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0. 26. 23:15

내일은 아침 일찍 후쿠오카로 갈 예정이라 교토에서 관광이 사실상 마지막인 날.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 니시키시장, 금각사 및 저녁에 하나미코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교토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의 오하라호센인이나 청수사(기요미즈데라)도 가보고 싶었지만 동선도 그렇고, 청수사 같은 경우는 2020년까지 보수 예정이라 이번 일정에서 과감하게 뺐다. 아쉽지만, 그 아쉬움이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된다.

 

방문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호텔 로비 전경. 가운데가 천장 없이 뚫려 있어서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방식의 채광이 좋다. 밤이 되면 사진 속에 보이는 네모난 난로(?)에 모닥불을 피워줘서 분위기가 로맨틱해진다. 비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때마침 전날 소나기 온 날 보니 의자와 난로가 있는 부분만 캐노피나 파라솔이 내려오게 되어있었다는.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식사부터. 묵었던 호텔 조식이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지만 먹을 게 없는 동네가 아닌 지라 굳이 조식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여튼 가볍게 먹기로 하고 교토역 지하의 식당가인 #포르타 (porta)로 갔다. 오픈한 몇몇 곳은 스타벅스 포함 카페들. 한국에서도 지천인 스벅은 가고 싶지 않아 둘러보니 일본의 카페 체인이라는 Doutor가 보인다. 따뜻한 라떼, 갓 구운 식빵에 햄과 야채가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포함된 세트 메뉴가 맛있어보여 골랐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맛있다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 같은 메뉴가 놓여있더라.

 

 

​라떼를 마시고 나면 뭔가 입이 텁텁해지는 느낌이라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만 마시는 편이지만 여기 와서는 거의 라떼를 마셨다. 커피가 산미가 강한 편이라 라떼로 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물보다는 우유가 조금이라도 속이 더 든든하다.

 

인상적인 교토역의 천장.

 

오늘은 이동이 잦은 편이라 버스 1일 패스권을 구매했다. 일본이 물가가 싼 편도 아니거니와, 아직도 현찰이용이 활발한 나라다 보니 무심코 쓰다보면 지출이 상당하기에 요런 걸 이용하면 교통비를 꽤나 절약할 수 있다. 버스비 기본이 한화로 2천원에 육박하고 거리가 멀어질 수록 붙은 금액도 상당한 편이라 하루 2-3번 이상 타게 될 경우는 원데이패스가 유리하다. 단 전철은 그렇지는 않은 듯. 나도 이번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교토는 지하철이 한국처럼 모두 연계되어있지 않다. 서울은 1-4호선과 5-9호선 운영회사가 달라도 환승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교토의 지하철은 JR이나 사설라인 환승이 되지 않아 1일 승차권으로 전철 무제한 이용에 다소 제한이 있다. 반면 버스는 대부분 노선 이용에 큰 제한이 없어서 교토에서 대중교통을 이용 예정이면 목적지에 따른 교통수단을 하루 전에 미리 체크하고 동선에 맞는 패스권 구매를 추천 (서울지하철 만세!!)

 

 아침부터 같은 곳을 가는 듯한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신나게 달려 #아라시야마 도착.

 

​나중에(한국 돌아오고) 안 사실이지만 이 기찻길이 보이면 넘어가지 말고 그 옆으로 가야 그 유명한 #치쿠린, 대나무숲길을 본다고....어쩐지 뭔가 아쉽더라니.

 

​그래도 어디든, 목과 허리를 젖혀야 꼭대기를 겨우 볼 수 있을 만큼 아득하게 높은 대나무들이 가득한 곳은 좋았다.

​기모노 보는 재미도 역시나. 이 날도 햇빛이 엄청난 날이었다. 대숲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썬글라스를 벗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부시다.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텐류지 가 나온다.

전통 인력거도 보이고.


역시나 여기 저기 유럽단체관광객이 꽤 많았던 날. 때마침 일본에서 국제럭비월드컵이 개최되고 있어 응원 겸 관광차 온 사람들이 많았던 거였다. 단체복까지 맞춰입고 온 이들도 꽤 많았고. 그 속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유달리 없다시피 했다. 지천에 한국말이 들린다는데 이번에는 한국말은 거의 듣지 못 했던 것 같고, 심지어 일본어보다 불어나 영어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 각설하고, 이 날 햇빛이 너무 세서 그늘도 없는 곳을 더 돌아볼 자신이 없어 적당히 보고 나왔다. 일사병 한 번 제대로 겪은 이후, 몸이 힘들면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원칙을 열심히 지키는 중.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아라비카, 일명 #응커피 로 간다. 홍콩 갔을 때도 봤지만 그 때 이미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라 먹지 못 했는데 아쉬움을 이제서야 달래본다. SNS의 성지답게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는 풍경을 멀리서 보고 도착하기도 전에 그 곳임을 직감.

 

​10평도 안 되어보이는 작은 매장의 두 면은 거의 통유리로 되어있어 매장 안이 잘 보인다. 다들 더위에 지친 탓인지 손님 대부분이 레모네이드나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있었다.

​% 가 뭐라고 예뻐 보일 일인지...

