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7 Sud de France2017. 12. 9. 21:33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은 별 다른 일정없이 공항으로 간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이 새삼 아쉽게 다가오는 걸 보니 떠나는 날이 맞나보다.

 

 

반짝이는 지중해를 눈에 한 번 더 담아보고,


 

니스 공항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정말 놀랐던 게 도로 곳곳에서 저런 퍼포먼스하면서 돈을 받는다. 아침 9시 정도의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참.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와중에 차창 유리를 닦아주면서 돈 달라는 사람도 있음. 남펴니가 정색하면서 No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멀어짐. 관광객이 어지간히 많긴 한가보다. 그리고 그 관광객들 상대로 돈 벌려는 사람도 참 많다는 생각에 한국은 양반인가 싶기도 하고.

 

반납 전 주유를 하고.

 

차를 반납하고 아쉬운 맘에 인사를 하고, 수속하고, 대기하면서 아침을 해결하러 들어간 카페.

핑크색의 동그란 표지가 예뻐서 안 찍을 수 없었다. 니스 공항에서 끼니를 해결할 만한 곳은 여기와 다른 카페 총 2곳이 전부. 인천공항이 참 좋긴 좋다.

 

 

우리 대각선에 앉아있던 가족. 훈훈한 외모의 부부와 세 딸. 딸들이 다 예뻤는데, 막내가 정말 귀요미. 한 4-5살쯤 되었으려나? 신나는 음악 나오니까 춤추고 난리였는데 너무 귀여워서 우리 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에서 다 엄마미소하면서 구경. 늘 있는 일인지 두 언니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일 하느라 바빴다.  


 

동생이 뭐라든 숙제하느라 바빠보이는 언니 2명. 이런 게 현실자매인가 ㅋ_ㅋ

 

 

 

면세점이 있는 곳은 깔끔하게 잘 되있다. 밖이 어수선하고 조금 지저분했던 걸 생각하면 약간 인천공항 느낌이 나기도.  곳곳에 틈이 있는지 공항 안에서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녀 깜짝 놀랐다.

 

 

출국 때와 달라 귀국시에는 뮌헨 공항이 아닌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했다. 이 날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난리가 났음. 특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이용객이 많았는데, 독일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이륙시간이라 입국장에서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도 시간이 임박해서 서둘렀는데, 다행히 약간의 여유가 있었음. 그 와중에 남편니가 소세지 파는 곳을 발견해서 정신 없는 와중에 독일 소세지 구매까지 성공.

 

 

나이스한 자리 배치. 안 그래도 여유 있는 좌석인데 제일 앞이라 다리 정말 원없이 뻗고 잠.

 

 

 

 

한국도착 기념샷. 이제 집으로 갑니다.

6박 8일의 멋진 일정이었다. 생각보다 장거리 이동에 더운 날씨에 나름 고생도 했지만,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라벤더로드를 제철에 둘러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올 수 있겠지. 글로나마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펴니, 그리고 구글맵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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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라벤더 로드는 커플, 특히 (체력이 되는) 노부부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생각보다 동선도 길고, 여행의 포인트가 잔잔한 풍경 감상이라 가족여행,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는 그닥 권장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건덕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행의 매 순간이나 끝없이 한가롭게 펼쳐진 풍경, 아기자기한 마을 혹은 3-4시간을 달려야만 볼 수 있는 광활한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잘 맞는 여행이다. 우리가 간 시즌이 한국에서 본격 휴가시즌을 살짝 비껴간 탓도 있겠지만, 동양인 비율이 낮고(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좋았지만) 인종차별도 꽤 있는 편이고, 한식을 포함해서 아시안푸드를 접하기도 어렵거니와 프랑스 특유의 문화랄까,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에 익숙하다면 뭣 모르고 갔다가는 속 터질 일 투성이다. 또 도로가 신호등이 잘 되어있지 않고, 왕복 1차선이 되는 등 운전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기에, 운전에 여간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패키지 투어를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여름에 갔을 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절대로 볼 수가 없다. 스타벅스 등의 카페 체인점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곳. 여름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생각치도 못한 변수라 여행 때 가장 괴로웠던 점 중 하나였음.

 

 

 

 

Posted by kirindari

 

니스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션뷰 룸이니 허세샷 찍어보자고 아침부터 테라스에 앉아보았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구도 등이 뭔가 아쉬운 사진이 되어버림. -_-;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눈 부셔서 썬그라스를 끼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날씨. 앉은지 1분도 안 되서 느껴지는 남프랑스 햇살의 따가움에 다시 찍을 생각도 못 하고, 사진 찍자마자 방으로 후퇴.  모닝 커피 한 잔씩 하고, 니스 시내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호텔 바로 앞은 니스 해변을 따라 길게 Promenade des Anglais 가 펼쳐져 있다. 발음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 영국인 산책로라고 불리는 곳. 니스 해변가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 영국인들이 우기를 피해 니스로 휴양을 왔다가 이곳의 길을 조성하는데 많은 돈을 기부해서 영국인 산책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는 네이버)

중간중간 호텔에서 관리하는 해변은 울타리가 쳐져 있고,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호텔마다 파라솔도 다른데,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는 푸른 파라솔이었다. 해변은 모두 자갈밭.

 

 

영국인 산책로를 따라서 아침부터 수 많은 사람이 러닝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역시나 몸매가 좋을 수록 (상의) 탈의 비율이 올라감 -_-aa

 

 

해변가의 Life guard.

 

지중해에 발 담그고 싶은 서른n짤 남펴니.

 

너무 귀여워서 안 찍을 수 없었던 부녀. 애기 엉덩이만 뽀얀 게 너무 귀여워 ㅠㅠ

 

 

아무리 봐도 누워 있으면 등이 상당히 배길 것 같은 자갈 해변. 지압에는 좋으려나 -_-; 이른 시간임에도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로 한 날. 영국인 산책로를 따라 중간중간 버스 정류소가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는 일념 하에 스타벅스를 검색해봤는데, 시가지 한복판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내판에서 근처로 가는 버스를 찾아 탑승. 현찰을 내면 버스티켓을 주고 잔돈을 돌려주는데, 티켓을 들고 두리번거리니 앞 자리에 앉아있던 인도 아주머니가 티켓을 어디다 찍어야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심. 

예전에 그 버스 2대 이은 형태를 뭐라고 했더라, 여튼 그런 버스가 다님.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몰라도 버스 내 승객들의 대부분이 출근하는 직장인 분위기. 누가 봐도 관광객은 남편과 나 밖에 없어서 괜시리 뻘쭘했음 -_-; 10분 정도를 달려 마세나 광장 근처에 내립니다.

 

 

트램 트랙이 초록초록.

 

14 Juillet, Journee Homaage-Nice.  프랑스어로만 적혀 있어서 뭔가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자, 2016년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했던 바로 그 날짜. 관련해서 무슨 추모공연 및 여러가지 행사 안내였던 것 같다.  그날이 그저 생일인 관광객은 기념삼아 사진 찍어보심.

 

 

체스판 같은 바닥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의 풍경.

 

 

운 좋게 분수가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들어갔으나 들어간지 5분도 안 되어 분수가 멎음. 그래도 분수를 봤으니 나름 만족스러웠다. 아침부터 아찔한 더위와 햇살에 뛰어다니면서 물을 맞는 아가들도 많았다. 검은 타일 바닥 위에 물이 살짝 깔리면서 바딕이 큰 거울처럼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기웃기웃 들어가서 백화점도 보고. 쇼핑에는 취미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애초에 쇼핑을 위한 동네가 아니다보니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없었다. 딱 하나 탐나는 건 발렌티노 매장에서 보았던 샌들. 그런데 가격이 내 월급 30% .... 아쉽지만 그냥 나옴...돌아가면 돈 열심히 모아서 막 쓰기로 결심하였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걷다보니 배도 고프고, 그 동안 한식 비슷한 음식조차 못 먹었던 탓인지, 국물이 있는, 한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안요리를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검색해보니 베트남 맛집이 주변부에 있어 구글맵을 키고 추적 시작. 애초에 찾았던 맛집은 안타깝게도 휴가 중이라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사장님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쌀국수 2개와 스프링롤. 간만에 먹은 따뜻한 국물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익숙한 음식은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알게 모르게 메슥거렸던 속도 가라앉고, 긴장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Before

After

 

든든하게 잘 먹고, 근처 쇼핑몰을 갔는데, 이상하게 몸이 뭔가 불편했다. 밥도 먹었는데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자꾸 앉고 싶고. 고르동 협곡에서 남편을 힘들게 했던 일사병이 이번에는 나에게 왔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돌아다니는 건 무리다 싶어 이쉽지만 숙소로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너무 부지런히 다녔나보다.  들어가서 좀 쉬고 생각하자.

 

이 때가 낮 2시쯤 되려나. 아침과는 또 다른 푸른 색으로 바다가 빛난다. 호텔 앞 도로는 낮에도 생각보다 차가 제법 많았고,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아침보다 늘어있었다. 1시간 정도 잠시 눈 붙이고 쉬니 그제서야 몸이 회복된 느낌. 해가 더 지기 전에 수영을 하기 위해 호텔 옥상의 수영장으로 향했다.  

 

호텔 수영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변가의 풍경.

 

입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도 썬베드를 잡을 수 있었다.

 

 

물에도 한 번 들어가주고.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 수심이 깊은 곳은 깊이가 제법 되서, 성인도 까치발을 들어야하는 정도. 물도 깨끗하고, 시설도 깔끔하니 좋았다.

 

물 속에는 대부분 아이들이었고, 성인들은 대부분 누워서 햇빛을 즐기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나름 쉬러 온 거였는데, 생각보다 빠듯한 일정에 그 동안 여유지게 쉬지 못 하고 돌아다니라 바빴다 싶었다. 썬베드에 누워서 이런 풍경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행복했다. 점차 서편으로 기울어지는 해, 간간히 부는 시원한 바람, 사람들의 웃음소리, 모든 순간들이  완벽했다.

 

어느 덧 저녁시간이 되어 아쉬운 맘에 수영장 다시 한 번 보고. 다음에 또 온 다면 소설책과 아이팟을 들고 썬베드에 하루종일 있을 것이야

 

 

 

옥상 여기저기서 니스 시내를 내려다보는데, 서편으로 보이던 산 너머에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르기에 사진. 산등성이에 화재가 났던 모양이다. 헬리곱터가 오는 듯했음. 여튼 잘 놀고 갑니다. 저녁 먹으러 다시 나가봅시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전에 갔었던 시내로 다시 이동.

점심에 먹었던 베트남 요리를 잊지 못하고, 일식집을 갔는데, 미국식 스시를 기대한 탓인지 생각보다는 실망. 그럭저럭 먹고 나와 시내를 구경하러 갔다.

 

 

골목골목 가득한 사람들.

 

 

노을이 질 무렵이 되자 더욱 선명해진 바닥이 예쁘다.

 

 

 

 

마세나 광장의 포세이돈 분수과 트램 트랙.

음악에 맞춰 걷는 비둘기가 너무 웃겨서 촬영함.

 

 

광장 한 켠에서 웬 아저씨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뭔가를 준비하길래 봤더니, 마이클 잭슨 투어 실황을 틀고 거기에 안무를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익숙한 전주가 중간중간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점차 몰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세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비장하게 시작하였는데,

 

무대를 보니 히스토리 투어를 따라한 듯 했으나......음...춤이 시작되고 얼마 가지 않아 구경꾼들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함. 잘 추시긴 하는데 뭔가...좀 그랬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며..-_-;; 여튼...그러고보니 프랑스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아직도 인기가 여전한 모양. 라디오에서도 중간중간 노래가 자주 나와서 신기했다.  우리가 여행갔을 때가 마이클 잭슨 기일(6/25) 근처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여튼. 지금 다시 보니 옷은 꽤 비슷하게 했네.

