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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5.12 20171227 Dumb in Macau
  3. 2018.04.14 꽃놀이 2018
  4. 2018.01.28 20171225 Christmas in HK
Stranger/'17 HK & Macau2018. 6. 16. 18:14

 

비록 감기로 겔겔거렸지만 날씨가 좋아 그럭저럭 다녔던 홍콩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에는 속을 달래줄 죽집으로 향했다. 남펴니의 지인 분 통해 알게 된 콘지집.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구글맵 덕분에 10분만에 도착.

 

고 짧은 시간에 금새 적응한 탓인지 낯선 사람과의 합석도 어색하지 않았던 아침 식사. 맛있었다. 하지만 이틀 전 센트럴 골목에서 먹었던 콘지가 더 괜찮았다. 다음에는 거길 꼭 가야지. 옆에서 상큼한 레몬향 가득한 홍차를 마시길래 다 먹고 추가로 주문.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인다. 식후 강력추천.

 

 

 

 

공항 가기 전까지 시간이 약간 남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서 보이던 셩완마켓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도매+소매시장이 섞인 듯한 곳이었는데 오전 시간이라 반 이상 닫혀있었지만 현지 마트 구경 느낌에 기웃거리며 재미있게 구경.

 

한 입 크기로 썰어져있는 파인애플 한 봉지 사서 오마니랑 사이좋게 나눠먹으면서 기웃거림.

 

 

근처 약재상도 볼 거리.

 

 

 

.

 

 

 

 

홍콩에서의 4박 5일을 함께 한 호텔 LBP. 성수기로 방값이 2배 가까이 오른 탓에 고민하다가 평이 괜찮아서 선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방은 콩알만했지만, 어차피 잠만 잘 곳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큰 길가에서 한 블럭 뒤로 있어 조용하기도 했고, 트램 정차장과 스타벅스, 마트가 앞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공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바로 대로변에 있었다는 점. 다음 번에도 온다면 좀 더 큰 방으로 여기를 쓸 듯.

 

 

4박 5일의 홍콩-마카오 여행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날씨가 좋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였고, 맛있는 음식, 빨간 택시들, 조명, 그리고 골목마다 다른 풍경이 너무나도 좋았던 여행이었다. 감기로 겔겔거린 탓에 엄마한테 짜증도 많이 낸 것 같아서 그런 게 좀 여러가지로 아쉬웠음. 그러지만 않았다면 즐거움이 3배쯤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여행. 내년 겨울에 다시 홍콩을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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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HK & Macau2018. 5. 12. 15:41

 

여행 4일차, 마카오를 가는 날.  마카오가 홍콩과 가깝고 크지 않아 하루 이틀이면 둘러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홍콩과 함께 여행지로 묶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로부터도 같이 보는 게 좋다는 추천을 받고 일정에 포함, 숙소도 넣지 않고 당일치기로 잡았다. 애초에 한국에서 마카오로 왔다가 홍콩으로 와서 출국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비행기 두번 타기는 싫었고, 홍콩-마카오를 수시로 왕복하는 페리가 있다는 말에 페리를 미리 예약했다. 그러고 아무 생각 없었던 것이 비극(?)의 시작.  

(이미지 출처 : naver blog -KLOOK)

 

홍콩-마카오를 오가는 페리는 터보젯과 코타이젯 2 종류가 있다. 그저 배만 2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선착장이 아예 달라진다.  빨간 배 파란 배 중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타시죠가 아닌 상황. 내가 탔던 코타이젯의 경우 홍콩 선착장에서 마카오 타이파로 가는 반면, 터보젯은 외항페리터미널로 간다. 그렇기 때문에 마카오에서 갈 곳을 먼저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배 편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홍콩에서 페리 터미널은 셩완역, 구룡반도, 홍콩 공항 3군데에 있고, 내가 묵었던 홍콩 숙소는 셩완 쪽이고, 심지어 숙소에서 페리 터미널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페리 탑승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리고 나서가 문제였다. 위치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일정이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제대로 안 알아보고 고생한 장본인이 바로 나야 나. -_- 더 웃긴 건 이걸 티켓 끊고 마카오에 뭐가 있나 책을 펼쳐본 뒤에 알았기 때무네...

