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harted2024. 3. 2. 15:51

전공의 파업 어언 2주차, 대학병원은 반 쑥대밭이 됐다. 의사는 지금 공공의 적이다. 지금 나간 전공의 선생님들은 신분 밝히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턴 레지던트들 면허만 있지 사실 병아리 같은, 의사가 뭘 해야하는지 배우기 시작한 애들이다. 배운다는 명목으로 초과근무는 예사고 돈도 많이 못 번다. 나는 2015년 인턴 때 3주만에, 인계기간 포함해서 1달만에 처음 집에 갔다. 시급 계산해보니까 4천원 대 나오더라(2015년 최저시급 5580원)그런 싼 노동력으로 그 큰 병원을 굴리고 있으니 전공의 파업에 이 난리가 나는 것이다. 입사 1-4년차가 없다고 회사가 마비된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애초부터 웃기는 일이 아닌가? 애시당초 병원을 경력 있는 전문의로 꽉 채우면 해결될 일인데 병원은 왜 전문의를 고용 안 하는지, 아니면  ‘못’ 하는 건지 다들 궁금하지 않나?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지금의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들에 향한 여론이 매우 비우호적이라는 것. 여기에는 의사들 잘못도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죄를 지어서 면허가 없어진다한들 다시 재발급하는 건 분명 잘못된 거다. 문제는 이 면허가 보복부에서 주는 거고 관련법 자체가 의사들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의협에서 먼저 나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자정행위를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먼저 스스로 깎아먹었고 심지어 이 난리통에도 단합하지 못 하고 있다. 어린 후배들은 대의를 위해 뛰쳐나갔는데 병원장 교수들은 정부 눈치보고 들어오라고 하니 그냥 한심한 상황. 전문가들 집단이라 한들 누가 신뢰를 갖겠나. 이러니 이기적이고 돈 밖에 모른다는 소리 듣는거다. 자업자득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는, 지금 나간 인턴 레지던트하던 친구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친구들이다. 돈에 미치면 법적으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 받아가면서 몸 망가져가면서 전공의 못 한다. 아니 굳이 안 한다. 면허만 있으면 미용 나가서 돈 금방 쉽게 잘 벌거든. 전문의 따면 35세 4억? 예전에는 그렇게 벌었을지 몰라도 그런 호시절도 지났다. 김윤은 본인 아드님이 미국에서 의사하면서 그렇게 돈 버나보지? 미안한데 내 주변에 그렇게 버는 애 아직 한명도 없다. 나랑 남편 다 전문의인데 둘이 합쳐도 그 돈 못 번다 ㅋㅋㅋㅋㅋㅋㅋ 82 피플들 폭리로 좋은 집 사고 명품 도배하면서 피드 뜨는 거 보면 현타 오는 거 한두번이 아니다. 의학적 지식이니 전문성 1도 없는 애들이 효소니 유산균 파는 거 보면 특히. 그런데 의사는 돈 벌면 죄인이고 그런 애들 돈 쓸어담는 건 괜찮은가보다 ㅋㅋㅋㅋ

사명감, 선민의식이 특권층 발언이라던데 바이탈과는 겪어보니 나 아니면 이 환자 죽는다 그런 사명감 없으면 못 견딘다. 실제로 환자 죽는 거 못 견뎌서 수련 중도포기도 흔하다. 바이탈뽕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런데 낙수효과요?? 면전에서 그 말 들었으면 주먹이 울 듯. 인턴 레지던트들이 뛰쳐나올 수 있는 건 세상 물정 몰라도 어찌보면 의사로서 가장 사명감 책임감 넘치고 의협심 넘치는 나이라 그런 거다. 어린애들이 정말로 자기 밥그릇 뺏길까봐 돈이 아쉬워서 병원 나왔을 거 같나.

대학병원에서 일하면 돈에 대한 개념이 제일 없을 때다. 그래서 환자에게 좋다고 생각하면 모르는 (비싼) 검사 닥치는 대로 내고 잘못 처방내도 별 얘기 못 듣다가 개원가 나가서 원장한테 불려도 가보고 삭감 당하고 심평원에 시달려봐야 돈 생각하면서 현실을 배워간다. 지금 나간 애들은 희망이 없어서 한국에서 의사하기를 포기하는 거다. 그런 애들 데리고 면허를 자르느니 법적 조치를 한다느니 참…개원가 선생님들도 이 사태를 다들 안타까워하고 후배들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하지만 병원 운영 직원 월급 등 생업이 걸려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어서 안타까워들 하신다. 아니면 어차피 이 나라는 이미 답이 없는 걸 아니까 포기해서 무관심한 걸지도. 코로나 파업 겪어보고 나니 나도 이젠 각자도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이 사태의 본질은 돈에 미친 의새가 아니라, 정말 해결해야되는 필수의료 붕괴, 의료수가 조정, 황폐화된 지방의료가 문제인데 되도 않는 필수의료 패키지+머릿수 늘리는 걸로 해결하려는 게 문제인 것이다. 핫한 맛집들 왕창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 얼마나 많이 봤나. 요즘 유명한 맛집은 분점 2개 이상 내지도 않는다. 왜? 퀄리티 유지가 안 되니까. 지방의 대학병원에서도 암수술하는데 굳이 서울대 아산 삼성 찾아서 대기 타면서 오는 이유가 별 건가. 더 좋은 시설 더 빵빵한 인력 +(친절한) 서비스 한 마디로 인프라가 되고 수요도 짱짱하니까. 의사 만명 더 뽑은들 만명을 굳이 아산 삼성에서 더 투입하려고 늘린 거 아니지 않나. 환자가 지방병원을 안 가는데 의사만 있음 뭐 하냐고. 지방병원/의료원에서 연봉 몇억짜리 공고가 나도 사람 안 구해지는 데는 다 그런 이유다. 서울에서 그만한 돈 주는 병원 없다. 정말 돈에 미쳤다면 연 4-5억 준다는데 왜 안 가겠어. 지방에 의사들이 더 많아야지.


이렇게 2천명 더 뽑고 만명 더 뽑았다가 의료인력 질 저하는 뻔한 일이고, 지방의료는 더 박살날 일만 많았다. 왜냐고? 법적으로 환자 이동 제한하지 않는 한 중증은 어차피 서울 올 거고, 바이탈과는 요즘 말도 안 되는 일로 소송 걸리는 거 너무 흔하거든. 의사도 간호사들터럼 장롱면허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무죄 나왔지만 소아과는 그 이후로 개박살. 서울한복판에서 밤중에 애 아프면 소아응급실 아산 서울대가 끝이다. 삼성도 심지어 밤에 소아 못 받음 ㅋㅋㅋ 그 다음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겠지. 사실 이미 박살나고 있지만. 산부인과 보드 따면 분만 안 하고 시험관 난임 부인과로 다 빠진다. 요즘 곤경에 처한 사람 함부로 돕는 거 아니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나? 의사도 사람이다. 환자를 보면 뭐라도 책임이 생기지만 아예 안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모든 의사들에게 이 슬로건을 가슴 깊이 심어줬다. No pain No gain No problem

이 정부는 어차피 밀어붙일 테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계속 해봐라. 만명 새로 뽑아본들 흉부외과 10명이나 나오면 다행이다. 바이탈하는 사람들 낙수효과로 만든다는데 확률 올리게 아예 십만의사 양병을 하지 그러나.요즘 애들은 영어도 잘한다던데 면허 없어진들 외국 나가서 새로 시작하면 그만인 것을. 의대증원 많이 많이 늘려서 인성과 실력과 희생정신도 갖추고 돈 못 벌어도 나라에서 까라면 깔 애들 뽑아 잘들 길러보길.

Posted by kirindari
Diary2023. 2. 16. 15:46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34007?sid=103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내향인 시대... 기쁨보다 슬픔 공부해야” 수전 케인

화내는 리더보다 슬퍼하는 리더에게 충성 美 명문대생, ‘노력 없는 완벽함’ 연기하며 병들어 슬픔과 갈망은 추진력 강해… 우주선 발사까지 다윈은 멜랑꼴리 기질, 적자생존 아닌 선자생존

n.news.naver.com


수전 케인은 이를 ‘긍정의 횡포’라는 단어로 꿰어냈다. 긍정의 횡포는 미국의 역사에서 기인했다. 아메리카 이주 초기, 칼뱅주의자들은 천국 지옥 운명 예정설을 믿었고, 미국인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이 천국에 갈 운명임을 입증해야 했다.

천국 지옥의 운명은 지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로 정착됐다. 신은 사람들이 번영을 누리기를 바란다는 번영 신학과 긍정심리학이 번성했다. 많은 가정에서 불쾌한 감정을 말하는 게 금기어가 됐고, 아이들도 강제적 쾌활함에 길들었다. 부모는 아이가 슬픔을 감추도록 주의를 주었다.