 

 

 

 

다시 시내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허기가 돌았다. 프랑스에 왔으면 크레페 먹어야된다며 디저트 카페를 급 검색하여 찾아내 구글맵의 도움으로 착석. 

 

옆 테이블은 갑자기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 분위기.

 

 

 

하.....여러분 프랑스 가면 크레페는 무조건 먹는 겁니다. 진짜 인생 크레페. 둘이 먹다 하나 쓰러지면 다 내거. 열중해서 먹는데 갑자기 옆에 건장한 브라질 청년들이 나타나더니

 

난데없이 공중곡예.

 

이렇게 무술 및 화려한 곡예를 보여주고, 돈을 걷으러 다닌다. 관광도시다 보니 정말 이런 일이 수두룩.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잘 봐서, 현찰 남아있는 거 일부 드리고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있다보니 어느덧 밤 10시. 버스는 끊기도 어찌할까하다 우버를 이용하기로 하고, 호출했다. 10분 정도 기다리다보니 우버가 카페 앞으로 도착.

 

크레페를 먹었던 카페 겸 레스토랑 실내 풍경. 계산하느라 잠깐 들어가서 봤는데, 곳곳의 레코드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우버가 도착해서 탑승,

가는 길에 보이던 호텔 네그레스코. 

 

우버는 처음 이용해보았는데, 안전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특히 밤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이용하기 좋은 듯. 숙소로 돌아오니 바다는 까맣게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게 바로 앞이 바다인데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거.

 

 

남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내일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날.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20. 23:47

 

어느 덧 남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다섯 번째가 되었다. 여행지의 시간은 왜 이토록 빨리 흐를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문득 정신을 차리면 끝이 보이니 말이다.


간만에 제대로(?) 조식을 챙겨 먹은 기념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호텔이 시내 한복판인데다가 로비며 건물 자체가 생각보다 아기자기했기에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면서도 여기 정말 식당이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귀여운 식당이 2층 한 켠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인상 좋은 중년의 여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영어로 조곤조곤 상냥하게 설명해줘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숙소 이름은 Regina. 나름  시내 한복판이라 밤에 외출하기에도 큰 부담이 없었다. 방 상태는...비록 (죽은) 벌레가 한 번 나왔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잠만 자고 갈 여행객이 하루 이틀 정도는 부담없이 묵기 좋은 곳이다.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과일은 신선했고, 빵도 햄도 정갈하게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침 부페는 딱 요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어차피 잠이 깬지 얼마되지 않아 입맛도 없고 많이 먹히지도 않는 아침이라면.  만리 타국에서 익숙한 메뉴들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조식 부페를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운이 따라줘야하는 일이다. 특히 나처럼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고,  생소한 메뉴에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소심한 아시안들에게는.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있어 처음에 장식인 줄 알았던 별 모양의 기둥은 유심히 보니 설탕을 모양을 내서 사탕처럼 굳혀 꽂아둔 거였다. 필요하면 위에서부터 하나씩 빼서 커피 등에 넣어 먹으면 되는 모양. 간만에 아침다운 아침이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깨끗하게 씻겨 바구니에 담겨있던 과일들.  한 입 베어물면 상큼하고 달달한 과즙이 가득한 자두가 맛있어서 자두만도 3개쯤 먹은 듯하다. 진한 드립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든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아비뇽 교황청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와 주차장이 500m 이상의 거리라 커다란 짐짝부터 빼고 아침부터 힘을 들이는 건 뭣 해서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아비뇽 교황청을 보기로 했다. 쿨하게 짐을 맡아주신 친절한 호텔 지배인님. 어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은 숙소 위치도 알고 하니 관광을 먼저 하고 나서 나중에 차를 가져와서 바로 짐을 실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지. 그러고나서 이 선택으로 인해 아비뇽을 뱅글뱅글 돌며 차 안에 1시간 가까이 갖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아비뇽 교황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 가는 길에, 전일 우리가 차를 세워두었던 건물을 지나게 되었다. P 표시만 찾아서 차를 대고 나온 거라 몰랐는데, 아침에서야 보니 공공 주차장이 아니라, Les Halles라는 꽤 큰 쇼핑몰의 주차장이었다. 전 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5층이나 되는 건물이 거의 만차였던 상황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 동안 들렀던 주차장들의 대부분이 여유롭다 못해 텅텅 비었던 터라 주차로 고생한 적이 없었는데 계속 여기 뭐지, 왜 이래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더랬지. 아침에 건물 밖에서 보이는 주차장에도 그리 여유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꽤 큰데 구경이나 하자며 잠시 들렀던 몰 내부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동네의 큰 마트와 별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유심히 보다보면 낯선 비주얼의 야채들과 과일들이 있어 외국에 있음을 실감하며, 기웃거리면서 구경함.

 

아기 눈웃음에 카메라를 안 들 수 없었다.

 

마트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건물을 빠져나오니, 다시 정갈하고 예쁜, 사진 같은 유럽의 길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구글맵을 들고 기웃거리며 익숙한 유럽 풍경 속 광장을 지나 골목 사이로 들어가다 보니 어느 덧 교황청에 가까워진 느낌적인 느낌.

 

 

 

골목 초입에 그늘이 있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돈을 내야해서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저 벽들 사이 중간,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 즈음에 동굴처럼 파진 곳이 있고, 중세 기사 복장을 갖춘 남자가 관광객들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 때마다 밑의 접시에 돈을 내라는 싸인을 끊임 없이 보낸다.

아비뇽 내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관광열차 (길게 버스를 이은) 거의 어르신들이었다. 저 관광열차가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이런 광장이 보이고, 나와서 쭈욱 걷다 보면

 

여러분은 지금 아비뇽 교황청을 보고 계십니다. 

아비뇽에 웬 교황청이?? 라고 할 사람들을 위해, 잠시 네이버 지식을 빌려보자면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정치적인 이유로 바티칸으로 가지 못하고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면서 교황청으로 사용한 곳이다. 이후 1376년까지 7명의 교황이 이곳에 머물게 되는데 이를 아비뇽 유수라고 하며, 당시 교황권은 프랑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현재도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형식의 궁전이고, 14세기 건축 양식의 화려함을 볼 수 있다지만, 겉은 투박하고 견고한 느낌이 강하다. 말 그대로 고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양.

여행 전 보았던 책에서는 7월이면 3주에 걸쳐 성벽으로 빛을 쏘는 걸 쇼를 한다는 걸 봤었는데 막상 가 놓고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성벽을 보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책자를 들쳐보니  다행히도(?) 일정이 하루 차이로 엇갈려, 전일 밤 와서 볼 수도 있었던 타이밍이긴 했다. (심지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니) 어차피 피곤해서 안 왔겠지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유럽은 여름에 온갖 축제나 행사가 많아 미리 잘 알아두고 오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 여행자가 소소한 일정까지 짜서 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황청 앞에 뜻밖의 잭 스패로우.

 

 

황금빛 성모마리아.

 

 

황금성모마리아가 아득한 성채 위에서 빛나고 있다. 나이가 든 탓인지 박물관에 감흥도 없어진 덕일까.
여기까지 왔는데 교황청을 보고 가야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입장료도 다소 비싼 편이었고, 스케쥴이나 체력상 둘러볼 여건도 안 되었고 (들어갔다 나오면 체력 방전), 다행히(?) 안에서 볼 게 많지 않다는 정보를 핑계 삼아 교황청 구경은 건너뛰기로 했다. 광장 그늘에 앉아 바보처럼 거대한 성벽에 우와우와 한참 감탄하며 구경하다가 근처의 생 베네제 다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정확한 명칭은 Pont Saint Benezet

 

 

from 네이버 지식 :론강에 있는 끊어진 다리로, 아비뇽다리(Pont d'Avignon)라고도 불린다. 12세기 무렵 양치기소년 베네제(Benezet)가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혼자서 돌을 쌓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아비뇽과 빌뇌브 데 자비뇽(Villeneuve des Avignon : 론강 건너편의 도시)을 이어주던 다리로, 원래 필리프왕의 탑까지 연결되었으나 17세기 말 홍수로 인해 절반이 떠내려가고 지금은 4개의 교각과 생베네제를 기리는 생니콜라예배당만 남아 있다.   

다리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로 들어가 입장료를 내면 다리에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끊어진 다리에 올라가기는 터무니 없는 입장료라 그냥 밑에서만 보고, 되돌아가기로 함. 그리고 이 다리 바로 근처에 깨끗한 무료 화장실 있습니다. (깨알팁) 아비뇽의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보면 뭔가 수박겉핡기만 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세계사에 나온 곳에 가 봤다는 것에 의의를.  교황청 건물이랑 다리 하나만 봤는데도 벌써 점심 때가 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여치처럼 하루하루 도시를 둘러보는 빡센 일정이라면 정말 원하는 곳이 아니면 과감하게 관람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팁.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겠지, 그 때는 여유있게 쉬면서 볼 수 있겠지라며 애써 다음을 기약해본다. 다시 니스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기에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에 짐을 찾으러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 구석구석 스냅샷.

너무 귀여워서 안 찍을 수 없었던 간판.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초록. 지금 내 핸드폰 배경화면.

 

Les Halles 몰의 전경. 초록초록한 풍경이 거대한 숲 같기도 하다.

 

우리가 아비뇽을 떠나던 바로 이 날이, 때 마침 아비뇽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비뇽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보았던 사람의 절반은 관광객, 절반은 각종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알바들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전날보다 포스터가 많아졌네? 정도였는데 교황청을 다녀왔을 즈음에는 담벼락이며 각종 가로수며 표지판에 빈 곳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포스터 천지였다. 인상적이었던 게 테이프를 안 쓰고 그 많은 포스터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노끈으로 묶었다는 거.  수백번 이를 반복해야하는 귀찮음과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효율성이 최고인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풍경. 이미 초록테이프로 도배가 되어 뒤덮였을 것이고, 이미 전날 밤에 다 붙어있었겠지. 오래된 풍경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비결은 이런 귀찮음조차 기꺼이 감내하는, 사소하고 꾸준한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자신들의 도시를 아끼는 프랑스인들의 미덕에 새삼 감탄하고 배워야겠다고 느낀다.햇살과 더위를 피해 다시 마트 내를 통과하기로 했다.

 

여기서 맛있는 피자랑 파이 구매. (파이는 결국 못 먹었다 ㅠㅠ)



먼저 주차장을 들러 숙소로 차 가지려고 갔는데, 이게 웬 열. 원래 차를 끌고 들어올 예정이었던 숙소 앞의 대로가 축제를 이유로 폐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로 폐쇄라는,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에 잠시 멍해졌다. 결국 아비뇽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짐을 끌고 500m 가까이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카운터에 맡아두었던 짐을 찾아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해가 머리 꼭대기 즈음에 올라온 데다가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포스터며 각종 안내(호객)와 사람들도 뒤섞여 그 틈으로 커다란 짐을 끌고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어째저째해서 짐을 싣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더니 방금 지나왔던 차도도 추가로 폐쇄가 되어버렸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축제로 도시 안 곳곳의 일부 도로를 (점차) 막아버리면서 네비게이션이며 구글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상황. 이러다 점심도 못 먹고 아비뇽 안만 뱅뱅 돌겠다 싶어 불안한 마음에 다시 주차를 하고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시내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고, 역시나 예상대로 몇 번이고 같은 길을 오가게 되었다. 같은 성벽을 한 3번쯤 통과하고 나서야 다행히도 꽤 넓은 지하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500m 이상의 거리를 짐을 끌고 난 뒤에, 차에 한 시간을 갖혀있다 시피하다 해서 겨우 주차를 하고 나니 아비뇽 맛집을 찾아가고 자시고 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상황. 문득, 숙소 근처를 지나가다 봤던 맥도날드가 생각나 거기서 얼른 해결하자며, 맥도날드로 향했다.