호텔이나 카지노를 들를 생각에 애초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여행 완전 망칠 뻔했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티켓을 미리 예매해도 시간까지는 미리 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이 있으면 당일 일찍 가서 원하는 시간의 표를 받아놔야한다. 나는 한국에서 이미 코타이젯 왕복을 끊어놓은 상황이고, 배 자리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 방심했던 탓도 있는데, 오전 9-10시 사이에 도착했더니 오전표가 아예 없었다. -_- 겨우 예매한 것이 오후 2시 반이었나. 아무리 가깝다지만 홍콩-마카오 이동이 1시간이다. 도착하면 3시반.  밤 늦게까지 있을 것이 아니라면 매우 부적절한 시간대. 터보젯이었다면 세나도 광장이 가까워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코타이젯 터미널에서 세나도 광장에서는 택시로 20분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시간, 돈 모두를 날린 셈.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안 알아본 내 탓이오.  

 

 

졸지에 오후까지 3시간 이상이 떠버린 상태로 다시 시내로 와서 근처 카페에 착석하여 커피를 마시며 마카오 방문지를 찾았다. 이때 이 모든 참사를 알았지. 타이파에 내린다는 것, 그리고 택시 타고 들어가야 된다는 거를 하...엄마랑 갔길래 망정이지 친구랑 갔으면 욕 먹어도 할말 없는 상황. 원래는 세나도광장과 관야가 등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포기하고, 세나도 광장과 주변만 둘러보기로 함. 어쨌거나 라떼는 맛있었다. -_-;;

 

요점을 재정리하자면

1) 홍콩-마카오 페리는 터보젯/코타이젯 2종류로, 각각 선착장이 다르다. 방문장소가 어느 터미널에서 가까운지 선택할 것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이 아니라면 터보젯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

2) 페리 예약은 미리 해도 시간은 미리 정할 수 없다. 원하는 시간대 표가 있다면 전날이나 당일 오전 일찍 가서 해당 시간표를 끊어놓자.

3) 여행, 특히 교통편은 여유있게 미리 잘 알아보고 준비하자.

 

 

 

우여곡절 끝에 페리 탑승. 때 낀 창문 뒤 하늘도, 바다도 참 파랗구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페리 선착장이 그저 배 타는 곳이지만, 이래뵈도 나름 출국장이다. 말도 못 하게 어수선.

페리 내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지만 몇 백명 이상이 탑승이 가능한 상당한 큰 규모다. 그래서 가는 동안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 파도가 거셌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배가 위 아래로 출렁대는 느낌을 꽤 받았다. 멀미와 졸음이 동시에 몰려와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기절했다가 마카오에 도착할 때 즈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비몽사몽 입국 후 택시를 타서 세나도 광장으로 향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탓일까, 택시 밖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풍경은 유럽 느낌.홍콩도, 중국도 아닌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렇게 초록초록한 곳을 지나면

 

돌계단을 올라 무대 배경 뒷편 같은 성바울성당 유적지로 들어서면 광장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바글바글바글. 로마 스페인 광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요렇게 성바울 성당의 흔적이 보이지요. 보이는 저 앞면만 남아있고, 말 그대로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연극 무대 같은 느낌. 실제 보이는 모습을 나타낸 유적지 명칭은 영어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 The Ruins of Saint Paul's

 

광장 아래 골목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마카오에 오면 꼭 먹어야한다는 에그타르트. 드디어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봄)

 

 

그래봤자 겨우 계란빵인데 별 것 있겠냐 싶었는데, 나의 오만을 반성합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2개 사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기까지 함.  

 

 

 

 

의도치 않게 해질녘에 온 덕에 간만에 훌륭한 sunset을 보고 간다. 인생사 새옹지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찍은 마카오의 풍경들.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르게 골목 구석 구석은 여기가 아시아라는 느낌이 또 든다. 유럽과 중국의 모습이 뒤 섞인 이국적 풍경이 인상적이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구석구석 둘러보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 터미널. 출국장이다. 뭣 모르고 찍었다가 제지 당함.

