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9 Kyoto, Fukuoka2019. 12. 10. 11:50

 

여행 마지막날. 오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늦은 점심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도보 15분 내 신사가 3개 정도 있어 오전 중에 신사를 둘러본 뒤 식사를 해결하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첫번째 장소는 #동장사.

누가 봐도 일본에 와 있군요. 를 느끼게 해주는 탑. 이 곳은 일본 최대의 목조 불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내를 돌아보는 건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2층으로 올라가서 목조불상을 보는 것은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한 사람당 50엔 정도였던 듯.

2층부터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있어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일본 최대라는 수식어답게 거대한 불상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머리를 젖혀야만 아득한 높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부처상 특유의 알듯 말듯한 그 표정이 거대하게 다가오자, 나 같은 비종교인도 알 수 없는 경외감이 어디선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불상 한 켠으로 가면 뒤쪽으로 지옥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림만 봐도 어떤 지옥인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조 형태의 지옥도는 다소 조악한 느낌이었지만, 각각의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지옥도를 다 보고나면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게 되는데 빛이라고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아 희미한 윤곽조차 보이는 곳이 없어 위아래조차 가늠 되지 않았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완벽한 어둠을 느껴본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분명 길지 않은 곳이고 바닥이 편평할 거란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오직 양 손으로 벽의 감각을 느껴가며 한 발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야한다. 그런 터널을 지나면 그제서야 극락도가 펼쳐진다. 다시 한 번 거대한 목조상을 보고 동장사를 나섰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두번째로 간 곳은 #쇼호쿠지. 성복사라고 읽는다. 고양이 천국이라더니 들어간 순간부터

누가 보면 아저씨랑 같이 산책 나온 줄....

 

지천에 고양이가 있고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다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태평하게 낮잠 자는 중. 인간에 대한 이런 믿음이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을텐데...

 

뒷편에 초록이 가득한 정원의 풍경이 좋아 정원 위주로 구경하였다.



미묘하게 다른 기와. 일본은 한국과 참 닮은 듯 다른 나라다.

따뜻한 햇빛 아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뒹구는 풍경만으로도 좋아 떠나기가 웬지 아쉬웠다.

지켜보고 있다.

숙소 쪽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골목 구석구석 풍경. 거리가 참 깨끗했다.

 

 

 

 

 

 

세번째로 들른, 오늘의 마지막 방문코스는 #쿠시다신사. 엄밀한 의미로는 지나가는 길에 입구 쪽에서 보기만 했을 뿐 안에서 들어가서 보지는 않았다.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했던 칼이 안에 보관 중이라는 정보를 얻고 급 가고 싶지 않아짐 (-.,-) 공개를 하지는 않는다고는 하던데 온갖 정치적 이유야 어찌됐던 타국의 왕후를 시해한 칼을 이런 식으로 보물처럼 보관하는 것도, 그리고 그런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건 참 -_- 여튼 지나는 길에 마침 안쪽에서 전통결혼식이 있어 입구만 잠깐 넘어가서 보게 되었다.

가족의 탄생. 단연 돋보이는 신부의 머리 장식은 얼마나 무거울지 궁금해지고, 이 평범한(?) 일본사람들도 이 신사에 그런 칼이 보관 중인 걸 알려나 싶고.

 

공식적으로 마지막 식사(인 줄 알았던) 모츠나베 마에다야. 원래 전날 가려다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못 갔던 곳인데, 오늘은 타이밍이 맞아 거의 오픈하자마자 입장. 먹다보니 금새 만석이 되고 대기줄이 생겨있는 걸 보니 꽤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식전에 따로 주문했던 메뉴인 멘타이코(수제명란젓)와 고마사바(깨와 간장으로 양념한 고등어회)가 기대 이상 괜찮았다. 모츠나베는 곱창이 여기가 더 맛있긴 했지만 국물은 전날 먹었던 곳이 더 괜찮았던 걸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근처 드럭스토어에서 몇가지 선물 등을 구매한 뒤 호텔 로비에서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고작 15분 내외의 거리에 공항이 있지만 후쿠오카에서 지내는 동안은 비행기 소음이나 이런 게 없어서 공항이 가깝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도착했는데 2시간 전임에도 불구하더 대한항공 말고 데스크는 열려있지도 않고...비행기가 크지 않아서인지 저가항공사라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뒤로 레인을 한 바퀴쯤 감은 줄이 늘어진, 이륙 1시간 반 전에야 데스크가 열렸다. 음식도 맛있는 편이고, 쇼핑하기도 좋고, 공항은 시내에서 가깝고 비행시간도 짧고, 체크인하겠다고 굳이 일찍 올 이유가 없으니 후쿠오카가 한국에서 왜 인기방문지인 줄 알 수 있었다. 면세점은 완전 작지만 나름 인기 있는 메뉴는 모두 팔고 있다. 고민하다 명란젓 get.

 

시간이 애매해져서 결국 또 식사 ㅋㅋ 남펴니는 라멘, 나는 고민하다 카레소스를 따로 파는 걸 보고 카레돈까스로 주문.

옆자리 일본 아저씨들이 먹는 걸 보고 후식까지 챙겨드신 남편 ㅋㅋㅋ 유제품류는 확실히 북해도산 광고가 많더라.

no japan의 은근한 분위기 속 남편 출장 덕에 꼽사리로 다녀온 일본 여행이었지만, 큰 부담 없이 잘 먹고 쉬다온 시간이었다.

온갖 이유로 과거의 역사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개운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야되겠지. 아마 한국인이라면 다들 어디선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딘가 불편한 나라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가까운 곳이기도 한 일본이다. 다음 번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좀 더 가볍고 개운한 마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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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