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8 Myanmar2018. 11. 20. 13:35

 미얀마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방에서 보이는 인야호수의 아침. 



대충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 1층 부페로 갔다. 더운 나라라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지 이 곳은 무려 오전 5시 반부터 조식부페를 이용할 수 있다. 그 시간부터 손님을 맞으려면 도대체 몇 시부터 나와서 준비를 해야되는 걸까. 그렇다고 밤 8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동네도 아니다. 비교적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병원라이프에 익숙한 나에게도 잠 한 모금이 아쉬운 시간대다. 아침잠 많은 나로서는 더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조식부페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주방에서 직접 바로 만들어주는 쌀국수며 오믈렛도 좋았고, 홍콩 이후 오랜만에 본 콘지도 반가웠다. 다만 망고를 원 없이 퍼먹을 기대로 갔던 과일코너는 종류도 적고, 수박 외에 딱히 맛있지 않아 아쉬웠달까. 미얀마에서도 귀한 과일인가보다.  든든하게 먹고, 남편은 학회로, 나는 우선 소화도 시킬 겸 방으로 올라갔다.  

혼자라도 수영장을 가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오후에는 비 예보가 있어 오전이 아니면 수영장 이용이 힘들 것 같아 방을 나섰다. 호텔 냉방이 워낙 잘 되어있어 실내가 늘 서늘했던 탓에 밖의 날씨는 직접 나가지 않으면 체감이 되지 않는다. 가운을 입고 덜덜 떨면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야외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기가 무섭게 뜨거운 공기가 훅 들어온다. 썬베드에 주섬주섬 짐을 놓고 앉으니 그 새 땀이 나서 가운을 벗지 않을 수가 없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지만 핸드폰으로 확인한 기온은 33도. 뜨끈한 바람을 맞으며 썬베드에 늘어져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평일이라 그런지 수영장 이용객은 나 뿐이라 조금 민망했지만, 뭐 어때. 전세낸 기분으로 책도 보다가 더워지면 수영도 했다가 하며 맘껏 호사를 누렸다. 1시간 정도 혼자 놀고 있으려니 남편도 오전에 강의 몇개 듣고 오늘은 들을 만한 강의가 더 없다며 수영장으로 아웃. 역시 호캉스가 최고다. 




수영장에서 원 없이 늘어져 쉬다보니 어느 덧 점심시간. 그래도 미얀마까지 와서 수영만 하다 갈 수는 없지. 양곤 내에서 가장 큰 사원인 슈웨다곤 파고다를 가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타고 가니 6000짯을 달라고 한다. (**미얀마는 택시미터기가 없고,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해서 요금을 미리 정하고 간다)
 
그리고 이 날 나의 엄청난 실수, 오전에 호텔 은행에서 미얀마 현지 화폐로 환전한 돈을 몽땅 방에 두고 온 것을 사원에 도착해서 지갑을 열고 나서야 발견한 것...... 달러화가 있어서 이걸로 할까 하다가 택시비는 둘째치더라도 사원도 그렇고 돈을 더 써야되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달러가 통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카드는 기대도 하면 안됨) 눈물을 머금고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대 참사가 발생해부렀다. 남편은 어이없어 웃었지만 내가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한 100번쯤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기사님은 이해가 안 되서 호텔 다시 가는 이유를 한 3번쯤 다시 물어보심... 그래서 이미 사원가는데 원래 택시비의 3배인 만 8천짯을 들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암튼 이 난리를 치고, 사원 근처에 도착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남펴니가 찾은 인근 식당을 들렀다. 


이 식당은 view가 다 했음...

사진과 영어설명을 참조, 무난해보이는 볶음밥과 후추생선요리로 주문했다. 방콕에서도 느꼈지만, 동남아 요리의 향신료 마법을 다시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식사였다. 새우젓 같은 투명한 소스를 볶음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신기할 정도로 변한다. 먹는 내내 감탄하며 저 소스를 한 3번쯤 리필했더랬다. 

처음으로 호텔 밖에서 먹는 식사였는데, 이 식사를 기점으로 이후 미얀마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늘 친절 포인트가 한국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는 한국식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집에 온 손님을 신경써서 챙긴다'는 느낌의 친절함이랄까. 캔음료를 시키면 휴지로 입을 대는 부위를 다 일일이 닦아서 내오고, 휴지를 하나하나 접어서 손님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세팅하는 느낌. 뭔가 아기가 된 기분이 들어 살짝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받아본 적 없는 서비스라 신선했다. 


파고다로 향하는 길에 만난 개들. 양곤에서는 곳곳-사람 많은 곳-에서 커다란 떠돌이 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말랐고, 다리가 유달리 길다. 더운 곳이다보니 지열을 조금이라도 덜 받는, 다리 긴 녀석들만 살아남았나 싶기도 하고. 덩치에 비해 신기할 정도로 순하고, 정말 위험해보이는 도로 한복판에서도 늘어지게 잘 자고 있다. 


