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Vacation moment 2020. 2. 23. 12:17

수험생 라이프가 마침내 끝이 났다. 2차 시험이 끝난 다음 주에 남편도 미리 휴가를 내 두었던 터라 시험 끝난 기념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만이나 후쿠오카를 갈까했는데, 뜻밖의 코로나 사태로 해외는 깔끔하게 포기. 겨울바다나 보자며 동해 쪽으로 결정했다. 10월에 도로연수 마치고 장거리를 제대로 주행한 적이 없어 여행 겸 고속도로 주행 연수차 잘 됐다 싶었는데 전날부터 엄청난 눈이 내리기 시작...결국 ktx 를 예매하고 말았다 ㅜㅜㅋㅋㅋ

대학교 1학년 MT 이후 거진 십 몇년만에 오는 듯한 청량리역. 옛날에는 뭔가 휑한 느낌이었는데 거대한 쇼핑몰이 있어 새삼 나이 실감하고...빈 속에 캐리어 끌고 오느라 어지러웠는데 잔치국수 흡입하니 조금 정신이 돌아오더라.

가는 길 절반은 터널 통과. 그래도

간만에 넓은 풍경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설탕가루처럼 눈이 곱게 덮인 곳은 10년 전 보았던 눈 덮인 알프스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

하늘이 흐리다 싶더니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 차 안 가져오기 잘 했다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곳도 있었다. 원주와 평창까지만 해도 눈이 수북했지만 막상 강릉에 도착했을 때는 눈의 흔적조차 없어 당황하고. 호텔 도착해서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로비에 짐 맡기고 바로 앞의 바다를 보러 나갔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은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합격 확인. 발표인 2시에 접속자가 순간적으로 몰려 버퍼링 걸리는데 불안해서 미치는 줄 ㅠㅠ 웬만하면 다 붙는 시험이라지만 내과는 올해 3년제가 첫 시험을 보는 해라 응시자가 평소의 2배수가 된데다 2차에 타블렛 시험이 도입된 첫 해라 온갖 루머는 돌고, 갑자기 코로나 사태로 원래 1차 시험 종료 후 며칠 간 진행하는 2차 시험 대비 슬라이드 강의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더랬다. (다들 그 강의만 들으면 2차 시험 준비는 끝이라고 했는데 -.,-) 난 그 와중에 퇴사해서 혼자 공부하려니 얼마나 쫄리던지 ㅠㅠ 어쨌거나 수험생은 이제 끝!! 남펴니가 찍은 사진을 보면 발표 전후로 표정이 다르다. 사람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나도 이제 전문의 ㅜㅜ

처음 보는 높이의 엄청난 파도. 게다가 쉬지 않고 불어대는 엄청난 바람에 입이 돌아갈 것 같았지만 시원한 풍경과 파도 부서지는 풍경이 멋있어서 한참을 구경했던 것 같다.



여기서 미니스커트 입고 온갖 셀카와 sns용 영상을 찍다 갑자기 훅 밀려온 파도를 뒤집어쓴 20대 아가씨 둘을 보았지.........바다로 안 휩쓸려가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수영금지구역임) 멀리서 보면서도 파도 오는데 저래도 되나? 싶어 뭔가 불안불안했는데 역시나..(이마짚) 남편이랑 멀리서 보고 경악하며 분명 저 모습조차 태그를 달고 인스타를 들어갈 거라고 했다 ㅋㅋ 덕분에 내가 찍은 영상에 그 분들의 비명소리와 남편의 어이구!! 소리도 녹음됨 -.,- 코트에 치마에 부츠 차림이었는데 추우면 이성이 마비되는 나로서는 멋 낸다고 입어본 적이 패션이라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ㅋㅋ 그리고 실제로 다음 날 인스타하다가 생각나서 적당한 태그쳐서 들어가봤더니 그 아가씨들 인스타가 바로 떴음.....예상대로 물에 빠지는 것까지 올렸더라...당사자들이 행복하다면야....-.,-

체크인 시간이 되서 호텔 입성. 오션뷰는 훌륭한 선택입니다. 파도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 들리는 게 너무 좋았다.

늘어져 쉬다 저녁을 먹으러 호텔 앞 해변 쪽으로 외출.

바다에 왔음 회부터 먹어야죠. 코로나 여파인지 뭔지 손님이 우리 뿐이라 웬지 뻘쭘. 같이 주신 찬이며 된장이 너무 맛있길래 주인분께 여쭤봤더니 예상대로 직접 담그신 된장이라고. 가게 연지 40년째라며, 장류를 다 직접 담근다고 하셨다. 된장에 들기름을 뿌려 나오는 게 특이했는데 풍미가 너무 좋았음.

파도가 높아 배가 못 나간 날이라 오늘은 낚시를 못 나가셨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양식으로. 아쉽지만 그래도 회는 역시 바닷가다.

매운탕도 맛있고. 잘 먹고 갑니다.

해 떨어지기 전 겨울바다. 해가 지니 더 추웠다.

호텔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오징어 크기 무엇....

방에서 쉬다가 아쉬워 호텔 앞 펍에 햄버거 또 먹으러 옴. 한참 입맛이 바닥을 쳤는데 합격 확인하자마자 돼지모드 on인 나 자신 반성하자.....

소화시킬 겸 밤바다보러. 이날 유독 바람이 많이 불어 진짜 추웠다. 코 떨어지는 줄 ㅜㅜ

아침의 환상적인 일출. 하지만 사진 찍고 바로 다시 기절. 휴가는 늦잠이라며 ㅋㅋ 하지만 남편은 새벽에 아무도 없는 헬스클럽 가서 1시간을 뛰다 오심.

아침의 동해바다.

걸어걸어 근처 초당마을의 순두부 식당으로. 골목골목 옛 동네도 둘러 보고.

원래 가려던 곳이 문을 닫아 다른 곳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별로라 실망.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집이라더니....다시 오면 안 갈 듯. 이번에 여행하면서 알았지만 강릉이 위치상 주말 여행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주말은 오픈하고 월,화,수 중 휴일이 많았다. (그 와중에 우리 여행 일정은 월~수) 강릉 여행을 주초에 간다면 영업일을 미리 잘 확인해야 할듯.

구글맵에서 평가가 좋아 들렀던 kaffe Kiwa. 구석구석 빈티지한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자칫하면 엄청 조잡스러워질 인테리어를 아기자기하게 잘 해놓았더라.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덕에 따끈따끈해서 좋았다. 남편은 새벽 운동 여파로 책 읽다 졸기 시작 ㅋㅋㅋ 여튼 커피 마시며 책 읽고 사진 찍고 하면서 시간 때우다가 택시 타고 시장 구경하러.

여행은 어디든 가장 재밌는 것 중 하나가 시장구경인 것 같다.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살짝 허기져서 강릉 먹거리라는 장칼국수 집으로.

신라면? 같은 느낌인데 강릉까지 와서 챙겨먹을 정도로 대단한 별미는 아닌 것 같다만 요즘 같은 물가에 단돈 3천원이라는 매력적 가격에 맛도 개운하고 양도 푸짐하니 괜찮았다. 잘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한숨 자다가 저녁 먹으러 외출. 나이 들고 추우니 밖에서 3시간 돌아다니면 너무 지친다 ㅜㅜ

남펴니가 원해서 간 꼬막 비빔밥. 삼성 현백에 종종 팝업으로 들어와서 먹어봤는데 강릉 본점에 오게 될 줄이야 ㅋㅋ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대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본 터라 일찍 가도 좀 기다리겠거니 싶었는데 바로 착석. 5시 좀 넘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나 싶다. 포장해서 먹었던 것도 맛있었지만 역시나 바로 해서 나온 밥이 훨씬 맛있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코로나 탓인지 다 먹고 나가는 시간까지도 빈 자리가 제법 있었다는.

중간중간 골목 구경도 하고.

소화도 시키고 선물 받은 쿠폰처리겸 스타벅스행. 바로 앞이 바다인데 밤이라 보이지가 않네 ㅠ 차 마시면서 쉬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수영장에서 1시간 정도 물놀이하다 옴. 8시부터 성인만 입장 가능인데 온통 20대 젊은이들뿐이라 좌절했음.....애 데리고 낮 시간에 와야겠다며 ㅜㅜ

물놀이했더니 배고파져서 또 치킨 먹고....발표 전날까지 어거지로 하루 2끼 먹었는데 발표까지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나보다.

터미널 가기 전 마지막 해변산책. 세인트존스에서 숙박했는데 객실이 천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호텔이었다. 비수기에 오니 붐비지도 않고 오션뷰로 룸을 잡으니 방에서 책 읽으면서 바다만 봐도 너무 좋았다는. 잘 쉬다 갑니다.

강릉 명물 교동짬뽕. 짬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감동적인 맛까지는 잘 모르겠다만서도 보기만큼 맵지 않아 부담 없이 잘 먹었다.

차 시간까지 여유 있어 앞에 카페도 잠시 들르고.

