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은 이를 ‘긍정의 횡포’라는 단어로 꿰어냈다. 긍정의 횡포는 미국의 역사에서 기인했다. 아메리카 이주 초기, 칼뱅주의자들은 천국 지옥 운명 예정설을 믿었고, 미국인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이 천국에 갈 운명임을 입증해야 했다.
천국 지옥의 운명은 지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로 정착됐다. 신은 사람들이 번영을 누리기를 바란다는 번영 신학과 긍정심리학이 번성했다. 많은 가정에서 불쾌한 감정을 말하는 게 금기어가 됐고, 아이들도 강제적 쾌활함에 길들었다. 부모는 아이가 슬픔을 감추도록 주의를 주었다.
승자로 인정받는 사람들과 패자로 여겨지는 사람의 구별이 심화했고, 패자들은 문화적 천민으로 취급됐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에도 만연해서, 겉으로는 행복한 승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쾌활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직후 자살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음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원래 여유 있으면 미리 정리하려고 했는데 2,3월은 미친 듯이 바빴고 출산 휴가를 나온 이제서야 정리한다. 정작 출산 뒤는 시간이 더 없을 것 같아서......여튼, 임신기간 중 겪은 일들 중에 가장 예상 못 했던 것 중 하나가 임신성 당뇨를 진단 받은 거였다. GDM (Gestational Diabetes Melitus), 임신성 당뇨를 뜻하는 말로 임신 중 발병한 당뇨로 이미 당뇨를 진단 받은 사람이 임신한 경우를 말하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그 동안 별 문제 없이 지내다가 임신하고 나서 당뇨가 발병한 것이 확인된 경우. 임산부라면 누구나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게 되어있는데, 이 때 진단을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비록 내가 의사지만 이 글은 철저히 당뇨를 겪은 환자의 입장에서 쓴 글임.
1) 원인 :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모체의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이게 잘 되지 않는 경우 당뇨로 발병. 한국에서의 임신성 당뇨 발병율은 5% 내외로, 생각보다 빈도가 아주 낮지는 않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risk factor로는 가족력, 임신 전비만인 경우 (BMI 30이상), 경산부인 경우라면 4kg 이상의 거대아 출산력 혹은 예전 임신 때 GDM 진단을 받았던 기왕력, 노산 등이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가족력, 비만 등 일반적인 risk factor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던 터라 진단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1도 안 하고 있었는데 선별검사에서 걸린 거에 1차 충격 받고 확진 받은 후 하루가 좀 멍했다고 해야되나. 심지어 선별검사시에는 공복이 필요없다는 말 듣고 그날 아침도 야무지게 챙겨먹고 가고, 가는 차 안에서 사탕이니 뭐니 까먹으면서 갔던 터라 ...나중에 출근해서 그런 얘기했더니 같이 일하는 간호사 쌤들이 공복으로 갔어야지~~~라고 타박을 타박을...ㅠㅠㅋㅋ 그래서 선별은 몰라도, 확진검사는 문제 없이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걸리고 말았다. (-_-) risk factor를 따져보면 굳이 임신 관련 시술이나 노산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는 근거 없는 나의 생각이 있다. 시술 후 PD 를 거의 2-3달 복용했으니 그런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내 맘대로 추측.
2) 진단 - 선별 검사: IUP 24-28주 사이에 50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여 1시간 식후 혈당이 140이 넘는 경우 확진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이 때 140이 넘지 않으면 통과. 140이 넘으면 확진 검사 해야 된다고 따로 연락이 온다. - 확진 검사 :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75g 경구당부하검사를 했고, 100g 으로 하는 곳도 있다고.
75g OGTT (mg/dl)
100g OGTT (mg/dl)
공복
92
95
1시간 뒤
180
180
2시간 뒤
153
155
3시간 뒤
-
140
** PK 내분비내과 실습 때 경구당부하 검사하는데 달아도 너무 달아서 먹다가 구역질이 났던 기억이 있어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그 사이 약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따로 나오는 건지 생각보다 먹을만 했다. 레몬향, 오렌지향 같은 게 첨가되어 있어서 그런가.
3) 증상 : 당뇨는 증상이 없다는 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단 저혈당은 체감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임신 후기에 저혈당이 올 수 있다고 하던데, 나도 한 37주쯤엔가? 오전에 일하는 중에 갑자기 저혈당이 와서 깜짝 놀랬다. 갑자기 어지럽고 두근거리면서 식은 땀나고, 옆에서는 내 얼굴이 창백해져서 놀라고...당장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혈당이 높아도 문제지만 저혈당은 의식 저하 같은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저혈당을 대비해 당뇨환자라면 사탕 같은 것을 반드시 챙겨다니는 게 좋다. 회사라면 본인이 당뇨가 있음을 꼭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
4) 관리 :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당뇨의 관건은 혈당 관리다. 목표는 공복혈당<95mg/dL, 식후 1시간은 140 미만, 식후 2시간은 120 미만으로 유지.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 기형, 거대아, 신생아 저혈당,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발생 확률이 증가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소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물론 임산부에게는 임신성 고혈압, 조산 등등의 위험이 있고, 출산 후 Type 2 DM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진단을 받게 되면 보통 내과 진료를 같이 보게 되는데, 대학병원의 경우 내분비내과로 환자가 의뢰된다. 어차피 당뇨를 진단 받은 임산부가 쓸 수 있는 약은 인슐린(주사) 뿐이다. 진단을 받았다고 무조건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2-3주간 공복 및 식후 혈당을 측정하여 기본적인 혈당 패턴을 분석한다. 하루 3끼를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전제 하에 공복, 아침/점심/저녁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하여 기록해가면, 그걸 바탕으로 인슐린 치료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혈당은 식습관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식단 조절이 필수고, 영양사를 통한 식단 교육도 함께 받는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영양이니 식단 등에 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절절하게 깨닫게 됨. 꼭 당뇨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영양사를 통한 식이 교육 받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여튼, 식이 조절 및 운동 등등 온갖 비약물적 치료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인슐린 치료를 하게 되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하루 4번 혈당을 재다보면 혈당이 언제 주로 오르는지가 보인다. 나는 공복이나 오전 식후는 거의 문제가 없었는데,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식후 혈당이 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1달 반 정도는 4번 체크한 이후 하루 2-3번으로 혈당 측정을 줄여도 된다는 말을 듣고 점심/저녁 식후 하루 2번씩 측정했다. 요즘은 혈당 측정기가 어플로 연동이 되어서 수첩에 매번 적지 않아도 다 저장이 되서 좋긴 하다. (물론 그래도 외래에서 선생님이 보시기 때문에 수첩은 따로 정리함)
(1) 식단 조절 - 한식의 배신 가장 환장대잔치인 부분. 특히 나처럼 먹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식이 제한은 정말 괴로운 일 중 하나다. 단순한 체중조절을 목표로 하는 다이어트는 어떻게 보면 옵션이지만, 당뇨와 관련된 혈당 조절은 합병증 예방 및 추후 2형 발생 예방 등 장기적인 예후와 생존 등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특히 임산부의 입장에서는 본인과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빡세게 조절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들고 괴롭다.
기본적으로 당 조절에 있어 반드시 섭취를 줄여야 하는 식품군은 탄수화물. 매끼 밥 한 그릇씩 뚝딱 먹는 나로서는 이게 가장 고역이었다. 빵순이도 예외는 없다. 빵도 탄수화물 덩어리이기 때문. 면류는 더 위험하다. 전분이 포함된 탄수화물 폭탄이기 때문에 밥 한 그릇보다 위험한 게 라면이나 국수, 냉면. 여름에 언젠가, 별 생각 없이 백화점 갔다가 평양냉면을 주문해서 먹는데, 몇 입 먹다가 느낌이 쎄해서 검색해봤더니.........결국 반 그릇 남겼는데도 그 날 식후 2시간 혈당 140을 넘는 참사가 발생함. 내분비내과 선생님 말씀으로 당 조절에 가장 치명적인 음식들이 중국요리, 분식, 튀김, 각종 면류라고. 편의점 등에서 음식물(음료 포함)을 사게 될 때 붙어있는 영양구성표를 반드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탄수화물, 당이 높은 수치로 기록되어 있으면 눈 딱 감고 스킵하는 게 가장 좋다.