 

 

타고갈 코타이젯 모습. 참고로 터보젯은 빨간색. 탑승하자마자 바로 기절. 눈 떠보니 홍콩섬으로 컴백. 8-9시쯤이었다. 따로 식사하러 나가기 애매하여 터미널 내 푸드코트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엄마는 홍콩음식 느끼하다고 개운한 거 찾으시고, 나도 기름기 있는 음식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니 회전초밥집이 보여 바로 입장.

 

 

 

자리마다 모니터가 달려있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면 자리 앞으로 주문한 요리가 배달되어 도착한다. 접시 내리고 앞의 버튼을 누르면 운반해주던 쟁반(?)이 다시 사라짐. 간만에 기름기 없는 식사였고, 신박한 시스템에 감탄하며 먹었다. 인건비 줄이는 방법 참 다양하다 싶어서 감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지는 않았다. 이렇게 4시간 짜리 마카오 여행을 마무리.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자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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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18. 4. 14. 21:58

4월의 첫 주, 간만에 카메라 들고 꽃놀이하러 창경궁행. 봄 소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씨는 쌀쌀했다. 핸드폰의 날씨 어플로 확인한 오늘의 날씨는 흐림에 영상 2도. 화사한 벚꽃 아래 모든 이들이 코트나 패딩 차림이었다.  그래도 추운 덕에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았다.

 

 

​뜻밖의 추격전.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이던 백송. 서늘한 날씨에 진달래 뒤로 보이던 희끗희끗한 줄기가 매력 있어 나도 모르게 앞에 서서 한참 구경. 

 

 


​작년 11월 보수를 마치고 다시 오픈했다는 대온실. 하얀 실내에 따뜻한 햇빛, 예쁜 식물들이 조로록.

 

 

​떨어진 꽃잎에 떠오르는 잉어.

 

 

창덕궁을 넘어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꽃도 사실 아주 만발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쌀쌀한 기온 탓에 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져 다음에 또 가보자며 창경궁을 나섰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한 txt coffee 가 생각나 지도를 켜고 갔다. 창경궁에서는 도보로 20분 정도의 거리.  

 

​카페는 작았다. 연필로 주문지에 메뉴를 체크해서 주면 깔끔한 인상의 주인 분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과 갈색의 카페. 진녹색의 컵도, 깔끔한 카페 안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원래 아메리카노나 드립커피만 마시는 나지만, 이 날은 어쩐지 라떼가 생각났더랬다. 플랫화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자리가 없어 밖의 의자에 앉아 라떼를 마시며 골목 풍경 감상.

 

 



 

다시 큰 길 쪽으로 걸어나오면서 골목 구경. 시간이 80년대에 멈춰있는 듯한 풍경.

기웃거리다 홀린 듯 들어간 파스타집.

 

​요즘 이런 원고지를 아직도 파나..

 

 

​따끈한 식전빵. 얼핏 보면 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비쥬얼.

 

​옛날깐날 어릴 때 모았던 투명 구슬들.

 

​새우할리피뇨 스파게티와 트러플리조또.

 



옛 골목은 언제와도 좋다. 이렇게 유달리 추웠던 꽃구경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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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HK & Macau2018. 1. 28. 13:15

 

 

본격 홍콩 여행기에 앞서.

홍콩은 크게 구룡반도와 홍콩섬, 란타우섬으로 나누어져 있다. 공항과 디즈니랜드는 란타우 섬, 침사추이, 야마우테이, 몽콕은 구룡반도에, 센트럴과 소호, 셩완, 빅토리아 피크, 리펠스베이 등등의 대부분의 장소는 거의 홍콩섬에. 방문장소 지역 수만 놓고 본다면 홍콩섬에 가장 많이 있다. 구롱반도-홍콩섬 사이에 바다가 가로막고 있기는 해도 페리가 수시로 다니고, 20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라 숙소는 어디에 잡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고, 대중교통도 잘 되 있을 뿐더러 동선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호텔을 경험하고 싶은 게 아니면 숙소를 굳이 옮겨다니며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처음에 생각했던 숙소가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성수기가 걸리면서 숙소 값이 배로 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금 싼 곳으로 잡기는 했다만, 그 곳도 평소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좋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곳. 숙소 이야기는 추후에 하기로 하고, 일단 본격 여행기부터.