프랑스까지 와서 맥도날드를 먹을 줄이야. 메뉴는 전체적으로 별 다를 게 없었지만 프랑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잘한 몇가지 메뉴도 있었다.  색다른 걸 시켜볼까 하다가 안 그래도 더위와 허기에 지쳐있는데 먹는 걸로 (그것도 내가 고른 메뉴로) 짜증이 나고 싶지는 않았다. 괜한 모험은 접고 한국에서도 늘상 먹던 빅맥 세트 2개로 주문. 옵션으로 프렌치프라이를 선택할 때 케첩을 줄지 마요네즈를 줄지 물어보는 게 특이했다. 맛은 별거 없고, 혹시나 싶어 들여다본 메뉴판에 아이스커피는 역시나 없었다. 익숙한 맛으로 배를 채워가니 황당함도 피곤함도 점차 가라앉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생각치도 못 했던 축제와 도로사정에 일정이 꼬인 묘한 날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나름 예측불허의 이벤트가 많았던 여행은 처음. 이번 여행은 재미있는 거 많이 겪어본다며, 허허 웃고 더 붐비기 전에 떠나자며 아비뇽 시내를 빠져나왔다. 포스터반 사람 반으로 어수선했던 성벽 내와 다르게 한 편으로 다시 한 없이 펼쳐치는 남프랑스의 드넓은 평원.

 

한참이나 평원을 달리다보니 니스에 가까워졌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하나 둘씩 보이고, 각종 도시 이름과 함께 에즈 빌리지 역시 표지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후 3시쯤 됐으려나. 어차피 떠나는 날까지는 니스에 있을 예정이라 니스에만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니스를 바로 가긴 아쉬운 마음에 동선을 살짝 틀어 에즈 빌리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에즈빌리지는 여행 초반에 가려고 목적지에 넣었던 곳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일정을 짜보니 동선이 너무 복잡해져서 이번 여행에는 못 가는 곳인갑다 싶어 과감히 뺀 곳이었는데, 이렇게 선물처럼 나타나 주는구나. 네비게이션 중간목적지로 에즈 빌리지를 입력한다. 마을 초입에 주차장이 있어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에즈 마을 동네주민룩. 아무리 봐도 관광객이 아닌 것 같고.

 

 

 

생폴드방스 같이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좁은 입구를 통과만 해도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지중해의 풍경. 느즈막한 오후에 와서 더위에 시달리지 않고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와서 본 탓인지 풍경이 더욱 멋졌다. 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너무 좋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울 지경. 이름도 거창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Jardin de exotique, 열대식물원. 해발 429m에 위치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코트다쥐르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관동팔경 중 하나쯤 되려나. 이 풍경을 보자마자, 안 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무려 12세기에 만들어진 정원이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몇 백년이고 남을 수 있었겠지. 남프랑스에 처음 와도, 다시 오게 되도, 반드시 오고 꼭 봐야할 풍경이다.

 

우측에는 아기자기하게 각종 선인장과 알로에 등 열대식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다양한 열대식물이 자리잡고 있다. 선인장 가시가 꽤나 날카로워 보여 나름 긴장하며 걸었다.

 

중간중간 이렇게 조각상도 과하지 않게 조화롭고.

 

이국적인 초록의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오면 생각보다는 다소 휑한 풍경. 동전을 넣고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시계탑은 바로크 성당의 일부로 무려 12세기에 지어졌다가 18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페니키아인들의 이시스 여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 지붕에 새워둔 이집트 십자가를 내부에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종탑은 19세기에 지어졌으나 번개를 계속 맞는 일이 생겨 원래 있던 돔은 없어졌다고 한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전망대에서 360도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저 미소.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이는 곳곳에 조각상이 설치되어있다. 여기 있는 조각상들은 모두 장 필립 리차드의 작품이며, 제목은 지구의 여신상이라고 한다. 발은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진다고 표현했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인데도 한 편의 시 같다. 실제로는 개방하지 않는 시간이라 어차피 들어올 수는 없겠지만,  깜깜한 밤 이 곳에 홀로 있다면 앞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그 별들이 얼마나 황홀할까. 덩굴 속에 숨어서라도 별이 떠오르는 순간까지 마냥 앉아있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 채 정원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풍경도 멋지다.

 

 

입구와 출구가 한 곳에 있는 에즈식물원. 나오는 길에 선인장 옆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뜬 검은 고양이. 정작 선인장 밑에서 자는 고양이는 태평스러운데, 선인장에 찔릴까 내가 더 조마조마한다.

 

나오는 길 에즈 구석구석의 스냅.

 

 

열대식물원 가는 초입의 니체 산책로. 에즈 빌리지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열대식물원과 함께 바로 이 니체 산책로이다. 도보로 약 45분 정도의 길로, 이름 그대로 니체가 자주 산책을 하던 길이라고 한다. 니체는 1883년 4개월 간 에즈에 머물면서 <짜라투르스트라는 말했다> 를 완성했다고 한다. 피곤하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고, 1시간 가까이를 걷기에는 제법 늦은 시간이라 가보지는 못 해서 살짝 아쉽다. 시간이 애매해서 니스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니스로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음료는 어김없이 콜라. 한국과 달리 물도 주문해야 나오는 곳이라,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남프랑스 여행을 하는 내내 콜라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든든하게 먹고, 화장실도 해결하고 니스로 출발.

 

 

니스로 가던 길에 있던 산악터널.

 

내려가는 길 구석구석 풍경이 멋진 곳은 별장이 있었다. 이런 곳은 영화배우가 살지 않으려나, 부러움이 섞인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며 니스로 오자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도시의 어수선함, 막히는 차들이 보였다. 니스가 꽤나 큰 도시임을 새삼 실감. 간만에 신호대기에 걸렸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신호에 걸리고,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우리의 마지막 숙소에 도착.

 
마지막 이틀을 보낸 숙소는 Radisson Blu Hotel Nice (래디슨블루호텔 니스). 4성급이고, 해변을 따라 길게 위치해 있다. 더 좋은 곳도 많았지만 예산을 감안하여 적절한 곳에서 타협하고 예약한 곳.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숙소였는데, 방은 생각보다 그냥저냥이었지만 뷰는 예상대로 만족스러웠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예쁜 칵테일 같기도 한 색감. 침대에 누워 밖에 보이는 풍경만 봐도 좋은 곳이었다. 이렇게 다섯번째 날도 마무리.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15. 21:47

 

어느 덧 여행도 중반에 접어들어 나흘째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방문지가 많은 날. 남프랑스 여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세낭크 수도원을 시작으로 근처의 고르드마을, 그리고 아를을 거쳐 아비뇽으로 가는 날이다. 세낭크 수도원은 고르드 마을 산악지대에 있는 수도원이다. 수도원 사진만 봤을 때는 막상 그렇게 깊은 산 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은 후 떠오른 화면의 이미지를 통해 이 곳이 꽤나 깊숙한 산 속에 위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 산 꼭대기에 이르렀을 즈음 수도원의 전경이 보일 법해서 차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막상 보이는 건 숲 뿐이었고, 그저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날씨운은 꽤나 좋은 편이었다. 오늘도 어김 없이 화창한 푸른 하늘. 수도원으로 가는 길 한 켠으로 고르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를 다니면서 수시로 마주쳤던, 어느 순간 일방통행으로 바뀌는 도로, 잘 포장되지 않은 길이 이 곳이 아주 오래된 곳이고, 또 그 때의 모습과 크게 변한 것이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마을이 있었고, 왕복 1차선을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바로 옆에 그 흔한 보호대 없이 있던 아찔한 낭떠러지의 풍경은 신선하고 아찔한(?) 경험이었다. 맞은 편에 차가 오면 알아서 정차하고 양보하면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으레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이 이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라면 뭐랄까. 이미 왕복 2차선 이상이 나고도 남았겠지.  21세기에 해보는 옛날 길 체험이랄까. 그나마 차가 있어 이렇게라도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길을 내지 않고,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려는 태도가 부럽기도 하다. 

참고로 남프랑스는 운전이 좀 거친 편이다. 함부로 끼어들거나 앞질러 간다던가 하는, 운전자간의 매너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아니라 그 좁고 투박한 길을 달리는 데 있어 거침이 없는 그런 느낌. 


어쨌거나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지나 오전 11시가 거진 다 되어서 세낭크 수도원에 도착했다. 여행 첫 날 생 폴드방스를 개장 손님 마냥 들어갔던 걸 감안하면 나름의 피로 누적으로 점점 기상시간이 늦어졌던 것 같다. 나름 부지런히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수도원이 생각보다 오지(?)에 있던 탓일까,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주말도 아니었던 걸 감안해도 수도원 앞에 거의 만차가 되다시피한 주차장을 보니 늦장을 부렸나 싶어 괜시리 뻘쭘하다. 그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우고, 세낭크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수도원 가는 길 초입에 보이는 드론 금지 안내판. 이런 오지(?)까지 드론을 들고 와서 날린단 말인가, 싶어 헉했지만, 막상 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찍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라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수도원 전체를 보여주는 그림과, 입장시 드레스코드를 알려주는 귀여운 안내판.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을 보면 담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보랏빛 라벤더가 줄지어 피어진 뒤로 천년 가까이 이 곳을 지켜온 세낭크 수도원이 보인다. 약간 노란 빛이 돌게 나와서 아쉬운 사진.

 

 

 

 

이런 풍경. 두근두근.

 

수도원으로 향하는 오솔길 좌측으로도 길게 라벤더 밭이 있다. 방문객들이 들어가서 사진 찍기 비교적 용이한 곳. 라벤더 자체가 꽃송이가 크지 않고, 아주 만개한 시즌은 아니었던 터라 꽃밭이 기대만큼 보랏빛으로 덮이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섞여오는 라벤더 향기를 맡으니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라벤더 밭에 정신이 홀려 걷다 보니

 

드디어 세낭크 수도원 앞에 도착했다. 수도원이라는 걸 몰랐다면 언뜻 오래되고 소박한 고성 같기도 하고, 아니면 큰 농가 같기도 하고. 장미의 이름에서 본 음침한 수도원의 인상이 거진 20년 가까이 산 속의 중세 수도원의 이미지를 지배해왔나보다. 그래도 글에서만 받은 이미지라 참 다행이다. 음침한 실물부터 본 게 아니라서. 눈부신 햇살 아래 보이는 투박하게 서 있는 세낭크 수도원은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빳빳한 풀을 먹인 옷을 입은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이 어디에선가 라벤더를 쓰다듬고 있을 것만 같다. 음산한 느낌이라고는 정말 1도 없는, 깨끗한 느낌의 소박한 수도원.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이렇지요.

 

 

왔으니 인증샷.

 

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시간 절약차원(?) 에서 내부 관람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수도원 내 일부까지는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해서 들어가서 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2층에는 에어컨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단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돌로 된 건물 특유의 서늘한 한기가 감돈다. 안내판을 보니 무려 1148년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천 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지켜진 수도원에 경외감이 드는 순간. 아마 이런 깊은 산 속에 있어서 가능했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서늘한 실내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1층의 기념품 샵을 들렀다. 상점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이것 저것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샵에서 라벤더 향이 나는 주머니, 라벤더 비누, 2018년도 달력, 냉장고 자석 등등을 구입했다. 사실 라벤더 관련해서 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수도원 가면 뭔가 더 있겠거니 싶어서 여기 와서 몰아서 샀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리고 이후 다른 기념품 샵을 가보니 크게 차이는 없었다. -_-;;

 

 

 

잘 보고 갑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한 남펴니의 뒷 모습으로 세낭크 수도원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

 

 

 

금강산도 식후경, 고르드마을로 향했다.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글맵을 여기저기 찾다 근처의 레스토랑 입성.