기본적으로 밥은 한 공기 기준에서 1/3~1/2로 줄여야하는데,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지 못하면 포만감이 떨어져서 뭔가를 찾게 된다. 밥을 줄이면 충분히 잘 먹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데다가, 당 섭취가 실제로 줄면서 예민해지는 게 느껴진다. 옆 사람한테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부족함을 각종 반찬으로 메꿔야한다. 물론 대체하는 반찬들이 묵이나 전류면 곤란해진다. 포만감까지 감안했을 때는 고기 반찬(불고기, 생선구이 등등)섭취가 가장 좋고, 나물이나 쌈야채 등도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짜게 먹지 않는 것. 한 동안 주말에 마트 갈 때마다 각종 야채 (샐러리, 오이, 파프리카) 등을 쓸어와서 반찬에 늘 추가해서 먹었는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습관이 안 되 있으면 쉽지 않다. 생야채를 꾸준히 먹는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걸 매번 손질해놔야 한다는 거. 한 2-3주는 그럭저럭 먹는데, 어느 순간 귀찮아지면서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된다. 나는 그랬어...퇴근하고 오면 나도 남편도 좀비인데 매번 야채 씻고 손질하는 게 이리 귀찮을 줄이야. 세상 귀찮지만 혈당 조절에는 직방이다. 보통은 저녁 전이 가장 힘들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기다리기가 유독 힘든데, 식사 준비하면서 오이 1개나 (손질되서 파는) 샐러리 5-6조각을 미리 먹으면 어느 정도 공복감이 해소되서 밥을 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가지 식단을 시도해본 결과 혈당 관리에 있어 내가 받은 느낌은 한식의 배신이었다. 우리는 은연 중에 햄버거, 피자 등등은 몸에 좋지 않고 트랜스지방이 어쩌고...를 늘 듣고 한식이 좋다 어쩌다 했는데, 혈당을 체크해보니 전혀 (-_-) 밥은 물론이고 짠 음식은 혈당 조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식이 기본적으로 간이 좀 되 있는 것들이 많아서....백미밥보다는 현미가 좋지 않나요 이러는데 기본적으로 밥을 한 그릇 다 먹는 건 안 된다. 잡곡밥이라고 해서 혈당이 안 오르는 게 아니라 혈당이 좀 천천히 오른다고....결국은 양을 줄이는 게 필수인데, 한식은 반찬들도 기본적으로 간이 되 있는 짠 음식들이 많아 권장이 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밥, 찌개 베이스의 한식이 생각보다 혈당 조절에 위험하다고 보면 된다.
매번 고기에 야채쌈만 먹을 수도 없고, 고민하다 찾은 것은 소위 말하는 지중해식단. 올리브오일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사용한 각종 샐러드(방울토마토, 부라타치즈 많이 먹음), 오일파스타, 그리고 생선구이(주로 연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먹으면 포만감을 채우면서도 혈당이 120을 넘은 적이 없었다. 물론 이 지중해 식단도 계속 가지는 못 했다. 귀찮은 건 어쩔 수가 없다. "건강한" 한 끼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추가로 햄버거도 혈당 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쉑쉑 먹고 혈당 100대 나온 거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지. 비교적 야채 위주에 기름기 덜한 서브웨이도 추천 메뉴다.
(2) 운동 운동은 필수. 솔직히 식이를 완벽하게 조절하는 건 쉽지 않다. 하루가 고되고 너무 힘들면 혈당이 오를 걸 알면서도 참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위기가 누구나 온다. 결국 마지막 한 입을 포기 못 하거나, 미친 척하고 먹은 라면은 충격적인 혈당으로 나타나 후회와 죄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기 잘했다는 알 수 없는 희열의 양가감정을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을 해야된다. 나는 원래 다니던 필라테스도 있었지만 매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기에...
임산부가 가장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은 결국 걷기다.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몸에 부담이 되는 게 아니라면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날씨만 좋다면 말이다.
어제도 한동안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한 마라샹궈에 밥 2/3까지 먹은 나. 경험적으로 혈당이 높게 튈 거라 짐작하고, 남펴니와 함께 1시간을 넘게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식후2시간 혈당을 재보니 114. 안 걸었으면 140은 가뿐히 넘겼겠지. 만삭이 다가오는 시점에는 걷기가 순산에도 도움이 되고, 적당한 운동 후 밤에도 비교적 푹 잘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봤다. 빼먹은 내용이나 출산 후 F/U 관련하여서는 추후에 정리하기로.
야금야금 배가 나오기 시작. 병원 안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내 배만 쳐다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배가 나온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보다 옆에서 배 많이 나왔다고 놀라는 거랑 움직일 때 이래저래 불편한 것들이 많아졌을 때 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데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발이 슬슬 안 보이기 시작 ㅋ 들은만큼 발톱 깎는 게 안 되지는 또 않았다는 거.
퇴원하신 환자분이 교수님 외래 통해서 임신한 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했다며 전해주신 핸드메이드 수세미 ㅋㅋ 안에 초콜렛도 들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에는 입원한 환자/보호자 또는 퇴원한 분들이 외래 통해서 전달 받은 선물이 유달리 많았다. 숨 차서 헥헥거리며 병동 돌아다니는 게 불쌍해보였나 싶기도 하고;;;
트위터에서 우연히 레시피를 발견하고 만든 레몬딜버터. 레몬 1개, 250g 짜리 (가염)버터, 마켓컬리에서 산 딜 10g으로 만들었는데 연어 구울 때 얹어 먹으면 풍미가 장난 아니다. 레몬껍질 소금으로 박박 닦고 나서 강판에 가는 게 수고스럽긴 하지만 만족스러움.
무럭무럭 튼튼이는 9개월이 되었습니다. 태교는 커녕 하루하루 치이는 일에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별 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 해서 미안하지만 별 탈 없이 잘 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에 루꼴라 넣은 오일파스타와 방울토마토 샐러드. 혈당 관리한다고 한동안 이렇게 지중해 식단 유지하면서 지냈다. 야채나 생선류 위주로 먹으면 포식해도 식후 혈당이 120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음 ㅎㅎ
이젠 안정기니 정말 오랜만에 먹은 회덮밥. 야채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인 이 곳은 이대서울병원 지하 식당가.
반차내고 오는 남펴니 기다리며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
역시나 오랜만에 먹는 명란아보카도비빔밥. 잘 후숙된 아보카도 고르는 건 여전히 어렵다 ㅠ
주말에 마트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집어오다보니 어느 순간 남아도는 방울토마토를 처리하기 위한 무리수식단. -.,-
썬드라이토마토 넣은 이탈리안파슬리파스타와 연어구이. 드라이토마토를 넣으면 확실히 풍미가 다르다.
그리고 시어머님 생신 때도 응용 ㅋㅋ 칠순이신데 코로나로 외식하기도 좀 그래서 시댁에 가서 요리를 했다. 음식을 크게 가리지는 않으셔서 이탈리안파슬리를 넣은 오일파스타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 부라타치즈 방울토마토 샐러드에 마켓컬리에서 파는 연어그라브락스를 곁들였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시부모님도 만족스러워 하심 ㅎㅎ 메뉴는 주절주절 엄청 거창해보이는 데 준비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하다.
