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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20 Sud de France (5) Avignon / Eze / Nice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20. 23:47

 

어느 덧 남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다섯 번째가 되었다. 여행지의 시간은 왜 이토록 빨리 흐를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문득 정신을 차리면 끝이 보이니 말이다.


간만에 제대로(?) 조식을 챙겨 먹은 기념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호텔이 시내 한복판인데다가 로비며 건물 자체가 생각보다 아기자기했기에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면서도 여기 정말 식당이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귀여운 식당이 2층 한 켠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인상 좋은 중년의 여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영어로 조곤조곤 상냥하게 설명해줘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숙소 이름은 Regina. 나름  시내 한복판이라 밤에 외출하기에도 큰 부담이 없었다. 방 상태는...비록 (죽은) 벌레가 한 번 나왔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잠만 자고 갈 여행객이 하루 이틀 정도는 부담없이 묵기 좋은 곳이다.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과일은 신선했고, 빵도 햄도 정갈하게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침 부페는 딱 요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어차피 잠이 깬지 얼마되지 않아 입맛도 없고 많이 먹히지도 않는 아침이라면.  만리 타국에서 익숙한 메뉴들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조식 부페를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운이 따라줘야하는 일이다. 특히 나처럼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고,  생소한 메뉴에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소심한 아시안들에게는.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있어 처음에 장식인 줄 알았던 별 모양의 기둥은 유심히 보니 설탕을 모양을 내서 사탕처럼 굳혀 꽂아둔 거였다. 필요하면 위에서부터 하나씩 빼서 커피 등에 넣어 먹으면 되는 모양. 간만에 아침다운 아침이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깨끗하게 씻겨 바구니에 담겨있던 과일들.  한 입 베어물면 상큼하고 달달한 과즙이 가득한 자두가 맛있어서 자두만도 3개쯤 먹은 듯하다. 진한 드립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든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아비뇽 교황청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와 주차장이 500m 이상의 거리라 커다란 짐짝부터 빼고 아침부터 힘을 들이는 건 뭣 해서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아비뇽 교황청을 보기로 했다. 쿨하게 짐을 맡아주신 친절한 호텔 지배인님. 어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은 숙소 위치도 알고 하니 관광을 먼저 하고 나서 나중에 차를 가져와서 바로 짐을 실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지. 그러고나서 이 선택으로 인해 아비뇽을 뱅글뱅글 돌며 차 안에 1시간 가까이 갖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아비뇽 교황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 가는 길에, 전일 우리가 차를 세워두었던 건물을 지나게 되었다. P 표시만 찾아서 차를 대고 나온 거라 몰랐는데, 아침에서야 보니 공공 주차장이 아니라, Les Halles라는 꽤 큰 쇼핑몰의 주차장이었다. 전 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5층이나 되는 건물이 거의 만차였던 상황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 동안 들렀던 주차장들의 대부분이 여유롭다 못해 텅텅 비었던 터라 주차로 고생한 적이 없었는데 계속 여기 뭐지, 왜 이래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더랬지. 아침에 건물 밖에서 보이는 주차장에도 그리 여유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꽤 큰데 구경이나 하자며 잠시 들렀던 몰 내부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동네의 큰 마트와 별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유심히 보다보면 낯선 비주얼의 야채들과 과일들이 있어 외국에 있음을 실감하며, 기웃거리면서 구경함.

 

아기 눈웃음에 카메라를 안 들 수 없었다.

 

마트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건물을 빠져나오니, 다시 정갈하고 예쁜, 사진 같은 유럽의 길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구글맵을 들고 기웃거리며 익숙한 유럽 풍경 속 광장을 지나 골목 사이로 들어가다 보니 어느 덧 교황청에 가까워진 느낌적인 느낌.

 

 

 

골목 초입에 그늘이 있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돈을 내야해서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저 벽들 사이 중간,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 즈음에 동굴처럼 파진 곳이 있고, 중세 기사 복장을 갖춘 남자가 관광객들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 때마다 밑의 접시에 돈을 내라는 싸인을 끊임 없이 보낸다.