익힌 야채와 올리브, 치즈가루를 섞어 면을 말아 입에 넣으니 고소하다.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주변을 보니 온통 관광객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고르드 마을로 향한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만큼이나 예쁘다는 곳.  무려 고대 로마시대부터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막상 가서 보니 그 동안 보아왔던 유럽 예쁜 마을 사진의 느낌은 생폴드방스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이미지가 대부분인 듯하다. 고르드 마을은 생폴드방스나 무스티에 생트 마리와는 또 다른, 세낭크 수도원 같은 이미지이다. 산악지대라 그런지 투박하고, 깨끗하고, 고즈넉한 예쁨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느낌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확실히, 더 오래된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마도 마을 내에서 가장 큰 대로변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

 

 

 

여기에서 웨딩 촬영이라니. 중국인 커플로 보였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더워보이기도 하고. 예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레스가 뭔가 아쉬웠다. 아무 장식 없는 흰 원피스만 입고 찍어도 예쁠 것 같았다는, 지나가는 행인의 오지랖 -_-;

 

 

 

 

지대가 높은 지역이다보니, 마을 외곽으로 가면 산등성이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전경이 보인다. 아기자기 귀엽게 초록의 숲과 진한 갈색의 지붕과 옅은 황토빛 벽을 가진 건물들이 제각각의 다른 높이와 넓이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파스텔빛과 원색의 꽃나무들이 중간중간 섞여 밋밋하지 않은 그림을 만들어준다. 눈에 튀거나 거슬리는 풍경 없이 평화롭다. 남프랑스 곳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 예술가도, 작품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도 초반대의 온도, 습도가 높지는 않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햇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10분만 걸어도 머리가 뜨끈해지는 더위에 일사병 위기가 온다.  더위를 잘 타는 남편은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는 눈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양산이나 챙 넓은 모자를 챙겼어야 싶다. 유럽의 여름 햇빛이 무섭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처절히 배운다. 무스티에 생트마리에 이어 2차 위기다 싶어 시원한 곳에 가서 음료나 마시자며 다시 마을 쪽으로 이동했다. 

 

 

 

 

더우니 다시 분수가로. 그늘만 가도 서늘해질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나 아이스커피는 없고 어김없이 젤라또. 이번 여행에서 젤라또는 정말 원 없이 먹고 간다. 레몬맛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더위를 잠시 잊어본다. 잠시 쉰 뒤 다음 방문지인 아를을 향해 고르드 마을을 나섰다. 잘 보고 갑니다. 오늘의 최종 방문지이자 숙소는 아비뇽. 아비뇽을 가기 전 아를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아를에서의 첫 목적지는 고흐가 머물던 정신병원. 가는 길에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개방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되어있었는데 아를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보니 5시 45분. (-_-;;;) 여기까지 왔는데 못 보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구글맵을 키고 부랴부랴 걸어서 갔는데, 다행히도 공영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가야 나오는, 다소 외진 곳에 있었다. (정신병원이니 당연한 건지도...) 다급하게 걸어 6시 전 도착할 수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을 닫는다던지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 써머타임 덕에 오픈시간이 연장된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 안내판이 보이자 그동안 교과서며 온갖 그림에서 보던 그 곳에 정말로, 드디어 가는구나 싶어서 두근반 세근반.

 

 

 

Welcome to Espace Van Gogh !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보이던 기념품샵.

 

조금씩 기울어지는 여름 햇살 아래 사람들은 여유롭게 아뜰리에를 둘러보고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여기가 정신병원이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사하고 예쁜 정원의 느낌.

 

실제로는 큰 나무들에 그림자가 져서 이 정도로 화사하지 않다. 약간 보정한 사진들임.

 

 

실제 가보면 이 정도에서 더 어두운 느낌.

 

 

문이랑 키가 똑같네.

 

 

 

2층에 올라가서 보면 이런 느낌. 1층 정원에서만 있다보면 그저 예쁜 4각회랑의 정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둘러보니 아, 여기 병원 맞구나 싶다. 시내 같지만 은근 구석지에 위치해있는 이 곳이 이해도 되고. 물론 그 때는 더 외진 느낌이었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고흐의 그림에서도 병원이라는 느낌보다 정말 예쁜 아기자기 아뜰리에 느낌이었는데, 직업적으로 보다보니 은근 폐쇄적 구조라는 게 느껴진다.  특히나 이 정원은 건물 내 어디에서든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 그래도 예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예쁜 병원이라면 입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병원으로 이용되지 않고, 아뜰리에, 기념품 샵, 그리고 각종 강의를 하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고흐의 작품인 [The Courtyard of The Hospital, 병원 안뜰 ]. 그림만 봤을 때도 병원이 저렇게 예쁜가 했는데, 사실이었고.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림과 유사한 구도로 찍어둔 게 있어 비교차 함께 올려봄. 회랑 한 켠이 무성한 잎들로 가려진 것을 보니,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는 이렇게 초록이 무성하던 시기는 아니었나보다. 

 

 

 

좌측 저 흰 박스는 옛날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의 신기한 카메라.

 

 

 

 

 

병원을 봤으니 고흐의 카페를 보러 갑시다. 아뜰리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귀여운 핑크 파라솔의 카페. 이런 핑크색 예쁘다.

 

걸어서 10분 정도 갔더니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가 한 가득.

관광객이 절반인 듯.

 

 

여기가 바로 그 카페입니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 ]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이 느낌을 기대했으나

 

앞에 카페만큼이나 크고 노란 파라솔이 앞에 하나 더 쳐져있고, 광장 가득한 사람 때문에 그림 같은 분위기는 없다. 실제로는 어수선하니 시장판 같은 분위기.  원래는 저 노란 카페의 벽이 조명 탓에 노랗게 보였던 것인데, 밤에만 보이는 풍경이었다고 한다. 저 그림을 기억하고, 또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 외벽을 아예 노랗게 칠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찾아본 정보들에서 이 카페의 음식 및 음료수가 정말 별로라는 평이 자자하여 (하나쯤 좋은 평가가 있을 법도 한데), 외관 구경만 하고 패스. 뭔가 그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못 느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고흐 카페를 실제로 본 것으로 만족. 

앞에 수 많은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딱히 끌리는 집이 없어 광장을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다가 생선요리 메인으로 파는 곳이 있어서 착석. 연여 요리가 있어서 시켰다. 남펴니는 스테이크 주문.

 

음.....맛은 그냥 그랬음 -_- 여태 식당은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여긴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배고픈 관광객이다 보니 언제나 그래왔든 남김 없이 먹고 다시 아를 투어를 시작.

 

 

여행 책자에서 강추하던 젤라또 샵. 큰 맘 먹고 책자에 나온 곳 찾아갔는데 문 닫음 ㅠㅠ 그래도 귀염귀염한 가게가 예뻐서 찍어봤다. 색깔 맞춘 커튼조차 귀여움.

 

 

 

반 고흐가 환자로 머물렀던 곳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시골깡촌의 이미지만 갖고 방문한 아를이었지만, 막상 가서 둘러본 아를은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도시였다. 구석구석 전시 안내가 가득했고, 나름 큰 규모의 사진 전 안내가 구석구석 붙어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때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유럽 최대의 사진축제인 아를 국제사진전이 열리는 때였던 것. 

관계자들 뒷풀이였던 듯. 힙 터지는 풍경이다. 갤러리 앞에 오크통 혹은 작은 스탠딩 테이블이 군데 군데 있고, 와인과 간단한 핑거푸드들이 있고, 명찰을 목에 걸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니 관계자들이나 참석자들이었던 것 같다. 뭣도 모르고 우리는 요즘 무슨 학회 시즌인가보다 했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 전공자라면 꼭 한 번 오고 싶어하는 축제 중 하나라고 한다. 3개월에 걸쳐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갤러리 밖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한다.

 

 

 

 

 

코닥 & 후지필름 간판. 보기 힘든 풍경에 반가워서 사진.

 

 

 

 

세계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2000년이 넘은 고대로마의 원형 경기장, 보존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 원형 경기장이 아를에 있을 줄이야. 이래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아를에 오기 전 들렀던 고르드 마을도 그렇고, 남프랑스 곳곳에 고대 로마의 흔적이 가득하다. 유럽 여행을 즐기는 팁 중 하나는 역사에 대한 지식인 것 같다. 이 곳도 무려 기원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지금도 아를 시내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고, 지금은 축제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 저녁 7시 가까운 시간이라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우리는 앞에서 감탄만 하며 보고 옴. 처음으로 단체 한국인 관광객을 보기도 한 날이다.

 

 

개장시간을 놓친 관광객 애절모드.

 

 

 

주차장 향해 가던 길에 발견한 예쁜 바람개비 샷.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회전목마. 잘 보고 갑니다. 아를. 이제 아비뇽으로 가요.

 

 

 

도로에 쭉쭉 뻗어있던 자작나무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보이던 표지판에 St.Remi 가 많이 보였는데 익숙한 이름에 뭐였더라 생각해보니 고흐가 말년에 정신질환이 악화되면서 아를에서 생 레미의 요양원으로 옮겨졌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생 레미를 들르지는 않았지만, 보이는 풍경이나 위치를 감안해 보았을 때 아를보다도 한적한 웬지 시골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그 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안 좋아지면 풍경 좋고 조용한 외곽의 요양원으로 가는 건 여전한 가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아비뇽에 도착!

 

 

도시 구석구석 남아있는 옛 성벽에 고대 도시에 온 느낌이 물씬.

 

 

주차장 뷰. 아비뇽은 주차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도보로 500m 거리고, 나름 가장 큰 주차장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차였다. 꼭대기 층에 간신히 주차함. 캐리어 2개를 끌고 힘들게 숙소 체크인을 하고, 샤워하고 잠시 쉬다가 시내 구경이나 하자며 손 잡고 외출함.

 

 

볼 때마다 예쁜 회전목마들. 밤에 보니 더 예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옆에서 사이 좋게 손 잡고 걷던 노부부까지 더 예쁜 풍경.

 

 

길가를 쭉 따라 좌석들이 쫙 깔려있고, 아비뇽의 저녁을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가득한 광장.

 

 

 

광장에 울려퍼지던 멋진 연주 잠시 구경해주고.

 

 

 

 

 

간만에 술 한잔 하자며 착석. 하지만 정작 논알콜 칵테일을 주문한 나. 남편은 아마 와인을 주문했었던 듯. 감성 터지는 허세샷 찍어드림. 조금은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모두들 기분 좋게 와인이며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덧 밤이 깊어가고 광장이 조금씩 조용해져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다 같이 보여 노래 부르는 풍경. 옆에서 노점하던 아저씨의 댄스가 귀여워서 찍었다. 처음에는 테이블 끝에 TV가 켜져있길래 무슨 경기를 하나 싶어서 봤는데, TV는 그냥 켜져 있었던 것 같음 -_-;;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 부르면서 즐거워하길래 동창 모임인가보다 이러면서 구경.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풍경에 우리처럼 구경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들 즐거워 보였고, 사진 찍고 노래하는데 참 행복해 보였다. 노래는 옛날 같이 부르던 응원가나 교가 아닐까? 이러면서 마음대로 추측해봄.

 

 

 

 

다시 멋진 연주 들으면서 숙소로 컴백. 이렇게 넷째날 밤이 저물어 갑니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12. 20:36

 

셋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일 동네를 둘러보면서 느낀 바, 가까운 곳에 식사를 할 만한 데가 딱히 없는 걸 알고 전날 근처 까르푸에 가서 미리 사온 것들로 아침을 준비했다. 전자렌지인 줄 알았던 미니오븐은 사용법을 알 수 없어 모험은 접고, 냄비를 꺼내 물을 끓여 계란을 삶고, 치킨으로 추정되는 레토르트 요리를 담가서 익히고, 크로와상과 냉장고 속에 넣어둔 얇은 햄도 꺼냈다. 

 

납작 복숭아.