양곤 한복판에서 만난 경기도 버스, 그리고 꽤나 불편해보이는 좁은 블럭 위에 무심하게 손자를 안고 있는 할머니.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의 장식의 파고다입구. 파고다 입구는 동서남북 크게 4군데다. 파고다 안은 무조건 맨발(양말 착용도 불가)로 다녀야하기 때문에 입구에서 비닐봉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닐봉지를 받으면 뭔가로 돈이 뜯긴다고 한다. 비닐봉지를 미리 챙겨가던지, 아니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내 들고 다니는 방법 뿐. 

참고로 사원 입장시에는 끈나시, 짧은 치마, 바지도 안 된다. 이 날은 사원을 가는 터라 미리 반팔 위의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가긴 했다만서도, 이후에도 결국, 미얀마에서 지내는 내내 반바지는 한 번도 입지 못 했다. 왜냐면 시내도 그렇고 양곤 곳곳 어디에서도 어깨나 무릎 위가 노출되는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 남자들도 론지(Longi)라는, 긴 치마 비슷한 전통복장을 입고 다니는 등 전반적으로 노출이 없는 분위기다. 



긴 통로와 계단이 반복되는 구간을 10분 이상 지나야한다. 안에는 불교나 사원 관련한 기념품이니 전통의상등을 판매하고 있다. 체감상 건물 3층 정도의 높이를 오르고 나니 사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매표소가 보인다. 일인당 만짯씩 내면 스티커(입장표)를 주는데 옷 위에 붙이고 가면 된다. 




어두컴컴한 실내복도를 나가기가 무섭게 탁 트인 환한 하늘 하래 금색의 탑들이 아찔할 정도로 가득하다. 비밀스럽고 긴 동굴을 빠져나와서 마주친 황금의 사원. 편평하고 넓은 바닥에는 하얀 대리석이 깔려있고, 눈부신 황금빛 위에 온갖 화려한 보석장식이 박혀있는 수백 수천개의 탑이 빼곡하게 서 있다. 그 옛날 마야를 발견한 유럽인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눈에도 신기하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미얀마의 최대성지라는 슈웨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 미얀마어로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라는 뜻이란다. 명성에 걸맞게 사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현지인들의 비율이 좀 더 많아보였다.  



보수 중이라 덮혀있긴 하지만 이 탑이 이 사원의 핵심이다. 이 사원의 이름이기도 한 쉐다곤이 바로 이 탑이다. 현재 높이는 99.4m, 둘레는 446m로 저 위를 둘러싼 금빛은 진짜로 순금이다. 구름 사이 잠시 해가 나온 순간, 수백 개의 탑 중 단연 압도적인 빛을 내뿜는다. 확실히 주변의 다른 탑들과 때깔이 다르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황금의 빛깔, 다이아몬드 류의 보석이 주는 광채와 다르다. 금색이 화려하지만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금빛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구나. 왜 그토록 사람들이 황금에 매혹되고, 연금술에 매달렸는지 이해되는 순간.   

처음 이 탑이 세워질 당시의 높이는 16m였다고 한다. 하지만 15세기 신소부 여왕이 40kg의 금을 보시하고, 탑을 장식하면서 높이가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후 후대의 왕들과 일반인들도 금을 보시하여 오늘날의 이 탑이 된 것이라고. 현재 총 기증된 금만 6만kg, 꼭대기는 73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있고 주변에도 수백 수천개의 보석이 치장되어 있으며 지금도 계속 금판을 덮어나가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유일하게 부처 생전에 지어진 파고다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도 한다. (출처 프렌즈미얀마)



쉐다곤 주위로 태어난 요일 별로 관욕식 불상이 되어있고, 사람들은 이에 맞춰 세욕식을 하며 기도를 드린다. 관욕식을 하려면 자신의 탄생요일에 맞는 관욕식 불상이 어떤 건지 미리 알고 가야한다. 

부처님 뒤의 후광에 현란한 LED로 되어있는 장식에 다소 경악. 



아찔할 정도로 화려한 곳이지만 곳곳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사원을 한 바퀴 돌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덥긴 더웠다. 그나마 햇빛이 많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 둘러보고 나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들어왔던 남문으로 다시 나와서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발바닥이 온통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물티슈를 챙겨와서 다행이었다. 양 발을 깨끗이 다 닦고나니 물티슈 뭉치가 훅 줄어든다. 잊지말자. 미얀마 사원 방문의 필수품 3가지 생수, 물티슈, 신발을 넣을 비닐봉지. 
 


사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 구석구석 스냅.



방에 잠시 널부러져 있다 건너편 미얀마 플라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방에서 나가기 전 인야호수의 석양.


플라자 4층에서 가장 인기 많아보이던 집 Hot pot. 파는 음식은 샤브샤브 비슷한 메뉴다. 입구의 냉장고에서 원하는 재료를 집으면 서버가 테이블로 재료들을 옮겨준다. 원하는 국물을 선택하고, 재료를 넣어 끓여먹으면 된다. 미얀마 음식 맛 없다더니 누가 한 얘긴지. 이렇게 미얀마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간다.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