔고 나와 웃고 이야기한다. 어둑한 밤,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느낌은 없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미얀마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8 Myanmar2018. 11. 8. 21:21



당분간 없을 여유로운 시기와 남편의 학회 기간이 운 좋게 겹쳐 지난 5일간 미얀마를 다녀왔다. 학회 장소는 미얀마 양곤. 미얀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건 옛 이름인 버마와 아웅산 수지여사, 그리고 30여년 전의 테러사건이 전부였다. 아득하게 먼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이건만 꽤나 미지의 나라인 곳.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몇몇 여행사 광고글 혹은 짧은 여행기 외에는 건질 만한 내용이 그닥 많지 않았다. 서점에서 여행책자도 사서 보고, 때 마침 TV 등에서 해준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정보들 중 그나마 기억에 남았던 건 불교국가라는 것, 그리고 음식은 딱히 맛있는 게 없다는 내용과 현찰이 구겨져있으면 실제보다 가치를 낮게 쳐준다는 신기한 정보가 다였다. 


한국은 이미 패딩을 입고 다니는 이 시점에 갑작스럽게 30도를 웃도는 곳으로 가려니 여름 옷만 챙겨가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미리 확인해본 양곤의 일기예보에는 온통 구름 아니면 비 투성이었다. 추가로 찾아본 정보에서는 우기가 10월까지라는 곳도 있었고, 11월까지라는 곳도 있고 말이 조금씩 다 달랐다. 도대체 건기라는 건지 우기라는 건지. 수년 전 세부에 갔다가 순식간에 도로가 잠길 정도로 쏟아지던 비가 생각났다. 장화라도 챙겨가야하나. 우기인지 건기인지 확신도 없는 시점에 어디선가는 미얀마의 건기는 밤이 추워서 얇은 패딩을 입어야되다는 얘기도 있고. 도무지 옷을 어떻게 가져가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모르면 다 챙겨가고 봐야지 싶어 결국 짦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옷이며 신발이며 바리바리 많이도 챙겼다. 음식이 그냥저냥이라는 이야기에 혹시? 싶어 생전 안 싸던 컵라면에 참치캔까지 챙겼고, 빵빵하게 터질 듯한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았던 사실 중 하나가 미얀마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국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비자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정치적 상황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은 낯선 곳 중 하나. 여행을 다녀와서 뒤늦게 알게 된 내용이었지만 올해 10월부터 무비자가 되었다고 한다. 로비 윌리엄스의 노래이자 대한항공 광고의 BGM으로도 유명했던 The Road to Mandalay, 그 만달레이도 바로 미얀마에 있다. 그런데 알아봤더니 양곤에서 만달레이로는 버스로 8-9시간이 걸린다. 미얀마에 간다면 꼭 가볼만한 곳이라는 바간도 거리는 마찬가지. 꽤나 폐쇄적인 국가라 2018년 현재에도 외국인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양곤에서만 4박 5일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족. 최근 몇 년간 갔던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다. 언어도, 문자는 낯설기 그지 없었다. 4-5성급의 호텔과 호텔 밖의 세상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호텔 바로 앞 도로를 포함해 양곤 시내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한국이나 일본의 도로를 달렸던 오래된 버스가 달린다. 미얀마의 사원 앞에서 압구정이 표시된 서울시내의 파란버스를 마주쳤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정신없는 길 위로 사람들은 무심하게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비교적 그럴싸해보이는 카페에서 사 먹은 음료수의 빨대도 마감처리가 엉망이었고, 음식 주문을 포함해서 4박 5일동안 겪은 모든 서비스에서는 자잘한 실수가 거의 빠짐 없이 있었다. 몸으로 느껴지는 빈부격차, 확실히 잘 사는 나라는 아니다. 그럼에도 좋았던 이유가 뭐였을까. 장거리 이동도 없었고, 가서 딱히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 없이 실컷 쉬다 와서 그랬을까. 습하고 따뜻한 날씨도 좋았고, 별로라던 음식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고, 무엇보다도 아직 때 묻지 않은 곳, 소위 말하는 장삿 속에 찌들지 않은 곳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좋았던 이유를 말하라면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꼭 언젠가 다시 가겠다고 다짐한다. 



뜬금 없지만 어쨌거나 가지 못한 만달레이에 대한 아쉬움은 노래로 대신. 다시 보니 가사도 꽤나 시 같다.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