봄나물에 꽂혀 만든 냉이무침.
그래도 한국 사람은 한식이지. 고기에 김치가 마구 땡기는 날도 있는 거고...
개원기념일인가 먼가 해서 특식 나온 날.
정말 몇 달만에 먹는 마라(T^T)샹궈인지...자극적이고 팔각? 이 들었다고 남펴니가 한동안 못 먹게 해서 우울했었는데 드디어....감격의 기념샷.
36주차 주수사진. 인스타 보면 다들 부지런하게 주수 사진 찍어 올리던데 난 너무 게으른가 싶다.
병원에서 많이 걸으라고 해서 강남역까지 걸어갔다 들른 밀도에서 산 레몬커스타드. 위의 하얀 코팅이 완전 설탕덩어리라서 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상큼한 레몬맛이랑 어울려서 너무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주기적으로 단 걸 먹어줘야 해.. 30분 넘게 걸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합리화 시키고. GDM 진단 받고 탄수화물 줄여 먹는 게 습관이 되긴 했다만 먹고 싶은 거 맘껏 못 먹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일 줄은 몰랐다. 난 먹는 게 낙인 사람인데 ㅠㅠ
달래 사와서 국에도 넣고 달래장도 만들어 먹은 날. 난 달래 손질이 이렇게 귀찮은지 이 날 알았다. 엄마가 해주시던지 식당에서 나오던지 어디서든 나오면 감사하게 먹어야 될 메뉴 인정.
임신 후반부로 가면 저혈당 증상이 온다고 하던데 진짜 오더라. 아침에 빵이랑 잘 챙겨 먹었는데도, 어느 순간 이상하다 싶다가 빙글빙글 도는데 아찔했음. 옆에 있던 간호사쌤이 급하게 사탕 물려주고 난리도 아니었음.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고심하다 찾은 메뉴 ㅎㅎ 디카페인이라 선택한 게 가장 컸지만 라떼에 과하지 않게 적당히 단 맛도 있어 한동안 잘 챙겨마셨다. 원래 무조건 아메리카노로 마셨는데 요 녀석 강추.
3월이 되서 연차도 올라가고 봄도 왔다. 벚꽃이 슬슬 필 기미가 보이기에 2주차 일요일 오전에 찾았던 창경궁. 그런데 뜻밖의 비에 자잘한 우박까지 쏟아져서 결국 집에서 패딩까지 챙겨갔는데 안 챙겨갔음 감기 걸릴 뻔한 날. 갑작스런 비 덕분(?)에 사람은 별로 없고 여유로웠다.
꽃은 반도 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반은 동물원 다녀온 느낌. 온실은 여전히 폐쇄 중이고 연못에 수많은 원앙들과 궁궐내 고양이 실컷 보고 왔다. 창경궁 가서 꽃보다 동물 많이 보고 온 건 처음. 아쉬운 맘에 또 가보고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3월은 주말마다 비가 온 탓에, 이후에는 동네에서 벚꽃 보는 걸로 만족.
37주차 사진.
뜻밖의 벚꽃 스팟이었던 우리집 부엌. 이사오고 낮은 층이 아쉬웠는데 이런 장점이 또 있다.
봄은 봄입니다.
팝콘 같은 몽실몽실한 예쁨. 내가 해가 바뀌었다고 실감하는 기준은 달력보다 벚꽃 피는 계절이 시작될 때인 것 같다.
생애 첫 기저귀 구매 ㅎㅎ 신생아용 기저귀라니...
그리고 드디어 분만휴가를 신청했다. 최대 90일간 쓸 수 있다고. 어쩌다보니 예정일 1주 전인 39주 0일차까지 출근하고 말았다. 그만큼 임신기간 중 별 일 없이 잘 지냈다는 반증이긴 하지만 (다들 걱정했는데 내가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었냐며.......) 마지막 3-4주는 진심 너무 힘들었다 ㅜㅜ 2년차가 3명이다보니 검사는 1도 안 줄고 (코로나였던 걸 감안해도 작년 3월의 검사수 2배였고, 심지어 올해 1-2월에 비해서도 차이가 없었음) 교수님들도 상대적으로 방관하는 느낌이라 뭔가 내시경기계처럼 일하는데 진심 너무 힘들었다. 나는 만삭이라 당직을 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오후 내내 정신 없이 검사하고 난 뒤면, 오후 회진 돌 때부터 이미 멘탈이 반쯤 나가있었던 것 같다. 점심에 5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운이 꽤 좋은 날. 퇴근 때에는 제정신이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해야하나..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몇 분이라도 기어이 졸았다. 내가 당직을 빠지니 그만큼 2년차 동기들과 1년차들 당직이 늘은 터라 미안한 맘도 있고 낮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빠지지 말고 열심히 도와주자 싶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정말...검사가 터무니 없이 많았다. 원래 3월은 검사 자체를 일부러 적게 잡는 달이었는데 그런 게 아주 자연스레 없어진 분위기 -.,- 일 자체로 빡치고 힘들어서 일하다 말고 울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 그래도 별 다른 사고 없이 잘 지나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남펴니가 에어프라이어를 2시간 가까이 돌려 만든 수육. 머스타드 후추 등등 뭐 이거저거 발라서 했다는데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맛있어서 엄지 척. 먹다가 모닝롤에 머스타드 피클 넣고 얹어 먹으면 웬만한 바베큐 저리가라 수준.
몇 년 만에 폭설이 온 그 날. 운 좋게 눈 내릴 때쯤 집에 도착해서 도로 위 지옥체험은 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얘기 들어보니 집에 못 간 사람도 있고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 새삼 운이 좋았다고 느낀 하루였다. 친구 한 명은 가로수길 근처에 차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버리고 갔다며-ㅁ-
난리 통에도 풍경은 예뻤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이면서 반사판 마냥 온 동네가 환하게 밝아졌던 날. 9시가 넘은 밤에 아파트 단지 안이 이렇게 환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음날 (차 없이) 출근할 생각에 잠시 아찔했지만 간만에 동네 아가들 다 나와서 썰매 타고 눈사람 만들면서 웃음소리 들리는데 이런 풍경이 얼마만인가 싶어 뭔가 뭉클했다. 코로나는 도대체 언제 끝날까. 잃어버린 일상이 너무 많다. ㅜㅜ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 ㅋㅋ 팔이라도 꽂아주고 싶었는데 주변에 나뭇가지가 없어 그냥 기념사진만...
병원에서 보이던 창 밖 풍경. 출퇴근은 헬이었지만 하얗게 덮힌 풍경이 주는 위로가 있다.
임당검사 재검 통과에 실패하고 혈당체크 및 식단 지도 받은 날 ㅜㅜ 가족력도 없고 그 동안 검진에서 문제 없던 내가 당뇨라니요 아이고 ㅜㅜ 노산은 슬프다. 주변에도 임신 출산이 늦은 사람도 많고 우리 엄마조차 노산이었던 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임당 검사에서 걸리니까 더 일찍 아기를 갖는 게 맞았겠다 싶어 살짝 후회되긴 했다.
옛날 같으면 밥 한 톨 안 남겼겠지만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 야채 위주로 식이 변경을 시작했다. 진료 보고 처음으로 먹은 식사라 기록 차원에서 남겨 봄.