야무지게 책 한 무더기를 싸갔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한 권뿐이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유명해진 김영민 교수님 책인데 강추. 제목은 비장하지만 1-2부는 보는 내내 빵빵 터짐. 기회가 되면 꼭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무계획으로 가서 맘 편하게 먹고 자고 잘 쉬다 와서 좋았다. 작년과 올 초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전문의 시험을 무사히 넘겨서 참 다행스러운 시작이다. 다음 주부터 다시 노예로 끌려 들어가는 삶이지만 마지막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잘 해낼 수 있게 또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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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2. 10. 11:50

 

여행 마지막날. 오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늦은 점심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도보 15분 내 신사가 3개 정도 있어 오전 중에 신사를 둘러본 뒤 식사를 해결하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첫번째 장소는 #동장사.

누가 봐도 일본에 와 있군요. 를 느끼게 해주는 탑. 이 곳은 일본 최대의 목조 불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내를 돌아보는 건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2층으로 올라가서 목조불상을 보는 것은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한 사람당 50엔 정도였던 듯.

2층부터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있어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일본 최대라는 수식어답게 거대한 불상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머리를 젖혀야만 아득한 높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부처상 특유의 알듯 말듯한 그 표정이 거대하게 다가오자, 나 같은 비종교인도 알 수 없는 경외감이 어디선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불상 한 켠으로 가면 뒤쪽으로 지옥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림만 봐도 어떤 지옥인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조 형태의 지옥도는 다소 조악한 느낌이었지만, 각각의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지옥도를 다 보고나면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게 되는데 빛이라고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아 희미한 윤곽조차 보이는 곳이 없어 위아래조차 가늠 되지 않았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완벽한 어둠을 느껴본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분명 길지 않은 곳이고 바닥이 편평할 거란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오직 양 손으로 벽의 감각을 느껴가며 한 발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야한다. 그런 터널을 지나면 그제서야 극락도가 펼쳐진다. 다시 한 번 거대한 목조상을 보고 동장사를 나섰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두번째로 간 곳은 #쇼호쿠지. 성복사라고 읽는다. 고양이 천국이라더니 들어간 순간부터

누가 보면 아저씨랑 같이 산책 나온 줄....

 

지천에 고양이가 있고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다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태평하게 낮잠 자는 중. 인간에 대한 이런 믿음이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을텐데...

 

뒷편에 초록이 가득한 정원의 풍경이 좋아 정원 위주로 구경하였다.



미묘하게 다른 기와. 일본은 한국과 참 닮은 듯 다른 나라다.

따뜻한 햇빛 아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뒹구는 풍경만으로도 좋아 떠나기가 웬지 아쉬웠다.

지켜보고 있다.

숙소 쪽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골목 구석구석 풍경. 거리가 참 깨끗했다.

 

 

 

 

 

 

세번째로 들른, 오늘의 마지막 방문코스는 #쿠시다신사. 엄밀한 의미로는 지나가는 길에 입구 쪽에서 보기만 했을 뿐 안에서 들어가서 보지는 않았다.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했던 칼이 안에 보관 중이라는 정보를 얻고 급 가고 싶지 않아짐 (-.,-) 공개를 하지는 않는다고는 하던데 온갖 정치적 이유야 어찌됐던 타국의 왕후를 시해한 칼을 이런 식으로 보물처럼 보관하는 것도, 그리고 그런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건 참 -_- 여튼 지나는 길에 마침 안쪽에서 전통결혼식이 있어 입구만 잠깐 넘어가서 보게 되었다.

가족의 탄생. 단연 돋보이는 신부의 머리 장식은 얼마나 무거울지 궁금해지고, 이 평범한(?) 일본사람들도 이 신사에 그런 칼이 보관 중인 걸 알려나 싶고.

 

공식적으로 마지막 식사(인 줄 알았던) 모츠나베 마에다야. 원래 전날 가려다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못 갔던 곳인데, 오늘은 타이밍이 맞아 거의 오픈하자마자 입장. 먹다보니 금새 만석이 되고 대기줄이 생겨있는 걸 보니 꽤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식전에 따로 주문했던 메뉴인 멘타이코(수제명란젓)와 고마사바(깨와 간장으로 양념한 고등어회)가 기대 이상 괜찮았다. 모츠나베는 곱창이 여기가 더 맛있긴 했지만 국물은 전날 먹었던 곳이 더 괜찮았던 걸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근처 드럭스토어에서 몇가지 선물 등을 구매한 뒤 호텔 로비에서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고작 15분 내외의 거리에 공항이 있지만 후쿠오카에서 지내는 동안은 비행기 소음이나 이런 게 없어서 공항이 가깝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도착했는데 2시간 전임에도 불구하더 대한항공 말고 데스크는 열려있지도 않고...비행기가 크지 않아서인지 저가항공사라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뒤로 레인을 한 바퀴쯤 감은 줄이 늘어진, 이륙 1시간 반 전에야 데스크가 열렸다. 음식도 맛있는 편이고, 쇼핑하기도 좋고, 공항은 시내에서 가깝고 비행시간도 짧고, 체크인하겠다고 굳이 일찍 올 이유가 없으니 후쿠오카가 한국에서 왜 인기방문지인 줄 알 수 있었다. 면세점은 완전 작지만 나름 인기 있는 메뉴는 모두 팔고 있다. 고민하다 명란젓 get.

 

시간이 애매해져서 결국 또 식사 ㅋㅋ 남펴니는 라멘, 나는 고민하다 카레소스를 따로 파는 걸 보고 카레돈까스로 주문.

옆자리 일본 아저씨들이 먹는 걸 보고 후식까지 챙겨드신 남편 ㅋㅋㅋ 유제품류는 확실히 북해도산 광고가 많더라.

no japan의 은근한 분위기 속 남편 출장 덕에 꼽사리로 다녀온 일본 여행이었지만, 큰 부담 없이 잘 먹고 쉬다온 시간이었다.

온갖 이유로 과거의 역사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개운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야되겠지. 아마 한국인이라면 다들 어디선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딘가 불편한 나라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가까운 곳이기도 한 일본이다. 다음 번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좀 더 가볍고 개운한 마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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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1. 13. 11:05

​후쿠오카에서의 첫 아침. 오늘은 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아침에 여는 식당이 많지 않아 오픈 여부와 평가가 괜찮은 곳을 조건으로 식당을 찾다보니 평소보다 약간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 오늘의 식당은 내가 정한다 후후후



그리하여 찾은 곳.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우동 뿐이고....구글맵에서 알려준 이 곳은 #이나바우동. 숙소에서 버스로 15-20여분 거리.



Inaba Udon

2 Chome-3-1 Watanabedori, Chuo Ward, Fukuoka, 810-0004 일본




고독한 미식가 분위기. 고로상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



남편은 덴뿌라우동을, 나는 소고기우동에 반숙계란을 추가했다. 잘게 썬 파고명을 담은 바구니가 식탁마다 놓여있어 원하는 만큼 파를 넣을 수 있다.




훌륭한 아침 식사. 작년의 북해도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후쿠오카 음식이 전반적으로 더 맛있던 것 같다. 지리적인 영향인지 메뉴 탓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해도는 양갈비와 수프카레를 빼면 뭔가 전반적으로 달고 밍밍했던 기억이...평냉이나 황해도 음식이 전반적으로 슴슴한 것처럼 말이다.



때마침 근처에 야나기바시 시장이 있어서 구경도 하고


시장 안 마누커피를 갔다.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후쿠오카 편에도 나온 곳이라고.

​​​​​​​​

​​


학회 참석차와 관광객의 온도 차란 이런 것 ㅋㅋ


2층으로 올라가 있으면 주인 분이 직접 커피를 들고 올라와주신다. 창가에 갑자기 자리가 나니까 넓은 자리로 옮기라고 배려도 해주시고. 라떼는 옆에 들고 와서 직접 만들어주셔서 뭔가 설렘 ㅎㅎ 어설픈 아리가또에 억양이 괜찮았는지 아님 겉치레인지 일본어 할 줄 아냐고 칭찬 해주셨는데 그 이후 할 줄 아는 일본어가 없어 엄청 민망해짐 ㅋㅋㅋ 젊은 부부가 운영하시는 듯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엄청 싹싹하시다. 활기찬 주인 분 덕에 나카스강을 보며 마시는 아침 라떼가 더 좋고.


​​


남펴니는 오후에 학회 갈 생각에 속이 타는지(ㅋㅋ) 아이스아메리카노.





밖에서 보면 이런 외관. 한국의 카페체인점인 X다방과 뭔가 비슷한 느낌이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카페인을 충전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옛 일본 정원인 #라쿠스이엔 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 곳은 메이지시대인 1906년, 하카타의 상인 시모사와 젠우에몬 지카사마가 지은 별장으로 그의 호에서 유래하여 라쿠스이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95년 후쿠오카시에서 정원을 재정비하여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일본정원으로 개원했다고.



입구 우측에 보이는 벽은 #하카타베이 라고 부르는 돌담양식으로, 전쟁 후 남은 돌이나 기와를 점토에 굳혀 만드는 방식으로 하토요미 히데요시에 의해 고안된 방법이라고 한다.