 

 

오늘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라고 감흥이 있을 나이는 지났다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였는데, 영상 20도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확실히 그 느낌이 안 나기는 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이튿날인 박싱데이(12.26)이 홍콩의 공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던 터라 큰 기대 없이 일단 길을 나섰다. 시차도 거의 안 나는 탓에 전날 비행기 지연으로 피로했던 걸 감안해도 비교적 푹 자고 개운하게 길을 나섰던 것 같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홍콩 셩완지구의 숙소로 큰 길에서 한 블럭 정도 뒤로 떨어진 곳이었다.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국수 맛집이 있다고 하길래 구글맵을 키고 길을 나섰다. 휴일인데다 이른 오전인 탓에 거리는 꽤나 썰렁했다. 휴일에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건 대부분 이방인이나 관광객들. 길 가며 오다가다 마주친 사람들 대부분의 목에는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고백하건데, 5-6년쯤 여름에 북경에 갔다가 더운 날씨, 지저분한 거리와 중국 특유의 문화 탓에 중국 쪽은 뭔가 지저분하고 어수선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 선입견이 민망할 정도로 거리는 깔끔했다. 휴일인 탓도 있었고, 날씨가 좋아서였을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홍콩은 내 예상과는 달리 깔끔하고 쾌적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역사 탓도 있을 거고, 좁은 땅덩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만 난개발의 흔적이랄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다. 특히 금융 중심지라는 센트럴로 갈수록 허리를 젖히고 봐야하는 아찔한 마천루의 화려한 건물들에서 한 골목만 돌아서도, 창문이 몇 백개인지 궁금해지는 기이한 오래된 건물과 담쟁이 넝쿨이 말라붙어 비틀어진 건물이 섞여있는데, 신기하게도 이질감 없이 섞여 묘한 그림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런 풍경이 신기한 나 같은 관광객은 걸음 걸음 카메라를 들게 된다.

 

 

숙소에서 5분쯤 언덕을 올랐을까, 우측에 보이던 사원. 유일하게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힐끗 둘러보고 나왔는데,  밥 먹으면서 생각나서 다시 찾아봤더니 文武廟 (만모사원) 으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사원이라고. 무려 1847년에 지어진 곳이다.

관광객 무리. 사원 둘러보고 나와서 쉬는 듯한 풍경.

 

 

드디어 40m 앞 목적지 발견.  그런데 도착했더니 닫음 ㅠㅠ. 심지어 그 옆집도 열린 줄 알고 갔더니 11시 반 넘어서 오란다. 오전 9시 밖에 안 됐는데. 휴일인데 너무 방심한 탓. 

 

가려던 맛집 옆에 있던 편집샵 홈리스. 역시 닫았지만, 책자에서 본 게 반가워서. 돌아가기는 늦었고, 홍콩까지 왔는데 스타벅스나 카페에서 케이크 먹긴 싫고, 설마 어디든 식당 하나 연 곳 없으랴 싶어서 골목을 다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골목 사이에 계단 아래 비교적 대로가 있어 내려가기로 했다. 저 가는 내려가는 계단 중간중간 조차 집과 입구가 있다. 여기서 작정하고 숨으면 못 찾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계단 중간에 의자에 앉아 시크하게 맥북 펼쳐들고 작업 중인 청년. 이런 풍경은 아마 홍콩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대로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고 스타벅스며 맥도날드만 문을 연 기세였다. 맥도날드도 앞에 보니 홍콩에서만 판매하는 특이한 몇 몇 메뉴가 보이긴 했다. 결국 맥도날드를 가야하나 싶어 아쉬운 찰나 어디에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두리번 거리다 보니 비닐커튼이 달린 작은 가게가 보여서 홀린 듯이 들어감.