전지현도 썼다는(진짜겠지?) 튼살크림. 중고등학교 때 갑자기 키가 훅 크면서 몸에 튼살이 남아있어 일종의 트라우마라 배는 사수하기 위해 7-8주쯤부터 매일 (샤워하고) 부지런히 바른 듯하다. 고가라서 그런지 열심히 발라서 그런 건지 30주를 돌파한 지금 아직까지는 선방 중. 다 쓰고 공병샷 남겨봄. 하나 더 살까 했는데 아들 2명을 이미 출산하신, 남편 동기분이 다른 바디크림을 선물해주셔서 바꾼 걸로 지금은 열심히 바르는 중인데 이것도 꽤 괜찮다. 암튼 임신 중에 썼던 괜찮은 아이템 몇 가지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는 걸로.
임당 진단 이후 풀밭이 된 우리집 식탁. 밥순이에 육식파라 힘들었지만 고맙게도 남펴니도 동참 중이다. 식단을 바꾸고 야채로 배를 채우니 탄수화물이나 고기로 배를 채울 때와 달리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게 느껴진다. 더불어 외식이나 사먹는 음식에 조미료나 설탕,나트륨 따위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체감이 바로 온다. -.,- 단점은 탄수화물을 줄이니 예민해진다는 것.......역시 사람을 너그럽게 만드는 건 탄수화물(당)과 money....
두번째로 눈 많이 왔던 날. 이 날은 도로에 안 쌓여서 차를 갖고 나왔지. 눈 내린 직후의 설경은 언제 봐도 좋다.
8번째 결혼기념일.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단 둘이 보내는 마지막 결기이기도 해서 간만에 외식 결정. 고민하다가 한 번 가서 기억이 좋았던 오프레로 예약. 보통 2주 전에 예약을 잡아야한다던데 운 좋게 해당 주에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실제 기념일은 주중이라 살짝 이른 주말로^^
전채부터 뭐하나 아쉬운 것 없이 이번 코스도 너무 좋았다. 후식으로 나온 직접 만드신 트러플 아이스크림!! 남펴니는 버섯을 원래도 좋아하지 않아 다소 불호였지만 나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프레는 해물과 버섯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다. 두 번째 방문도 대만족.
나올 때 직접 구우셨다는 귀여운 마들렌도 챙겨주셨다. 다음에는 세 식구로 뵙겠다며 배웅해주심 ㅎㅎ
주말에 현백 들리면서 가본 코엑스에 새로 오픈한 가배도. 피카가 없어지고 새로 들어온 듯 하다. 매장 내 취식금지라 텅 비어있어서 괜히 내가 민망해짐. 뭔가 한옥의 느낌이 섞인 듯한 깔끔한 매장.
나도 찍었다 만삭사진. 사실 언젠가부터 불어닥친 태교여행이니 만삭사진이니 하는 것들이 추억을 핑계로 과시욕을 채우는 느낌이라 뭔가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고 굳이 기록을 남긴다면 근처 사진관이나 셀프 스튜디오에 가서 심플하게 찍을 생각이었다. 언제 이렇게 배 나올 일이 또 있겠나 싶어서. 한 마디로 별 생각 없었던 상태. 한 16-7주쯤부터였나, 조리원과 연계 되어있는 스튜디오 측에서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락이 왔다. 그닥 내키지는 않았는데 주수 사진도 잘 안 남기는 성격상 이러다 초음파 사진 말고는 정말 사진 하나 안 남겠다 싶어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대로 날짜 맞춰서 (보통 28-9주 전후로 찍는다고) 진행했는데 음.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화장 안 하는 나에게 평소대로 화장하고 오라길래 정말 평소대로 갈까 싶어 한참을 또 고민하다 강남역 근처에서 돈 내고 헤메 받고 갔는데 결과물 보니 일단 화장하고 가기 잘 한 것 같고, 자신 없는 건 돈 내고 전문가 맡기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그냥 갔으면 뭔가 아쉬울 뻔 했다. 결혼식/졸업사진 이후 한 6-7년만에 돈 내고 화장 받은 듯 하다. 만삭사진이라는 특성상 1시간 내 촬영이 끝나고, 뭐 후다닥 끝났는데 정신 차려보니 신생아 스냅과 이후 50일/100일/돌스냅(이 중 택일)까지 하는 걸로 계약서 쓰고 계약금까지 치르고 왔다. 아마 출산 이후는 더 정신 없을 텐데 지금 미리 해둔 게 훨씬 편할 것 같기도 하다.
공병샷. 콤부차 에센스를 쓰고 있어서 연계차원? 에서 써봤는데 처음 바를 때 쫀쫀해진 느낌이 딱 들어서 꽤 만족스럽게 잘 썼다. 재구매 의사 있고 선물용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저것 다 써보는 스타일이라 다음에 만납시다. 요즘은 이솝에 꽂혀서 파슬리크림으로 갈아탐.
70일도 안 남은 시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이것저것 준비해간다. 그런 의미에서 1월의 마지막 주말은 간만의 미용실 방문. 늘 머리 해주시는 선생님이 컬 잘 나왔다고 매우 만족하며 찍어주신 사진.
새해라는 걸 딱히 느끼기도 전에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났다. 이번 달은 개인적으로도, 병원에서도 이벤트가 많았다. 결혼기념일이나 만삭사진 같은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시할아버님이 오래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셔서 심란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서 코호트 격리에 난리도 아니었다. 임산부이다 보니 다른 의미로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동안 잘 피해갔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는 풍경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턱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느낌의 공포는 확실이 다르다. 한 달 사이에 검사 2-3번 당하고..암튼 뭐 운 좋았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암튼 올해도 건강하게 무사히 잘 지내봅시다.
참 두달치 사진 정리하다 보니 음식 사진 아님 병원 사진 밖에 없어서 올릴 게 먹을 것 밖에 없다. -_-
코로나 격상 되기 전인 11월 초, 교수님이 조촐하게 잡은 회식. 무려 랍스타를 먹었다고 합니다. 랍스터 회 이 날 처음 먹어봤는데, 컨디션상 많이는 못 먹고 2-3점 정도 맛만 봤는데 쫄깃하고 신선하니 맛있었다.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는데, 오. 역시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겠다. 암튼 원없이 포식한 날. 역시 랍스터(를 포함한 각종 갑각류)는 남이 손질해준 거 먹는 게 최고란 사실도 새삼 깨달은 회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회랑 찜이 가장 맛있었다.
내 기준 (현대) 한국인의 전통 밥상 - 나트륨 폭발이죠..
가을 끝자락 퇴근하던 어느 날. 우면산 터널 진입 전 대기를 틈타 잽싸게. 경기도 출퇴근하면서 좋은(?) 점이 아무래도 산을 보다 보니 계절 체감이 남다르다는 것. 차 안이긴 해도 단풍 구경은 운전 중에 실컷 했다.
주문한 간장게장에 엄마가 해다주신 양념게장까지. 게장은 사랑.
원래 햄버거를 좋아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전형적 밥순이) 햄버거 피자 매니아인 남편과 살다보니 입맛도 은근 따라가는 듯하다. 쿠팡이츠로 배달 되길래 정말 오랜만에 쉑쉑 시켜서 먹어봤는데 음. 뭐랄까. 한국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맛이 좀 달라진 듯 하다. 한국인들 선호하는 맛으로 좀 바뀐 느낌이랄까..결론은 맛있게 잘 먹었다는 것.
병원 조식으로 귀여운 버거/팬케이크가 나와서 찍어봤습니다. (다른 날)
빼빼로 데이라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챙겨준 빼빼로.
병원 특식 스케일. 이렇게 머슴처럼 먹고 머슴처럼 일했지.....
가끔 병원 식당 밖 야외 테이블에 오는 고양이.
잊을 만하면 가는 빌즈는 언제가도 좋다. 가격만 조금 쌌으면 좋으련만..
새로 나왔다는 캐모마일 릴렉서. 뭔가 익숙한 맛인데 뭔지 몰라서 한참 생각해보니 리치즙에 물탄 맛. 지금은 단종되었다고...