귀여운 매표소. 입장료는 100엔. 300엔인가를 내면 다도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커피를 마시고 온 게 살짝 아쉬웠다.



물을 즐기는 곳이라는 이름대로 곳곳에 연못과 잔잔한 폭포가 있다.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아기자기하고 인위적인 꾸밈이 없어 좋았다.



아기자기한 규모에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선물 같은 곳이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 잘 쉬다 갑니다.



​​
​​

고요한 곳에서 힐링 후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점심 메뉴는 모츠나베. 원래 숙소 근처에 가려던 곳이 있었으나 깜박 졸다보니 때를 놓쳐서 이미 닫은 터라 텐진 쪽으로 다시 이동.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점심-저녁시간 사이 브레이크 타임이 걸린 곳이 많기에 식사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듯하다.



후기대로 부추가 산처럼 쌓여나온다. 곱창은 살짝 질겨서 아쉬웠는데 야채가 많이 들어있다보니 국물이 곱창전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소스에 찍어먹는 양배추가 곱창보다 맛있었을 정도. 든든하게 먹고 남펴니는 학회장으로, 나는 근처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엄청난 인파에 피로가 급작스레 몰려와 호텔로 컴백. 이날 후쿠오카에서 엑소 콘서트가 있어 엄청난 인파가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진풍경도 보게 됨. 시에서 아예 콘서트장으로 가는 버스를 따로 운영할 정도다.







저녁 7시가 넘고 학회에서 탈출한 남펴니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봅시다. 학회가 메인일정이다 보니 후쿠오카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일정이 없다보니 너무 맘편하게 돌아다녔다. 어디 가야한다는 강박이 없으니 이게 바로 힐링 *_* 그리하여 저녁은 #야키니쿠 !!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처럼 우롱차를 시켜보았습니다. 난 알쓰니께....


영롱한 자태~~~~


좋은 것은 근접샷. 갈비 안심 빨간고기라던가...



20대였으면 왕창 올려서 구워먹어 없애며, 옹졸하게도 나온다고 궁시렁거렸을 양이지만, 고독한 미식가에 빙의하여 뭔가 하나하나 맛 음미해가며 먹어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둘이 먹으니 끽해야 한 사람당 2조각 꼴로 돌아가는 셈이었지만 분자요리 마냥 하나하나 먹어가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장보다는 고기가 맛있고, 야키니쿠 특징상 기름져서 천천히 먹다보면 막상 생각만큼 많이 안 들어가기도 하더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때는 2차로 간다.


번잡한 후쿠오카 시내. 건너편은 전날 갔던 포장마차 거리. 오징어회 전문점으로 갔는데 당황스럽게도 오징어 품절 -.,- 설마해서 유리창 사이로 들여다봤는데 정말 어항이 텅텅 비어있었다. 결국 다른 괜찮아보이는 스시집을 갔는데 거기도 품절이라는...겨우 저녁 8시경이었는데 오늘 후쿠오카 오징어 대학살의 날이냐며...하지만 당황한 우리를 본 직원이 주방에 물어보고 오다니 다른 종류의 오징어가 있다고 해서 주문.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데코가 되서 나왔다. 특히 저 몸통 부분은 거진 mm 단위로 칼집을 곱게 내와서 젓가락 대기가 미안할 지경. 하지만 열심히 먹었지 ㅋ 먹고 일부를 남기면 바로 튀겨다 주기도 한다. 맛있긴 했지만 첫날 교토에서 먹은 오징어튀김을 넘지는 못 했다. ㅠㅠ


3차는 숙소 근처에서 야끼도리. 고대하던 닭껍질구이꼬치 아주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남펴니가 배 불러서 맥주는 더 무리라며 하이볼을 주문함. 한 모금 마셔보긴 했는데 아직 무리인 단계다. ㅜㅜ 주량이 세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과일소주 같는 음료도 있다던데 다음에는 도전해봐야할 듯.



밤만 되면 조명 덕에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였던 숙소 근처의 먹자 골목.



숙소 근처에 보이던 신사.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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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1. 1. 22:50


교토를 떠나는 날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뒤섞여 길에 가득하다. 일상의 모습이 풍경처럼 느껴질 때 여행객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후쿠오카행 신칸센은 오전 9시 출발. 일찍 나왔더니 여유가 있어 첫날 갔었던 KURASU 를 다시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에도 제법 많은 관광객들. 첫 날에 더워서 (차마) 먹지 못 했던 따뜻한 라떼를 시켰다.

 

 

살짝 쌀쌀한 온도에서는 아무래도 몽실몽실한 우유거품 아래 쌉싸름하고 따뜻한 커피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더 좋다. 물론 출근했다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발처럼 들이키고 있겠지만 난 관광객이니 감성충만하게 먹어야지. 교토에서 먹었던 커피 중에는 여기가 가장 좋았다.

 

 

승강장에서 열차 기다리는 중. 남펴니는 현지 직장인 마냥 위화감이 없어보이고....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 스미마셍 말고는 1도 못 하는데 희안하게 일본만 가면 현지인 같아 보인다 ㅋㅋㅋ

 

 

 

관광객과 학회 참석자의 온도차. 2시간 반 정도 걸려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먹긴 했지만 택도 없어 미리 검색해둔 우니동 맛집으로~~~~

 

 

 

구글맵에도 꽤나 높은 평점으로 뜨는 맛집. 기본 2조각을 얹어주고, 장어를 한 덩이씩 추가할 때마다 600엔씩 차이가 나는데 3덩이로 시키면 보통의 성인 기준 적당한 양인 듯하다. 소금에 절인 야채 조각들, 보통 많이들 내주는 미소장국 대신 버섯과 장어내장으로 끊인 맑은 국도 깔끔하니 맛있었다. 후쿠오카에서의 첫 식사도 성공적.

 

 

 

일단 택시를 타고 호텔에 들러 짐부터 맡기고 남펴니 학회를 등록하기 위해 컨벤션 센터로 갔다. 호텔로 갈 때 탔던 택시기사님 정말 친절하셨음. 지나가다 함박스테이크 맛집 추천해주셔서 일정 중 가봐야지 했지만 결국 가지는 못하고 ㅠ 컨벤션 센터에서 등록 후 다시 관광객 모드로 ㅋ

 

 

숙소에서 10분 거리의 캐널시티로 일단 이동.

 






남편은 저녁에 학회차 교수님과 약속이 잡혀 있는 상태라 간단하게 주전부리나 먹기로 해서 첫 시작은 타코야끼로. 가장 기본으로 시켰더니 (한국과) 별다를 것 없는 맛이었다.

 

 

서서 마심이라는 친절한 한국어가 적힌 간판의 미니스탠딩바에서.

 

싹싹하고 우리 사진도 찍어주시던 사장님.

 

 

닭모래집 튀김과 구운 명란은 훌륭한 선택.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은 실패한 적은 없는 듯. 시간이 살짝 남아 카페로 갔다.

 





​톰과 제리가 나오는 카페 ㅋ 성인이 되고 나서 새삼 느낀 거지만 제리는 정말 못된 쥐xx 였음 ㅋㅋㅋ

 

보통 라떼를 먹으려다 추천메뉴에 있기에 선택해 본 티라미슈라떼. 가운데 떠 있는 티라미수크림이 호로록 넘어가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달콤함. 내가 딱 좋아하는 정도의 단 맛이라 마음에 쏙.

 









남편은 교수님 만나러 가고 나는 일단 호텔로 복귀. 회식 때 야키니쿠 먹고 왔다면서 와이프는 왜 안 데려왔냐고 물으셨다고 ㅋㅋ 아니 그럼 미리 말씀해주셨어야져...(-.,-) 여튼 밤 문화 체험을 위해 나스카강 주변의 포장마차 거리로 향했다.

 

때마침 열리는 천년야시로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럭비월드컵까지 겹친 탓에 유럽에서 온 관광객 천지였다.

 

포장마차 앞 식탁은 자리가 없어 강변에 앉아 먹는 이들도 가득하다.

 

 

모히또 한 잔 사고...알쓰라 논알콜로 주문.

 

 

천년야시는 아무래도 시기별로 열리는 곳인 듯하고 길 건너편이 진짜 포장마차거리. 호객행위도 장난 아니다. 포장마차마다 잘 보면 간판이 있는 상단 근처에 작게 운영자의 사진과 이름이 걸려있다. 현찰로 계산하기 때문에 벌이가 제법 상당할 듯.

여튼 우리도 앉았다. 맛있어보이는 건 다 시켜봅시다.

 

 

일단은 어묵부터. 역시 푹 삶은 무는 사랑입니다. 뜻밖의 발견은 함께 나온 곤약. 쫀득쫀득하면서도 어묵 삶은 육수가 살짝 배어 나오는 게 일품이다.

 

각종 꼬치도. 내장은 조금 타서 아쉬웠고...뭔가 아쉬워하던 찰나에 사장님 뒷편을 보니 거대한 솥에서 연신 뽀얗게 끓어오르는 하얀 육수에 바로 삶은 라면사리를 담아 연신 나가는 게 보이길래 이 집은 라면맛집일거라며 추가 주문했고

 

역시 선택은 옳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먹은 일본라멘 중 베스트. 배가 불러도 연신 들이키게 되는 구수하고 뜨끈한 국물.