승자로 인정받는 사람들과 패자로 여겨지는 사람의 구별이 심화했고, 패자들은 문화적 천민으로 취급됐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에도 만연해서, 겉으로는 행복한 승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쾌활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직후 자살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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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Films2022. 8. 5. 14:59




한 장례식에 참석한 자매가 장례식장에 있던 굉장한 미남을 보고 둘이 동시에 그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밤, 나는 동생(혹은 언니)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꿈을 꿨는데 왜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이 질문은 몇 년 전 어디선가 떠돌던 사이코패스를 감별한다는 심리테스트였다. 사이코패스들은 모두 같은 답변을 한다던가.


서래(탕웨이)는 객관적 사실만 놓고 본다면 범죄자에 불법체류자다. 아름답지만 불편하고 은밀한 과거가 있는 여자서래가 처음으로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품위 있는 형사’ 인 남자 해준(박해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해준도 서래에게 빠져 들지만 피의자와 형사이자, 남편을 죽은 걸로 의심 받는 아름다운 여자와 싹싹하고 유능한 아내를 둔 유부남은 서로 얽히면 안 되는 관계이다. 사건이 끝나면 둘은 헤어져야만 한다. 맡은 사건을 끝없이 반추하는 해준의 습관을 알게 된 이후 서래는 해준의 미결사건으로 남고 싶다 고백한다. 가슴 절절한 고백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꽤나 섬뜩한 고백이라는 걸. 역시나 박찬욱다운 영화다. 감독의 결이 어디 가겠나. (개인적으로는 박찬욱은 배운 변태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함)

아까 언급했던 심리테스트에서 사이코패스들이 한다는 답변이 서래의 마음을 일부 대변하지 않을까. 하지만 연수(김신영) 말도 맞다. 그만 좀 하십시오. 그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해준은 마음이 끌리면서도 평소의 자신답지 않은 짓을 하게 하는 서래가, 엄밀히 말하면 서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두려울 것이다. 영화의 전반을 관통하는 안개는 서래를 향한 해준의 마음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영화 중에서는 가장 로맨틱하면서, 잔혹한 장면도 거의 없는 영화일 듯하다. 조연들도 모두 웬만한 영화/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들로 연기 구멍 하나 없이 짱짱하고. 2022년에 걸맞게 스마트폰과 와치를 잘 활용한다는 것도 참 자연스러웠고. 탕웨이 목소리가 참 좋다. 어설픈 한국어조차도 우아하다.


★★★★★

#헤어질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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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Uncharted2022. 8. 3. 22:40

대한민국의 중환자들이 가장 많이 가는 top 5 병원, 그것도 수술 최고로 많이 하는 그 큰 병원인 아산에서, 뇌혈관외과 staff 총 수가 5명도 안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비난하는 그 많은 인간들 중에 응급당직을 1주라도 버텨낼 인간이 몇이나 될까 싶어 같잖기까지 하다.

누군가 죽어도 늘 본질은 잊혀진 채, 환자가 의사였으면 살렸을 거라느니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둥 이 때다 싶어 누군가는 잇속을 챙기려 들고, 실컷 욕하고 손가락질 할 대상만 찾는 상황이 진절머리가 난다. 안타까운 일로 돌아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방재승 교수입니다. 실명으로 올립니다.



아산병원 현직 간호사분이 그것도 근무중에 쓰러졌는 데 수술을 집도할 뇌혈괸외과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서 수술했으나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분들의 분노로 인한 댓글들을 보면, 그 큰 병원에 수술 집도할 의사가, 학회/지방 출장으로 부재중이어서 수술을 할 의사가 없는 것에 공분하여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많아,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Big 5 hospital 에, 뇌혈관외과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인게 현실이며, 그 큰 아산 병원도 뇌혈관외과교수는 단 2명 밖에 없습니다.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중이셨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중이셔서, 그 날은 뇌혈관외과교수가 아니라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결국은 출혈부위를 막을 수 없어, 머리 여는 개두술이 필요한데,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당연히 병원에 없으니,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는,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간호사인 환자를 살려보려고 서울쪽 병원에 수소문하여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을 하게 한 것입니다. 그 날 아산병원의 당직 뇌혈관내수술 전문 교수는, 본인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과외과 교수 달랑 2명이서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서 근무하는 것이 과연, 국민 여러분들은 나이 50 넘어서까지 국민의 몇 %가 그렇게 자기 인생을 바쳐서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의사도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실력있는 의사가 될려면 세계학회에 참석하여 유수한 세계적인 의사들과 발표하고 토론하여야 수준이 올라가니, 의사의 해외학회 참석을 마냥 노는 것으로만 보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뇌혈관수술의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지원자도 급감하여 없는 작금의 한국 현실에, 그나마 뇌혈관외과의사를 전임의까지 training 시켜서 양성해 놓으면, 대부분이 뇌혈관외과의사의 길 보다는,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뇌혈관내시술(=신경중재시술, 예를 들면 코일 색전술, 스텐트 등등) 의사의 길로 선택을 하는 현실이라, 큰 대학 병원이니 뇌혈관외과교수가 그나마 2~3명이라도 있지,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에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뇌혈관내시술 의사가 뇌혈관외과 의사보다 편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며 뇌혈관내시술은 시술 자체가 뇌혈관외과수술에 비해 시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머리를 직접 열지 않으니 의사들이 그나마 육체적으로 수술에 올인하는 시간이 적어 그 쪽으로 지원을 더 많이 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현실은, 40대 이상의 실력있는 뇌혈관외과의사는 거의 고갈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뇌혈관외과의사로서 인생을 걸고 살아보니 세계 유수의 의사들과 실력을 경쟁할 정도의 수준이 될려면, 저희 한국에서처럼 의사를 마치 기계 소모품처럼 24시간 돌리는 상황에서도 40대 중반은 되어야 그나마 가능하며 그것도 Big 5 hospital 에서처럼 1년에 휴가 10일정도 외에는 일만 하는 기계처럼 근무해야 가능한 정도입니다.

이러니, 자라나는 젊은 의대생들이 신경외과, 특히 뇌혈관외과를 지원할 리 없고, 그나마 brain surgeon 할려고 꿈을 가지고 들어온 신경외과 전공의들도 전공의 4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하여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현직 뇌혈관외과의사로서 살아보니 마치 한일합방시대에 독립운동 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현실은, 밤에 국민들이 뇌출혈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있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날밤새고 수술하러 나올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거의 별로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들도 제발 이런 부분은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의사들이 돈 버는 쪽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증의료분야 지원, 뇌혈관외과분야 지원" 이야기가 나오면 "의사들 밥그릇 논쟁"이 아니라는 것을 좀 아시고 의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서는 "중증의료" 이야기만 하지, 정작 신경외과는 "필수 진료과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며,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존경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님이 그렇게 중증의료치료에 매진하다가 나가 떨어져 나가신 진짜 배경을 국민들도 좀 아셨으면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누구 책임자 처벌하고 끝나는 식이 아니라, 고갈되어 가고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있는 후학 양성을 할 수 있는 제도 개선만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안생길 수 있는 근본대책입니다. 공공의대 만들어서 의사수 늘린다고 되는 게 절대 아닙니다. 돈은 못 벌어도 자기 인생을 걸고, 실력있는 뇌혈관외과의사가 되어서 국가와 민족에 이바지하겠다는 젊은 의사를 키워야 하는데

현실은, 대학병원 뇌혈관외과 교수하다가 일의 강도나 스트레스에 비해 너무나도 개인적인 희생이 크니 중간에 교수직 그만두고 개원가로 나가서 현실적인 의사가 되는게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지난 주에 프랑스에서 의과대학 5학년 학생 한 명이 저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를 2주간 견학하고 나서 가면서 한 말이,

"프랑스에서는 의사들, 특히 중증 의료전문 의사들은 너무나 없고 국민들은 MR 한 번 찍을려면 3개월 대기가 기본이라 의사들 욕을 그렇게 하는 데 정작 프랑스 의사들은, 프랑스에서 의사 근무 조건이 열악하니 프랑스에서 의사하기를 원하지 않고 스위스나 두바이 등으로 이직할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프랑스 의료 자체가 큰일이다" 라고 합니다.