코엑스 갈 일이 있어 오랜만에 브루클린 조인트.
겨울이라고 트리가 들어왔다. 별마당은 계절마다 바뀐 데코 보는 재미가 있달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니 한참 없던 사람들이 다들 다시 슬슬 나오는 느낌.
볕이 기가 막히게 잘 들던 우리집. 이제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12월 중순 지나서 지금은 이미 이사한 상태. 전세대란이 터지면서, 집 주인 분도 다시 집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도 등 떠밀리듯이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 분이 엄청 미안해하셨다. 그런데 뭐 어쩌랴 모두가 이 난리인 것을...다행히 같은 단지 내 집을 구해서 멀리 가지는 않았는데, 비교적 고층에 남향인 집에서 층도 낮고, 서향인 집으로 옮긴 터라 그 전의 채광이 아쉽다. (리모델링한다고 공사하시는 분이 와서 채광 끝내준다고 감탄하고 가실 정도) 매물로 나온 남향집이 있기는 했는데 너무 관리가 안 된 집이라 포기하고 선택한 서향집이긴 하다만..뭐 암튼 적응해서 살아봅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하니까요.....ㅂㄷㅂㄷ ㅁㅈㅇ
일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가끔 이런 한국식 돈까스가 끌리는 날이 있다. 교대역 왕돈까스 추천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원이 안 됨. 치즈 돈까스도 정말 대박이다.
트위터에서 발견한 놀라운 토마토수프. 전자렌지로 5분 컷 가능한 요리다. 이건 조만간 따로 레시피 정리해서 올리는 걸로...
마켓컬리 배송비 빼려고 이거저거 뒤지다 발견한 얼그레이코코넛잼. 참크래커에 올려먹으면 완전 맛있다.
임당선별검사. PK 3학년 때 내분비 실습 때 먹고 역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는데 요건 레몬 맛이라 먹을 만했다. 검사 한 것도 까먹었는데 다음 날 병원에서 전화 와서 식후 1시간 혈당 높게 나와서 재검하셔야 된다고....하...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나온 특식. 결혼식 부페 같은 메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브날은 정작 수제비가 나와서 읭했음. (가톨릭 계열 병원)
주로 눈팅만 하는 쇼핑몰인 한스타일에서 크로와상 생지랑 수프를 팔길래 속는 셈 치고 사먹어봤는데, 와. 크로와상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랬다. 생지가 이렇게 잘 나오다니. 찾아보니 버터헤리티지 크로와상?인데, 웬만한 빵집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낫다. 다음에 살 일 있으면 이 브랜드로 사는 걸로.
내시경실 막둥이 귀요미 간호사 선생님이 나 준다고 따로 챙겨온 마시멜로 끼얹은 초코빵. 임당 재검 들어가기 전이라 기회가 없겠다 싶어 막 먹은 듯. 써놓고 보니 전형적인 순응도 떨어지는 당뇨환자 마인드가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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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2020년이 (이미)지나갔다.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2020원더키드 덕분에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던 2020년. 닥쳐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미래에 대한 기대랄지, 환상이랄까, 뭔가 놀라운 한 해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렇게 역병이 창궐하는 해가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의미로 보면 굉장한 한 해는 맞았던 것 같다. 길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가 힘들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소한 일상들이 아쉬운 순간들이 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시기가 끝나지 않고, 이렇게 길어질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병원에서 지내다보니 이 풍경은 새해에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감염은 내 전공이 아니라 섣불리 짐작할 수는 없다만, 정말 운이 좋아도 올해 여름은 지나야 좀 잦아들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함께 겪는 난리는 난리라고 부를 수도 없다고, 모두가 행복할 때 나만 불행한 것이 진짜 불행이라고 라디오에선가 언젠가 그러더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조차 막막해지는 이들이 많아지니 그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직장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한 해다. 새벽 출근해서 저녁에 좀비 상태로 집에 오면 쓰러지는 게 전부였지만, 전문의 무사히 따서 별 탈 없이 1년 경력을 쌓고, 운 좋게 이사할 집을 잘 찾은 것,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새해의 느낌이 없어 감흥은 없다만 올해는 나이를 먹었다는 걸 몸으로 확실히 실감한다. 전공의 시절도 30대였고 그 때도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했는데, 30대 후반으로 가니 힘듦의 체감 정도가 예전과 다르다. 밤 새는 건 이제 할 수 없는 일의 카테고리로 넘어갔고, 특히 임신 후에는 낮잠을 10분이라도 자지 않으면 오후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 물론, 일할 때 마주치게 되는 예측 불허의 상황, 랜덤으로 만나는 일못러들이나 말 안 통하는 인간들을 만날 때는 아직도 일희일비한다지만 감정이 널뛰는 폭이 20대에 비해서는 확실히 좁아졌다고 해야되나, 안정되었다고 해야되나. 전반적으로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웬만한 일에 그러려니 하게 된다. 대학생 때는 개울물 같았다면 지금은 태평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호수나 강 하류는 되는 듯. 체력만큼이나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인간 관계의 축소다. 좀 쪼그라든다고는 생각했지만, 올해만큼 연락을 안 하게 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달까. 또래의 주변인들이 대부분 아이가 있다보니 서로 바빠 눈에 띄게 연락을 안 하게 된다. 미혼인 경우는 좀 얘기가 다르지만, 요즘처럼 얼굴도 보기 힘든 시기에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보니, 당장 필요하고, 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안 하게 되고, 연락을 할까 하다가도 결국 넘겨버리게 되니, 인간관계가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순식간에 쪼그라든다. 그러다 갑자기 연락 오면 뭔 일이 났나 싶어 걱정부터 앞서기도 하고. 근데 뭐 얘기 들어보면 다들 그렇다. 결혼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당장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시기를 겪어보니 필요에 의해서라도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새해는 조금더 부지런해지고, 주변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 글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2021년에는 다들 아프지 말고,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무려 주문번호 1번의 위엄 ㅋ_ㅋ 병원 바로 건너편에 에그드랍이 생겨서 가보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못 가다가 오전에 운 좋게 여유가 생겨서 다녀왔다. 이삭토스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달달한 계란맛이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쉽달까. 첨에는 맛있는데 어느 순간 미묘하게 질리는 그런 느낌적 느낌...아메리칸햄치즈에 꽂혀서 한 3-4번 잘 먹음.
교수님이 뭐 시킬 때 답장 보내고 싶은 짤.
인스타에서 팔로하는 킴스쿠킹에서 구매한 갈비라구. 별 기대 안 했는데 밥 비벼 먹거나 파스타 끼얹어 먹으면 웬만큼 파는 것보다 괜찮다. 나도 쿠킹클래스랑 꽃꽂이 배우면서 우아하게 살고 싶다.....현실은 매일 전쟁 ㅜㅜㅋㅋㅋㅋ
시댁 근처에 있는 젠제로. 비싸지만 여기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다 ㅜㅜ 조선향미(쌀)는 남펴니 최애고 밤꿀+고르곤졸라 취저에 최근 쿠팡이츠 되서 먹어본 구운 피스타치오도 완전 취저. 삼성동을 자주 간다면 필수코스로 추천 백개 드립니다.
추석이라고 집에 김이 넘쳐나서 미니 참치김밥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대망의 생일날. 물론 평일이라 출근.
아침은 자고로 숭늉. 이 날 아침 안 먹었으면 정말 큰 일 날뻔했다. 검사가 폭발해서 평소면 늦어도 12시반 전에 끝나는데 거의 1시가 다 되서 마무리. 그 와중에 교수님은 먼저 식사한다며 나가시고 (-_-) 내가 있는 방이 검사 폭발이었음. 최근 1-2달 사이 가장 힘든 날이었다.