 

이렇게 후쿠오카의 첫 날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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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0. 26. 23:15

내일은 아침 일찍 후쿠오카로 갈 예정이라 교토에서 관광이 사실상 마지막인 날.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 니시키시장, 금각사 및 저녁에 하나미코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교토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의 오하라호센인이나 청수사(기요미즈데라)도 가보고 싶었지만 동선도 그렇고, 청수사 같은 경우는 2020년까지 보수 예정이라 이번 일정에서 과감하게 뺐다. 아쉽지만, 그 아쉬움이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된다.

 

방문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호텔 로비 전경. 가운데가 천장 없이 뚫려 있어서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방식의 채광이 좋다. 밤이 되면 사진 속에 보이는 네모난 난로(?)에 모닥불을 피워줘서 분위기가 로맨틱해진다. 비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때마침 전날 소나기 온 날 보니 의자와 난로가 있는 부분만 캐노피나 파라솔이 내려오게 되어있었다는.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식사부터. 묵었던 호텔 조식이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지만 먹을 게 없는 동네가 아닌 지라 굳이 조식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여튼 가볍게 먹기로 하고 교토역 지하의 식당가인 #포르타 (porta)로 갔다. 오픈한 몇몇 곳은 스타벅스 포함 카페들. 한국에서도 지천인 스벅은 가고 싶지 않아 둘러보니 일본의 카페 체인이라는 Doutor가 보인다. 따뜻한 라떼, 갓 구운 식빵에 햄과 야채가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포함된 세트 메뉴가 맛있어보여 골랐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맛있다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 같은 메뉴가 놓여있더라.

 

 

​라떼를 마시고 나면 뭔가 입이 텁텁해지는 느낌이라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만 마시는 편이지만 여기 와서는 거의 라떼를 마셨다. 커피가 산미가 강한 편이라 라떼로 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물보다는 우유가 조금이라도 속이 더 든든하다.

 

인상적인 교토역의 천장.

 

오늘은 이동이 잦은 편이라 버스 1일 패스권을 구매했다. 일본이 물가가 싼 편도 아니거니와, 아직도 현찰이용이 활발한 나라다 보니 무심코 쓰다보면 지출이 상당하기에 요런 걸 이용하면 교통비를 꽤나 절약할 수 있다. 버스비 기본이 한화로 2천원에 육박하고 거리가 멀어질 수록 붙은 금액도 상당한 편이라 하루 2-3번 이상 타게 될 경우는 원데이패스가 유리하다. 단 전철은 그렇지는 않은 듯. 나도 이번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교토는 지하철이 한국처럼 모두 연계되어있지 않다. 서울은 1-4호선과 5-9호선 운영회사가 달라도 환승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교토의 지하철은 JR이나 사설라인 환승이 되지 않아 1일 승차권으로 전철 무제한 이용에 다소 제한이 있다. 반면 버스는 대부분 노선 이용에 큰 제한이 없어서 교토에서 대중교통을 이용 예정이면 목적지에 따른 교통수단을 하루 전에 미리 체크하고 동선에 맞는 패스권 구매를 추천 (서울지하철 만세!!)

 

 아침부터 같은 곳을 가는 듯한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신나게 달려 #아라시야마 도착.

 

​나중에(한국 돌아오고) 안 사실이지만 이 기찻길이 보이면 넘어가지 말고 그 옆으로 가야 그 유명한 #치쿠린, 대나무숲길을 본다고....어쩐지 뭔가 아쉽더라니.

 

​그래도 어디든, 목과 허리를 젖혀야 꼭대기를 겨우 볼 수 있을 만큼 아득하게 높은 대나무들이 가득한 곳은 좋았다.

​기모노 보는 재미도 역시나. 이 날도 햇빛이 엄청난 날이었다. 대숲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썬글라스를 벗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부시다.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텐류지 가 나온다.

전통 인력거도 보이고.


역시나 여기 저기 유럽단체관광객이 꽤 많았던 날. 때마침 일본에서 국제럭비월드컵이 개최되고 있어 응원 겸 관광차 온 사람들이 많았던 거였다. 단체복까지 맞춰입고 온 이들도 꽤 많았고. 그 속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유달리 없다시피 했다. 지천에 한국말이 들린다는데 이번에는 한국말은 거의 듣지 못 했던 것 같고, 심지어 일본어보다 불어나 영어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 각설하고, 이 날 햇빛이 너무 세서 그늘도 없는 곳을 더 돌아볼 자신이 없어 적당히 보고 나왔다. 일사병 한 번 제대로 겪은 이후, 몸이 힘들면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원칙을 열심히 지키는 중.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아라비카, 일명 #응커피 로 간다. 홍콩 갔을 때도 봤지만 그 때 이미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라 먹지 못 했는데 아쉬움을 이제서야 달래본다. SNS의 성지답게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는 풍경을 멀리서 보고 도착하기도 전에 그 곳임을 직감.

 

​10평도 안 되어보이는 작은 매장의 두 면은 거의 통유리로 되어있어 매장 안이 잘 보인다. 다들 더위에 지친 탓인지 손님 대부분이 레모네이드나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있었다.

​% 가 뭐라고 예뻐 보일 일인지...

​드디어 마셔본다 응커피. 시원하고 맛있긴 했지만, 사실 다소 기대 이하라 아쉬웠다. 서울 교대역 근처 엔트런스에서 먹었던 플랫화이트가 왜 교토까지 와서 생각날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이 매장 바리스타분이 직접 좋아요 눌러주고 가심.....워낙 관광객들한테 많이 찍히다보니 이 곳 바리스타들은 퇴근하면 본인들 나온 사진 찾아보시는 듯 ㅋㅋㅋㅋ

​#도월교. 일본어로는 도게츠교라고 하며 일명 달이 건너는 다리. 밤에 와서 보면 달이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다시 와봐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만들어지고.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금각사)로 갈 예정이었으나 더위에 지치고, 한자에 취약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탔고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건 니시키시장으로 가는 버스였다. 원래는 금각사를 먼저 들렀다가 시장을 갈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일정이 급 변경되서 니시키시장에 먼저 가게 되었다.





​구석구석 시장 구경이 최고 재미지다. 간판만 한국어로 바꾸면 우리나라 시장이라도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익숙하면서 이국적인 풍경이다. 얼핏 부산 국제시장과 비슷한 듯도 하고. 곳곳에 온갖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가게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에 빈 속에 돌아다니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배고픈 먹보들에게는 즐겁고도 괴로운 곳. 구경하다 후리가케 정말 맛있는 거 시식하고, 이따 밥 먹고 사야지 하다가 그만 깜박하고 사오지 못한 것을 글 쓰는 지금도 후회 중이다.

 

​남펴니 왈 “남중생들이 있다면 가성비갑의 맛집”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짝짝짝. 훗카이도의 카이센동에서 아쉬웠던 특유의 단 맛이 없어 더욱 흡족. 여기서 말리지 않은 뱅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뱅어와 잘게 썬 파만 얹어먹어도 훌륭한 조합일 듯.

 

살짝 아쉬운 느낌은 갓 구운 대하구이로 달래주고.

시장을 나와 위캔더스 커피로 갑니다. 시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

 

골목골목이 좁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보는 구경이 쏠쏠하다. 만약 엄마랑 왔으면 특이한 옷 가게 들어가서 한참이고 구경했을텐데 남편이랑 오면 그런 게 좀 아쉽다. 아마 구경하자고 하면 본인은 밖에 앉아 쉬겠지ㅋ

 

여튼 골목을 따라 죽 오다보니 #위캔더스커피 도착. 찾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유심히 보면서 온 덕에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도로변이 아닌, 주차장 안쪽에 있어서 건성으로 보거나 큰 차가 가리면 절대 찾을 수 없을 위치에 있다.

​운이 좋아야 앉을 수 있는 벤치. 2층은 카페가 아니고 사무실 혹은 거주용으로 쓰는 듯 했다.

여기 라떼에 대한 극찬을 어디선가 보고 온지라 맛있으면 원두나 필터커피를 선물로 사오려고 했건만 내가 고른 원두가 취향이 아니었는지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맛이었다. 오전에 들렀던 아라비카보다는 좋았지만, 역시나 취향이라는 건 남의 말은 참고하되, 순전히 나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여행. 결국 여기서 커피선물을 사려던 계획은 아쉽게 날아가고....그래도 초록빛 덩쿨 아래 앉아 조곤조곤한 일본어를 들으며 마시는 재미가 좋은 곳이었다. 꽤나 소문난 곳인지 외진 곳에 위치해있어도 용케 찾아오는 나 같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온다.

카페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금각사. 1995년에 엄마와 친구, 친구네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온 적이 있었다. 워낙 예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찍은 사진 덕인지 어쩐지 몰라도 기억에 비교적 또렷한 곳이 바로 이 곳, 금각사다. 거진 25년만에 다시 오다니.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 왔을 때는 겨울이라 어지간히 추웠던 기억이.....

