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거의 없고, 있다해도 일정상 직항을 이용할 수 없어 타이항공을 이용, 방콕을 경유해서 가는 코스로 가게 되었다. 비행시간만 해도 거의 7시간 정도. 트랜스퍼 대기 시간이 여유가 있기도 했고, 때마침 저녁 시간이라 허기가 져서 태국 현지 요리나 먹어보자며 탑승장 근처의 한 식당에 입장. 낯선 언어가 가득한 메뉴들 속에서 뭘 주문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민하다 영어설명을 참고, 무난해보이는 사진으로 골라 메뉴 2개를 주문했다. 결과는 대만족.
몇달 전 백종원 씨가 나오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로 아시아 국가를 방문해서 현지 길거리 음식을 먹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였는데, 태국편에서 쌀국수 등에 향신료를 넣어서 전후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고, 그 방송에서 본 기억과 비슷한 모양새의 향신료들이 함께 나왔다. 주문한 국수와 함께 알 수 없는 소스가 담긴 4개의 작은 유리컵들이 같이 나오는데 병에 붙어있는 라벨도 없고, 서빙하는 직원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뭔지 몰라 하나하나 냄새도 맡아보고 콩알만큼 덜어서 맛도 보니 액젓, 식초와 비슷한 것이 생소하거나 크게 특별한 건 없었다. 방송을 본 바로는 향신료를 넣기 전후가 다르다고 해서 맛 차이가 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소스가 생각보다 무난해서 차이가 나봤자 얼마나 나겠어 싶었건만 직접 넣어서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달라진다. 평범한 메뉴에 더해진 소스 몇 방울에 음식의 풍미가 확 달라지는 마술 같은 경험.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아지고, 지쳐있던 마음도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의 묘미는 맛있는 음식이다.
해질녘에 출발하는 비행기 덕분에 만나본 방콕의 노을. 황홀한 핑크빛의 하늘을 날아 다시 양곤으로 향한다. 태국과 미얀마는 비행거리로 1시간 정도.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니 양곤은 거의 밤 9시가 다 되어있었다. 미얀마는 한국보다 2시간 반이 느리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라 그런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입국심사를 통과하자마자 로비에서 택시를 바로 잡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고 정신 차려보니 이래저래 밤 10시가 다 되어간다. 방콕에서 미리 밥 먹고 오기 잘했다 싶다.
이동으로 하루를 거의 다 보낸 탓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여행 첫 날인데 바로 자기도 아깝고, 저녁도 소화되었을 타이밍이라 간식거리나 사오자며 호텔을 나섰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양곤의 세도나 호텔로, 인야 호수가 전경으로 내려다보이고 바로 맞은 편 미얀마 플라자가 있어 위치가 좋다는 평가를 봤었더랬다. 쇼핑몰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늦은 시간이라 웬만한 매장은 닫혀있고, 건물 1층에 한참 영업 중인 펍이 있어 들어갔는데 나름 힙플레이스인지 꽤나 잘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 맥주를 마시며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풍경이고, 큰 화면에서는 축구 중계가 나오는 것이 서울의 밤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많이 먹기는 부담스러워 허기만 채우자 싶어 닭꼬치와 음료를 시켰다. 카레향이 나게 구운 닭꼬치였는데 같이 나온 고수잎을 조금씩 뜯어 함께 먹으니 풍미가 괜찮았다. 절반 이상 먹다가 발견한 것은 닭꼬치마다 닭털의 흔적이 있다는 것...닭털 뽑으면서 먹는 건 또 처음.
닭꼬치 먹고, 바로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호텔 바로 맞은 편의 인야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거대한 인공호수라던데, 한강 고수부지 같기도 하고, 광안리 해변 같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확인한 날씨는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었지만 늦은 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덥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부담이 없었다.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조그만 돗자리를 깔고 나와 웃고 이야기한다. 어둑한 밤,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느낌은 없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미얀마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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