인기메뉴는 이미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분노에 컵라면을 기어이 사서 먹는 짬뽕국? 과 같이 먹는 만행을 저지름.
그래도 동기들이 점심시간에 나와서 케이크 사다 챙겨주심. 모두 사랑합니다 엉엉
남펴니도 기특하게 꽃을 사오고. 암튼 오전에 정신나간 일정 덕에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던 관계로 그냥 정신 없이 생일이 지나가버림....
그래도 금방 주말이라 별렀던 외출. 간만에 이태원 출동해서 간 Beth’s poutine. 캐나다가정식 파는 곳이라고...
칠리치즈스파게티 뻔한 맛인데 눈 커지는 맛.
과카몰리 끼얹은 푸틴 취저에
한정판매 칠리독. 옛날 뉴욕 갔다가 130년 전통 핫도그집에서 먹었던 맛 생각나는 맛이었다. 차 안 가져와서 신랑은 낮맥 시전. 사장님 만수무강하시고 담에 또 갈게여......
할로윈 기념 마카롱. 동기님이 쏘셨다 ㅋㅋ 귀여워서 다들 모아놓고 사진.
킴스쿠킹에서 판매하는 무청어알김치. 갈비라구가 너무 괜찮았던 터라 기대하고 샀는데 음.... 먼가 내 취향은 아니다. 라구는 재구매 의사 있지만 얘는 아마 다시는 안 살듯..먼가 달아....
남펴니의 귀여움.
시간이 흘러흘러 10월 말이 되어 단풍 보러 창덕궁 출동. 봄에 꽃구경 가을에 단풍 보러 창덕궁이나 창경궁 가는 게 언제부턴가 루틴이 된 듯. 작년에는 카메라도 챙기고 그랬는데 폰카가 너무 좋아져버림........근데 색감은 옛날로 돌려놔라 애플 나쁜 놈두라.......
초록초록이 절반이라 살짝 아쉬웠다. 아마 이번 주 담주가 절정일 듯. 체력 딸려서 창덕궁만 돌고 나왔다. 올해 비원은 아마 스킵일 듯...
배가 은근 나와서 이제 사진에서 티가 난다.
창덕궁 뷰 카페 회화나무. 여기가 명당일세
올해의 맛집 홍릉각. 무려 여든 넘으신 주방장님이 웍을 잡는다고. 우연히 후기를 보고 찾아봤는데 극찬이 많아 왔는데 만족스럽다. 육미간짜장 대박이고 (남펴니는 한 입 먹자마자 바로 눈 커짐) 나는 불향이 나는 이 탕수육이 진심. 인생탕수육이었다. 먹으면서 계속 감탄. 다만 튀김식감이나 부먹/찍먹 때문에 호불호 갈릴 듯.
홍릉각이 고대 근처라 슬슬 걸어 이공계 문과캠까지 다 보고 왔다. 코로나라 거진 막아놨긴 했다만 간만에 친정 온 느낌이랄까. 이공계 캠퍼스는 제 2공학관 없애서 확실히 깔끔해졌고 문과쪽은 음...공사 끝나서 어수선한 건 없어졌는데 그냥 성을 계속 짓는 느낌 ㅋㅋ 그래도 단풍구경은 학교가 최고다. 58도씨에서 산 코코넛나이차 마시면서 졸사 찍는 것도 보고 늙었음 새삼 실감하고 귀가함.
아가는 슝슝 잘 크고 있어서 무사하게 중기 돌입. 3D초음파를 보며 의학의 발달을 새삼 느낀다. 살짝 나온 배 말고는 아직도 사실 실감은 잘 안 나지만 올해의 가장 큰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튼튼하게만 잘 자라다오 :)
역대급 당직의 5월 정산 중. 6월은 불안할 정도로 콜이 없어서 당직비가 거진 없을 예정. 콜이 없는 건 좋았지만 줄어든 당직비로 수입이 줄어드니 알 수 없는 양가감정이 몰려온다.....
병원 점심에서 나온 강식당 메뉴. 니가비비바락국수? 였는데 평가는 생략하는 걸로... -.,-
배대지를 거쳐 드디어 도착한 르메르 카메라백. 크로아상 백이랑 두 달 넘게 고민하다 샀는데 만족스럽다. 하지만 가을되면 크로아상백을 갖고 싶어 엄청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르메르 백 후기에 더스트백만 따로 얻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궁금했는데 직접 받아보니 소문대로 퀄리티가 기대 이상 좋다. 푹신해서 가방 보관에 최적.
저녁 산책하다...주인이 찾아갔으려나 ㅎ
주말 아침 오랜만에 빌즈. 핫케익 여전히 맛있고. 둘이 가서 식사 메뉴 하나랑 이거 시키면 든든하다.
두번째 면허신고 완료. 첫 신고는 전공의 때라 신경쓸 여력도 없었기도 했고, 병원에서 단체로 해주기도 했었는데 전문의 따니까 모든 게 셀프 ㅠ 얄짤 없다. 면허 딴지 벌써 7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훌훌 흐르는구나.
퇴근날 하늘이 예뻐서 신호 대기 중에..
산부인과 가는 날 아침에 교수님께 미리 컨펌 받고 느긋한 출근. 덕분에 집 앞 커피빈에서 여유롭게 커피&베이글.
정말 간만에 이태원. 해방촌 윗길은 처음 가봤다. 인스타에 계속 햄버거 맛집으로 떠서 가본 @nostress burger. 미국에 간 느낌이다 어쩐다해서 기대를 어느 정도 했는데 따끈따끈하게 갓 나온 빅맥 맛 ㅋ 같이 나온 할리피뇨가 신의 한수다. 매장이 작고 패티 굽는 연기 때문에 옷에 냄새가 배는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ㅜㅜ 어쩐지 여자손님들은 더운데도 다 밖에 있더라니.....
드라마 때문에 잠시 살아났다가 코로나로 가라앉았다는,그래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휑한 이태원. 경리단길은 임대 표시가 온 사방에 붙어있고, 이태원역 주변 해밀튼 호텔 뒷편은 바뀌어도 너무 바뀌어서 낯설고 좀 속상하기도 하고. 20대에 툭 하면 가던 곳이었는데 가로수길처럼 대기업이나 길거리 포차 위주로 차면서 옛날의 그 매력이 없어져 아쉽다. 그래도 해방촌은 아직 구석구석 예전 그 느낌이 있더라.
맛집 블로거님 후기 보고 찾아간 집 근처 미나미. 우니 듬뿍 얹은 소바 비싸긴 해도 너무 맛있고 폭신하고 고급진 계란말이 너무 좋다. 120ml 맥주 너무 귀엽고 ㅋㅋ
남펴니가 직장에서 하사 받은 전통시장 상품권 처리하러 오랜만에 광장시장 가서 육회 먹고.
오마니가 갑자기 입원하시게 되서 오랜만에 건대 왔다가 집에 가기 전 저녁 해결하러 고민 없이 최애맛집 중경마라샹궈. 아직까지는 그 어떤 중국집도 여기보다 볶음밥 맛있었던 적이 없다. 마라샹궈도 맛있지만 고슬고슬하고 고소한 볶음밥이 진짜 최고!
교수님 회식으로 간 병원 근처 스시소우. 오랜만에 오마카세 먹는데 행복했다. 다찌인데다 적당히 시끄러워 바로 옆사람 아니면 말소리 하나도 안 들리는 최고의 회식장소.
주말에 밥하기 싫어서 산도 갔다가 점심에 냉파스타 해먹고 저녁에 또 외출ㅋ 확실히 더워지니 집에서 뭘 차려 먹는 것 자체가 거창한 행사처럼 느껴진다.
병원 특식 닭다리. 배급식치고는 훌륭한 퀄리티라 기념사진.