미국의 "완전 자본주의" 의료가 가장 좋은 것도 아니고, 유럽/프랑스같은 "사회주의 의료"는 현실은 더욱 아닌 것인데, 한국의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이 전 세계를 돌아다녀봐도 이렇게 좋은 것은, 사실 정부도 정부지만 의사/간호사 의료인들의 개별적/집단적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국민들은 제발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한국 의사들은 유전자가 매우 뛰어나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될 수 있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중증의료제도 지원 개선책 마련에 현직에 있는 저같은 의사도 한 목소리 낼테니 국민들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점점 밝아지는 쪽으로 간다고 저는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Posted by kirindari
Diary2021. 4. 6. 13:13

음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원래 여유 있으면 미리 정리하려고 했는데 2,3월은 미친 듯이 바빴고 출산 휴가를 나온 이제서야 정리한다. 정작 출산 뒤는 시간이 더 없을 것 같아서......여튼, 임신기간 중 겪은 일들 중에 가장 예상 못 했던 것 중 하나가 임신성 당뇨를 진단 받은 거였다.
GDM (Gestational Diabetes Melitus), 임신성 당뇨를 뜻하는 말로 임신 중 발병한 당뇨로 이미 당뇨를 진단 받은 사람이 임신한 경우를 말하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그 동안 별 문제 없이 지내다가 임신하고 나서 당뇨가 발병한 것이 확인된 경우. 임산부라면 누구나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게 되어있는데, 이 때 진단을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비록 내가 의사지만 이 글은 철저히 당뇨를 겪은 환자의 입장에서 쓴 글임.

1) 원인
: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모체의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이게 잘 되지 않는 경우 당뇨로 발병. 한국에서의 임신성 당뇨 발병율은 5% 내외로, 생각보다 빈도가 아주 낮지는 않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risk factor로는 가족력, 임신 전비만인 경우 (BMI 30이상), 경산부인 경우라면 4kg 이상의 거대아 출산력 혹은 예전 임신 때 GDM 진단을 받았던 기왕력, 노산 등이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가족력, 비만 등 일반적인 risk factor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던 터라 진단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1도 안 하고 있었는데 선별검사에서 걸린 거에 1차 충격 받고 확진 받은 후 하루가 좀 멍했다고 해야되나. 심지어 선별검사시에는 공복이 필요없다는 말 듣고 그날 아침도 야무지게 챙겨먹고 가고, 가는 차 안에서 사탕이니 뭐니 까먹으면서 갔던 터라 ...나중에 출근해서 그런 얘기했더니 같이 일하는 간호사 쌤들이 공복으로 갔어야지~~~라고 타박을 타박을...ㅠㅠㅋㅋ 그래서 선별은 몰라도, 확진검사는 문제 없이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걸리고 말았다. (-_-) risk factor를 따져보면 굳이 임신 관련 시술이나 노산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는 근거 없는 나의 생각이 있다. 시술 후 PD 를 거의 2-3달 복용했으니 그런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내 맘대로 추측.

2) 진단
- 선별 검사: IUP 24-28주 사이에 50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여 1시간 식후 혈당이 140이 넘는 경우 확진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이 때 140이 넘지 않으면 통과. 140이 넘으면 확진 검사 해야 된다고 따로 연락이 온다.
- 확진 검사 :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75g 경구당부하검사를 했고, 100g 으로 하는 곳도 있다고.

  75g OGTT (mg/dl) 100g OGTT (mg/dl)
공복 92 95
1시간 뒤 180 180
2시간 뒤 153 155
3시간 뒤 - 140

** PK 내분비내과 실습 때 경구당부하 검사하는데 달아도 너무 달아서 먹다가 구역질이 났던 기억이 있어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그 사이 약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따로 나오는 건지 생각보다 먹을만 했다. 레몬향, 오렌지향 같은 게 첨가되어 있어서 그런가.

3) 증상
: 당뇨는 증상이 없다는 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단 저혈당은 체감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임신 후기에 저혈당이 올 수 있다고 하던데, 나도 한 37주쯤엔가? 오전에 일하는 중에 갑자기 저혈당이 와서 깜짝 놀랬다. 갑자기 어지럽고 두근거리면서 식은 땀나고, 옆에서는 내 얼굴이 창백해져서 놀라고...당장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혈당이 높아도 문제지만 저혈당은 의식 저하 같은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저혈당을 대비해 당뇨환자라면 사탕 같은 것을 반드시 챙겨다니는 게 좋다. 회사라면 본인이 당뇨가 있음을 꼭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


4) 관리
: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당뇨의 관건은 혈당 관리다. 목표는 공복혈당<95mg/dL, 식후 1시간은 140 미만, 식후 2시간은 120 미만으로 유지.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 기형, 거대아, 신생아 저혈당,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발생 확률이 증가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소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물론 임산부에게는 임신성 고혈압, 조산 등등의 위험이 있고, 출산 후 Type 2 DM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진단을 받게 되면 보통 내과 진료를 같이 보게 되는데, 대학병원의 경우 내분비내과로 환자가 의뢰된다. 어차피 당뇨를 진단 받은 임산부가 쓸 수 있는 약은 인슐린(주사) 뿐이다. 진단을 받았다고 무조건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2-3주간 공복 및 식후 혈당을 측정하여 기본적인 혈당 패턴을 분석한다. 하루 3끼를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전제 하에 공복, 아침/점심/저녁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하여 기록해가면, 그걸 바탕으로 인슐린 치료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혈당은 식습관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식단 조절이 필수고, 영양사를 통한 식단 교육도 함께 받는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영양이니 식단 등에 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절절하게 깨닫게 됨. 꼭 당뇨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영양사를 통한 식이 교육 받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여튼, 식이 조절 및 운동 등등 온갖 비약물적 치료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인슐린 치료를 하게 되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하루 4번 혈당을 재다보면 혈당이 언제 주로 오르는지가 보인다. 나는 공복이나 오전 식후는 거의 문제가 없었는데,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식후 혈당이 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1달 반 정도는 4번 체크한 이후 하루 2-3번으로 혈당 측정을 줄여도 된다는 말을 듣고 점심/저녁 식후 하루 2번씩 측정했다. 요즘은 혈당 측정기가 어플로 연동이 되어서 수첩에 매번 적지 않아도 다 저장이 되서 좋긴 하다. (물론 그래도 외래에서 선생님이 보시기 때문에 수첩은 따로 정리함)


(1) 식단 조절 - 한식의 배신
가장 환장대잔치인 부분. 특히 나처럼 먹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식이 제한은 정말 괴로운 일 중 하나다. 단순한 체중조절을 목표로 하는 다이어트는 어떻게 보면 옵션이지만, 당뇨와 관련된 혈당 조절은 합병증 예방 및 추후 2형 발생 예방 등 장기적인 예후와 생존 등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특히 임산부의 입장에서는 본인과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빡세게 조절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들고 괴롭다.

기본적으로 당 조절에 있어 반드시 섭취를 줄여야 하는 식품군은 탄수화물. 매끼 밥 한 그릇씩 뚝딱 먹는 나로서는 이게 가장 고역이었다. 빵순이도 예외는 없다. 빵도 탄수화물 덩어리이기 때문. 면류는 더 위험하다. 전분이 포함된 탄수화물 폭탄이기 때문에 밥 한 그릇보다 위험한 게 라면이나 국수, 냉면. 여름에 언젠가, 별 생각 없이 백화점 갔다가 평양냉면을 주문해서 먹는데, 몇 입 먹다가 느낌이 쎄해서 검색해봤더니.........결국 반 그릇 남겼는데도 그 날 식후 2시간 혈당 140을 넘는 참사가 발생함. 내분비내과 선생님 말씀으로 당 조절에 가장 치명적인 음식들이 중국요리, 분식, 튀김, 각종 면류라고. 편의점 등에서 음식물(음료 포함)을 사게 될 때 붙어있는 영양구성표를 반드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탄수화물, 당이 높은 수치로 기록되어 있으면 눈 딱 감고 스킵하는 게 가장 좋다.

기본적으로 밥은 한 공기 기준에서 1/3~1/2로 줄여야하는데,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지 못하면 포만감이 떨어져서 뭔가를 찾게 된다. 밥을 줄이면 충분히 잘 먹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데다가, 당 섭취가 실제로 줄면서 예민해지는 게 느껴진다. 옆 사람한테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부족함을 각종 반찬으로 메꿔야한다. 물론 대체하는 반찬들이 묵이나 전류면 곤란해진다. 포만감까지 감안했을 때는 고기 반찬(불고기, 생선구이 등등)섭취가 가장 좋고, 나물이나 쌈야채 등도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짜게 먹지 않는 것.
한 동안 주말에 마트 갈 때마다 각종 야채 (샐러리, 오이, 파프리카) 등을 쓸어와서 반찬에 늘 추가해서 먹었는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습관이 안 되 있으면 쉽지 않다. 생야채를 꾸준히 먹는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걸 매번 손질해놔야 한다는 거. 한 2-3주는 그럭저럭 먹는데, 어느 순간 귀찮아지면서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된다. 나는 그랬어...퇴근하고 오면 나도 남편도 좀비인데 매번 야채 씻고 손질하는 게 이리 귀찮을 줄이야. 세상 귀찮지만 혈당 조절에는 직방이다. 보통은 저녁 전이 가장 힘들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기다리기가 유독 힘든데, 식사 준비하면서 오이 1개나 (손질되서 파는) 샐러리 5-6조각을 미리 먹으면 어느 정도 공복감이 해소되서 밥을 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가지 식단을 시도해본 결과 혈당 관리에 있어 내가 받은 느낌은 한식의 배신이었다. 우리는 은연 중에 햄버거, 피자 등등은 몸에 좋지 않고 트랜스지방이 어쩌고...를 늘 듣고 한식이 좋다 어쩌다 했는데, 혈당을 체크해보니 전혀 (-_-) 밥은 물론이고 짠 음식은 혈당 조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식이 기본적으로 간이 좀 되 있는 것들이 많아서....백미밥보다는 현미가 좋지 않나요 이러는데 기본적으로 밥을 한 그릇 다 먹는 건 안 된다. 잡곡밥이라고 해서 혈당이 안 오르는 게 아니라 혈당이 좀 천천히 오른다고....결국은 양을 줄이는 게 필수인데, 한식은 반찬들도 기본적으로 간이 되 있는 짠 음식들이 많아 권장이 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밥, 찌개 베이스의 한식이 생각보다 혈당 조절에 위험하다고 보면 된다.

