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어도 2015년에서 맴도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새해에 간 2015년 겨울휴가.
휴가 전날까지 당직 서고 좀비 같은 몰골로 휴가기분 내보겠다며 졸린 눈을 부릅뜨고 브런치를 외쳤다.
PK 이후 정말 몇 년만에 간 미엘.
너무 늦게 느껴보는 크리스마스
수년 전 기억에 남아있던 메뉴와 그 맛이 남아있는 것 같아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요즘은 맛집이고 뭐고 너무 빨리 사라지거나 리뉴얼을 해버려서 오래 가는 게 없는 것 같다.
어디를 가고 무얼 할지 여러가지를 고민해보았지만 방전이 된 체력으로 무리하게 다니기도 그렇고 돈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2015년의 겨울 휴가 컨셉은 SEOULISTA 일명 서울(경기도)에서 놀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짝궁이 구상해왔던 서울리스타 휴가 계획을 바탕으로 함께 계획을 짰다.
그리하여 첫날은 어쨌거나 absolute bed rest가 되어버리고.
주치의 후유증으로 남은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집에만 오면 기절하던 수면패턴은 휴가 때에도 변하지 못 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새벽녘 눈이 떠지던 건 사라졌지만 오전에 잠시 반짝했다가 점심 즈음 지나서 잠깐 눈을 붙이던 패턴은 휴가 내내 이어졌고, 이를 어여삐 여기던 짝궁은 나를 방치(?)함. 덕분에 짝궁은 (자의반 타의반) 1주 내내 요리를 도맡아서 했다. 요리 실력이 휴가를 기점으로 그야말로 일취월장 늘었다. 이건 데리야끼 닭조림이었던가.
(야매)홈베이킹에 손을 댄 그가 만들어 낸 핫케잌. 메이플 시럽까지 사 와서 끼얹어준 덕분에 나이스한 아침을 먹었다. 오븐 요리도 해보겠다고 하였으나 결국 오븐문도 못 열어보고 휴가는 끝났다. 이 집에서 사는 동안 오븐 쓸 일이 있을지.
첫 외출은 우선 헤드스파. 잠이 덜 깨서 갔고 반은 자면서 있다 나와서 사진 한장 남지 않았다. 가벼워진 머리를 한채로 간 첫 방문지는 온갖 맛집이 모여있다는 판교 현대 투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당황.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로제 스파게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어버림.
1L는 되어보이던 모히토. 즉석에서 만들어주는데 상큼하다.
그래도 휴가인데 바다는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간 서해. 겨울과 서해는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
오션뷰의 나이스한 풍경
핫하다는 곳, 네스트 호텔 입성.
호텔 로비의 새털 같은 조명. 가까이서 보면 배 싸는 껍질 같기도.
원래 계획 : 휴식 + 독서 + 노천스파
현실 : 휴식 + 노천스파
방에 짐을 좀 풀고 해가 떨어지기 전 바다를 보러 가자며 나왔다.
을왕리의 낙조. 생각해보니 인턴 들어가기 전 갔던 겨울 제주도 이후 겨울바다는 처음인듯. 엄청난 바람에 입이 돌아갈 것 같았지만 옆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셀카봉을 찍으면서 영화를 찍고 있기에 잠시 추위를 잊었다. 스타킹 하나만 신고 추운 내색 없어보이던 20대의 패기 옆에 패딩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던 나를 보며 새삼 세대차이를 느낌.
역시 일몰은 서해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영종도 맛집이었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충격적인 맛집이었다. 산낙지전골 + 칼국수 + 들깨볶음밥의 환상적인 조화. 이 날 이후 자꾸 짝궁한테 여기 먹으러 가자고 조르는데 매번 난감해 하며 그냥 내가 해줄게 라고 함. 하긴 2시간 걸려 산낙지 전골 먹으러 갈 만큼 우리가 여유있지는 않지. 뭔가 조미료의 맛이 나는데도 참 맛있게 먹었다. 매운 걸 잘 못 먹음에도 불구하고 싹싹 긁어먹고 있는 나를 발견.
로비에서 내려다보이던 네스트 호텔 정원 풍경. 보이지는 않지만 저 바로 뒤는 바다.
평일에 비수기를 잘 잡아서 그런지 호텔도 사람이 많지 않았던 덕에 노천 스파를 혼자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날씨가 영하 5도쯤 되었는데, 사람도 없고 해서 불 끄고 혼자 어두컴컴하고, 뜨끈뜨끈한 노천온천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호사를 누렸다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카락에 살짝 얼음이 끼는 듯한 느낌.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40도 이상의 물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자니 어느새 추위도 가시고, 가끔씩은 서서 찬 바람을 맨 몸으로 맞곤 했다. 밤하늘 아래 수증기가 끊임없이 수면에서 피어올라 자욱한 안개 마냥 퍼져 어두운 스파 구석에서 뭐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그 고요함, 온기가 참으로 행복했다. 가끔씩 물 위로 팔을 들어올려 팔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한참 보다가 다시 오싹한 한기가 밀려오면 몸을 담그고, 그렇게 나가기 싫어서 문 닫기 직전까지 밍기적밍기적 한참을 물에 잠겨있었다.
스파하고 노곤노곤해져 참으로 자기 좋은 몸 상태였으나 그냥 자려니 웬지 모르게 억울해서 1층 바에서 칵테일 + 치킨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
조식부페의 풍경.
인천공항이 근처다보니 승무원, 외국인들이 꽤 많았다. 조식부페 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어서 채광이 참으로 훌륭하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날씨가 흐리면 흐린대로 좋으면 좋을대로 멋있을 풍경. 오히려 한 여름에는 블라인드를 내려서 못 볼 풍경. 하얀 대리석이 깔려있다보니 햇빛이 조금만 나도 눈이 부시다. 썬크림 + 썬그라스를 챙겨가야하는 부페.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케아 구경. 평일임에도 사람이 꽤나 많았다. 타이머 하나 집었다가 계산대 줄 보고 바로 내려두었지만, 나름 볼만한 곳. 중간에 나오는 출구가 없어서 화장실 해결하고 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그냥 둘러만 보고 나오는데도 꽤나 지치는 곳이라 아기를 데려갈 곳은 절대 못 된다. 광명 프리미엄 아울렛과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어 점심 해결하러 건너감.
탕수육이 참으로 훌륭하였음.
휴가 2일 남은 날 간만에 이태원 쟈니덤플링 방문. 한결같아서 좋은 곳.
휴가 마지막 날 오후,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역시나 말로만 듣던 큐브라떼를 마시고 왔다. 커피 얼음탓인지 가격이 꽤 나가는 편. 난 저 큐브가 녹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오랫동안 할 이야기가 있는 여름날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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