#1.
믿을 수 없지만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펠로우 때 시간 진짜 빨리 간다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어. 1년차 때 제발 논문 끝낼 수 있기를.
#2.
본격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 가까이 잘 되지 않아서 손재주가 사실 없는 거였나 싶어 스트레스를 꽤 심하게 받았다. 주변 경험자들로부터 격려도 받고 계속 같은 곳에서 안 되는 이유가 뭔가 고민도 했는데 이번 주부터 뭔가 조금은 발전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많이 보고 찾아봐야겠다.
#3.
코로나 사태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다. 사태가 장기화되니 이젠 웬만한 뉴스에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뉴스들은 여전히 연신 쏟아지고 재난문자 알람을 꺼버리니 그나마 일반 문자처럼 와서 덜 거슬릴 뿐 스팸 수준으로 오는 건 여전하다. 요즘이야 워낙 퍼진 터라 의미가 없다만 초창기에 한참 몇 번 환자가 어딜 갔느니 하는 게 뉴스속보처럼 뜨던 시기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는지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4.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곳들은 알아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늘 보는 환자들만 보고 오전 오후 내내 내시경을 종일 잡고 있다보니 사실 코로나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어차피 양성이 나오면 내가 만날 일이 없기도 하고 이젠 거의 루틴처럼 하다보니 음성이 나올 게 뻔한 환자들만 보니 가끔은 이 난리 통 속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 같이 생경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바이탈이 흔들리고 있는데 열은 나고, 코로나 결과는 안 나왔는데 응급으로 내시경을 해야되는 상황이 안 오길 기도하며 지낼 뿐. 폭탄 돌리기가 별 거 아니다.
#5.
전공의 때는 ICU나 호흡기, 혈종 턴일 때는 마스크를 문신 마냥 달고 살았다. 냄새에 예민한 편인데 병실이나 약품 등 병원 특유의 냄새가 싫기도 했고, 주치의인 내가 이 환자 저 환자에게 균을 옮기는 carrier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스크와 한 몸처럼 살았다. 그렇게 마스크를 수시로 끼던 나도 답답한데, 마스크 낄 일이라곤 거의 없던 대다수의(특히 아이들)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병원 안이고 밖이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을 산다. 회진 중에 과장님이 이젠 코로나 전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죠-라고 맞장구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꽤나 무서운 이야기다. 일상의 사소한 모든 것들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린 것이고 지친 사람들은 갈수록 나 몰라라며 이기적이 되어간다. 더 큰 문제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언제쯤 마스크를 일상에서 빼놓고 지낼 수 있을까.
집 앞 파리크로와상이 리모델링 후 오픈을 했다. 코로나 터지고 얼마 안 가서 공사하고 가라앉을 때쯤 오픈하다니...잘 되는 집은 뭔가 있나봐. 인생은 역시 타이밍이여...
변냄새 피냄새 맡아가며 일하다 보니 향에 대한 집착이 극심해져 지른 르라보. 떼누아 샀는데 만족스럽다. 핸드크림도 빨리 쓰고 또 좋은 거 사야지
가지계란덮밥도 해 먹고
영히의그래놀라-라고 인스타 팔로워 중 한 명이 추천해서 샀는데 너무 맛있고 괜찮은 것. 클래식이랑 초코 한통씩 사서 블루베리랑 산딸기 얹고 꿀 듬뿍 뿌려 요거트랑 신나게 잘 먹었다.
구내식당의 충격적 메뉴들 ㅋㅋ 영양사 분이 면을 좋아하시는 듯하다. 명색이 병원 식당인데 입사하고 첫 달에는 짜치계 나와서 너무 충격이었음
기타 각종 집밥 시리즈. 요즘 들기름 막국수에 꽂혀있고.
얼마 전 친정 부모님 생신 겸 해서 집으로 초대. 코로나 시국에 어딜 갈 수가 있어야지. 남펴니가 우럭탕수랑 미역국까지 다 끓였다. 난 이날 출근해서 퇴근하자마자 뻗었다 겨우 일어나서 청소기만 돌림. 남편 감사합니다 ㅜㅜ
당직날 1
진심 역대급 당직의 날. 하루에 응급 내시경 5개는 너무 한 거 아닌가 싶은데 가장 힘들었던 건 오후 4시쯤 응급실로 입원했던 환자가 자정에 f/u한 Hb가 2 이상 떨어진다고 당직 전공의가 콜을 했던 문제의 환자. 부부의 세계 보고 잘 준비하고 있는데 콜이 왔다. 수혈 혹시 했냐니까 혈액형도 희귀해서 혈액은행에 전화했더니 피가 5일 뒤에 준비된다네? ...^^ 때마침 다른 환자 콜도 있어 와봤는데 혈압이 눈 앞에서 80대로 곤두박질치길래 식겁해서 교수님께 전화 드렸더니 CT를 찍네 마네 이러다가 5분도 안 되서 교수님 바로 전화와서 내시경 같이 봐야겠다며.....그런데 코로나 검사 결과는 안 나오고.....당직 간호사는 콜 안 되서 다른 선생님께 사정사정해서 부탁하고......그래서 새벽 3시에 교수님이랑 나랑 당직 간호사 선생님 셋이 레벨D 방호복 입고 내시경^^ 난 메르스 이후로 입을 일 없을 줄 알았지.....두 번은 못 할 짓이었다......그래도 내시경 들어간 보람은 있었다. 피가 슬금슬금 나고 있는 거 겨우 찾고......코로나 언제 끝나 망할.........
문제의 당직날 집에 가면서 빡쳐서 산 후르츠링 한 박스(맥락 없음) 사물함에 넣어뒀더니 보는 사람마다 왜 사료를 두고 다니냐고......^^
그래도 이번달 뮤지컬 때문에 힐링은 했다. 다음에 기회되면 다른 캐스팅으로도 보고 싶음. 김준수 괜찮은데 너무 열심히 해서 보다가 목 상할까봐 걱정된다.
김준수의 팬이었다면 진짜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또 잘 하더라. 허스키한, 조금은 탁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400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역할에는 더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특히 초반부 트란실바니아 고성의 늙고 괴기스러운 백작의 모습에서 흡혈 후 젊고 아름다운 백작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외모도, 목소리도 극적으로 바뀌는데 섹시한 느낌까지. 백발이었던 머리가 검은 머리로 바뀌는 게 일반적인데 김준수는 빨간 머리 덕에 극적인 느낌이 훨씬 강하다. 길에서 우연히 포스터를 볼 때마다 왜 저 색으로 염색했을까 했는데 실제 공연 보니 ‘와’ 하게 될 정도. 별 생각 없이 보러 간 터라 기대치가 낮았던 걸 감안해도 노래는 둘째치고, 아이돌 내공으로 다져진 끼부리는 표정연기가 보통이 아니다. 만년 동방신기라는 아이돌 이미지였는데 배우로서 다시 보게 된 느낌이랄까. 실제로 보니 예전 아이돌 시절 특유의 샤프한 느낌은 없었지만 인터미션이나 자기 파트가 아니어도 거진 2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동안 온 몸을 갈아서 노래하는 무대를 소화하려면 여리여리한 몸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듯..
암튼 브람 스토커 원작에서 풍기는 특유의 야릇한 스토리만으로도 볼 만한데 기대 이상 화려한 무대 덕에 눈이 즐겁다. ‘93년 영화 드라큐라가 계속 오버랩되서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병원에서 말라버린 줄 알았던 감수성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정기적인 문화생활의 필요성을 느낀 감격적인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느낀 유일한 단점은 노래가 다 좋긴 한데 귀에 확 꽂히거나 입에 맴도는 건 없다 그래야하나. 🤔 멜론 찾아보니 한국어로 된 음원은 없고 오리지날 캐스팅 음반이 올라와있어 요즘 출퇴근길에 늘상 듣고 있다.
