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보족마켓을 둘러보고 돌아와서 샤워하고 푹 쉬었다. 이렇게 더운 곳은 생명유지를 위해서라도 낮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법으로라도 시에스타를 강제해야 할 것 같은 날씨. 올해 한국의 여름도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더웠지.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인야 호수 위로는 멋진 석양이 펼쳐진다. 저녁은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기로 했다. 택시로 10-15분의 거리. 어둑어둑하던 길들을 지나 저 앞에서 눈부신 조명들이 빛나는 것을 보니 야시장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교적 어두운 도로와 달리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들은 눈부신 조명들이 한 가득이다.
낮만큼이나 밝은 조명 아래 각종 다채로운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보족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 좌판에서 파는 음식들도 먹음직스러워보였지만, 그래도 열대의 기후에서 섣불리 아무 거나 먹었다는 탈이 날 지도 모른다. 남편은 그래도 수도시설이 되어있는 건물 내 가게를 고집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비교적 깔끔해보이는 가게를 골랐다. 밤시장이라 그런지 식당가의 느낌보다 술과 식사가 가능한 포차 느낌.
일단 자리를 잡으면 메뉴판을 준다. 생선구이와 각종 구이를 선택했더니, 밖의 매대로 안내한다. 손님으로 하여금 매대에 진열된 재료를 직접 고르게 한다. 재료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온갖 야채를 포함해 돼지고기, 각종 내장(미얀마에서 곱창을 볼 줄이야), 각종 소세지, 어묵류, 소고기, 닭고기, 온갖 해산물이 즐비하다.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새우, 생선구이, 야채다.
진짜 너무너무 친절했던 종업원. 미얀마 와서 느꼈던 특이점 중 하나가 호객행위가 소극적이라는 거였다. 손님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분은 기억 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극적이었고, 신경써서 서비스해준다는 느낌이 좋았음. 비위를 맞춰주는 느낌보다는 싹싹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나중에 잔돈은 다 팁으로 드림.
진짜 충격적으로 다 맛있었다. 미얀마 음식 별로라는 거 누군가.... 처음 나왔던 구운 브로콜리에서 시작, 나오는 메뉴 하나하나 빠짐 없이 훌륭하다. 조리과정을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맛도, 향도 영락없는 직화구이다. 특히 성인 손바닥 크기만한 타이거새우는 입 안에 넣기가 무섭게 감동이 몰려온다. 소스를 넣어 비벼먹는 볶음밥도 일품. 한국에서 이 정도로 먹으면 최소 1인당 7만원 이상 나올텐데 둘이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도 5만원 내외가 나온다. (술, 음료 포함해서) 미얀마 와서 먹었던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 끼.
다시 구석구석 둘러보는 밤시장.
한국인도 많지 않고, 번화가 아니면 조명도 그리 환하지 않아 조금 무섭긴 했지만, 미얀마 밤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가 풍성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유달리 깜깜한 골목을 지날 때는 불안한 느낌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저녁메뉴에 감동한 남편이 연달아 맥주 2잔을 들이킨 탓에 화장실 가겠다며(ㅋㅋ) 더 오래 있지 못하고 숙소로 금방 돌아왔지만, 여러 모로 즐거운 밤이었다.
'Stranger > '18 Myanmar'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Myanmar] Bogyoke market : 태양 아래의 시장 (0) | 2018.12.07 |
---|---|
[2018 Myanmar] Shwedagon pagoda : 아시아의 엘도라도 (0) | 2018.11.20 |
[2018 Myanmar] The Road to Yangon (0) | 2018.11.13 |
[2018 Myanmar] Prologue (0) | 201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