 

​그래도 절 느낌 사진은 하나 남겨야지

무려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금가루까지 뿌려진 마차 아이스크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유제품하고 계란은 일본이 맛있다. 하루 종일 유명관광지의 인파에 지쳐 일단 좀 쉬자며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3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더니 정신이 돌아왔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하나미코지와 본토초. 카모강 근처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있는 유흥가이자, 교토의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나미코지 안은 온통 2-3층 대의 목조건물이 줄지어있었고, 약간 늦은 시간대(7-8시)에 온 탓인지 어둡고 사람도 적은 편이었다. 게이샤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ㅠ 나는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이샤들의 출근 시간대가 오후 3-5시쯤이라고. 이렇게 다시 올 이유가 또 추가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본토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 가게가 꽤나 많았건만 규모가 다들 크지 않다보니 은근 가게에 여유가 없다. 한참을 돌다 들어간 곳.

​반까막눈 상태지만 관광객이 많이 오다보니 한국어나 영어로 적힌 메뉴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었는데 그 때 외운 히라가나를 다행히 까먹지 않아 지금껏 용케 써 먹는다. 가끔 어릴 때로 돌아가면 다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영어와 제2외국어 배우기.

​들어간 집은 뜻밖에도(라도 쓰고 ‘문맹이라 아무 곳에 들어간 덕에’로 읽는다) 탄탄멘 맛집. 그런데 여태 먹어본 탄탄멘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게 또 함정이라면 함정.

​생각치도 못 한 곳에서 마주친 게이샤. 다급하게 찍었다. 화장이 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강렬한 화장에 또 한번 놀라고.

관광객도 주민들도 다들 어디론가 흩어지고 길은 점차 조용해졌다. 교토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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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0. 21. 21:53

 

일본 불매 운동이니 어쩌니 난리인 이 시점에 일본에 다녀오게 되었다. 퇴사 후 여행 한 번 못 가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딱히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던 차에 남편이 학회 차 후쿠오카에 방문하게 생겨 그 핑계로 덤으로 따라 가기로 했다. 때 마침 한글날이 낀 연휴가 있어 학회 전 이틀을 더 벌 수 있었고, 다시 가보고 싶었던 교토를 일정으로 함께 잡아 총 4박 5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출국일을 1주 앞두고 뉴스에서는 하기비스라는 역대급 태풍 뉴스 속보가 나오고, 날짜를 잡다보니 한글날에 일본행이라 뭔가 기묘한 죄책감(?)을 갖고 일단 떠나기로 함.

한글날 오전 8시 비행기라 반 좀비상태에서 오전 4시반 공항버스를 타고 새벽 같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연휴라 우리처럼 나가는 사람이 많은지 오전 6시가 안 된 시간이라는 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공항은 번잡했다. 오사카로 가는 우리 비행기도 만석인 건 매한가지. 공항에 올 때마다 불경기는 도무지 실감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얼마나 많았냐면 내가 공항에서 짐 부친다고 이렇게 오래 기다려본 게 처음이라....줄만 거의 한 시간 섰던 듯 하다. 짐 부치고, 미리 구매해뒀던 면세품 수령도 하고, 출국장 이동해서 간단한 아침까지 챙겨먹고 탑승 완료. 새벽 4시 버스 탈 생각에 늦잠 잘까봐 긴장해서 잠을 반 설쳤더니, 비행기가 이륙한다는 안내방송 이후 기억이 없다 (-_-) 눈 뜨니 오사카 도착 안내가 나오고 있었음...

비몽사몽 오사카에 도착해서 교토로 갑니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신칸센 등의 기차를 이용하거나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법이 있는데, 짐을 끌고 이동하지 않고 출구로 바로 나오면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말에 과감히 버스를 탔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기차로 갈 것 같다. (요금도 기차가 500엔 정도로 버스요금 절반 수준이라고) 딱히 막히지도 않았지만 버스로는 거진 1시간 반 이상이 걸려, 차를 오래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힘들었다. ㅜㅜ

 

어쨌거나 교토에 무사히 도착! 뉴스에서 연신 태풍 속보가 나와서 걱정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쨍한 햇빛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날씨는 끝내주다 못해 더웠다. 햇빛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선글라스부터 찾음.

 

 

짐 끌고 숙소 가는 길.




그래도 왔으니 서로 인증샷 찍어주시고...

교토에서 묵었던 호텔은 사쿠라테라스더갤러리. 교토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데, 다음에도 교토를 갈 일이 있으면 또 다시 여기 묵을 계획이다. 시설도 매우 깔끔하고 훌륭한데다가 교토역이 코 앞이라 이동할 때 정말 편리했다. 시기가 시기였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호텔 안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고, 거의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 체크인 전에 도착이라 일단 짐부터 데스크에 맡겨놓고 뭘 먹으러 갈까 고민 시작. 남편은 구글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런 건 현지인한테 물어야한다며 데스크에 지배인으로 추정되는 분께 물었더니, 보기 드물게 정말 유창한 영어로 알려주셔서 감동. (이 분이랑 이날 갔던 KURASU 의 바리스타 이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인을 거의 보지 못함) 어쨌거나 어떤 메뉴를 원하냐길래 뭐든 좋다고 했더니, "very local place"라면서 호텔 바로 한 블럭 뒤에 우동집을 추천해주고, 만약 별로면 근처의 쇼핑몰이 있으니 참고하라고 지도까지 챙겨줘서 감사했다. 남편은 뭔가 반신반의하는 눈치 같았지만 일단 알려준 대로 가봄.



실내가 보이지 않아 장사를 하는 건지 아직 오픈조차 하지 않은 집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긴가민가하고 문을 열었는데,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맛집임을 확신. 서빙하는 분들이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라 한 번 더 놀라고

 

남편은 소고기계란우동을, 나는 치킨계란우동을 시켰는데,

 

인스타충답게 사진부터...여행 내내 음식사진으로 인스타 스토리 도배를 한 듯. 각설하고, 따뜻한 육수는 담백하면서 일본 그 특유의 단맛 없이 느끼하지도 않았고, 계란도 고기도 부드럽고 폭신했다. 싱싱한 파 고명은 덤. 속이 따뜻해지니 비행과 버스로 줄창 이동하느라 비몽사몽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 저렇게 먹고 한 사람당 만원도 안 나온다. 이 날 메뉴를 보고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인데, 닭-계란이 같이 나오거나 연어-연어알 이런 메뉴는 이름에 친자(親子)가 들어간다. 소고기-계란은 타인(他人)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이 집만의 작명 센스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카이센동 집에서 똑같은 메뉴를 발견함. 관용적 표현인가...여튼 첫 식사는 매우 성공적. 역시 내 맛집 찾는 감은 죽지 않았다. 추천해주신 지배인 분 만나면 훌륭한 곳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 날 이후 보지 못함...




구글맵이 알려준 평점 4점이상의 카페 KURASU. 이 날 한국인 관광객을 처음 봤는데, 분위기 탓인지 서로 한국인임을 인지하면서도 애써 굳이 아는 척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ㅋㅋㅋ)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기간 내내 그러하였다. 어쨌거나, 이 날 너무 더워서 (28도까지 올라감) 라떼를 먹으려다가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마셨는데 산미가 너무 강해서 아쉬웠다. 때 마침 라떼를 시킨 다른 한국인은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는 소리가 들리니 후회가 2배 이상. 밖의 그늘은 시원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땀을 식혔다.

오늘은 첫 날이라 무리하지 않기로 한 상태로 후시미이나리만 가기로 한 날. 체크인해서 방에 짐을 넣어두고, 최대한 가볍게 나왔다. 미리 찾아봤더니 신사 안의 코스를 다 둘러보려면 2시간 정도를 잡아야한다길래 다른 일정을 다 빼고 갔던 거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나중에 넣어도 되었던 것 같긴 하다. 교토역에서 전철로 2 정거장이라 거리가 가깝고 무엇보다도 24시간 개방하는 곳이더라는...여튼 교토에서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오후 3-4시 쯤이라 역에는 학생들이 유달리 많았다. 이나리역 (稲荷驛, いなりえき) 에 내리면 역 출구 바로 앞에 신사가 보인다.

신사 들어가기 전에 입과 손을 씻고..

여우신사답게 사방에 여우상이 보인다.

 

 

​색색의 기모노를 입고 온 관광객들을 보는 것도 재미.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어린 치요가 소원을 빌기 위해 저 붉은 토리이들 아래를 질주하던 바로 그 곳. 실제 영화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고...10년도 넘은 예전에 본 영화 장면이 단 번에 다시 떠오를 만큼, 수백 수천 개의 다홍빛 토리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여우신사답게 소원도 여우 위에다 빈다. 다양한 여우얼굴 구경하는 재미. (이런 센스는 애니 강국답달까...)






고양이도 많고. 올라가다 보니 원숭이 조심하라는 안내도 꽤 많았다.