 

뒷 편에서는 만두소로 보이는 듯한 재료를 손질하고 있고, 포장해서 가져가려는 듯한 손님이 앉아계심. 왼쪽에 서 있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맞아주셨다.

 

 

테이블마다 세팅되어있는 젓가락 통과 소스류- 간장, 칠리소스, fish sause가 있다. 취향대로 넣어먹으면 됨. 피쉬소스는 액젓과 향이 굉장히 비슷하다.

 

홍콩은 영어가 혼용되는 곳이라 의사소통에 큰 문제도 없고 영어메뉴 안내도 많다고 들어서 으레 메뉴판 어딘가에 영어가 적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라고는 코카콜라 포스터 외에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메뉴는 죄다 한자였고, 가게에 있던 직원들도 영어를 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엄마 없었으면 네이버사전 뒤지고 있었을 듯. 엄마가 메뉴 보고 2가지를 골라 주문. 문 연 집이 많지 않았던 걸 감안해도 외지인들보다 현지인들이 중간중간 와서 먹거나 테이크아웃을 연신 해가는 모습, 그리고 뒤에서 연신 만두며 재료를 직접 만드는 모습에 맛집이라는 막연한 기대이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결과는 대만족.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처음에 국물 한입 딱 떠 먹었을 때의 그 감동이란. 특히 저 소고기는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는데 촉촉하고 야들한 식감이 정말 최고. 피로가 한 방에 풀리는 느낌. 고명으로 올라간 파 한 조각과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적인 궁합이다.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느낌이랄까.  사진 찍기가 무섭게 말 한 마디 없이 정신 없이 흡입.  이 맛 때문에라도 홍콩은 와야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반성도 했다. 나는 나름 홍콩 가기 전에 맛집 블로그도 뒤지고 책도 뒤지면서 몇몇 군데를 알아왔는데 휴일로 이렇게 문을 닫을 거라는 건 예상도 못 했더랬다. 엄마 말씀이 옳았다. 여행 가서 그런데 가는 건 아니라고.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남들 다 가는 데 가본데 우르르 찾아갈 게 아니라 돌아다니다 관광객 없고, 현지인들이 앉아있는 맛집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정보를 많이 얻지만 우리는 그 정보 때문에 오히려 제한된 여행을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여튼 저렇게 먹고 HK$43 (6천원 남짓)이 나온다. 가성비도 최고. 한국에서는 이런 맛 먹기 정말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스러운 첫 끼 잘 먹고 갑니다. 

※ 참고로 홍콩은 합석이 흔하다. 소위 말하는 고급진 레스토랑이 아니면 웬만한 식당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나가는 분위기라 자리가 없으면 합석을 시키고, 다들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 혼자 왔으면 맞은 편에 낯선 사람과 밥 먹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다. 홍콩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상식인 듯.

 

 

오늘의 첫 방문지는 소호. 옥토퍼스 카드 구입 겸 지하철을 타기 위해 셩완역으로 이동했다.

 

 

셩완역. 홍콩도 대중교통이 잘 되있지만, 한국과 달리 지하철은 건성으로 보면 어딘지도 모른다. 입구도 그렇고 안내도 크지 않아서 의식하지 않고 보면 보통 건물 입구라고 지나치기 좋음.

 

역사는 깔끔하고, 한국과 크게 다른 느낌은 아니다. 전철에 사람이 많이 찍지 못 했는데, 열차칸 간격에 문이 없어 끝까지 보이는 게 좀 신기했달까.

 

 

 

소호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던 길 건너편의 풍경. 크리스마스로 대규모 세일이 시작되면서 어딜 가나 매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런 대로변이 있다가도 한 골목만 꺾어 들어가면

이런 재래시장이 섞여있다. 살만한 건 없었지만 그래도 기웃거리면서 구경.

 

 

 

 

다시 골목을 꺾어나오니 브랜드 체인점들이 널린 대로변. TOPSHOP 매장 발견해서 반가워서 봤는데, 마네킹 머리가 죄다 내부자들 안상구 스타일......어째서....