옆에서 보면 이름 그대로 납작하게 생겼지요. 여행 가기 전 이것저것 알아보다 여름의 유럽, 특히 프랑스에 가게 되면 납작복숭아를 반드시 먹어야한다며, 잊을 수 없다, 이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 등등의 극찬이 이어지는 후기를 몇 개 우연찮게 발견했더랬다. 들으면서도 이름 웃기네 싶어 봤는데, 실물을 영접하고 나서야 flat peach가 왜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모양새. 마트에서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별개로는 이 쪼그만 녀석이 뭐라고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먹어보니...이 글을 보고 있을 혹시 모를 여러분 여름에 유럽가면 이거 꼭 드세요. 납작 복숭아는 사랑입니다. 쪼끄만 모양새와 달리 한 입 베어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즙이 복숭아에 대한 환상을 완성시켜준다. 태어나서 처음 먹은 복숭아가 이 녀석이었다면 웬만큼 달고, 즙이 가득한 복숭아가 아니고서야는 만족하기 쉽지 않울듯. 아직 한국에서는 아직 먹기 힘들답니다. 
 
캠핑온 것 마냥 복작복작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숙소를 정리한 후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갔다. 전일 체크인하면서 직원을 아예 보지도 못한 터라 체크아웃을 하며 호텔 직원을 만날 생각에 묘하게 설레는 기묘한 아침. 금발에 살짝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가 매력적인, 키가 큰 젊은 아가씨가 직원이였다. 헤어짐을 이야기하러가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처음이라 묘한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엑상프로방스로 간다니 거기 참 좋지, 라며 즐거운 여행 되라고 인사해주심.

 

 

이른 일요일 아침이었던 탓일까. 인적이라고는 찾기 힘든 숲길에도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사이클 매니아들을 마주치곤 했다. 이렇게 긴 길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왔을까. 끝 없이 이어지는 푸른 숲을 한참이나 멍하니 보다가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다. (남펴니 미안) 숙소로부터 출발한지 약 2시간 가량을 신나게 졸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차창 밖을 슬쩍 내다보니 잠들기 전 나무만 빽빽하게 보이던 풍경과 달리 나무 사이사이 에메랄드 빛의 호수가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점점 나무 사이의 간격들이 벌어지면서 에메랄드 빛이 망막에 맺히는 느낌. 빨리 내려서 보고 싶다. 뷰 포인트로 짐작되는 곳을 발견하자마자 냅다 주차를 하고 달려 나갔다. 나무 사이의 그 곳에는

 

 

 

 

이런 장관이 펼쳐지지요. 여러분은 지금 생크루아 호수를 보고 계십니다.



 너무 멋있는 풍경은 이렇게 현실감이 없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실제로 가능한 색깔인가 싶어 입을 벌리고 눈만 그저 끔뻑거리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커다란 DSLR 을 들고 나타나신 백발의 멋진 할아부지. 멋진 풍경은 어디든 담고 싶은 마음은 다 같나보다. 우리처럼 한참을 보다가 셔터를 눌러대다를 반복한다. 

 

 

이쯤 되면 진짜 커플이 누군지 의심스러운 옷차림. 

 

 

초큼 부끄럽지만 이 멋진 배경 속에 나를 넣고 사진을 안 찍고 갈 수는 없지. 쨍쨍하다 못해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라니. 아무리 바라봐도 믿기 힘든 빛깔이다.

 

이런 뷰라면 찍을 수 밖에 없는 파노라마. (심지어 폰카로 찍은 사진) 이 곳이 유럽 최대의 협곡이라고 한다. 그 속에 이런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숨겨져 있다니. 그런데 이렇게 큰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 곳을 보려면 쉬지 않고 꼬박 2시간을, 차로 달려와야한다. 끽해야 말 밖에 이용할 교통수단이 없던 그 시질 이 풍경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을 감탄하면서 보다가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다.

 

 

고르동 협곡을 알리는 팻말. 국립공원이면서, 유네스코에서도 지정한 곳. 멀지 않은 곳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었다. 

 

 

이 곳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는 선인장이나 알로에 같은 이국적인 식물들의 향연.  

 

꼴랑 10분 정도 내리막길을 걸었을 뿐인데,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녹아 없어져도 호수는 보고 없어져야지. 호숫가에는 햇빛을 피할 만 곳이라고는 없어 보여 호숫가 입구에 카페를 운형하는 트럭을 발견하고, 잠시 앉아 콜라를 흡입하며 휴식을 취했다. 

 

 

 가까이서 보면 물이 이렇게나 맑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마냥 편하게 들어갔다 나오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날을 잡고 놀지 않는 이상 수영하기에는 조금 무리인 곳. 언젠가 다음에 올 기회가 있겠지 이렇게 또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에 발이라도 담가봤다. 산은 산이다. 바다의 차가움과는 다른 계곡의 선뜩한 시원함이 발 끝부터 느껴진다. 시원한 기운에 순식간에 더위가 가시는 느낌. 좋다. 너무나 큰 호수라 바다 같기도 하다. 잔잔한 파도같은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거린다. 차가움이 익숙해지자 좀 더 용기를 내서 치마를 걷어 올려 잡고 물 속으로 들어가봤다. 허벅지까지 시원한 찰랑거림이 차오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던 몸짱 커플.

 

식스팩을 자랑하시던 60대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입는다지만 어딜 가나 몸매 좋은 사람이 더 많이 벗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고.  -_-a

신선놀음

 

 

 

아쉬움 안고 다시 올라갑니다.  다시 와서 여유롭게 수영하며 즐길 날이 있겠지. 호숫가에서 멀어지니 다시 더워지기 시작.  다시 목 좀 축이러 갑시다.

 

 

태양을 피고 싶었던 남펴니.jyp

 

처마 밑에 옹기종기 제비집. 새들이 워낙 빨리, 또 낮게 나는데 제비인가 했는데 제비 맞는 것 같다. 너무 빨라서 사진에는 담지 못함.

 

 

남프랑스의 흔한 카페뷰. 창가 틈새로 에메랄드 빛이 찬란하다. 보정 하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색. 기대 이상의 풍경이었다. 이런 곳에 살려면 무얼해야하나. 스쳐가는 관광객 입장에서 가장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말, 여기 살고 싶다. 그런 말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와서 갇힌다하더라도 이런 풍경을 매년 여름마다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살고 싶어지는 곳. 커피를 쪽쪽 마시며 한참을 바라 본다. 

오늘의 행선지는 오전에 생크루아 호수, 고르동 협곡을 지나 엑상 프로방스. 이 풍경을 뒤로 한 채 바로 가려니 아쉽기도 하고, 어차피 여름이라 해도 긴데 네비게이션에 계속 무스티에 생트 마리가 뜨길래 들러보기로 했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 (Moustiers saint marie), 몇 년 전 대한항공의 광고에서 남프랑스편 '프랑스, 어디까지 가봤니?' 에 나오던 바로 그 마을.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중에, 이럴 일이니. 출발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차를 세우게 만드는 풍경.

눈이 시릴 정도로 끝없이 펼쳐지는 보랏빛 라벤더 평원도 모자라서

 

그 앞에 노-랗게 가득 핀 해바라기들.  이 황홀한 정경을 보기 위해 우리는 12시간 가까이를 날아 이 곳에 기꺼이 왔다고, 그럴 가치가 있는 풍경일 수 밖에 없다고 몇 번이고 감탄한다. 살짝 바람이 불면 향긋한 듯 살짝 매콤한 향기가 코 끝을 스치고, 눈 앞에는 보랏빛(더 멋진 표현을 찾아내고 싶지만)의 파도가 일렁인다. 넓은 땅 그저 꽃만이 피어있는 이 단순하고, 어쩜 별 것 아닐 지도 모르는 풍경 사진 하나를 처음 본 순간 만리타국의 이방인이 몇 년 동안 이 곳을 꿈꾸고, 12시간쯤의 비행은 기꺼이 하겠다고 결심했다. 첫 눈에 반했던 것 같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보러 올 필요가 차고도 넘치는 풍경. 여행에서 겪는 자잘한 모든 고생을 감내하게 하고, 단 번에 잊게 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어떤 기교와 아름다움을 가진 것도 결국 자연 그대로의 풍경, 노을이나 꽃밭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잘 찍으려고 해도, 잘 찍히지 않았다. 잘 찍었다고 하더라도 보정을 하더라도 지금 내가 보는 이 풍경, 이 감정, 이 공기를 담을 수는 없겠지. 몇 번이고 셔터를 이리저리 눌러대다 그냥 내려놓고 본다.  

 

 

 

 

인생샷. 지금 내 카톡 사진 프로필이다.

 

 

 

정신없이 라벤더를 보다가 문득 옆을 보니 도로 건너편 수풀 사이로 숨어있는 뷰포인트를 다시 발견. 

 

하지만 이 정경을 마냥 즐기기에는 태양빛은 너무도 뜨거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너무 아름다운 곳- 특히 그 곳에 자연이라면- 은 신의 정원이고, 우리는 그 곳에 허락 없이 몰래 들어간 인간이 된 것 같다고. 그래서 마냥 즐기기 어렵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는 그런 유치한 생각. 그래서 자연의 풍경을 원 없이 즐기기 위한 좋은 시간이 그렇게 많이 안 주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더위를 비교적 덜 타는 나는 그나마 견딜만 했지만,  10분 이상 돌아다니면 정신을 차리기 쉽지 않다. 뷰포인트고 뭐고 일단 그늘로 달려가는 남펴니. 뭔가 귀여워서 찍어봤다. 산 속이라 더 그랬을지 몰라도 이 날은 정말 가장 더웠다. 정수리가 녹아내리는 느낌. 
 
 
7월 초에도 이렇게 더운데 도대체가 8월은 어떡하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햇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 돌아오고, 8월 초의 인터넷은 유럽이 폭염이라는 기사가 연신 뜬다. 프랑스는 37도, 스페인은 43도 -_-;; 여튼 각설하고, 다시 라벤더 밭 사이를 달려 우리는 무스티에 생트마리로 갑니다. 
 

 

 

차 안에서 달릴 때 보이는 풍경은 이런 느낌. 마구 사진을 찍다가도, 무슨 짓을 해도 실제만 못 하구나 싶어 시무룩해져 카메라를 내려놓다가도 다시 찍는 행위를 반복한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차창을 열어본다.  라벤더 향이 건조한 바람에 섞여 차창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다소 뜨겁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다. 

 

 

 

 

 

드디어 나타난 마을 입구.

 

 

 

마을 입구를 관통하는 계곡과 폭포.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을 기점으로 남편이 일사병으로 기절 위기가 와서 관광이고 뭐고 일단 접고 휴식을 취할 곳을 찾았다. 사실 마을 들어오기 전에도 너무 어지럽다며 힘들어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일사병이었던 것. 심지어 운전 중에 너무 어지럽다고 해서 잠깐 차 세우고 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고 없었던 게 다행이고, 운전한다고 고생한 남편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오후 2시반이 지나니 웬만한 식당들이 다 break time 에 들어가버리고 남펴니는 점점 멘탈이 나가는 상태에서 울 것 같은 기분이 들 뻔 했는데, 다행이 식사가 가능해보이는 집을 발견했다. 메뉴는 샌드위치 정도였지만 메뉴를 따질 때가 아니라 일단 달려들어가 주문 되는 걸 확인하고, 바로 착석.

메뉴는 정말 온통 샌드위치 뿐이었다. 밥순이라 스파게티든 뭐든 밥이 될 만한 걸 먹고 싶었지만 어쩌랴. 고민하다 익숙한 토핑이 많이 보이는 메뉴로 골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는데, 정말 단촐한 샌드위치. 비쥬얼도 막 화려하지 않고. 한 입 먹고 맛이 너무 소박한 느낌이라 읭? 했으나 먹으면 먹을 수록 묘한 맛이 있었다. 후루룩 다 먹고 콜라까지 마셨더니 남편도, 나도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 일사병이 이런 건가보다, 더위가 참 무섭다 싶어서 새삼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를 구제해준 샌드위치 카페 앞에서.