매번 고기에 야채쌈만 먹을 수도 없고, 고민하다 찾은 것은 소위 말하는 지중해식단. 올리브오일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사용한 각종 샐러드(방울토마토, 부라타치즈 많이 먹음), 오일파스타, 그리고 생선구이(주로 연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먹으면 포만감을 채우면서도 혈당이 120을 넘은 적이 없었다. 물론 이 지중해 식단도 계속 가지는 못 했다. 귀찮은 건 어쩔 수가 없다. "건강한" 한 끼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추가로 햄버거도 혈당 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쉑쉑 먹고 혈당 100대 나온 거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지. 비교적 야채 위주에 기름기 덜한 서브웨이도 추천 메뉴다.

(2) 운동
운동은 필수. 솔직히 식이를 완벽하게 조절하는 건 쉽지 않다. 하루가 고되고 너무 힘들면 혈당이 오를 걸 알면서도 참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위기가 누구나 온다. 결국 마지막 한 입을 포기 못 하거나, 미친 척하고 먹은 라면은 충격적인 혈당으로 나타나 후회와 죄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기 잘했다는 알 수 없는 희열의 양가감정을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을 해야된다. 나는 원래 다니던 필라테스도 있었지만 매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기에...

임산부가 가장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은 결국 걷기다.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몸에 부담이 되는 게 아니라면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날씨만 좋다면 말이다.

어제도 한동안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한 마라샹궈에 밥 2/3까지 먹은 나. 경험적으로 혈당이 높게 튈 거라 짐작하고, 남펴니와 함께 1시간을 넘게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식후2시간 혈당을 재보니 114. 안 걸었으면 140은 가뿐히 넘겼겠지. 만삭이 다가오는 시점에는 걷기가 순산에도 도움이 되고, 적당한 운동 후 밤에도 비교적 푹 잘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봤다. 빼먹은 내용이나 출산 후 F/U 관련하여서는 추후에 정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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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21. 4. 6. 00:19

야금야금 배가 나오기 시작. 병원 안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내 배만 쳐다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배가 나온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보다 옆에서 배 많이 나왔다고 놀라는 거랑 움직일 때 이래저래 불편한 것들이 많아졌을 때 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데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발이 슬슬 안 보이기 시작 ㅋ 들은만큼 발톱 깎는 게 안 되지는 또 않았다는 거.


퇴원하신 환자분이 교수님 외래 통해서 임신한 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했다며 전해주신 핸드메이드 수세미 ㅋㅋ 안에 초콜렛도 들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에는 입원한 환자/보호자 또는 퇴원한 분들이 외래 통해서 전달 받은 선물이 유달리 많았다. 숨 차서 헥헥거리며 병동 돌아다니는 게 불쌍해보였나 싶기도 하고;;;


트위터에서 우연히 레시피를 발견하고 만든 레몬딜버터. 레몬 1개, 250g 짜리 (가염)버터, 마켓컬리에서 산 딜 10g으로 만들었는데 연어 구울 때 얹어 먹으면 풍미가 장난 아니다. 레몬껍질 소금으로 박박 닦고 나서 강판에 가는 게 수고스럽긴 하지만 만족스러움.

무럭무럭 튼튼이는 9개월이 되었습니다. 태교는 커녕 하루하루 치이는 일에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별 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 해서 미안하지만 별 탈 없이 잘 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에 루꼴라 넣은 오일파스타와 방울토마토 샐러드. 혈당 관리한다고 한동안 이렇게 지중해 식단 유지하면서 지냈다. 야채나 생선류 위주로 먹으면 포식해도 식후 혈당이 120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음 ㅎㅎ

이젠 안정기니 정말 오랜만에 먹은 회덮밥. 야채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인 이 곳은 이대서울병원 지하 식당가.

반차내고 오는 남펴니 기다리며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


역시나 오랜만에 먹는 명란아보카도비빔밥. 잘 후숙된 아보카도 고르는 건 여전히 어렵다 ㅠ

주말에 마트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집어오다보니 어느 순간 남아도는 방울토마토를 처리하기 위한 무리수식단. -.,-

썬드라이토마토 넣은 이탈리안파슬리파스타와 연어구이. 드라이토마토를 넣으면 확실히 풍미가 다르다.

그리고 시어머님 생신 때도 응용 ㅋㅋ 칠순이신데 코로나로 외식하기도 좀 그래서 시댁에 가서 요리를 했다. 음식을 크게 가리지는 않으셔서 이탈리안파슬리를 넣은 오일파스타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 부라타치즈 방울토마토 샐러드에 마켓컬리에서 파는 연어그라브락스를 곁들였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시부모님도 만족스러워 하심 ㅎㅎ 메뉴는 주절주절 엄청 거창해보이는 데 준비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하다.

봄나물에 꽂혀 만든 냉이무침.

그래도 한국 사람은 한식이지. 고기에 김치가 마구 땡기는 날도 있는 거고...

개원기념일인가 먼가 해서 특식 나온 날.

정말 몇 달만에 먹는 마라(T^T)샹궈인지...자극적이고 팔각? 이 들었다고 남펴니가 한동안 못 먹게 해서 우울했었는데 드디어....감격의 기념샷.


36주차 주수사진. 인스타 보면 다들 부지런하게 주수 사진 찍어 올리던데 난 너무 게으른가 싶다.


병원에서 많이 걸으라고 해서 강남역까지 걸어갔다 들른 밀도에서 산 레몬커스타드. 위의 하얀 코팅이 완전 설탕덩어리라서 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상큼한 레몬맛이랑 어울려서 너무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주기적으로 단 걸 먹어줘야 해.. 30분 넘게 걸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합리화 시키고. GDM 진단 받고 탄수화물 줄여 먹는 게 습관이 되긴 했다만 먹고 싶은 거 맘껏 못 먹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일 줄은 몰랐다. 난 먹는 게 낙인 사람인데 ㅠㅠ

달래 사와서 국에도 넣고 달래장도 만들어 먹은 날. 난 달래 손질이 이렇게 귀찮은지 이 날 알았다. 엄마가 해주시던지 식당에서 나오던지 어디서든 나오면 감사하게 먹어야 될 메뉴 인정.

임신 후반부로 가면 저혈당 증상이 온다고 하던데 진짜 오더라. 아침에 빵이랑 잘 챙겨 먹었는데도, 어느 순간 이상하다 싶다가 빙글빙글 도는데 아찔했음. 옆에 있던 간호사쌤이 급하게 사탕 물려주고 난리도 아니었음.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고심하다 찾은 메뉴 ㅎㅎ 디카페인이라 선택한 게 가장 컸지만 라떼에 과하지 않게 적당히 단 맛도 있어 한동안 잘 챙겨마셨다. 원래 무조건 아메리카노로 마셨는데 요 녀석 강추.



3월이 되서 연차도 올라가고 봄도 왔다. 벚꽃이 슬슬 필 기미가 보이기에 2주차 일요일 오전에 찾았던 창경궁. 그런데 뜻밖의 비에 자잘한 우박까지 쏟아져서 결국 집에서 패딩까지 챙겨갔는데 안 챙겨갔음 감기 걸릴 뻔한 날. 갑작스런 비 덕분(?)에 사람은 별로 없고 여유로웠다.


꽃은 반도 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반은 동물원 다녀온 느낌. 온실은 여전히 폐쇄 중이고 연못에 수많은 원앙들과 궁궐내 고양이 실컷 보고 왔다. 창경궁 가서 꽃보다 동물 많이 보고 온 건 처음. 아쉬운 맘에 또 가보고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3월은 주말마다 비가 온 탓에, 이후에는 동네에서 벚꽃 보는 걸로 만족.