 

 

여튼 돌아다니다보니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도착. 홍콩의 명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800m) 라고 한다. 시간 대에 따라 상행, 하행을 다르게 운행하는데 관광객들이 주로 오는 시간에는 상행으로 다닌다. 중경삼림에서 왕조위를 짝사랑하는 여주인공이 그의 집을 몰래 훔쳐보는 장면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여행책자 안내상 상행은 10:20-24:00,  하행은 06:00-10:00)

영화에서 바로 요 장면.

 

800m가 일괄적으로 모두 이어진 곳은 아니고 중간중간 끊기는 곳이 있고, 계단 및 출구가 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발견한 란퐁유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밀크티 맛집이라고 한다. 저걸 먹기 위해 선 줄....

 

한층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좋다.  절반을 못 갔을 때 쯔음인가, 건물 하나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공사짓는 곳이 있었다. 그냥 공사현장인갑다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신경썼는데, 홍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라 이상하게 기억이 남았는데, 얼마 전 짠내투어에서 홍콩이 나왔더랬다. 거기서 나와서 알게 된 거였지만, 그 공사터가 바로 중경삼림에 나왔던 양조위의 집이었다는 사실. 짠내투어에서는 거기를 보려고 온 거였는데, 공사현장인 걸 보고 다들 허탈해하는 것에 나도 다시 놀랐다. 어쩐지....ㅎㅎㅎ

 

 

 

 

에스컬레이터의 끝에는 소호가 있습니다. 날이 날인만큼 관광객 절반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온 현지인들로 사람이 꽤 많았다. 바와 각종 카페가 많다고 하는데, 뭐 홍콩의 뒤죽박죽 이질적 풍경에 그새 익숙해진 탓인지 정갈한 카페거리는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졌다. 란콰이퐁은 밤에 와야 재밌다는데 나중에 한 번 다시 와야지. 잠시 둘러보고 다시 슬슬 내려오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을 따라 내려오다 발견한 특이한 풍경에 사진 찰칵. 근데 여기 짠내투어에도 나왔다. 알고보니 미슐랭 레스토랑...가성비 갑이라고. 그런데 뭐, 난 후회하지 않아. 알았으니 다음에 또 가면 되는 거지.

 

가게 정면샷. 이런 사진은 매 여행마다 찍는다.

 

 

핫한 바와 카페가 즐비한 소호와 란콰이퐁을 벗어나 또 샛골목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여기서도 가려던 맛집이 있어서 엄마한테 욕 아닌 욕 먹어가면서 찾았는데 또 문 닫음 ㅠㅠ 이제부터 맛집 찾아 안 가고 다니면서 먹기로 하고 다시 골목 투어를 시작했다.

20도면 덥지는 않아도 생선 내놓고 팔기 적당한 온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얼음도 없이 저렇게 생선들이 나와있다.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나타난 먹자골목 분위기. 골목 끝에서 끝까지 테이블이 깔려있고 식사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관광객은 없고 대부분 현지인 분위기라 여기다 싶었다.

 

그래도 길에서 먹는 건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들어 골목에 있는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주문한 죽 두 그릇. 저 닭죽.........아직도 생각난다.  한국에서 먹는 닭죽과 생긴 건 큰 차이가 없는데 국물 베이스가 한국보다는 강하고, 고수 약간과 샐러리가 들어있는데, 와. 너무 잘 어울린다. 내가 닭죽해서 이 야채들 넣는다고 나올 맛은 아닐 것 같은데. 계단 지란도 독특하고. 감기기운이 뚝 떨어지는 맛있다. 이렇게 오늘 아침, 점심으로 인해 홍콩을 와야하는 이유가 다시 생겨버리고.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홍콩식 죽요리를 콘지(congee)라고 한단다.