 

 

 

 

고생해서 왔는데, 그래도 마을 한 번 둘러봐야지.

 

 

 

 

 

다비드의 별. 마을 입구로 들어가 절벽 사이를 보면 한 가운데 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마을의 상징처럼 유명한 별인데 찾아보니 옛날, 십자군 전쟁에 출정했던 기사가 전쟁에서 살아돌아오면 성모마리에게 별을 갖다 바치겠다고 다짐했었고, 운 좋게도 살아 돌아올 수 있어서 저 별을 달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은가보다. 꽤나 높이 매달려 있어서 어떻게 달았는지도 새삼 궁금해지지만 너무 더워서 다른 생각은 더 나지 않고

 

 

↑이거슨 아이폰 7으로 찍은 사진

 

 

 

 

그늘만 보면 앉고 보는 남펴니.jyp

 

 

아기자기 예쁜 풍경. 그림 같은 마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는 말에 충분히 납득이 간다. 누군가 남프랑스를 여행간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너무 더웠다. 너무....태양이라면 환장한다는 이 동네 사람들도 막상 그늘만 보이면 앉는 모습. 

 

 

어김없이 젤라또.

 

 

그늘에 앉아있어도 참을 수 없는 더위. 카페 바로 옆 분수에 다들 몸을 적신다. 습기를 가장 못 견디는 나는 비교적 건조한 날씨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이 날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하긴 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더위도 더위지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썬그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햇살. 이 날은 해질 녘까지도 썬그라스를 벗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분수 등에 들어갔다 나오기 시작했다. 물 한 번 뒤집어쓰면 낫지 않겠냐는 말에 축축해진다고 거절했던 남편도 결국 못 참고 머리 감기 시전. 그래도 머리 감으니까 시원하다고...


 

다들 그늘로.

 

 

마을 안도 좀 더 둘러보고, 성당도 가보고 싶었지만, 이 날씨에 이 일정은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해서 마을 입구와 인근만 둘러본 뒤 발렝솔을 거쳐 엑상 프로방스로 향했다.

 

안녕 무스티에 생트마리, 다음에는 좋은 날씨에 여유롭게 볼 수 있겠지. 또 올게.

 

 

 

차창 밖 눈부신 해바라기 들판. 우리를 바라 보고 있었다면 좀 더 좋았으련만.

 

 

발렝솔로 가자.

 

 

 

그림 같은 라벤더 평원.  그리고 이 라벤더 로드의 정점은 오늘 방점을 찍었다. 발렝솔은 경유지로 지나가면서 라벤더나 볼 정도로만 생각했던 데라 Valensole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했더니 뭔가 알 수 없는 곳이 나왔다. 거리나 위치를 보니 맞기는 한데,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동안 늘 그래왔듯이 마을 주차장 근처려니 싶어서 일단 출발.  

처음에는 이렇게 멋졌지.

 

 

한참 가다보니 빈 평원도 있어서 여긴 수확이 끝났나 싶었는데,

 

갈수록 오지로 안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아스팔트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여기는 어디인가요.

 

 

일반적인 자동차가 아닌, 트랙터가 다닐 법한 길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고 있었고, 도로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종착점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도무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평원 한 복판에 있었고, 때 마침 하이킹을 하던 가족이 우리를 신기한 듯이 보고 갔다. 네비게이션에 선명히 찍혀있는 발렝솔.

 

네비게이션에 찍혀있던 발렝솔은 지금 생각해보니 발렝솔 마을 한 복판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미스테리다. 트랙터가 다니는 길이 네비게이션에 찍혀있었던 것도, 그리고 프랑스에서 달릴 때마다 차체로 튀어오르는 자갈 소리에 이거 계속 가도 되나 싶은 길을 달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 날 우리의 라벤더로드는 로맨틱한 꽃길에서 갑자기 SUV를 몰고 계곡물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질주하는 오프로드가 되었다.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서 헛웃음치다가 이젠 진짜 도로로 가자며 어찌어찌 숲인지 밭인지 모를 그 곳을 나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면에 차가 닿는 그 순간, 도로가 푹신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이런 라벤더로드를 겪은 여행자는 또 없겠지. 한참을 웃다가 음료수라도 마시자며 까르푸를 찾았다.

 

 

알록달록 쭈쭈바. 별 생각없이 집었는데, 외양은 영락없이 불량식품 같지만 꽤나 맛있는 하드였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거 나름 인기 있는 하드바인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애들이 이거 물고 다니는 모습 꽤 많이 봤더라고. 남프랑스에, 그것도 라벤더 보겠다고 와서 흙길을 달리고, 이런 불량식품을 먹을 줄은. 참 재미있는 날이었다.

 

 

 

 

여기는 엑상 프로방스.

시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가는 길에 만난 신비한 비눗방울 아저씨.

 

오색 영롱하게 부풀어오르는 비눗방울은 참 신기하다. 별 것 아닌데, 그저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행복해지는 것들이 있다. 바람에 날려 퍼지는 비눗방울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을 아기들이 대신해준다. 
 

 

 

 

이젠 그냥 프랑스 시내면 으레 있으려니 싶은 회전목마.

 

 

나름 식당가가 밀집해 있는 곳. 사람들은 바글바글했지만, 눈 씻고 몇 번을 둘러봐도 동양인은 우리 말고 거의 없었다. 조금 위축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여행자의 기분을 맘껏 내기에는 최적의 장소. 

 

무난해보이는 메뉴들로 주문했는데, 꽤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말 그대로 포식. 무리했으니 하루 한 번 단백질을 섭취해야한다는 미명 하에 프랑스에 와도 나의 고기 사랑은 멈추지 않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꽤 고단한 일정을 잘 버텼나 싶기도 하다. 

 

 

 

시내를 둘러보고, 가장 큰 거리 중 하나인 미라보 거리로 갑니다.

 

구석구석 예쁜 분수. 엑상 프로방스는 분수가 많은 걸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분수가 여기저기 있어서 보는 재미가 제법이다. 지저분한 느낌의 이질감 없이 구석구석 잔뜩 낀 이끼가 잘 어울리던 돌이 있는 분수. 분명 분수인데, 인공적이고 화려한 조각들로 덮여, 나 좀 보라고 외치는 분수와 달리 순응하는 녀석.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 거리 비슷한 느낌도 난다. 특산물은 라벤더가 메인.

 

 

미라보 거리 끝 가장 큰 도로에 있던 큰 분수. 이 사진을 끝으로 우리는 숙소로.

 

내일은 라벤더로드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세낭크 수도원으로 갑니다. 이번 블로깅을 통해 다시 한번 여행 내내 운전하느라 고생해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7. 22. 00:28

 

일단 본격 여행기에 앞서 이번 여행의 라벤더로드를 간략하게 소개.

남프랑스는 한국에서 주로 선호하는 여행지는 아닌 듯하다. 정보를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한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남아나 미국에 비하면 정보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서점에서 산 남프랑스 관련 여행책자도 패키지 여행에 걸맞는 구성 (도시별 정보 위주)이라 렌트카를 이용한 자유여행객에게는 그닥 정보가 많지 않은 느낌. 작은 여행사를 우연히 알게 되어 컨택 후 진행할 생각을 했으나 터무니 없는 수수료 조건에 고민하다가 여행사 이용을 포기하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남펴니와 함께 여행계획을 세웠다. 우선 여행사들에서 제시하는 루트를 대략적으로 참고한 뒤,  책자에서 본 곳을 토대로 가볼 만한 곳을 몇 군데 선정한 뒤 구글맵을 열어 실제 동선을 계산해 본 뒤 어디를 갈 지를 정했다. 전반적인 동선을 잡고 난 뒤 마지막으로 숙소를 예약.

처음에는 니스 IN - 마르세유 OUT을 고려했으나 비행기 예매도 복잡하고, 비용도 늘어나서 니스 In-니스 OUT으로 정하게 되었다. 일정은 7/1 인천출국 - 7/7 니스 출국 (한국 도착은 7/8)

 

(1일) 니스 (숙박) - (2일) 생폴드방스 - 그라스(숙박) - (3일) 베르동 계곡 - 발렝솔 - 엑상 프로방스(숙박) - (4일) 고흐드 마을 - 아를 - 아비뇽 (숙박) - (5일) 니스 - (6일) 니스 / (7일) 출국 

막상 실제로 남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더워서, 피곤해서, 지나가다 보니 한 번 가보자 싶어서, 심지어 페스티벌로 도로가 막혀서 등등의 이유로 예상치 못한 방문지도 몇몇 군데 있었지만 전체적인 일정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또, 마지막 이틀을 니스로 몰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동에 대한 압박이 없고, 운전을 쉴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비교적 여유롭게 쉬다 간다는 점. 이렇게 라벤더로드맵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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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여행의 첫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밤 방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고생했지만 쿨하게 다 잊기로 해. 

부은 눈으로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내려다 보았을 때 발견한 수영장. 맞다 여기 수영장 있었지. 생각해보니 첫날 숙소는 잠만 자고 나갈 생각에 공항 주변 호텔을 둘러보다 가격도 적당하고 평가도 괜찮은 고만고만한 곳들 가운데 수영장 사진 하나에 혹해서 크게 고민 안 하고 예약했던 것 같다. 사실  이용할 시간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예쁘니까 기념사진 한장 남겨본다. 숙소는 Ibis styles Nice Aeroport Arenas (이비스 스타일스 니스 에어로포르 아레나스), 노보텔과 바로 나란히 붙어있는데다가 근처에 이비스가 또 있어서 바로 찾지 못했던 애증의 숙소.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다 회사였던 듯. 일요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텅텅 비어있었다. 수영장도 이른 아침이라 텅텅 비어있음.

 

 

사진을 찍고 대충 옷 걸쳐입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프랑스에 왔으니 아침으로 크로아상을 먹어봅니다.

 

 

별 의미 없는 #OOTD. 나도 한 번 남겨보고 싶었음.

 

예뻐서 샀으나 막상 출근할 때 입지 못했던 옷을 많이 챙겨갔다. 첫날은 얌전하게 핑크 반바지. 아침도 잘 먹었으니 길을 나서봅니다.  우리의 본격 첫 방문지는 Saint-Paul de Vence (생폴드방스). 불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만 눈치로 보아하니 방스 지역의 세인트 폴 마을 되시겠음. 가다보니 곳곳에서 싸이클 경기가 있었던 듯.

 

처음에는 시내 외곽 도로에서 경기하는 수준이길래 한국이나 여기나 비슷하구나 이러고 봤는데,

 

차가 점차 언덕으로 가는데도 계속 보이던 선수(?)들.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나중에는 하도 자주 보게 되니 사진도 딱히 없음. 프랑스는 싸이클 강국인 것을 알게 됨. 뚜르드 프랑스가 괜히 있는게 아니라며. 그나저나 이 날 나름 꽤 큰 경기였던 모양이다.

 

 

도로를 올라올라 생폴드방스 마을에 도착합니다. 니스에서 생폴드방스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 Tourist office 근처의 실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옴.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도 여유가 있었고, 길가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주차장을 나와서 근처에 붙어 있던 지도를 보고 투어를 시작.

 

도마뱀이 맞아주던 생 폴드 방스.

 

차 이름이 IBIZA

 

 

 

생폴드방스 마을 입구에 있던 큰 카페.  사람은 그닥 없고, 여유로은 분위기.

 

 

 

 

 

입구는 비밀 요새처럼 성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 곳을 통과하면

 

 

Tourist office 가 바로 앞에 있고, 연이어 동화 같은 마을이 뿅 나타남. 마치 동굴 속에 숨겨져있던 신비로운 마을 같은 느낌.

 

입장 기념 사진 남겨드림. 80년대 자켓사진 필.

