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금야금 배가 나오기 시작. 병원 안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내 배만 쳐다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배가 나온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보다 옆에서 배 많이 나왔다고 놀라는 거랑 움직일 때 이래저래 불편한 것들이 많아졌을 때 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데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발이 슬슬 안 보이기 시작 ㅋ 들은만큼 발톱 깎는 게 안 되지는 또 않았다는 거.

퇴원하신 환자분이 교수님 외래 통해서 임신한 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했다며 전해주신 핸드메이드 수세미 ㅋㅋ 안에 초콜렛도 들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에는 입원한 환자/보호자 또는 퇴원한 분들이 외래 통해서 전달 받은 선물이 유달리 많았다. 숨 차서 헥헥거리며 병동 돌아다니는 게 불쌍해보였나 싶기도 하고;;;



트위터에서 우연히 레시피를 발견하고 만든 레몬딜버터. 레몬 1개, 250g 짜리 (가염)버터, 마켓컬리에서 산 딜 10g으로 만들었는데 연어 구울 때 얹어 먹으면 풍미가 장난 아니다. 레몬껍질 소금으로 박박 닦고 나서 강판에 가는 게 수고스럽긴 하지만 만족스러움.

무럭무럭 튼튼이는 9개월이 되었습니다. 태교는 커녕 하루하루 치이는 일에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별 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 해서 미안하지만 별 탈 없이 잘 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에 루꼴라 넣은 오일파스타와 방울토마토 샐러드. 혈당 관리한다고 한동안 이렇게 지중해 식단 유지하면서 지냈다. 야채나 생선류 위주로 먹으면 포식해도 식후 혈당이 120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음 ㅎㅎ

이젠 안정기니 정말 오랜만에 먹은 회덮밥. 야채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인 이 곳은 이대서울병원 지하 식당가.

반차내고 오는 남펴니 기다리며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

역시나 오랜만에 먹는 명란아보카도비빔밥. 잘 후숙된 아보카도 고르는 건 여전히 어렵다 ㅠ

주말에 마트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집어오다보니 어느 순간 남아도는 방울토마토를 처리하기 위한 무리수식단. -.,-

썬드라이토마토 넣은 이탈리안파슬리파스타와 연어구이. 드라이토마토를 넣으면 확실히 풍미가 다르다.

그리고 시어머님 생신 때도 응용 ㅋㅋ 칠순이신데 코로나로 외식하기도 좀 그래서 시댁에 가서 요리를 했다. 음식을 크게 가리지는 않으셔서 이탈리안파슬리를 넣은 오일파스타에 레몬딜버터 얹은 연어구이, 부라타치즈 방울토마토 샐러드에 마켓컬리에서 파는 연어그라브락스를 곁들였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시부모님도 만족스러워 하심 ㅎㅎ 메뉴는 주절주절 엄청 거창해보이는 데 준비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하다.

봄나물에 꽂혀 만든 냉이무침.

그래도 한국 사람은 한식이지. 고기에 김치가 마구 땡기는 날도 있는 거고...

개원기념일인가 먼가 해서 특식 나온 날.

정말 몇 달만에 먹는 마라(T^T)샹궈인지...자극적이고 팔각? 이 들었다고 남펴니가 한동안 못 먹게 해서 우울했었는데 드디어....감격의 기념샷.

36주차 주수사진. 인스타 보면 다들 부지런하게 주수 사진 찍어 올리던데 난 너무 게으른가 싶다.

병원에서 많이 걸으라고 해서 강남역까지 걸어갔다 들른 밀도에서 산 레몬커스타드. 위의 하얀 코팅이 완전 설탕덩어리라서 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상큼한 레몬맛이랑 어울려서 너무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주기적으로 단 걸 먹어줘야 해.. 30분 넘게 걸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합리화 시키고. GDM 진단 받고 탄수화물 줄여 먹는 게 습관이 되긴 했다만 먹고 싶은 거 맘껏 못 먹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일 줄은 몰랐다. 난 먹는 게 낙인 사람인데 ㅠㅠ

달래 사와서 국에도 넣고 달래장도 만들어 먹은 날. 난 달래 손질이 이렇게 귀찮은지 이 날 알았다. 엄마가 해주시던지 식당에서 나오던지 어디서든 나오면 감사하게 먹어야 될 메뉴 인정.

