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9. 11. 16. 18:36

11월의 꼬박 절반이 지났다. 어제 부로 1차 시험 카운트다운 D-80인 상태. 10월 첫 주에 알바 끝내고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공부만 할 줄 알았다.



지난 번 일기에도 썼지만 주6일씩, 한달하고 일주일을 더 근무했던 알바에서 임금체불을 당했다. 쓰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진심 ㅋㅋ 삼성동에 있는 검진센터로, 제시했던 페이도 괜찮았다. (맘 같아서는 검진센터 이름 까버리고 싶지만-_-) 원래는 9월 초부터 추석 전까지 초단기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간 거였는데 원장님이 사람 없다고 일을 더 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길래 그럼 9월까지는 풀로 일을 해주고 10월부터는 파트타임으로 돌리던가 하는 걸로 계약을 하고 일을 했다. 이게 아마 올해 나의 최대실수였지 아마. 계약서 쓸 때 뭔가 아니다라는 촉이 있었는데 말이다.


로딩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병원 시스템이 엉망이라 일을 할래야 할 수도 없었고 계약서에도 없던 잡무가 은근슬쩍 넘어오는 느낌이 나서 원장이랑 언쟁(?)도 있었지만, 사람이 없으니 나 몰라라 팽개치고 가기도 뭐한 터라 가능한 빨리 정리하고 나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직원 누군가가 임금 체불에 대한 귀띔을 해주었다.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났습니다. (-.,-) 병원 시스템만 엉망인 게 아니라 정말 행정이며 온갖 문제가 엉망진창인 곳이었던 것. 신뢰는 안 갔지만 명색이 같은 의사로서 원장을 그래도 한 번은 믿어보려고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뻔뻔함에 답이 없다 싶어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고 며칠 전 출석을 했다. 담당감독관님에게 들은 바 8월부터 꾸준히 신고가 들어온 상습범이고, 피해자가 50명이 넘는다는 말까지 듣고 온 상황. 원래 지난 주 검찰 송치 예정이었는데 나랑 다른 피해자가 또 신고가 들어온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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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좋고 페이 괜찮고 짧게 일할 생각에 설마 구린 데겠어? 하고 더 알아보지 않은 내 불찰이기도 하지만 심란하다. 적어도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면허’ 그 자체에 단순한 책임감 이외에도 직업적 특성에 대해 신뢰나 정직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치라는 게 있었다. 소위 말하는 동네병원이니 검진센터니 하는 로컬들이 다 이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다 보니 로컬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디서 무얼 하든 쓰레기는 있다지만 저 멀리서 그런 놈이 있대. 아 대박 ㅋㅋ 뭐 이런 카더라 식으로 들어본 거랑 직접 당해본 건 전혀 체감이 다르다. 민사소송까지 갈 수도 있어 시험 끝나면 준비를 해야될 듯하다. 참 웃긴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나만 불편하고 시간을 허비해야하는지. 정신적 피해니 위자료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은 흘러 원서 접수 시즌이고, 전문의 원서구매비+시험응시비+협회 가입 조건으로 하루에 130만원 가까이 나갔다. -.,- 아니 이 돈 다 내면 무조건 붙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뭐 이라 많이 받나유. 그 와중에 퇴사했다고 병원 지원금이 더 안 나온다며 3년차가 전화해서 괜히 미안해했다. 행정상으로는 퇴사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 아쉬울 때 제발 와줄 수 없냐 이런 식으로 입사해서 실제 수련연차보다 3개월 반을 더 일했던 나로서는 추가근무기간에 대해서는 전공의 경력으로 인정도 되지 않고, 퇴사하면 생판 남이라는 분위기가 아쉽다. 입사하자마자 메르스 터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관두라는 계시였나 싶기도 하고. (-.,-) 퇴사할 당시도 그렇고 정 떨어지는 일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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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어쩌겠나. 열심히 해야지. 집밥 알차게 챙겨먹으면서 버티고 있더. 전문의 시험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합격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합격율이 대체적으로 높은 시험이기도 하지만, 탈락이 쪽팔리고 어쩌고의 이런 문제가 아니라 4년간의 경력이 허공에 떠 버린다는 것.




이런 저런 스트레스 받았지만 잘 해냅시다. 이젠 좋은 일만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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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