 

 

 

울타리며 담벼락이며 창틀 여기저기 있는 꽃들이 참 예쁘다. 사대주의라고 해도 난 몰러.  유럽 마을의 이런 아기자기한 예쁨이 너무 좋다. 한국, 특히 서울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풍경.   

 

 

멋지게 입은 한 할머님. 금빛 치마가 너무 잘 어울려서 급하게 도촬함 -_-;

 

 

이름 모를 성당.

 

 

 

 

 

 

더운지 대리석 바닥에 붙어 꿈쩍도 안 하던 한 옷가게의 개. 처음에 인형인 줄 알았음. -_-;;

 

 

 

구석구석 다 예쁘다.

 

 

 

마을의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올라서 경치를 보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여고생(추정)들. 영국에서 수학여행 온 분위기. 올라서자마자 다 카메라 꺼내서 여기 저기 찍는다.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끼는 건 어디든 비슷한 모양. 여튼 저 돌담 위에 올라서면

 

이런 풍경이 사방에 펼쳐지지요.

우측을 봤더니 공동묘지가 보였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일부 보여, 입장이 자유로운 듯하야 가보기로 했다.

 

공동묘지에서 아까 사람들이 서 있던 전망대는 저렇게 보이고. 

 

 

봉분이 없다보니 좀비나 드라큐라가 왜 관 뚜껑을 셀프로 열고 나올 수 있는지 알것 같다며 남펴니와 실없는 소리를 하며 기웃기웃 구경함. 해가 머리 위에 뜬 대낮에 와서 그런지 몰라도 음산한 느낌은 전혀 없고, 잘 정돈된 예쁜 추모공원 느낌이었다. 구석구석 둘러보면 사진도 있고, 그림도 있고, 가족묘지가 대부분이었다. 옛날깐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던 그 가족묘지도 이런 느낌이려나.  곳곳에 아기자기한 장식이며 꽃들이 이질감 없이 예뻤다. 

 

사실 무덤이라 사진 찍기는 좀 뭣해서 그냥 구석구석 둘러보며 예쁘다 어쩐다 감탄하고 둘러보고 있던 중 때마침 와 있던 소규모 한국인 관광객팀(3-4명?)과 그 팀의 가이드가 우릴 보며 "샤갈 무덤 보러 오셨죠?" 라고 하시길래 얼떨결에 '아, 네' 라고 대답함. 그래서 사진도 얼떨결에 -_-; 여러분은 지금 샤갈의 무덤을 보고 계십니다. 가이드님의 설명하시는 걸 얻어듣고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정수리가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에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자며, 공동묘지를 나왔다.

 

 

 

묘지에서 내려오던 길에 우연히 발견한 나무문 위 낙서. 분필 낙서라니 뭔가 로맨틱하다. 그냥 실없이 따라해봄.

 

 

 

 

예쁜 가게를 지나서 젤라또와 커피를 먹으러 가자.

 

 

마을 중앙쯤에 있던 예쁜 분수와 아치와 그 위에 레스토랑.

 

고생한 우리의 발.

 

젤라또와 아이스커피.  유럽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난 번에도 유럽에 왔는데 그 때는 왜 몰랐지? 라고 생각해보니 지난 번에 왔을 때는 한 겨울(1월)이라 아이스를 마실 일 자체가 없었다는 것. 여튼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기 보다 커피 자체를 차게 마시는 문화가 없다. 아이스커피라고 말하면 일단 표정이 갸우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하더라도 한국에서 파는 프라푸치노 내지는 커피맛 슬러쉬 같은 걸 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 문화는 스타벅스의 문화, 미국의 문화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

어쨌거나 젤라또와 아이스커피를 맛있게 흡입함.

 

아치 아래 쉼터 같은 곳이 있어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그러다 보니 배가 점점 고파져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는데, 그냥 아까 위에 빨간 파라솔이 있던 거기로 가기로.

 

 

올라가기 전 사진 한장 또 찍어주고.

 

올라갔으니 내려다본 사진.

 

 

이날 소고기 타르타르와 감자튀김, 셰프의 리조또? 뭐 이런 걸 시켰는데, 오. 별 기대 안 했는데 맛있었다. 타르타르는 소고기 다진 거라고 해서 함박 스테이크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익힌 고기와 육회가 섞여있는 느낌? 인데 간이 되 있고, 한국사람들이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 파라솔 탓에 사진이 다 불그스름하게 나왔다. 배부르게 먹고 앉아있다보니 파라솔 아래도 은근 점점 더워지는 느낌이 나서 일어났다. 잘 먹고 갑니다.

 

 

 

 

불그죽죽한 사진을 봤으니 이제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자.

 

 

 

 

 

또 다른 어딘가의 전망대 뷰. 잘 보면 좋은 집에는 다 수영장이 딸려 있다.

 

 

파노라마로 보면 이렇지요.

 

생폴드방스 잘 보고 갑니다. 이제 그라스로 가자.

 

 

그라스 가기 전 화장실을 찾느라 마을 한 바퀴를 또 도는 불상사(-_-;)가 있었는데, 정오가 넘은 시간이라 다시 마을을 돌려니 어찌나 덥던지. 그런데 기껏 찾은 화장실은 유료라는 참사가. 고민하다가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카페 안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왔다. 여튼 더워서 지쳐있는데, 더운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마을 입구에서 개가 분수에 앞발을 담그고 있는 풍경에 사람들 모두 웃고 사진 찍고.

 

 

여튼 생폴드방스 잘 보고 갑니다.  우리는 그라스로 갑니다.

정말 프랑스분들...존경합니다...난 이 날씨에 돈 줘도 저렇게 못 하겠음.

여튼 가는 길의 풍경, 심심해서 아이폰 타임랩스로 찍어봄.

 

 

 

 

 

WELCOME TO GRASSE !

 

숙소 방에 보이던 뷰.

두번째 숙소이자 그라스에서의 숙소는 Residence Le Virginia by Popinns. 여기서 정말 놀란게 일요일이라고 데스크에 아예 셔터가 내려가 있고 직원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음. 카운터에 쪼로록 편지 봉투가 깔려있는데, 투숙을 예약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으면 해당 봉투를 가져가서 내용을 확인하면 된다. 안에는 종이 한장이 들어있는데, 내용은 투숙객에 대한 알림, 주의사항 및 이메일을 확인해서 방 번호를 찾으라는 내용이 쿨하게 적혀 있음. 남펴니 말로는 프랑스는 노동자의 권리가 최고인 거 같다그랬고, 나는 부럽다고 그랬다. 나도 일요일 출근 안 하고 싶어요.

 

여튼 숙소에 짐 대충 늘어놓고 1시간 정도 늘어져서 쉬다가 그라스 탐험을 떠납니다. 차를 댈 때가 딱히 없다는 말에 구글맵 하나 믿고 길을 나섬. 시내(?)까지는 걸어서 15분 내외. 그런데 가다보니 다 오르막길. 목을 마르는데 길에 편의점 하나조차 없다.  

 

 

 

거의 탈수 직전에 극적으로 도착, 전망대 안내가 있어서 기를 쓰고 올라갔더니 전망대 앞에

 

마법처럼 나타는 미니 정원. 게다가 쉴 수 있는 의자까지. 햇볕이 언제 뜨거웠냐는 듯 거짓말처럼 그늘은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그라스의 뷰. 이런 풍경이 그냥 쭉 펼쳐져 있다. 한참 감탄하며 둘러보다가 시내도 둘러보고, 가는 길에 성당 있는데 일요일이니까 열렸겠지 싶어서 가보자 했는데, 

 

닫음 ㅠㅠ 혹시나해서 더위를 이기고 계단 올라갔는데 굳게 잠긴 문 ㅠㅠ 일단 목좀 축이자며 카페로 향함.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주문한 아이스커피. 그나마 가장 아이스아메리카노에 근접한 커피였다. 그냥 맛있게 마심. 이젠 마을 구경을 가보자.

 

 

시내는 그냥 조용. 날씨가 더운 탓인지 어쩐지 몰라도 나름 마을 한 복판이었는데, 조용히 돌아가는 회전목마, 그리고 축구하는 2-3명의 아이를 빼면 텅텅 비어있었다. 관광객이 무안할 지경. 그래도 왔으니 그라스답게 Parfumerie Fragonard 배경으로 사진 하나 찍고, 숙소 가자. 대신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함.

 

 

 

사람은 여기에 제일 많군요. 젤라또는 사랑.

 

숙소로 내려가던 길에 보이는 구석구석 예쁜 풍경. 여기서 Fragonard라고 각종 향수, 방향제, 비누 등을 파는 예쁜 샵을 갔는데 둘러보느라 정신 없어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ㅠㅜ 생각보다 마음에 쏙 드는게 없어 그냥 나옴. 예전에 소설 '향수'에서 그라스 지방이 나와서, 그라스에 대한 환상이랄까, 기대가 컸는데 성당도 닫고, 박물관도 닫고, 시내도 텅텅 비어있어 평화롭다 못해 황량해 보일 정도의 그라스의 풍경에 아쉬움이 남는 날이었다.

 

그래도 오늘의 타이트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멋진 저녁이 기다리고 있으니 괜찮아. 오늘의 방문지는 미슐랭 2스타에 빛나는 Auberge du Vieux Chateau (오르베지 뒤 비에이유 샤토). 해발고도 550m의 작은 마을 카브리스에 위치한 지중해식 레스토랑으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극찬한 곳으로 유명함- 이라고 여행책자에도 소개가 된 곳이다. 

 

 

저녁 7시에 입장했는데 거의 개장 손님이 되어버림. 써머타임 탓에 저녁 7시임에도 불구하고 체감은 오후 4시반.

 

 

호텔도 겸하고 있는 덕분에 맞은 편에서는 명상클래스를 하고 있고, 덕분에 라이브 음악 들으며 귀호강.

 

 

 

무슨 노래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좋았으니 동영상에 담아봄.

 

 

식사 주문 전에 옆에 전망대가 있어서 잠시 보러 왔다. 좋은 곳에서 명상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한 컷.

 

해 지기 전 전망대. 그라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 진 후 풍경은 밥 먹고 보기로 하고, 다시 밥을 먹으러 가자.

 

 

디스커버리 메뉴를 주문합니다. 1인당 59유로로 가격도 합리적인 편. 이런 뷰에서는 맹물만 마셔도 돈 내겠습니다. 

 

 

 

푸아그라와 함께 나온 오리구이.

 

흑미 리조또로 추정

왼쪽부터 차례대로 먹으라고 알려주던 치즈. 세번째가 고트 치즈였는데 여기서 완전 무너짐. 입에 맞는다고 잘 먹던 남편과 달리 나는 거의 졸도위기가 옴. 태어나서 삭힌 홍어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같았다고 해야되나 (남편 표현을 빌리면, 물론 나는 홍어를 잘 먹는다만) 결국 다 못 먹고 남김 ㅠㅠ

나중에 빌지를 받았을 때 내 음식 값이 일부가 적게 나와서 의아해서 서버를 불러서 물어봤더니, 치즈를 남긴 상태라 그 만큼에 대한 돈은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긴 음식은 손님이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생각되서 우리는 돈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함. 맛 없어서 남긴 건 아닌데 어쩐지 괜시리 미안해졌다. 그래도 이 레스토랑의, 셰프의 자부심이 느껴져 감탄함. 기억에 내 비용에서는 7유로 정도가 빠졌던 것 같다.

 

지나친 상큼함에 몸서리 쳐지던 딸기 타르트.

 

 

 

해가 져오니 초에 불을 붙여준다.

 

어느덧 테이블은 만석이 되고, 테이블마다 있던 촛불로 로맨틱해지는 분위기.

 

명상클래스가 사라진 곳에서 자전거 묘기를 보여둔 한 무리 중학생들. 저러고 홀연히 사라짐.

 

 

 

어두워지면 이렇게 운치있는 풍경.

 

 

 

해질 녘의 그라스 전경. 역시 좋은 집에는 수영장이 딸려 있음.