37주차 사진.



뜻밖의 벚꽃 스팟이었던 우리집 부엌. 이사오고 낮은 층이 아쉬웠는데 이런 장점이 또 있다.

봄은 봄입니다.

팝콘 같은 몽실몽실한 예쁨. 내가 해가 바뀌었다고 실감하는 기준은 달력보다 벚꽃 피는 계절이 시작될 때인 것 같다.


생애 첫 기저귀 구매 ㅎㅎ 신생아용 기저귀라니...


그리고 드디어 분만휴가를 신청했다. 최대 90일간 쓸 수 있다고. 어쩌다보니 예정일 1주 전인 39주 0일차까지 출근하고 말았다. 그만큼 임신기간 중 별 일 없이 잘 지냈다는 반증이긴 하지만 (다들 걱정했는데 내가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었냐며.......) 마지막 3-4주는 진심 너무 힘들었다 ㅜㅜ 2년차가 3명이다보니 검사는 1도 안 줄고 (코로나였던 걸 감안해도 작년 3월의 검사수 2배였고, 심지어 올해 1-2월에 비해서도 차이가 없었음) 교수님들도 상대적으로 방관하는 느낌이라 뭔가 내시경기계처럼 일하는데 진심 너무 힘들었다. 나는 만삭이라 당직을 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오후 내내 정신 없이 검사하고 난 뒤면, 오후 회진 돌 때부터 이미 멘탈이 반쯤 나가있었던 것 같다. 점심에 5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운이 꽤 좋은 날. 퇴근 때에는 제정신이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해야하나..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몇 분이라도 기어이 졸았다. 내가 당직을 빠지니 그만큼 2년차 동기들과 1년차들 당직이 늘은 터라 미안한 맘도 있고 낮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빠지지 말고 열심히 도와주자 싶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정말...검사가 터무니 없이 많았다. 원래 3월은 검사 자체를 일부러 적게 잡는 달이었는데 그런 게 아주 자연스레 없어진 분위기 -.,- 일 자체로 빡치고 힘들어서 일하다 말고 울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 그래도 별 다른 사고 없이 잘 지나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건강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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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Films2021. 2. 14. 21:13

1917 (2019)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고, 볼 생각이 있다면 사전 정보 없이 보기를 권하고 싶음)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기생충이 아카데미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그 때, 이 영화도 수많은 후보에 올랐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명절 특선영화로 편성된 걸 보고 꼭 챙겨봐야겠다 싶어 봤는데 정말 와.... 싶은 간만에 너무 만족스럽게 감상한 작품. 재방까지 챙겨서 또 봤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줄거리는 단순하다. 독일군의 계략으로 1600명이 몰살 당할 위기의 전투 개시를 중지하기 위해 다음 날 동이 트기 전까지 공격중지명령서를 품고 16km의 사지를 뚫고 달린 한 병사의 이야기다. 시작은 2명이었지만 말이다. 퇴각하면서 모든 통신을 끊어버린 독일군 탓에 이 위험한 여정이 시작된다. 아마 이들을 보낸 이들도 정말 성공하리라고는 생각 못 했을 거다.


영화는 주인공인 스코필드 상병의 험난한 여정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영화 속 전쟁터에서 주인공 옆에서 내가 함께 뛰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 탓에 몰입감이 어마어마하다.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끝까지 도무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시작된 이후가 끊어짐 없이 죽 이어지는 단순한 롱테이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나누어서 찍은 장면들을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 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 보면서도 연신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영화가 끝나고 이 이야기를 들려준 왕립보병대? 출신의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자막이 올라가는데, 감독하고 성이 똑같길래 우연인가? 싶어 인터넷에 찾아봤다니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실제로 감독(샘 멘데스)의 할아버지라고. 영화 속 스코필드 상병이 그 분을 모델로 한 건지, 아니면 그 분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 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아마 나 같은 사람들) 이 이야기를 듣고 옛날 그런 일이 있었대로 끝나고 말았겠지만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600명을 살리기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은, 진짜 영웅으로 기억해야 될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42km를 달리고 쓰러진 병사를 기리기 위해 마라톤이 탄생했듯이 숨은 영웅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작품상 후보에 올라간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영화였다.



참고로 주인공과 1분 이상 얘기하는 까메오들이 다 짱짱한 배우들이라 깜놀 ㅎㅎ 까메오 찾기가 이 영화의 숨은 관전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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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21. 1. 31. 23:19

이젠 누가봐도 배 불룩 임산부 ㅎㅎ


남펴니가 에어프라이어를 2시간 가까이 돌려 만든 수육. 머스타드 후추 등등 뭐 이거저거 발라서 했다는데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맛있어서 엄지 척. 먹다가 모닝롤에 머스타드 피클 넣고 얹어 먹으면 웬만한 바베큐 저리가라 수준.


몇 년 만에 폭설이 온 그 날. 운 좋게 눈 내릴 때쯤 집에 도착해서 도로 위 지옥체험은 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얘기 들어보니 집에 못 간 사람도 있고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 새삼 운이 좋았다고 느낀 하루였다. 친구 한 명은 가로수길 근처에 차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버리고 갔다며-ㅁ-


난리 통에도 풍경은 예뻤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이면서 반사판 마냥 온 동네가 환하게 밝아졌던 날. 9시가 넘은 밤에 아파트 단지 안이 이렇게 환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음날 (차 없이) 출근할 생각에 잠시 아찔했지만 간만에 동네 아가들 다 나와서 썰매 타고 눈사람 만들면서 웃음소리 들리는데 이런 풍경이 얼마만인가 싶어 뭔가 뭉클했다. 코로나는 도대체 언제 끝날까. 잃어버린 일상이 너무 많다. ㅜㅜ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 ㅋㅋ 팔이라도 꽂아주고 싶었는데 주변에 나뭇가지가 없어 그냥 기념사진만...


병원에서 보이던 창 밖 풍경. 출퇴근은 헬이었지만 하얗게 덮힌 풍경이 주는 위로가 있다.


임당검사 재검 통과에 실패하고 혈당체크 및 식단 지도 받은 날 ㅜㅜ 가족력도 없고 그 동안 검진에서 문제 없던 내가 당뇨라니요 아이고 ㅜㅜ 노산은 슬프다. 주변에도 임신 출산이 늦은 사람도 많고 우리 엄마조차 노산이었던 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임당 검사에서 걸리니까 더 일찍 아기를 갖는 게 맞았겠다 싶어 살짝 후회되긴 했다.



옛날 같으면 밥 한 톨 안 남겼겠지만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 야채 위주로 식이 변경을 시작했다. 진료 보고 처음으로 먹은 식사라 기록 차원에서 남겨 봄.


전지현도 썼다는(진짜겠지?) 튼살크림. 중고등학교 때 갑자기 키가 훅 크면서 몸에 튼살이 남아있어 일종의 트라우마라 배는 사수하기 위해 7-8주쯤부터 매일 (샤워하고) 부지런히 바른 듯하다. 고가라서 그런지 열심히 발라서 그런 건지 30주를 돌파한 지금 아직까지는 선방 중. 다 쓰고 공병샷 남겨봄. 하나 더 살까 했는데 아들 2명을 이미 출산하신, 남편 동기분이 다른 바디크림을 선물해주셔서 바꾼 걸로 지금은 열심히 바르는 중인데 이것도 꽤 괜찮다. 암튼 임신 중에 썼던 괜찮은 아이템 몇 가지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는 걸로.


임당 진단 이후 풀밭이 된 우리집 식탁. 밥순이에 육식파라 힘들었지만 고맙게도 남펴니도 동참 중이다. 식단을 바꾸고 야채로 배를 채우니 탄수화물이나 고기로 배를 채울 때와 달리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게 느껴진다. 더불어 외식이나 사먹는 음식에 조미료나 설탕,나트륨 따위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체감이 바로 온다. -.,- 단점은 탄수화물을 줄이니 예민해진다는 것.......역시 사람을 너그럽게 만드는 건 탄수화물(당)과 money....


두번째로 눈 많이 왔던 날. 이 날은 도로에 안 쌓여서 차를 갖고 나왔지. 눈 내린 직후의 설경은 언제 봐도 좋다.





8번째 결혼기념일.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단 둘이 보내는 마지막 결기이기도 해서 간만에 외식 결정. 고민하다가 한 번 가서 기억이 좋았던 오프레로 예약. 보통 2주 전에 예약을 잡아야한다던데 운 좋게 해당 주에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실제 기념일은 주중이라 살짝 이른 주말로^^

전채부터 뭐하나 아쉬운 것 없이 이번 코스도 너무 좋았다. 후식으로 나온 직접 만드신 트러플 아이스크림!! 남펴니는 버섯을 원래도 좋아하지 않아 다소 불호였지만 나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프레는 해물과 버섯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다. 두 번째 방문도 대만족.