​드디어 마셔본다 응커피. 시원하고 맛있긴 했지만, 사실 다소 기대 이하라 아쉬웠다. 서울 교대역 근처 엔트런스에서 먹었던 플랫화이트가 왜 교토까지 와서 생각날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이 매장 바리스타분이 직접 좋아요 눌러주고 가심.....워낙 관광객들한테 많이 찍히다보니 이 곳 바리스타들은 퇴근하면 본인들 나온 사진 찾아보시는 듯 ㅋㅋㅋㅋ

​#도월교. 일본어로는 도게츠교라고 하며 일명 달이 건너는 다리. 밤에 와서 보면 달이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다시 와봐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만들어지고.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금각사)로 갈 예정이었으나 더위에 지치고, 한자에 취약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탔고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건 니시키시장으로 가는 버스였다. 원래는 금각사를 먼저 들렀다가 시장을 갈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일정이 급 변경되서 니시키시장에 먼저 가게 되었다.





​구석구석 시장 구경이 최고 재미지다. 간판만 한국어로 바꾸면 우리나라 시장이라도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익숙하면서 이국적인 풍경이다. 얼핏 부산 국제시장과 비슷한 듯도 하고. 곳곳에 온갖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가게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에 빈 속에 돌아다니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배고픈 먹보들에게는 즐겁고도 괴로운 곳. 구경하다 후리가케 정말 맛있는 거 시식하고, 이따 밥 먹고 사야지 하다가 그만 깜박하고 사오지 못한 것을 글 쓰는 지금도 후회 중이다.

 

​남펴니 왈 “남중생들이 있다면 가성비갑의 맛집”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짝짝짝. 훗카이도의 카이센동에서 아쉬웠던 특유의 단 맛이 없어 더욱 흡족. 여기서 말리지 않은 뱅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뱅어와 잘게 썬 파만 얹어먹어도 훌륭한 조합일 듯.

 

살짝 아쉬운 느낌은 갓 구운 대하구이로 달래주고.

시장을 나와 위캔더스 커피로 갑니다. 시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

 

골목골목이 좁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보는 구경이 쏠쏠하다. 만약 엄마랑 왔으면 특이한 옷 가게 들어가서 한참이고 구경했을텐데 남편이랑 오면 그런 게 좀 아쉽다. 아마 구경하자고 하면 본인은 밖에 앉아 쉬겠지ㅋ

 

여튼 골목을 따라 죽 오다보니 #위캔더스커피 도착. 찾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유심히 보면서 온 덕에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도로변이 아닌, 주차장 안쪽에 있어서 건성으로 보거나 큰 차가 가리면 절대 찾을 수 없을 위치에 있다.

​운이 좋아야 앉을 수 있는 벤치. 2층은 카페가 아니고 사무실 혹은 거주용으로 쓰는 듯 했다.

여기 라떼에 대한 극찬을 어디선가 보고 온지라 맛있으면 원두나 필터커피를 선물로 사오려고 했건만 내가 고른 원두가 취향이 아니었는지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맛이었다. 오전에 들렀던 아라비카보다는 좋았지만, 역시나 취향이라는 건 남의 말은 참고하되, 순전히 나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여행. 결국 여기서 커피선물을 사려던 계획은 아쉽게 날아가고....그래도 초록빛 덩쿨 아래 앉아 조곤조곤한 일본어를 들으며 마시는 재미가 좋은 곳이었다. 꽤나 소문난 곳인지 외진 곳에 위치해있어도 용케 찾아오는 나 같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온다.

카페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금각사. 1995년에 엄마와 친구, 친구네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온 적이 있었다. 워낙 예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찍은 사진 덕인지 어쩐지 몰라도 기억에 비교적 또렷한 곳이 바로 이 곳, 금각사다. 거진 25년만에 다시 오다니.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 왔을 때는 겨울이라 어지간히 추웠던 기억이.....

 

​그래도 절 느낌 사진은 하나 남겨야지

무려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금가루까지 뿌려진 마차 아이스크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유제품하고 계란은 일본이 맛있다. 하루 종일 유명관광지의 인파에 지쳐 일단 좀 쉬자며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3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더니 정신이 돌아왔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하나미코지와 본토초. 카모강 근처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있는 유흥가이자, 교토의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나미코지 안은 온통 2-3층 대의 목조건물이 줄지어있었고, 약간 늦은 시간대(7-8시)에 온 탓인지 어둡고 사람도 적은 편이었다. 게이샤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ㅠ 나는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이샤들의 출근 시간대가 오후 3-5시쯤이라고. 이렇게 다시 올 이유가 또 추가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본토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 가게가 꽤나 많았건만 규모가 다들 크지 않다보니 은근 가게에 여유가 없다. 한참을 돌다 들어간 곳.

​반까막눈 상태지만 관광객이 많이 오다보니 한국어나 영어로 적힌 메뉴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었는데 그 때 외운 히라가나를 다행히 까먹지 않아 지금껏 용케 써 먹는다. 가끔 어릴 때로 돌아가면 다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영어와 제2외국어 배우기.

​들어간 집은 뜻밖에도(라도 쓰고 ‘문맹이라 아무 곳에 들어간 덕에’로 읽는다) 탄탄멘 맛집. 그런데 여태 먹어본 탄탄멘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게 또 함정이라면 함정.

​생각치도 못 한 곳에서 마주친 게이샤. 다급하게 찍었다. 화장이 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강렬한 화장에 또 한번 놀라고.

관광객도 주민들도 다들 어디론가 흩어지고 길은 점차 조용해졌다. 교토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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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