 

예쁜 풍경, 좋은 음식 먹고 감사하게 돌아갑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된 상황. 창 밖을 보니 땅 위에 별이 뜬 것처럼 아기자기 예쁜 마을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자다가 문득 잠이 깨서 새벽 2시에 손떨며 찍은 별 사진들. 자다 일어난 탓인지 생각보다 밤에도 환한 탓에 별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마을의 풍경이 예뻐서 한참을 그렇게 보다 잠이 들었다. 이렇게 둘째 날이 끝!

 

 

 

 

 

 

Posted by kirindari

 

여름휴가 첫날 아침.

오전 6시 반의 출근 계획은 피로 누적으로 계획했던 시간보다 30분 더 자버려서 fail. 그래도 더 늦잠 자지 않은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았다. 부랴부랴 출근해서 회진 돌고, 교수님께 전화로 노티를 드렸다. 다행히(?) 교수님도 학회로 인해 토요일 출근을 못하시는 상태였던 터였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휴가라고 일찍 전화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8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회진이 모두 정리되고 광속(?) 퇴근하여 인천공항으로 갑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울함이 아직 남아있었다.

 

하지만, 공항 가는 버스에서 휴가첫날의 출근과 아침 굶은 게 무색할 정도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더니 급 조증이 오심. 역시 다 던지고 노는 게 최고여. 신나게 공항으로 갑니다. 남펴니가 센스 있게 온라인 체크인을 해둔 덕분에 긴 줄 서지 않고 짐 부치고 입국장으로 향함.

 

간만에 해외 여행이라 신나서 국제선 탑승 인증샷도 찍음. 본격 휴가철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토요일 아침의 공항은 생각보다 꽤 사람이 많았다. 지난 번 남펴니가 상해를 다녀오면서 면세점에서 이것 저것 사다준 탓에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그닥 없어 오마니가 부탁한 비비 크림 하나만 사고 면세점을 빛의 속도로 OUT. 화장을 안 하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발조차 신남.

 

 

간만에 비행기 보면서 두준두준설리설리함. 우리가 이번 남프랑스 여행에서 이용했던 독일항공 Lufthansa. 

마일리지가 꽤 쌓여있는 덕에 비즈니스 석을 예약할까말까 고민했지만 성수기라 마일리지를 반토막 밖에 쓸 수 없다는 탓에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는데,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마일리지는 다음에 비즈니스나 1등석에 올인해보기로 해. 여튼 자리는 이코노미석만큼 저렴한 편이지만 (물론 이코노미보다는 더 낸다) 좌석이 좀 더 넓고, 서비스도 괜찮은 편. 식사도 맛있었다.

 

2끼 식사와 함께 중간에 간식으로 나온 라면. 이거 먹고 꿀잠 자려했으나 웬걸, 잠이 정말 안 와도 너무 안 와서 환승지인 뮌헨 공항까지 한숨도 못 자고 10시간 이상을 꼬박 깨어있는 참사(-_-)가 발생. 덕분에 영화 4편을 스트레이트로 봤다.

23 아이덴티티 - (기억도 안남) - 파운더 - 마스터

간만에 자막 없이 보려니 어지러웠다가 마스터 보면서 급 마음의 안정 찾음.

 

 

 

좀비 같은 몰골로 도착한 뮌헨 공항. 조종사 아저씨가 집에 얼른 가고 싶었나, 마구 날았나보다.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버리게 되고.

 

환승을 위해 모노레일에 타봅니다. 좋다고 앞 칸으로 달려가 앉은 3n 짤 남펴니 어린이. 그런데 타고 보니 뒤쪽인 건 함정.

 

 

 

 

입국수속을 마치고 뮌헨 공항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Welcome to Munich!

휴가 전날까지 치프 노릇하신다고 새벽 4시 퇴근하신 분 -_- 그래도 덕분에 비행기에서는 꿀잠 잔 듯. 부럽다.

 

 

 

여기서 생 오렌지 쥬스 한 잔 사서 마시면서, 뮌헨 공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곳곳에 녹색의 식물 화분이 많아 잘 정돈된 예쁜 식물원 같았던 뮌헨 공항. 크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 예쁜 곳이었다.

 

 

 

 

온통 초록초록.

 

 

 

프레첼의 나라답게 지천에 프레첼 장식. 원래 예정대로 도착했다면 환승까지 2시간 남짓 남았어야 되는데, 일찍 도착한데다가 정작 니스로 가는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공항에서 본의 아니게 3시간 가까이를 보내게 되었다. 이왕 독일에 왔으니 소세지나 먹어보자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맛있어보이는 (줄 제일 길게 선) 공항 내 레스토랑 입장.   

 

 

 

 

 

좋은 건 동영상으로 봐야 제맛.

 

 

소세지는 사랑. 주변 테이블에서는 맥주 시켜서 시원하게 마시고 있었으나 나는 피곤해서, 남펴니는 운전을 해야되서 아쉬운 마음 안고 소세지랑 콜라만. 그런데 맛있었다. 감자도 맛있어. 다 맛있어. 독일은 사랑입니다. 남편은 유럽에서 살게 되면 독일에서 산댄다. 맥주와 소세지 때문이라면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시킨 포즈 아님. 어쨌거나 들고 있는 저 프레첼도 짱맛.

 

 

 

탐나는 프레첼 튜브.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후회된다. 사올걸..

 

귀여운 티백 시리즈. 

 

라미 만년필의 본고장답게 만년필도 한가득. 뭔가 끄적대고 있길래 가서 봤더니 no interval change since last radiograph.......직업병 못 숨기시고요.

 

 

 

소세지와 프레첼의 기운을 받아 부활 셀피. 이거 찍고 그 다음부터 급 지치기 시작함.

 

 

써머타임 적용으로 인해 오후 6시에도 하늘이 이렇다. 구름이 3D야 그냥.

 

 

 

지쳐서 쓰러지기 전 급 탑승. 원래 7시 5분 비행기인데 이래저래 거의 7시반 넘어서 탑승을 시작한 것 같다. 슬슬 노을이 질 것 같은 분위기.

 

 

 

 

Welcome to NICE !

야자수를 보니 웬지 제주 공항 도착한 느낌이라며 남편과 낄낄거리며 실없는 농담. 이래뵈도 밤 9시입니다. 써머타임 실화냐.

 

짐 찾고 렌트카 수속하고 어쩌고하다보니 나오니 본격 어두워지기 시작. 뒤에 사람이 몇 명 서있던 전-혀 개의치 않고 느긋하게 일하던 렌트카 직원을 보며 여기가 프랑스긴 한가보다 본격 실감.

 

 

 

이 사진 찍을 때까지만해도 좋았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 여행 통틀어서 가장 고생한 날이 아마 첫날이었던 것 같다. 네비가 좀 한국과 달라서 당황스러웠고, 도로는 좁고 신호등은 한국처럼 잘 보이는 곳에 있지 않았다. 게다가 네비와 달리 도로가 오만 군데 공사중이라 일방통행도 많았고, 호텔 이름은 눈을 부릅뜨고 봐야 찾을 수 있는 곳에 붙어있었다. (우리가 갈려는 숙소 뿐만이 아니라 공항 주변 대부분 호텔이) 심지어 우리가 예약했던 이비스는 같은 이름의 숙소가 주변에 몇 군데 있어서 처음에 간 곳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닌 줄 알고 나왔고, 잘못 갔던 곳은 정말 개고생해서 주차를 했는데, 내리고 나서 보니 우리가 예약한데 아니래서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음. 게다가 주차는 뭐 이리 복잡한지, 결국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가까스로 숙소 입성.

하지만, 첫날의 고생 덕분에 우리의 역치(?)는 올라갔고, 이후에는 웬만하면 그냥 그러려니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역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본격 남프랑스 투어는 다음날부터 시작.

 

 

그리하야, 첫날의 교훈

1) 남프랑스는 운전에 여간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단체 여행이 좋은 것 같다. 네비게이션도 이상 도로도 이상.

2) 남프랑스는 숙소 예약시 꼭 주차 가능한지 확인할 것. 

3) 구글맵은 지구를 정복했다. 여러분 네비보다 구글맵이 짱입니다.

4) 독일도 사랑.

 

 

 

 

 

 

 

 

 

Posted by kirindari

 

사람들은 어디로 여행을 갈지 어떻게 결정할까. 나에게는 여행지를 결정하는 2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여행지의 이미지, 아마 이건 다른 사람들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멋진 곳, 혹은 평소 관심이 있던 장소 위주로 후보가 몇 군데 추려지고, 여행지에 대한 나의 지식이 베이스를 바탕으로 여행의 목적 (관광이냐 휴양이냐)에 맞춰서 장소가 1차적으로 선정이 먼저 된다.  하지만 여행지를 정하는 결정적 두번째 요인은 (가능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 가기. 알량한 자존심인지 같잖은 곤조인지 몰라도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남들이 많이 갔다온 곳이면 괜시리 시큰둥해지고, 관심이 식었다.  심지어 가고 싶은 곳이었더라도 바로 2순위로 밀려났다. 이런 변덕에도 굴하지 않고 몇 년째 나의 위시리스트였던 곳 중 하나가 남프랑스 라벤더 로드.

 

 

 우연히 발견한 이 라벤더 밭 사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젠가 여유가 있으면 가야지, 가야지 그렇게 다짐했고, 올해 드디어 다녀왔다.  6박 8일의 일정.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름 3년차 신분으로 다녀오는 여행이라 1,2년차 시절보다 훨씬 좋을 줄 알았다만 주치의 턴에 휴가철이 겹쳐 풀베드인 BMT실을 맡기고 오려니 심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 피곤해서 휴가 전 2주 내내 퇴근하면 기절하는 일의 반복이라 짐을 참 힘들게 쌌다. 게다가 휴가 바로 전날 거지 같은(말 그대로 완전 빡치는 상황이라 이 정도 표현은 적당하다고 생각함-_-) 일을 겪고 휴가날 아침에 회진까지 다 돌고 공항으로 가는데도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전날은 우울함이 극에 달했기에 심지어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그래도 막상 다 던지고(?) 공항에 가니 잠깐은 행복했으나,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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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남프랑스 햇살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나름 1년간 캘리포니아 기후에서 살았던 지중해성 기후 유경험자였건만,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못 견디는 건지, 아니면 캘리포니아는 양반이었던 건지. 물론 3년 반의 병원 생활(뱀파이어 라이프)로 인해 햇빛에 대한 역치도 낮아진 것도 있겠다만서도 정말 이번 여름휴가에서 겪은 햇빛은 엄청났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햇빛 알러지가 생겼고,  남편과 함께 (잠시나마) 번갈아가며 일사병을 겪었다. 햇빛만 우리를 힘들게 한 게 아니었다. 이상한 도로 시스템으로 인해 숙소를 코 앞에 두고 2-3시간을 차에 갇혀 뱅뱅 돌기도 했고, 뜬금포로 이상한 길을 알려준 네비게이션 덕분에 라벤더 오프로드를 경험. 남편이 겪은 몇몇 가지 소소한 이벤트(?)를 보면서 인종차별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는 별거 아닌 말에도 나와는 달리 남편 앞에서 정색하는 유럽사람들 보면서 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남편 표현을 빌리면 애완동물보다 동양남자가 더 대우 못 받는 것 같다고... Female > (Asian) Female >> pet >>>>>>>> asian male.

 

그래도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여행 같다. 따가운 햇살, 보면서도 믿기 힘든 에메랄드 빛의 호수,  숨막히는 더위가 잊혀지던 그늘의 시원한 바람, 차창을 열고 달리는 내내 풍겨오던 라벤더의 향,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른 하늘과 보라색 평원, 미녀와 야수가 실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해준 동화 같은 마을 풍경. 그래서 이번 여행은 옳았다.

 

사진은 정리되는 대로 coming soooooon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