 

 

기둥 뒷켠에는 시주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입구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 시야를 가질 정도니 사진은 좀 들어가서 찍는 게 좋은 듯 하다. 10분 정도만 들어가도 한산해지는 느낌.






 

원래 계획은 끝까지 다 보고 오는 거였는데, 막상 피곤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코스가 길어 과감히 포기함 (ㅋㅋ) 우리가 포기한 코스 쯤에서 다들 돌아나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 모양...

 

 

 

 



 

해질녘이 되니 붉은 신사 위에 노을 빛이 떨어져 꼭 필터를 씌운 것 같은 풍경.

잘 보고 갑니다.

오늘의 저녁은 남펴니가 찾아낸 토리센이라는 곳.

 


나는 여기서 먹은 오징어튀김을 잊지 못할 것이다. 사진상으로는 정말 평범해보이지만 이건...정말....한 입 먹는 순간 눈이 커지는 맛. 맹세코, 내가 태어나서 먹은 모든 튀김 중 최고의 맛이었다. 다시 교토를 가야하는 가장 큰 이유. 뭔가 아쉬워서 시킨 메뉴가 이렇게 충격과 감동의 맛이라니 ㅜㅜ

방에 들어가기 전, 숙소 첫 날 나오는 (논알콜) 웰컴 드링크 한 잔하고 방으로. 대욕장에서 목욕하고 돌아와서 자기 전까지 오징어튀김을 찬양하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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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Vacation moment 2019. 2. 21. 15:31

2월이 지나가기 전 운 좋게 받아낸 겨울휴가. 풀로 휴가를 쓸 수 없는 신랑님이랑 날짜를 조율하다 보니 월, 화요일이 함께 비는 일정이 되었다. 무얼 할까 고민하던 중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가기 전 날 저녁 대설주의보로 재난문자까지 오는 탓에 반 포기 상태였지만 막상 흩날리는 눈발에 비해 길은 깨끗해서 과감히 길을 나섰다. 나갔다 정 아니면 돌아오지 까짓 것 별거냐! 싶은 비장한(?) 마음으로.

집에서 원주시까지는 네비 상으로 약 2시간 정도 되는 거리. 비교적 부지런하게 나선 탓에 눈 내리는 날씨, 중간에 휴게소를 들른 걸 감안해도 원주시에 들어오니 11시가 좀 넘는 시간이었다. 휴게소에서 깨알 같이 알감자와 소떡소떡도 먹고, 나름 장거리(?)라 간단하게 먹기라도 잘 했다며. 뮤지엄과 원주시와도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점심을 먼저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식사는 전날 미리 검색하고 찾아둔 '까치둥지'로.

11시 오픈인데 주차하느라 한 번 길을 도느라고 11시 20분 넘어 도착, 대기번호 4번을 받았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나고. 이 곳의 메뉴는 오직 하나, 알탕이다.


뚜껑을 열면 이런 비쥬얼. 알과 곤이가 냄비 가득하다. 사이사이 버섯, 오징어, 미더덕이 있고 위에 쑥갓이 듬뿍.

끓으면서 야채의 숨이 죽으면 부피가 확 줄어드는 느낌이지만 막상 먹다보면 양이 상당하다. 알과 곤이만 먹기에도 바빠서 다른 해산물은 다 먹기도 버거움.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탁한 느낌이 없어 깔끔하니 좋았다. 든든하게 먹고 갑니다.

차로 다시 30여분을 달려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평일에 눈발까지 날린 덕에 주차장은 휑하기 그지 없었다. 기본 입장권 가격은 18,000원이지만 명상관 혹은 제임스 터렐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만원이 추가된다. 명상을 체험하고 싶다는 신랑의 의견을 따라 명상관 포함 28,000원짜리 티켓으로 구매.

티켓을 구매하고 명상관으로 이동하는 길.


작년에 새로 오픈했다는 STONE GARDEN의 명상관. 무덤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들은 설명에 따르면 뮤지엄 산을 만든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경주 왕릉에서 곡선에 대한 영감을 받아 만든 곳이라고 한다. 무덤이라고 표현했지만 막상 음침한 느낌은 없고, 돔 한 가운데의 틈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아늑하고 쉬고 싶은 요람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대 별로 명상의 종류가 다르고, 공간의 제한으로 인한 입장인원 제한이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춘 덕에 입장객은 나와 남편 둘 뿐이었다. 쉼명상 이었는데, 복식호흡 및 전신의 이완/긴장을 직접 해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시작 전 손등에 페퍼민트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주는데 안내에 따라 양 손바닥을 문지르고 귀뒤, 정수리 등에도 발라준다. 페퍼민트 특유의 화한 향이 자극적인 듯하면서도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안내에 따라 깊은 호흡과 운동을 몇 번 따라하니 추위와 장거리 이동에 긴장된 몸과 마음의 긴장도 풀리는 느낌.

밖에서 보는 명상관은 이런 구조.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스톤가든. 참 좋았다.



안도 타다오의 향기를 느끼며 구석구석 뮤지엄 산을 둘러보고. 아마 나 같이 단순한 사람은 절대 떠올리지 못할 구조의 건물일 것 같다. 재료며 색깔, 질감 무엇 하나 튀는 것 없이 어우러져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구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늘을 만날 수 있고, 구석구석 바깥의 빛이 새어들어 별다른 조명 없이도 어둡지 않다.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멋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걸까. 약력을 보니 안도 타다오는 정식으로 건축을 배운 적이 없다고.

뮤지엄 산 안에는 일반 전시갤러리 3개, 종이 갤러리가 3개 있고, 백남준관이 있다. 6개월마다 전시가 바뀐다고. 한솔제지와 관련 있는 곳이라 그런지 종이갤러리도 인상적이었다.


흑과 백으로만 표현한 들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흰 색이 번져나가는 것만으로도 들판에 불이 번지는 느낌이 생생하다.


손에 잡힐 듯한 구름의 이미지.


말 그대로 설국. 산기슭 넘어 온통 하얀 빛은 하늘인지 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작년 북해도에서 안도 타다오의 물의 교회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채워진 시간들. 다만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있어서 주요한 구성인 물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사진 속 자갈밭으로 보이는 곳이 원래는 물로 채워져 있는 곳인데, 겨울이다 보니 물을 다 빼놔버린 상태. 그나마 운 좋게도 눈으로 덮여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잘 보고 갑니다. 언젠가 하늘이 파란 가을날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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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8 Myanmar2018. 12. 19. 15:33

오전에 보족마켓을 둘러보고 돌아와서 샤워하고 푹 쉬었다. 이렇게 더운 곳은 생명유지를 위해서라도 낮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법으로라도 시에스타를 강제해야 할 것 같은 날씨. 올해 한국의 여름도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더웠지.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인야 호수 위로는 멋진 석양이 펼쳐진다. 저녁은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기로 했다. 택시로 10-15분의 거리. 어둑어둑하던 길들을 지나 저 앞에서 눈부신 조명들이 빛나는 것을 보니 야시장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교적 어두운 도로와 달리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들은 눈부신 조명들이 한 가득이다.



낮만큼이나 밝은 조명 아래 각종 다채로운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보족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 좌판에서 파는 음식들도 먹음직스러워보였지만, 그래도 열대의 기후에서 섣불리 아무 거나 먹었다는 탈이 날 지도 모른다. 남편은 그래도 수도시설이 되어있는 건물 내 가게를 고집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비교적 깔끔해보이는 가게를 골랐다. 밤시장이라 그런지 식당가의 느낌보다 술과 식사가 가능한 포차 느낌.



일단 자리를 잡으면 메뉴판을 준다. 생선구이와 각종 구이를 선택했더니, 밖의 매대로 안내한다. 손님으로 하여금 매대에 진열된 재료를 직접 고르게 한다. 재료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온갖 야채를 포함해 돼지고기, 각종 내장(미얀마에서 곱창을 볼 줄이야), 각종 소세지, 어묵류, 소고기, 닭고기, 온갖 해산물이 즐비하다.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새우, 생선구이, 야채다.



진짜 너무너무 친절했던 종업원. 미얀마 와서 느꼈던 특이점 중 하나가 호객행위가 소극적이라는 거였다. 손님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분은 기억 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극적이었고, 신경써서 서비스해준다는 느낌이 좋았음. 비위를 맞춰주는 느낌보다는 싹싹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나중에 잔돈은 다 팁으로 드림. 


진짜 충격적으로 다 맛있었다. 미얀마 음식 별로라는 거 누군가.... 처음 나왔던 구운 브로콜리에서 시작, 나오는 메뉴 하나하나 빠짐 없이 훌륭하다. 조리과정을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맛도, 향도 영락없는 직화구이다. 특히 성인 손바닥 크기만한 타이거새우는 입 안에 넣기가 무섭게 감동이 몰려온다. 소스를 넣어 비벼먹는 볶음밥도 일품. 한국에서 이 정도로 먹으면 최소 1인당 7만원 이상 나올텐데 둘이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도 5만원 내외가 나온다. (술, 음료 포함해서) 미얀마 와서 먹었던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 끼.