 

그리고 아까 본 란퐁유엔으로 갑니다. 그렇게 맛있다는 밀크티를 먹으러. 먼저 현찰을 준비하고. 여기가 유명한 이유는 저렇게 망에 걸러내는 밀크티 때문이라고. 찾아보니 Silk stocking milk tea라고도 한다는데 설마 진짜 실크스타킹은 아닌 것 같고. 아이스가 조금 더 비싸다. 가게 앞은 어수선하고, 테이크아웃도 되고 안에서 주문해서 먹어도 되는데 굳이 앉아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여 테이크아웃으로 선택.

차 특유의 씁쓸한 맛이 훨씬 강한데 그저 달달하기만 하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먹어본 밀크티 중 이런 맛을 내는 곳은 아직 보지 못한 듯. 아이스 한잔에 HK$22. 따뜻한 차는 1-2불 더 쌌던 것 같다.

 

 

 

돌아다니다 웬 깔끔한 몰이 보여서 입장. 여기 이름이 뭐였더라....여튼 매장 전반에 있는 브랜드가 홍콩 로컬 브랜드인 듯 했다. (아님 우리나라에 안 들어왔거나) 대부분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이름들. 전반적 분위기나 가격이 최고급도 아니지만 싼 가격도 아니었다. 주 타겟 고객이 관광객은 아닌 것 같고, 홍콩에서 중산층 이상 타겟인듯.

 

홍콩에서의 바바리샷. 여행 직전 감기 걸린 통에 여행 내내 마스크를 달고 다녔다. 이게 웬 민폐.....여튼 이 사진 찍었던 매장에서 예쁜 레이스자켓 구매. 가격이며 옷 퀄리티가 다 괜찮았다. 매장 둘러보고 화장실 해결하고 나와서 다시 이동. 빅토리아 피크로 가기 위해 피크트램 타러 이동.

 

 

 

가다가 명품샵 다 모여있는 몰이 보여 잠깐 들어갔더니 엄청 화려하게 해놓은 크리스마스 데코. 애들 진짜 많았다. 애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는 총집합에 사람들도 사진 찍고 난리. 너무 어수선해서 잠깐 둘러보고 바로 나옴.

 

센트럴 지역. 허리를 젖혀여만 겨우 끝이 보이는 마천루들. 불과 10분 거리의 시장판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쭉쭉 솟아오른 마천루는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휴일이라 정장 입은 사람들은 없었지만, 여기는 금융가 느낌. 우리나라 역삼이나 강남과 비슷하고, 싱가폴 금융가도 여기랑 비슷한 분위기.

 

 

 

피크트램 줄 보고 바로 포기. 줄이 말도 못하게 길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았지만 사진속 보이는 인원의 10배 가까운 인원이 알수없는 형태로 줄을 서 있다. 줄 요상하게 설라치면 어디선가 보안요원(?) 같은 분들이 나와서 강하게 제지하는 걸 볼 수 있음. 날씨도 뭔가 흐렸고, 야경은 다음에 또 와서 보면 되니까. 이유없이 줄 30분 이상 서는 짓 안 하는 나이기에 큰 아쉬움 없이 돌아섬.

 

 

 

더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야자수에 칭칭 감겨있는 전구 장식이라니.

 

밤이 되니 그제서야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낮에 오리구이집을 우연히 지나가다 봤는데, 미슐랭 1스타이길래 기억해뒀다가 다시 찾았다. 운 좋게도 줄 안 서고 바로 입장.

하지만 오리는 이미 품절 ㅠㅠ 아쉬운 대로 닭요리를 시켰는데, 꽤 맛있었다. 엄마도 같은 메뉴를 시키심. 간장소스 베이스의 닭요리를 얹은 밥인데, 단촐하니 맛있었다. 내 스타일 메뉴. 주윤발이 자주 왔던 집인지, 곳곳에 가게 주인과 주윤발이 찍힌 사진이 걸려있다. 2015년부터 꾸준히 미슐랭 1스타에 등록되는 집인 듯. 1인당 HK$58,  미슐랭 명성을 감안하면 가격도 적당함.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우리가 일어설 때 즈음에는 주방도 정리되고, 나와서 보니 셔터도 반쯤 내린다.

 

 

 

다시 큰 길로 나와 트램 타고 호텔로 귀가. 이렇게 첫날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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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