나올 때 직접 구우셨다는 귀여운 마들렌도 챙겨주셨다. 다음에는 세 식구로 뵙겠다며 배웅해주심 ㅎㅎ


주말에 현백 들리면서 가본 코엑스에 새로 오픈한 가배도. 피카가 없어지고 새로 들어온 듯 하다. 매장 내 취식금지라 텅 비어있어서 괜히 내가 민망해짐. 뭔가 한옥의 느낌이 섞인 듯한 깔끔한 매장.

나도 찍었다 만삭사진. 사실 언젠가부터 불어닥친 태교여행이니 만삭사진이니 하는 것들이 추억을 핑계로 과시욕을 채우는 느낌이라 뭔가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고 굳이 기록을 남긴다면 근처 사진관이나 셀프 스튜디오에 가서 심플하게 찍을 생각이었다. 언제 이렇게 배 나올 일이 또 있겠나 싶어서. 한 마디로 별 생각 없었던 상태. 한 16-7주쯤부터였나, 조리원과 연계 되어있는 스튜디오 측에서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락이 왔다. 그닥 내키지는 않았는데 주수 사진도 잘 안 남기는 성격상 이러다 초음파 사진 말고는 정말 사진 하나 안 남겠다 싶어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대로 날짜 맞춰서 (보통 28-9주 전후로 찍는다고) 진행했는데 음.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화장 안 하는 나에게 평소대로 화장하고 오라길래 정말 평소대로 갈까 싶어 한참을 또 고민하다 강남역 근처에서 돈 내고 헤메 받고 갔는데 결과물 보니 일단 화장하고 가기 잘 한 것 같고, 자신 없는 건 돈 내고 전문가 맡기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그냥 갔으면 뭔가 아쉬울 뻔 했다. 결혼식/졸업사진 이후 한 6-7년만에 돈 내고 화장 받은 듯 하다. 만삭사진이라는 특성상 1시간 내 촬영이 끝나고, 뭐 후다닥 끝났는데 정신 차려보니 신생아 스냅과 이후 50일/100일/돌스냅(이 중 택일)까지 하는 걸로 계약서 쓰고 계약금까지 치르고 왔다. 아마 출산 이후는 더 정신 없을 텐데 지금 미리 해둔 게 훨씬 편할 것 같기도 하다.


풀밭 식단은 아직도 진행 중.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부라타 치즈 얹은 방울토마토 샐러드. 맛도 좋고 배도 제법 차서 만족스럽다. 비쥬얼이 예뻐서 손님 맞이할 때 내놓기도 좋은 메뉴.

공병샷. 콤부차 에센스를 쓰고 있어서 연계차원? 에서 써봤는데 처음 바를 때 쫀쫀해진 느낌이 딱 들어서 꽤 만족스럽게 잘 썼다. 재구매 의사 있고 선물용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저것 다 써보는 스타일이라 다음에 만납시다. 요즘은 이솝에 꽂혀서 파슬리크림으로 갈아탐.


70일도 안 남은 시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이것저것 준비해간다. 그런 의미에서 1월의 마지막 주말은 간만의 미용실 방문. 늘 머리 해주시는 선생님이 컬 잘 나왔다고 매우 만족하며 찍어주신 사진.





새해라는 걸 딱히 느끼기도 전에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났다. 이번 달은 개인적으로도, 병원에서도 이벤트가 많았다. 결혼기념일이나 만삭사진 같은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시할아버님이 오래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셔서 심란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서 코호트 격리에 난리도 아니었다. 임산부이다 보니 다른 의미로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동안 잘 피해갔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는 풍경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턱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느낌의 공포는 확실이 다르다. 한 달 사이에 검사 2-3번 당하고..암튼 뭐 운 좋았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암튼 올해도 건강하게 무사히 잘 지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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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Diary2021. 1. 10. 19:51

참 두달치 사진 정리하다 보니 음식 사진 아님 병원 사진 밖에 없어서 올릴 게 먹을 것 밖에 없다. -_-

코로나 격상 되기 전인 11월 초, 교수님이 조촐하게 잡은 회식. 무려 랍스타를 먹었다고 합니다. 랍스터 회 이 날 처음 먹어봤는데, 컨디션상 많이는 못 먹고 2-3점 정도 맛만 봤는데 쫄깃하고 신선하니 맛있었다.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는데, 오. 역시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겠다. 암튼 원없이 포식한 날. 역시 랍스터(를 포함한 각종 갑각류)는 남이 손질해준 거 먹는 게 최고란 사실도 새삼 깨달은 회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회랑 찜이 가장 맛있었다.


내 기준 (현대) 한국인의 전통 밥상 - 나트륨 폭발이죠..


가을 끝자락 퇴근하던 어느 날. 우면산 터널 진입 전 대기를 틈타 잽싸게. 경기도 출퇴근하면서 좋은(?) 점이 아무래도 산을 보다 보니 계절 체감이 남다르다는 것. 차 안이긴 해도 단풍 구경은 운전 중에 실컷 했다.


주문한 간장게장에 엄마가 해다주신 양념게장까지. 게장은 사랑.


원래 햄버거를 좋아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전형적 밥순이) 햄버거 피자 매니아인 남편과 살다보니 입맛도 은근 따라가는 듯하다. 쿠팡이츠로 배달 되길래 정말 오랜만에 쉑쉑 시켜서 먹어봤는데 음. 뭐랄까. 한국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맛이 좀 달라진 듯 하다. 한국인들 선호하는 맛으로 좀 바뀐 느낌이랄까..결론은 맛있게 잘 먹었다는 것.


병원 조식으로 귀여운 버거/팬케이크가 나와서 찍어봤습니다. (다른 날)


빼빼로 데이라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챙겨준 빼빼로.


병원 특식 스케일. 이렇게 머슴처럼 먹고 머슴처럼 일했지.....


가끔 병원 식당 밖 야외 테이블에 오는 고양이.


잊을 만하면 가는 빌즈는 언제가도 좋다. 가격만 조금 쌌으면 좋으련만..


새로 나왔다는 캐모마일 릴렉서. 뭔가 익숙한 맛인데 뭔지 몰라서 한참 생각해보니 리치즙에 물탄 맛. 지금은 단종되었다고...


코엑스 갈 일이 있어 오랜만에 브루클린 조인트.


겨울이라고 트리가 들어왔다. 별마당은 계절마다 바뀐 데코 보는 재미가 있달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니 한참 없던 사람들이 다들 다시 슬슬 나오는 느낌.


볕이 기가 막히게 잘 들던 우리집. 이제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12월 중순 지나서 지금은 이미 이사한 상태. 전세대란이 터지면서, 집 주인 분도 다시 집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도 등 떠밀리듯이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 분이 엄청 미안해하셨다. 그런데 뭐 어쩌랴 모두가 이 난리인 것을...다행히 같은 단지 내 집을 구해서 멀리 가지는 않았는데, 비교적 고층에 남향인 집에서 층도 낮고, 서향인 집으로 옮긴 터라 그 전의 채광이 아쉽다. (리모델링한다고 공사하시는 분이 와서 채광 끝내준다고 감탄하고 가실 정도) 매물로 나온 남향집이 있기는 했는데 너무 관리가 안 된 집이라 포기하고 선택한 서향집이긴 하다만..뭐 암튼 적응해서 살아봅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하니까요.....ㅂㄷㅂㄷ ㅁㅈㅇ


일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가끔 이런 한국식 돈까스가 끌리는 날이 있다. 교대역 왕돈까스 추천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원이 안 됨. 치즈 돈까스도 정말 대박이다.


트위터에서 발견한 놀라운 토마토수프. 전자렌지로 5분 컷 가능한 요리다. 이건 조만간 따로 레시피 정리해서 올리는 걸로...


마켓컬리 배송비 빼려고 이거저거 뒤지다 발견한 얼그레이코코넛잼. 참크래커에 올려먹으면 완전 맛있다.


임당선별검사. PK 3학년 때 내분비 실습 때 먹고 역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는데 요건 레몬 맛이라 먹을 만했다. 검사 한 것도 까먹었는데 다음 날 병원에서 전화 와서 식후 1시간 혈당 높게 나와서 재검하셔야 된다고....하...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나온 특식. 결혼식 부페 같은 메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브날은 정작 수제비가 나와서 읭했음. (가톨릭 계열 병원)


주로 눈팅만 하는 쇼핑몰인 한스타일에서 크로와상 생지랑 수프를 팔길래 속는 셈 치고 사먹어봤는데, 와. 크로와상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랬다. 생지가 이렇게 잘 나오다니. 찾아보니 버터헤리티지 크로와상?인데, 웬만한 빵집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낫다. 다음에 살 일 있으면 이 브랜드로 사는 걸로.