다시 구석구석 둘러보는 밤시장.


한국인도 많지 않고, 번화가 아니면 조명도 그리 환하지 않아 조금 무섭긴 했지만, 미얀마 밤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가 풍성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유달리 깜깜한 골목을 지날 때는 불안한 느낌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저녁메뉴에 감동한 남편이 연달아 맥주 2잔을 들이킨 탓에 화장실 가겠다며(ㅋㅋ) 더 오래 있지 못하고 숙소로 금방 돌아왔지만, 여러 모로 즐거운 밤이었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8 Myanmar2018. 12. 7. 12:38


토요일 아침, 역시나 조식 부페로. 콘지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가득 퍼왔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음식을 만나면 참 반갑다. 콘지나 누들을 먹었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불쑥불쑥 홍콩을 가고 싶을 때가 많다. 한 그릇 먹고 나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양곤 내 최대 전통시장 중 하나라는 Bogyoke Aung San market (보족마켓)을 다녀오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전일 더운 날씨를 체감한 터라 해가 높아지기 전에 다녀오자며 오전에 부지런히 숙소를 나섰다. 숙소인 세도나 호텔에서 보족마켓은 택시로 15-20분 거리. 번잡한 다운타운 속 시장은 서울의 남대문 시장 초입과 꽤나 비슷한 풍경이다. 번잡스러워보이는 시장 건너편에는 커다란 현대식 건물이 있어, old market과 new market으로 나누어져 있는 듯했다. 전통시장 구경을 할 예정이라 낡아보이는 건물로 향했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인데 현지의 온도는 32도. 숨 막히는 더운 공기가 차오른다. 다행히, 습하긴 해도 우려했던 만큼 축축한 날씨는 아니었다.  한국의 여름과 비슷한 날씨랄까. 일기예보에 늘 비예보가 있었지만 실제로 비는 오지 않았다. 우리가 갔던 때가 우기를 벗어나는 시기였던 게 맞나보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가씨가 귀여워 찍으려고 하는데 앵글에 남편 난입....아가씨의 양 볼에 보이는 하얀 진흙 같은 것은 '따나카'라고 부르는 것으로 햇빛에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일종의 선크림이다. 따나카 나무의 껍질을 갈아서 바른다고 하며, 눈에 띌 정도로 얼굴에 듬뿍 바르고 있다. 미얀마에서 지내는 내내 이 따나카를 바르고 있는 사람들을 굉장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족마켓에 도착한 후 처음 둘러보았던 데는 전통공예품이나 귀금속, 불교 관련 제품을 파는 곳이었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퀄리티가 워낙 조악해서 막상 뭔가를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집에 가져가면 어딘가에 처박혀서 어디 있는지도 까먹을 물건은 사가지 말자는 주의라 점점 뭔가를 사기가 쉽지 않다. 전통의상인 론지는 한국에서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사려고 했는데, 막상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결국 사지 못 해서 아쉽다. 그래도 뭐 어떠랴. 굳이 뭘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는 역시 전통시장이 최고. 

신기했던 건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호객행위가 별로 없었다.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자존심일까, 아님 더워서 그런 걸까, 아님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일까. 내가 돈이 없어보여서인가 싶었는데, 둘러보니 다른 관광객들도 비슷해보였다. 이방인에 치일 대로 치인 관광지 특유의 과도한 친절함이 없어 부담도 없고, 마음이 편했다.   


사실 이 날 여기서 가장 충격이었던 건 이 시장에서 본 웬 백인아저씨였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는 여행지에서 풍경이나 인물을 찍을 때는 피사체(특히 사람일 경우)에게는 최대한 불편함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찍는 편이다. 만약 찍는 걸 불편해하면 당연히 찍지 않는 거고.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심히 궁금한 그 백인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후레쉬를 있는 대로 팡팡 터뜨려가며 포즈까지 요구해서 사진을 찍고는 '내가 친히 네 사진을 찍어주셨다'는 태도로 어깨 한번 들썩하더니 휙 가버리면서 계속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더라. 찍힌 사람들도, 그 광경을 옆에서 보는 나도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어쩜 저렇게 무례할까. 매번 돈이라도 줄 수는 없어도 최소한 고맙다는 의사 표시라도 해야되는 거 아닌가....제 3자인 내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싸가지 없는 태도였다. 옆에서 보던 남편조차 필리핀이었으면 저러다 총 맞을 것 같다는 소리까지 함...-_-;;


1시간 정도 시장 둘러보니 더위가 찾아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하면서 땀도 식히고, 다시 OUT. 건너편 길거리 좌판이 깔린 시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건너편에는 주로 식재료나 음식을 파는 분위기.  


발목이 묶인 장닭. 당황스럽게도 전자제품 수리점 앞에 묶여 있었다. 애완용인가 싶기도 하고....


서울역큼이나 징그럽게 많던 비둘기들. 길을 건너기 직전 족히 수백마리는 되어보이던 비둘기가 일제히 날아오르길래 불안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비둘기 똥을 맞는 참사가 발생함....-_-;;;;; 그나마 다행인게 팔로 떨어졌다. 양곤 시내에 울려퍼지던 남편의 비명을 잊을 수 없음.......참고로 뒤에 보이는 건물은 술레 파고다. 전일 슈웨다곤 파고다를 본 터라 딱히 사원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 지나가면서만 봤다. 똥 맞았으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애써 위로하고, 갖고 있던 생수와 물티슈를 동원해서 해결하고, 다시 부지런히 이동.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하얗게 빛나는 양곤 시청사를 지나갑니다. 구경할 수 있으면 들어가볼까 싶었는데 뭔가 조용하더라. 주말 공공기관 휴무는 만국 공통의 진리인 듯...이 날은 양곤에 와서 처음 횡단보도를 본 날이기도 했다. 우리가 묵었던 세도나 호텔 주변에서는 눈 씻고 봐도 없던 횡단보도였는데,  다운타운 쪽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고, 무단횡단도 비교적 적었던 듯하다. 



남펴니가 찾아낸 999 SHAN Noodle shop.  

식당에 도착하니 가슴까지 흐르는 땀이 느껴진다. 시원한 물냉면이 간절한 순간. 하지만 미얀마 시장에 냉면은 없겠지. 뜨끈한 국물을 들이킬 자신이 도저히 없어 메뉴를 열심히 읽은 뒤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나름 유명한 집인지 식당 안에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국수가 나왔다. 얇게 깔린 소스에 익숙한 비쥬얼의 고명이 올라간 모양새는 집에서 엄마가 해줄 것 같은 모양이다. 얼핏 보면 김치 같아보이는 반찬들도. 이 사진 한 장만 놓고 보면 미얀마라고 누가 생각할까 싶을 정도다. 양도 별로 없고, 비빔국수가 뭐 뻔하겠지 싶어 큰 기대 없이 한 입 넣자, 입안 가득 피쉬소스의 짭쪼름함과 식초의 시큼함이 퍼진다. 더위로 땀을 한 바가지 흘린 탓에 입맛이 없어 잘 먹히려나 싶었는데, 상큼한 소스 향에 식욕도 되살아나고 정신없이 술술 넘어간다.  

매장 안에서 선풍기 여러 대가 쉴 새없이 돌아갔지만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스프라이트는 얼음을 주지 않기도 했지만, 냉장고에서 꺼내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시원하지도 않았거니와, 탄산이 적었다. 더운 곳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마셨던 것처럼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강하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바로 짜서 주는 라임쥬스를 하나 더 시켜서 정신없이 들이키니 갈증도 가라앉았다.  


나오자마자 운 좋게 택시가 있어 바로 타고 일단 호텔로 귀가. 이 날 확실히 얻은 교훈은 더운 나라 여행에서는 부지런해야 하나라도 더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거였다. 며칠 스쳐가는 관광객 입장에서야 더워서 땀 한 바가지 흘린 하루였다는 에피소드 정도로 남을 시장 구경이었지만, 이 더위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달은 일정이었다. 이방인에게나 열대의 빛나는 태양일 뿐, 냉방시설도 열악한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견디고 버텨야할 더위라는 것을. 시장에서 보았던 현지사람들의 표정이 대부분 밝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된다.  한국에 태어난 사실에 새삼 감사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8 Myanmar2018. 11. 20. 13:35

 미얀마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방에서 보이는 인야호수의 아침. 



대충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 1층 부페로 갔다. 더운 나라라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지 이 곳은 무려 오전 5시 반부터 조식부페를 이용할 수 있다. 그 시간부터 손님을 맞으려면 도대체 몇 시부터 나와서 준비를 해야되는 걸까. 그렇다고 밤 8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동네도 아니다. 비교적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병원라이프에 익숙한 나에게도 잠 한 모금이 아쉬운 시간대다. 아침잠 많은 나로서는 더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조식부페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주방에서 직접 바로 만들어주는 쌀국수며 오믈렛도 좋았고, 홍콩 이후 오랜만에 본 콘지도 반가웠다. 다만 망고를 원 없이 퍼먹을 기대로 갔던 과일코너는 종류도 적고, 수박 외에 딱히 맛있지 않아 아쉬웠달까. 미얀마에서도 귀한 과일인가보다.  든든하게 먹고, 남편은 학회로, 나는 우선 소화도 시킬 겸 방으로 올라갔다.  