임신 후반부로 가면 저혈당 증상이 온다고 하던데 진짜 오더라. 아침에 빵이랑 잘 챙겨 먹었는데도, 어느 순간 이상하다 싶다가 빙글빙글 도는데 아찔했음. 옆에 있던 간호사쌤이 급하게 사탕 물려주고 난리도 아니었음.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고심하다 찾은 메뉴 ㅎㅎ 디카페인이라 선택한 게 가장 컸지만 라떼에 과하지 않게 적당히 단 맛도 있어 한동안 잘 챙겨마셨다. 원래 무조건 아메리카노로 마셨는데 요 녀석 강추.

3월이 되서 연차도 올라가고 봄도 왔다. 벚꽃이 슬슬 필 기미가 보이기에 2주차 일요일 오전에 찾았던 창경궁. 그런데 뜻밖의 비에 자잘한 우박까지 쏟아져서 결국 집에서 패딩까지 챙겨갔는데 안 챙겨갔음 감기 걸릴 뻔한 날. 갑작스런 비 덕분(?)에 사람은 별로 없고 여유로웠다.







꽃은 반도 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반은 동물원 다녀온 느낌. 온실은 여전히 폐쇄 중이고 연못에 수많은 원앙들과 궁궐내 고양이 실컷 보고 왔다. 창경궁 가서 꽃보다 동물 많이 보고 온 건 처음. 아쉬운 맘에 또 가보고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3월은 주말마다 비가 온 탓에, 이후에는 동네에서 벚꽃 보는 걸로 만족.

37주차 사진.

뜻밖의 벚꽃 스팟이었던 우리집 부엌. 이사오고 낮은 층이 아쉬웠는데 이런 장점이 또 있다.

봄은 봄입니다.

팝콘 같은 몽실몽실한 예쁨. 내가 해가 바뀌었다고 실감하는 기준은 달력보다 벚꽃 피는 계절이 시작될 때인 것 같다.

생애 첫 기저귀 구매 ㅎㅎ 신생아용 기저귀라니...
그리고 드디어 분만휴가를 신청했다. 최대 90일간 쓸 수 있다고. 어쩌다보니 예정일 1주 전인 39주 0일차까지 출근하고 말았다. 그만큼 임신기간 중 별 일 없이 잘 지냈다는 반증이긴 하지만 (다들 걱정했는데 내가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었냐며.......) 마지막 3-4주는 진심 너무 힘들었다 ㅜㅜ 2년차가 3명이다보니 검사는 1도 안 줄고 (코로나였던 걸 감안해도 작년 3월의 검사수 2배였고, 심지어 올해 1-2월에 비해서도 차이가 없었음) 교수님들도 상대적으로 방관하는 느낌이라 뭔가 내시경기계처럼 일하는데 진심 너무 힘들었다. 나는 만삭이라 당직을 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오후 내내 정신 없이 검사하고 난 뒤면, 오후 회진 돌 때부터 이미 멘탈이 반쯤 나가있었던 것 같다. 점심에 5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운이 꽤 좋은 날. 퇴근 때에는 제정신이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해야하나..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몇 분이라도 기어이 졸았다. 내가 당직을 빠지니 그만큼 2년차 동기들과 1년차들 당직이 늘은 터라 미안한 맘도 있고 낮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빠지지 말고 열심히 도와주자 싶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정말...검사가 터무니 없이 많았다. 원래 3월은 검사 자체를 일부러 적게 잡는 달이었는데 그런 게 아주 자연스레 없어진 분위기 -.,- 일 자체로 빡치고 힘들어서 일하다 말고 울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 그래도 별 다른 사고 없이 잘 지나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건강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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