내시경실 막둥이 귀요미 간호사 선생님이 나 준다고 따로 챙겨온 마시멜로 끼얹은 초코빵. 임당 재검 들어가기 전이라 기회가 없겠다 싶어 막 먹은 듯. 써놓고 보니 전형적인 순응도 떨어지는 당뇨환자 마인드가 따로 없네................





=====================



놀랍게도 2020년이 (이미)지나갔다.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2020원더키드 덕분에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던 2020년. 닥쳐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미래에 대한 기대랄지, 환상이랄까, 뭔가 놀라운 한 해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렇게 역병이 창궐하는 해가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의미로 보면 굉장한 한 해는 맞았던 것 같다. 길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가 힘들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소한 일상들이 아쉬운 순간들이 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시기가 끝나지 않고, 이렇게 길어질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병원에서 지내다보니 이 풍경은 새해에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감염은 내 전공이 아니라 섣불리 짐작할 수는 없다만, 정말 운이 좋아도 올해 여름은 지나야 좀 잦아들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함께 겪는 난리는 난리라고 부를 수도 없다고, 모두가 행복할 때 나만 불행한 것이 진짜 불행이라고 라디오에선가 언젠가 그러더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조차 막막해지는 이들이 많아지니 그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직장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한 해다. 새벽 출근해서 저녁에 좀비 상태로 집에 오면 쓰러지는 게 전부였지만, 전문의 무사히 따서 별 탈 없이 1년 경력을 쌓고, 운 좋게 이사할 집을 잘 찾은 것,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새해의 느낌이 없어 감흥은 없다만 올해는 나이를 먹었다는 걸 몸으로 확실히 실감한다. 전공의 시절도 30대였고 그 때도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했는데, 30대 후반으로 가니 힘듦의 체감 정도가 예전과 다르다. 밤 새는 건 이제 할 수 없는 일의 카테고리로 넘어갔고, 특히 임신 후에는 낮잠을 10분이라도 자지 않으면 오후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 물론, 일할 때 마주치게 되는 예측 불허의 상황, 랜덤으로 만나는 일못러들이나 말 안 통하는 인간들을 만날 때는 아직도 일희일비한다지만 감정이 널뛰는 폭이 20대에 비해서는 확실히 좁아졌다고 해야되나, 안정되었다고 해야되나. 전반적으로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웬만한 일에 그러려니 하게 된다. 대학생 때는 개울물 같았다면 지금은 태평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호수나 강 하류는 되는 듯. 체력만큼이나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인간 관계의 축소다. 좀 쪼그라든다고는 생각했지만, 올해만큼 연락을 안 하게 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달까. 또래의 주변인들이 대부분 아이가 있다보니 서로 바빠 눈에 띄게 연락을 안 하게 된다. 미혼인 경우는 좀 얘기가 다르지만, 요즘처럼 얼굴도 보기 힘든 시기에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보니, 당장 필요하고, 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안 하게 되고, 연락을 할까 하다가도 결국 넘겨버리게 되니, 인간관계가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순식간에 쪼그라든다. 그러다 갑자기 연락 오면 뭔 일이 났나 싶어 걱정부터 앞서기도 하고. 근데 뭐 얘기 들어보면 다들 그렇다. 결혼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당장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시기를 겪어보니 필요에 의해서라도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새해는 조금더 부지런해지고, 주변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 글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2021년에는 다들 아프지 말고,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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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
Uncharted2020. 11. 22. 13:16

작년 이 맘때, 전공의 퇴사하고 전문의 시험 전까지 약 반년 간의 시간이 남아 했던 알바에서 내 인생 최초의 (공식적인) 사기를 당했다. 이름하야, 임금체불 (-_-) 거진 1년 만에 해결이 되기는 했지만, 아마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비일비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이런 일 당할 줄을 몰랐으니까.. 추억이 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은 직/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고,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임금체불기를 남긴다. 참고로 나는 가족 중 변호사가 있어 조언을 많이 얻었다. 이래서 가족 중에 의료인,법조인 한 명씩은 있어야 된다는 건가.....-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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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계약서 작성
원래는 1주 정도의 단기 알바를 구하는 곳이었는데, 장기로 근무할 의사를 구할 때까지만 일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갑자기 장기 알바가 되어버림. 가기 전 통화했던 내용과는 달리 추가로 요구하는 일이 있길래 일당에서 5만원을 추가하겠다고 했으나, 원장이 생각 외로 순순히 동의해서 일급이 5만원 추가됨. 10월부터는 매일 일할 수 없어서 스케쥴 변동 가능성 있다고 미리 통보하였고, 원장이 알겠다며 9월 말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함. 임금은 매달 10일 입금 예정.

+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하게 될 근무에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이 하나도 없었던 게 굉장히 수상한 점이었다. 면허사본, 통장사본은 유일하게 자꾸 빨리 달라고 해서 줬는데 사실 정당한 요구가 맞지만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이런 것조차도 찝찝하기 짝이 없음.



(2019/09/02) 근무 시작
월~토 주 6일, 하루 5시간씩 오전 근무 시작. 일은 편한 편이었다.
9월 말이 다가오면서 10월 스케쥴을 어떻게 할 예정인지 틈 나는 대로 원장에게 물었는데, 계속 대답이 없다가 9월 30일날 원장과 대면해서 어떻게 할지 물어보니, 그제서야 매일 근무하는 게 아니면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며 아예 관두거나 계속 더 해달라고 함. -_- 주중에 관두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해당 주의 토요일인 10월 5일까지 근무를 하기로 했고, 9월 및 10월 일부 근무에 대해서는 10월 10일에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함.
** 9월 근무 중 당시 실장이 몇 가지를 귀띔해 줬었는데, 원장이 자꾸 뭐 시키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넌지시 이야기도 했었고, 몇달 전 근무했다가 관둔 선생님이 임금체불 되서 받으러 왔다는 말을 해주기까지 함. 그러면서 임금체불 신고서를 뽑으면서 혹시 모르니 나도 갖고 있으라고 줬는데 그게 그 실장님을 본 마지막 날이었다. -_-



(2019/10/05) 근무 종료.
근무기간 중 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을 자꾸 시키려고 해서 원장하고 좀 틀어진 상황이라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인사하려고 했더니 원장은 이미 외출하고 없다고 함. 마지막 날이라 예의상 감사했다고 전화로 인사하고 나옴. 10월 10일에 돈을 입금해주겠다고 함.



(2019/10/10) 임금 지불일
설마 입금을 안 했으려나 싶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약속된 날에 입금이 되어 있지 않았다. 주중이기도 했고, 때 마침 여행차 해외에 잠시 나와있던 터라 주말에는 들어오겠거니 하고 일단 기다림.....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돈이 입금되지 않음. 수 차례 전화하고 방문해도 그 때마다 2-3일 내 주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입금 안 됨. 통화 내용 녹음한다고 말도 했었고, 법적 절차 밟겠다는 말에도 다음 주 수요일이나 토요일쯤 입금 될 거에요 소리만 반복하면서 미안한 내색이라고는 전혀 없길래 결국 법적 절차 밟겠다고 통보함.
+ 참고로 병원 몇 번 찾아가기도 했었다. 이 원장 놈이 진짜 어처구니 없는 게 밖에서 문 두들겨도 자기 방에서 문 잠그고 안 나옴.



(2019/10/26) 노동청 신고
인터넷으로 임금체불 신고 -> 접수되면 노동청에서 출석 문자 및 등기 우편이 며칠 뒤에 온다. 나는 11월 4일에 받음. 일정, 시간 및 담당 감독관이 문자로 옴.




(2019/11/12) 노동청 출석
배정된 담당 감독관(경찰)님과 면담. 이 날 면담을 통해 나에게 임금 체불을 했던 원장이 상습범임을 알게되었고, 나 말고도 피해자가 스무명 이상이라던가. 원래 다 모아서 검찰에 넘기려고 했는데, 내가 추가로 신고를 했다고 (이런 개샛기였다니....ㅂㄷㅂㄷ) 원래 체불 당사자인 원장도 와야되는데, 예상대로 안 왔고, 감독관도 연락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절레절레하심. 출석 날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체불임금 확인서를 작성해주신다. 노동청 출석을 기점으로 일이 커지길 원치 않으면 채무자들이 임금을 지불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 때라도 돈이 들어오면 거기서 끝나지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다.

+ 이 때 추가로 감독관님에게 들은 내용은 자필로 된 체불확인서를 받아오라는 것. 꼴도 보기 싫어 진심 가기 싫었지만 분노를 눌러담고 병원 찾아가 체불 확인서 받아냄. 그 와중에 나한테 약속도 없이 오면 어떡하냐고 따지듯이 뭐라하길래 약속한 임금도 준다준다 말만 하면서 안 주는 당신을 뭘 믿고 미리 약속하고 오냐니까 대답 못 하고 써주더라.