혼자라도 수영장을 가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오후에는 비 예보가 있어 오전이 아니면 수영장 이용이 힘들 것 같아 방을 나섰다. 호텔 냉방이 워낙 잘 되어있어 실내가 늘 서늘했던 탓에 밖의 날씨는 직접 나가지 않으면 체감이 되지 않는다. 가운을 입고 덜덜 떨면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야외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기가 무섭게 뜨거운 공기가 훅 들어온다. 썬베드에 주섬주섬 짐을 놓고 앉으니 그 새 땀이 나서 가운을 벗지 않을 수가 없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지만 핸드폰으로 확인한 기온은 33도. 뜨끈한 바람을 맞으며 썬베드에 늘어져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평일이라 그런지 수영장 이용객은 나 뿐이라 조금 민망했지만, 뭐 어때. 전세낸 기분으로 책도 보다가 더워지면 수영도 했다가 하며 맘껏 호사를 누렸다. 1시간 정도 혼자 놀고 있으려니 남편도 오전에 강의 몇개 듣고 오늘은 들을 만한 강의가 더 없다며 수영장으로 아웃. 역시 호캉스가 최고다. 




수영장에서 원 없이 늘어져 쉬다보니 어느 덧 점심시간. 그래도 미얀마까지 와서 수영만 하다 갈 수는 없지. 양곤 내에서 가장 큰 사원인 슈웨다곤 파고다를 가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타고 가니 6000짯을 달라고 한다. (**미얀마는 택시미터기가 없고,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해서 요금을 미리 정하고 간다)
 
그리고 이 날 나의 엄청난 실수, 오전에 호텔 은행에서 미얀마 현지 화폐로 환전한 돈을 몽땅 방에 두고 온 것을 사원에 도착해서 지갑을 열고 나서야 발견한 것...... 달러화가 있어서 이걸로 할까 하다가 택시비는 둘째치더라도 사원도 그렇고 돈을 더 써야되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달러가 통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카드는 기대도 하면 안됨) 눈물을 머금고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대 참사가 발생해부렀다. 남편은 어이없어 웃었지만 내가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한 100번쯤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기사님은 이해가 안 되서 호텔 다시 가는 이유를 한 3번쯤 다시 물어보심... 그래서 이미 사원가는데 원래 택시비의 3배인 만 8천짯을 들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암튼 이 난리를 치고, 사원 근처에 도착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남펴니가 찾은 인근 식당을 들렀다. 


이 식당은 view가 다 했음...

사진과 영어설명을 참조, 무난해보이는 볶음밥과 후추생선요리로 주문했다. 방콕에서도 느꼈지만, 동남아 요리의 향신료 마법을 다시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식사였다. 새우젓 같은 투명한 소스를 볶음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신기할 정도로 변한다. 먹는 내내 감탄하며 저 소스를 한 3번쯤 리필했더랬다. 

처음으로 호텔 밖에서 먹는 식사였는데, 이 식사를 기점으로 이후 미얀마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늘 친절 포인트가 한국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는 한국식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집에 온 손님을 신경써서 챙긴다'는 느낌의 친절함이랄까. 캔음료를 시키면 휴지로 입을 대는 부위를 다 일일이 닦아서 내오고, 휴지를 하나하나 접어서 손님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세팅하는 느낌. 뭔가 아기가 된 기분이 들어 살짝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받아본 적 없는 서비스라 신선했다. 


파고다로 향하는 길에 만난 개들. 양곤에서는 곳곳-사람 많은 곳-에서 커다란 떠돌이 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말랐고, 다리가 유달리 길다. 더운 곳이다보니 지열을 조금이라도 덜 받는, 다리 긴 녀석들만 살아남았나 싶기도 하고. 덩치에 비해 신기할 정도로 순하고, 정말 위험해보이는 도로 한복판에서도 늘어지게 잘 자고 있다. 


양곤 한복판에서 만난 경기도 버스, 그리고 꽤나 불편해보이는 좁은 블럭 위에 무심하게 손자를 안고 있는 할머니.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의 장식의 파고다입구. 파고다 입구는 동서남북 크게 4군데다. 파고다 안은 무조건 맨발(양말 착용도 불가)로 다녀야하기 때문에 입구에서 비닐봉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닐봉지를 받으면 뭔가로 돈이 뜯긴다고 한다. 비닐봉지를 미리 챙겨가던지, 아니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내 들고 다니는 방법 뿐. 

참고로 사원 입장시에는 끈나시, 짧은 치마, 바지도 안 된다. 이 날은 사원을 가는 터라 미리 반팔 위의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가긴 했다만서도, 이후에도 결국, 미얀마에서 지내는 내내 반바지는 한 번도 입지 못 했다. 왜냐면 시내도 그렇고 양곤 곳곳 어디에서도 어깨나 무릎 위가 노출되는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 남자들도 론지(Longi)라는, 긴 치마 비슷한 전통복장을 입고 다니는 등 전반적으로 노출이 없는 분위기다. 



긴 통로와 계단이 반복되는 구간을 10분 이상 지나야한다. 안에는 불교나 사원 관련한 기념품이니 전통의상등을 판매하고 있다. 체감상 건물 3층 정도의 높이를 오르고 나니 사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매표소가 보인다. 일인당 만짯씩 내면 스티커(입장표)를 주는데 옷 위에 붙이고 가면 된다. 




어두컴컴한 실내복도를 나가기가 무섭게 탁 트인 환한 하늘 하래 금색의 탑들이 아찔할 정도로 가득하다. 비밀스럽고 긴 동굴을 빠져나와서 마주친 황금의 사원. 편평하고 넓은 바닥에는 하얀 대리석이 깔려있고, 눈부신 황금빛 위에 온갖 화려한 보석장식이 박혀있는 수백 수천개의 탑이 빼곡하게 서 있다. 그 옛날 마야를 발견한 유럽인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눈에도 신기하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미얀마의 최대성지라는 슈웨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 미얀마어로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라는 뜻이란다. 명성에 걸맞게 사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현지인들의 비율이 좀 더 많아보였다.  



보수 중이라 덮혀있긴 하지만 이 탑이 이 사원의 핵심이다. 이 사원의 이름이기도 한 쉐다곤이 바로 이 탑이다. 현재 높이는 99.4m, 둘레는 446m로 저 위를 둘러싼 금빛은 진짜로 순금이다. 구름 사이 잠시 해가 나온 순간, 수백 개의 탑 중 단연 압도적인 빛을 내뿜는다. 확실히 주변의 다른 탑들과 때깔이 다르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황금의 빛깔, 다이아몬드 류의 보석이 주는 광채와 다르다. 금색이 화려하지만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금빛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구나. 왜 그토록 사람들이 황금에 매혹되고, 연금술에 매달렸는지 이해되는 순간.   

처음 이 탑이 세워질 당시의 높이는 16m였다고 한다. 하지만 15세기 신소부 여왕이 40kg의 금을 보시하고, 탑을 장식하면서 높이가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후 후대의 왕들과 일반인들도 금을 보시하여 오늘날의 이 탑이 된 것이라고. 현재 총 기증된 금만 6만kg, 꼭대기는 73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있고 주변에도 수백 수천개의 보석이 치장되어 있으며 지금도 계속 금판을 덮어나가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유일하게 부처 생전에 지어진 파고다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도 한다. (출처 프렌즈미얀마)



쉐다곤 주위로 태어난 요일 별로 관욕식 불상이 되어있고, 사람들은 이에 맞춰 세욕식을 하며 기도를 드린다. 관욕식을 하려면 자신의 탄생요일에 맞는 관욕식 불상이 어떤 건지 미리 알고 가야한다. 

부처님 뒤의 후광에 현란한 LED로 되어있는 장식에 다소 경악. 



아찔할 정도로 화려한 곳이지만 곳곳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사원을 한 바퀴 돌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덥긴 더웠다. 그나마 햇빛이 많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 둘러보고 나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들어왔던 남문으로 다시 나와서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발바닥이 온통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물티슈를 챙겨와서 다행이었다. 양 발을 깨끗이 다 닦고나니 물티슈 뭉치가 훅 줄어든다. 잊지말자. 미얀마 사원 방문의 필수품 3가지 생수, 물티슈, 신발을 넣을 비닐봉지. 
 


사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 구석구석 스냅.



방에 잠시 널부러져 있다 건너편 미얀마 플라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방에서 나가기 전 인야호수의 석양.


플라자 4층에서 가장 인기 많아보이던 집 Hot pot. 파는 음식은 샤브샤브 비슷한 메뉴다. 입구의 냉장고에서 원하는 재료를 집으면 서버가 테이블로 재료들을 옮겨준다. 원하는 국물을 선택하고, 재료를 넣어 끓여먹으면 된다. 미얀마 음식 맛 없다더니 누가 한 얘긴지. 이렇게 미얀마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간다.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