간만에 검사가 없던 여유로운 금요일, 이럴 때는 나가서 먹어야 한다며 함께 외식(병원 밖)도 하고 스벅도 갔다온 감격적인 하루.
봄은 봄이로소이다
밥해먹기 귀찮아서 충동적으로 간 코엑스 오크우드 일식집. 코로나 여파로 사람도 없고, 세트 메뉴가 가격이 괜찮아 간만에 스시 포식.
이사 후 은근 멀어져서 예전처럼 자주는 못 가 아쉬운 포스코의 테라로사. 커피 마시고 로비의 수족관 보면 맘이 평화로워짐.
햄버거가 먹고 싶어 달려간 서래마을 브루클린.
라떼 아트 안 해줘서 아쉬운 플랫화이트.
간만에 컨버스 빨강이 신고. 산지 거진 10년 다 되어가는데 10번도 안 신은 듯 -.,- 대학생 때는 컨버스 아님 신발 없는 애처럼 살았는데 예쁜 거 빼면 피로도 등등 장점이라고 거의 없는 신발. 새로 샀다고 해도 다 믿을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 중이다. 요즘 새로 나온 애는 편하다고 하는데 내시경실 젊은 간호사 선생님 왈 “발이 편하면 그건 컨버스가 아니다” 라고 해서 퀵 수긍. 중고나라에 올릴까...-.,-
다음날 또 간 서래마을 37.5. 사촌언니 지인이 여기 ceo시라던가...fever가 느껴지는 이름에 웬지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던 집이다만 분점 점점 늘어나는 거 보고 맛있는 집인가 싶어 방문해봤는데 장사가 왜 잘 되는지 알겠음. 맛도 맛이지만 가격 대비 양이 너무 혜자인 것...뒤뜰에서 텃밭 두고 야채 직접 키워도 이 가격에 가능한가 싶었다. 프렌치토스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긴 맛있고 새우버거 강력 추천이다.
봉감독님이 기생충 시나리오를 썼다는 카페.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예쁨 좋아. 서래마을 가까운 곳에 살 때 자주 좀 가야겠다.
필 꽂혀서 엄청 걸었던 하루. 벚꽃도 끝물이다.
작년 교토 가기 전 면세에서 질렀던 헤라 크림. 전지현 광고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샀는데 쓰면서 수선화향도 좋았고 바르면 미묘하게 쫀쫀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 탓인가? 했는데 다 떨어지고 못 쓰는 이 시점에 다시 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기분 탓이겠지 ㅜㅜ 정가로 사려니 너무 비싸다. 올해 코로나 때문에 면세는 물 건너 간 것 같구요.....걍 무리해서 질러야하나 싶고
건대 앞 중경마라샹궈. 마라쳐돌이로서 계란볶음밥이랑 마라샹궈는 이 집보다 괜찮은 집 아직 못 봤고.
갑자기 꽂혀서 간장게장도 먹으러 가고. 간만에 집에서 해준 게장 같은 곳을 찾아 너무 좋았다.
급 생각나서 검색해 찾아간 남부터미널역 근처 TODAH. 우면산 쪽이 본점이고 이번에 2호점 새로 오픈했다고. 플레인베이글에 할라피뇨크림치즈 선택한 연어샌드위치 매우 훌륭하다. 먹고 나면 속이 든든.
내시경실 1달 반 동안 알차게 쓴 핸드크림. 코엑스 세포라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질렀는데 지나갈 때마다 향 좋다는 말 엄청 많이 들었다. 내 거에 영업 당해서 주말에 사러 간 사람도 있음....
하지만 더 센 향에 꽂혀 르라보 바질핸드포마드를 질렀고요. 맨날 내시경실에 박혀 안 좋은 냄새 자주 맡다보니 향 집착이 극심해짐. 손 떨면서 떼누아까지 질렀다.
+ 작년에 위시리스트까지 정리하면서 고민했던 미니백은 결국 (위시리스트에 정리도 안 되어 있던) 생로랑 카메라백이 되었다 ㅋㅋ 역시나 작년 일본 가기 전 면세에서 질렀던 것. 생로랑 매장 갔을 때는 국내에 버건디 색 아예 안 들어와있다고 했는데 지하 면세점 갔더니 버젓이 있던 것 -.,- 아직까지 똑같은 가방 맨 사람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만족스럽다.
착한 사람 눈에는 엎어져 자는 고양이 보임. 참고로 병원 식당 바로 앞 테라스 -.,-;;;
내시경으로 처음 혼자 제거한 foreign body. 무려 3cm 짜리 닭뼈가 목에 걸려오신 환자분...교수님이 보시고 잘 했다고 커피라도 쏘라며 ㅋㅋㅋ 여튼 여러분 새벽 3시에 치맥을 할 거면 웬만해서는 제발 순살치킨을 먹읍시다....내시경실에서 일하면 목에 가시 걸릴까봐 생선도 잘 안 먹게 됨. -.,-
약 들어가고 협조 안되서 난리였던 한 건치인이 물어버린 내시경....몇 천만원에서 억 소리 나는 가격의 기계들이 이렇게 어이없게 고장들이 난다. -.,-
연휴에는 브런치 @빌즈 강남. 오전 메뉴로 후레시 오지 추천이고.
인스타 보고 간 강남 스폰티니. 피자에 까탈스러운 남편이 무려 평점 4.5나 하사하심. 토마토&바질이랑 더블치즈 추천 드립니다.
날마다 퇴근 때 상황. 할 일 끝냈고 더 있는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승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도 눈치 보며 퇴근이다. 로비나 주차장에서 교수님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며 오늘도 기도.
+ 요즘 유일하게 보는 슬의생과 부부의 세계.
일단 슬의생. 의드를 가장한 시트콤환타지라고 정의해주겠다. 환자 장례식에 간다던지 다인실에서 자기도 이혼했다고 고백하고 눈물 흘리고 위로해주는 과도한 참의사 설정에 뻔한 클리셰가 넘쳐나지만 pk들 나올 때 교수님들 반응이라던지 전공의 중에 여우짓하는 애들 그런 건 리얼해서 작가님 조사 좀 한 거 인정해드리구요. 하지만 모든 의드가 그렇듯 내과는 절대 안 나옴. 실제로는 바이탈 잡거나 온갖 잡일 제일 많이 하는 과라고요 -.,-
부부의 세계는 기면증으로 사는 요즘, 반 졸면서 봐도 보다보면 혈압도 오르고 잠도 깨는 막장이라 은근 챙겨보게 된다. 원작이 영드인데다 어차피 내용이 막장이라 방송 끝나면 영상이나 기사에 올라오는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댓글들 보면 아들내미 욕을 많이 해서 의외였다. 물론 아들이 유달리 철 없고 엄마 맘 몰라주긴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주인공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니 어쩌겠누. 근데 애가 애초에 그렇게 (불안정함을) 타고난 걸 어쩌겠어. 주인공 부부도 그렇지만 이혼이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난 좀 맘이 아팠다. 실제로 나이가 드니 주변에 이혼한 경우들도 좀 있다보니 이혼이니 소송이니 하는 것들이 마냥 먼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어떤 댓글 맞다나 자식이 예서였으면 속이 시원했겠지만 예서도 결국 엄마들이 바라는 똑똑하고 야무진 딸내미의 대리만족 아닌가. 난 오히려 부모 맘 모르고 지 밖에 모르는 아들 준영이의 캐릭터가 드라마 속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혼 후 질척거리는 것도 그렇고..암튼 결혼은 참 어려운 일이라며...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