(2019/11/19) 심평원 연락
의사는 보통 근무내역에 심평원에 접속해보면 다 나와있다. 근무 내역 조회차 심평원으로 접속해서 보니 근무기록이 아예 안 남아있어 2차 빡침. 근무 관련 면허 등록이 되었었는지 문의 -> 애초에 근무한다고 신고조차 안 함. 원장에게 전화했으나 연락 받지 않고 Call back 없음. 구청, 보건소에도 확인했는데 등록 내용 자체가 없었다. 4대 보험이니 뭐니 도대체 뭔 짓을 한 건지, 내 면허를 어디다 쓴 건지 불안해짐. -_-



(2019/11/20)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동부지사 연락
4대 보험 관련 신고 전혀 안 되어있었음 확인함. 원장에게 연락했으나 역시 전화 받지 않아 문자 보냈고, 대답 없음.



...기본 절차는 밟았고, 이후는 내가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하느라 잠시 답보 상태. 그렇게 2020년이 왔다.

-----------------------

(2020/02/21) 지급명령 신청 @ 대법원 전자소송사이트
돈을 받아야되는 채권자(나)가 임금을 체불한 채무자(원장) 의 사업지 주소를 기준으로 해당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직접 가서 해도 되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접수가 다 되기 때문에 서식에 맞춰 잘 작성하면 된다. 이 때 참고서류로 근무 계약서, 노동청 신고내용 서류 등을 첨부하면 된다.


(2020/03/02) 보정 명령
내가 대법원 사이트에서 신청한 내용 중 부족한 점이나 수정한 내용이 있으면, 보정 명령이 온다. 기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늦지 않게 이 기간 내에 보정을 해야된다. 이 때 기한 놓치고 못 하면 다 도루묵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잘 챙겨야 한다고...


(2020/03/23) 지급명령
내가 접수한 지급명령이 타당하다고 법원에서 판단이 되면,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서가 날라간다. 사건번호, 채권자 인적사항, 채무자 인적사항이 나오고, 밑에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기대된 금액을 지급하라. 2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적혀있음. 이의 신청을 하면 delay가 된다고 하지만, 딱히 이의신청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원장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듯. (진짜 악질들은 이의신청해서 시간을 더 끈다고도 들었다)

...물론 원장놈은 지급 명령을 받고도 돈을 넣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음은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2020/04/21)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역시나 전자소송사이트로 신청이 가능하다. 지급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채무자의 재산 등을 압류할 수 있다. 내 체불사건은 조금 특수한 케이스인게, 내가 의사이고, 채무자 역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인데, 제3채무자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신청한다. 개인재산에 걸면 이미 자기 이름으로 되어있는 부동산이나 각종 은행자산을 제 3자에게 넘겨버리고, 자기는 파산신청을 해버린다던지 (제일 악질), 줄 돈이 없다고 버틸 수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보험공단에서 병원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고, 이 돈은 원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리거나 은닉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근데 문제는 채권자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고, 채무자가 병원 운영에서 손을 뗀다던가 하는 변수가 있으면 압류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 다행히(?) 원장은 아직 병원 대표로 이름이 걸려있었다. 내 앞에도 비슷하게 돈을 받지 못 한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 게시판에 직접 이 내용을 문의했더니, 역시나 나처럼 압류 신청을 한 사람이 나 이전에 이미 10명 이상 있었고, 순서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데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때부터는 나도 그냥 마음 비우고 기다렸다.



-------------

(2020/09)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내가 일했던 문제의 그 병원 관계자라며, 지난 해 못 받으신 임금을 주겠다고. 당사자인 채무자(원장)이 아닌, 직원이라고 했다. 받아야되는 금액 및 입금해야되는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며, 만나자고 했다.
+ 법원소송에는 돈이 들어간다. 접수, 송달비용 등이 생각보다 꽤 나오는데, 이 금액도 모두 청구가 가능하다. 내가 체불당한 임금이 백만원인데, 그 백만원을 받기 위해 지급명령, 추심명령 등을 신청할 때 비용이 생각보다 제법 나오는데 만약 법원 소송에 10만원이 들어갔다고 치면 그 돈을 모두 합친 110만원을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나도 실제 체불 당한 임금에 소송비용까지 10만원 이상을 추가로 청구했다.


(2020/09/15)
해당 병원 직원과 만남. 2명이 나왔다. 나도 혼자 가기 불안해서 남편 데리고 나감. 적은 돈이 아니라 받아서 일단 다행이긴 했다만, 병원의 요구(?)사항은 처벌불원서를 써달라는 거였다. 이걸 써주지 않으면 원장이 구속 위기라고,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일부러 무표정하게 하고, 건조하게 말했는데, 직원 한 명이 눈치 없이 저희한테 화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실 그 사람들에게 짜증이나 화를 낸 것도 아니고 굉장히 사무적으로 대했다만, 자기들도 사실 짜증나겠지. 그렇지만 뭐 어쩌랴. 제 3자들만 고통 받고 있는 뭐 같은 상황에 당사자는 쏙 빠져있는데 돈은 주니까 헤헤 웃어주기라도 바란 건가. 어이가 없어서 그 쪽에 화난 거 아니고, 대신 고생하시는 거 알지만 저는 불쾌하고 화난 건 사실이니 제 태도나 표정 갖고 뭐라 하지 마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 뒤로 직원도 더 말을 안 했다.

처음 처벌불원서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이걸 써줘야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돈의 액수나 돈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 일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정당하게 받을 돈을 못 받은 것도 화나지만, 정작 잘못을 한 건 내가 아닌데 고통 받고, 이 돈을 받기 위해 내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 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참을 수 없는 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적 피해 보상도 청구하고 싶었다. 돈과는 별개로 최소한의 염치가 있으면 전화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하는 게 맞지 않나. 물론 그럴 염치도 없는 인간이니 여기까지 왔겠지만, 막말로 원장이 구속되던 말던 내 알 바 아니지 않나. 당사자는 어디 숨어있는지 모르겠고, 처음 보는 직원들이 이 불편한 상황에 욕 받이가 되는 것 같고, 상습범인데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새로운 피해자를 위해 이런 놈은 구속되야 되는 게 맞지 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일할 때 없는 인력을 메꾸려고 내시경실 청소를 하던 원장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결국 처벌불원서를 작성하고, 지장을 찍고, 그 자리에서 계좌이체로 체불된 임금 및 법원소송비용이 모두 추가된 금액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날로 끝. 참고로 여기서 실수로 준건지 일부러 준 건지 모르겠는데 몇 가지 준 자료에 보니 내가 19번째(-_-) 채권자였다. 금액은 내가 제일 컸다.



** 결론
1) 소위 로컬에서 일하게 될 의사들에게...지인 소개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뭐 늘 그렇게 일하는 건 아니니까. 근무조건이 지나치게 좋으면 일단 의심하는 게 맞고, 일하게 될 병원을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람. 대학병원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는 걸 기대하면 안 되지만, 시스템이 돌아갈 최소인력조차 구비가 안 되있다면 근무를 권하고 싶지 않다. 참고로 내가 일했던 병원은 삼성동 소재, 아주 번듯한 곳에 위치해있다. 이런 곳에서 임금체불이라니??? 나도 당하기 전에는 몰랐다.
(돌이켜보면 계약서 쓸 때 알 수 없는 찜찜함이 있었는데 그걸 무시하지 말았어야 한다..남펴니가 비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했지만, 뭔가 쎄하고 미심쩍으면 피하는 게 맞다. 육감은 무시 못해 -_-)


2) 근무 경력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한 질문이 없다 (ex) 내시경 의사 구하는데 경험한 케이스 수나 건당 소요시간에 대한 질문) -> 해당 근무에 대한 이해도나 지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반드시 의심해 볼 것. -_-


3) 계약서에 없는 일을 자꾸 시키려고 할 때 -> 선 긋고 안 한다고 하는 게 맞고, 문제시 책임소재에 대한 답변 확실히 들을 것. 애초에 추가 업무 얘기를 은근 슬쩍 꺼내면 계약서에 반드시 미리 작성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무조건 명시할 것. 나는 심전도 판독이니, 내가 하지도 않은 내시경 병리 결과 설명을 자꾸 요구해서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굳이 시킬 거면 내 이름을 안 넣겠다고 함.


4) 법원 소송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절차도 복잡하지만, 사용하는 온갖 용어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애초에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 아끼고, 스트레스 덜 받고 일을 수월하게 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가능한 법조인에게 자문을 얻기를 권함. (법적 자문 주신 외삼촌께 이 글을 통해 감사드립니다...받은 돈 10% 정도 사례금으로 드렸는데, 내가 너한테 돈 받자고 한 일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하시길래 엄마가 꼭 주라고 했다며 엄마를 팔았고, 5% 정도를 사례금으로 드림)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