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9. 9. 23. 12:07


#1.
요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점심에 뭘 어떻게 먹을 것인가다. 그 전에야 으레 구내식당을 가거나 근처에서 사먹고 다시 들어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오후 1시면 일이 끝나다보니 점심 챙겨먹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다. 집에 와서 챙겨먹는 것도 일이지만 치울 생각만 하면 더 귀찮고 매번 사먹자니 아깝기도 하고. 엄마들이 집에서 점심 대충 챙겨먹는 마음이 이런 건가. 한 알만 먹어도 배가 차는 점심용 알약 같은 게 좀 나왔으면.


#2.
호텔 델루나,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그나마 챙겨보는 프로였는데 줄줄이 종영. ‘타인은 지옥이다’는 웹툰은 재미있게 봤는데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는 잘 만들긴 했는데 뭐랄까, 다들 연기를 너무 잘 해서인지(개인적으로는 특히 주인공 및 주인공 여친의 직장사람들) 드라마로만 보기에는 섬뜩하고 찝찝해서 막상 잘 안 보게 된다. 그러던 와중 반갑게도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2가 어제 새로 시작되서 보는 중. 작년 시즌1을 보고 너무 괜찮은 프로라고 주변에 추천도 하고 그랬는데, 사람들 생각은 역시 다 비슷한 가 보다. 만화가 허영만 씨가 나오는 백반기행도 나의 취향 저격이고. 그나저나 백종원 아저씨는 볼 때마다 참 부럽다. 자기 좋아하는 일로 성공한 것도 부럽고 풍부한 지식, 여유로워 보이는 성격이며 센스 이런 거 모두 다.


#3.
요즘 여유가 있어서인지 동창이나 다리 건너 알던 사람들, 심지어 구남친 등등 옛날에 알던 온갖 사람을이 갑자기 뜬금없이 떠오를 때가 있어서 뭐하고 사나 싶어 가끔 찾아보는 데 대체적으로 그럭저럭 다들 잘 사는 것 같다. 똑똑한 친구들은 대부분 다들 어디선가 연구를 하든 교수를 하든 아니면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나이가 나이다 보니 부모가 된 이들도 많고 빨리 결혼한 사람들은 심지어 학부형(!)이 되어있다. 남편은 우리가 연애 초에 애 낳았으면 걔가 지금 프로듀스101에 나와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며 소름 끼치는 농담까지 함. (-_-) 어쨌거나 그럭저럭 잘 지내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추적(?)이 된다. 전에 어디선가 그러더라. 당신이 모니터 상에서 읽는 이야기들은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말이고 당신도 그 중 하나일 뿐인데 그걸 대중의 의견이라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읽을 시간조차 없다고.

애초에 인터넷에 흔적을 전혀 안 남기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뭔가 시원찮게 풀리거나 안 좋은 일들을 겪거나 하면 유지해오던 sns마저 중단하거나 아예 탈퇴해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오래 알았거나 나름 친분이 있었던, 하지만 자주 보지 못 했던 사람들이 온라인 상의 자취마저 희미해지면 뭐랄까, 마치 증발이라도 해버린 것 같다. 살아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잘 못 느끼니 유령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먼저 연락을 선뜻 하기도 망설여진다. 나는 잘 사는데 너는 어떠냐고 괜히 들쑤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동성이 아닌 이성친구면 괜히 더 조심스럽다. 흔적을 지우고 지내오던 오랜 친구 하나가 얼마 전 카톡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한 걸 보니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서.


#4.
여중 여고를 나오긴 했지만 남녀공학인 초등학교, 대학교에서 보면 정말 똑똑하고 괜찮다고 느낀 이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아무리 못 해도 최소 교수는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런 친구들. 그런데 그 공부 잘 하는 언니들 동생들 생각보다 다들 어디서 뭐하는지 사라진 사람도 많고 평범한 가정주부로만 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서 좀 충격이었다. 나는 개인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세계를 구원하거나 우주를 정복할 능력이 있어도 평범한 주부로 사는 게 더 행복하다면 그걸 뭐라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알고 있는 입장으로 옆에서 보면 재능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비교적 가까운 데 있었던, 똑똑한 그녀들은 왜 더 안 하냐는 질문에 공부하기 지겹다고 더 못 하겠다고 지쳤다고 모두 얘기했다. 공교롭게도 다 아기 엄마다. 희안하게 남자들은 그런 경우가 잘 없더라. 더 웃긴 건 그렇게 직장이나 자기 분야에서 그럴 듯한 위치에 올라서 있는 여자는 미혼 비율이 높았고 성격이 유별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다못해 같은 여자 입장으로 이해해 보려고 해도 또라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성격도 있었다. 그래서 성공(?)한 (소수의) 여자는 독한 년 소리를 듣나 싶었다니까. 평범하면 못 버티는 걸까. 남자들도 이상한 사람 많지만 이상한 여자는 더 튀어보인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 싸잡아서 볼 수는 없지만 뻔한 카테고리에 묶여 능력자들이 은둔고수처럼 사는 걸 보면 마음이 복잡할 데가 많다.


#5.
다음 주 부터 드디어 운전연수를 시작하기로 했다. 운전은 겁나지만 스케쥴 상 연수 기간에는 점심을 사먹어야되는 스케쥴이 되는 게 안심이 된다. 제발 무사운전연수가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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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