아비뇽 내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관광열차 (길게 버스를 이은) 거의 어르신들이었다. 저 관광열차가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이런 광장이 보이고, 나와서 쭈욱 걷다 보면

 

여러분은 지금 아비뇽 교황청을 보고 계십니다. 

아비뇽에 웬 교황청이?? 라고 할 사람들을 위해, 잠시 네이버 지식을 빌려보자면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정치적인 이유로 바티칸으로 가지 못하고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면서 교황청으로 사용한 곳이다. 이후 1376년까지 7명의 교황이 이곳에 머물게 되는데 이를 아비뇽 유수라고 하며, 당시 교황권은 프랑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현재도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형식의 궁전이고, 14세기 건축 양식의 화려함을 볼 수 있다지만, 겉은 투박하고 견고한 느낌이 강하다. 말 그대로 고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양.

여행 전 보았던 책에서는 7월이면 3주에 걸쳐 성벽으로 빛을 쏘는 걸 쇼를 한다는 걸 봤었는데 막상 가 놓고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성벽을 보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책자를 들쳐보니  다행히도(?) 일정이 하루 차이로 엇갈려, 전일 밤 와서 볼 수도 있었던 타이밍이긴 했다. (심지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니) 어차피 피곤해서 안 왔겠지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유럽은 여름에 온갖 축제나 행사가 많아 미리 잘 알아두고 오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 여행자가 소소한 일정까지 짜서 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황청 앞에 뜻밖의 잭 스패로우.

 

 

황금빛 성모마리아.

 

 

황금성모마리아가 아득한 성채 위에서 빛나고 있다. 나이가 든 탓인지 박물관에 감흥도 없어진 덕일까.
여기까지 왔는데 교황청을 보고 가야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입장료도 다소 비싼 편이었고, 스케쥴이나 체력상 둘러볼 여건도 안 되었고 (들어갔다 나오면 체력 방전), 다행히(?) 안에서 볼 게 많지 않다는 정보를 핑계 삼아 교황청 구경은 건너뛰기로 했다. 광장 그늘에 앉아 바보처럼 거대한 성벽에 우와우와 한참 감탄하며 구경하다가 근처의 생 베네제 다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정확한 명칭은 Pont Saint Benezet

 

 

from 네이버 지식 :론강에 있는 끊어진 다리로, 아비뇽다리(Pont d'Avignon)라고도 불린다. 12세기 무렵 양치기소년 베네제(Benezet)가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혼자서 돌을 쌓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아비뇽과 빌뇌브 데 자비뇽(Villeneuve des Avignon : 론강 건너편의 도시)을 이어주던 다리로, 원래 필리프왕의 탑까지 연결되었으나 17세기 말 홍수로 인해 절반이 떠내려가고 지금은 4개의 교각과 생베네제를 기리는 생니콜라예배당만 남아 있다.   

다리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로 들어가 입장료를 내면 다리에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끊어진 다리에 올라가기는 터무니 없는 입장료라 그냥 밑에서만 보고, 되돌아가기로 함. 그리고 이 다리 바로 근처에 깨끗한 무료 화장실 있습니다. (깨알팁) 아비뇽의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보면 뭔가 수박겉핡기만 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세계사에 나온 곳에 가 봤다는 것에 의의를.  교황청 건물이랑 다리 하나만 봤는데도 벌써 점심 때가 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여치처럼 하루하루 도시를 둘러보는 빡센 일정이라면 정말 원하는 곳이 아니면 과감하게 관람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팁.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겠지, 그 때는 여유있게 쉬면서 볼 수 있겠지라며 애써 다음을 기약해본다. 다시 니스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기에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에 짐을 찾으러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 구석구석 스냅샷.

너무 귀여워서 안 찍을 수 없었던 간판.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초록. 지금 내 핸드폰 배경화면.

 

Les Halles 몰의 전경. 초록초록한 풍경이 거대한 숲 같기도 하다.

 

우리가 아비뇽을 떠나던 바로 이 날이, 때 마침 아비뇽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비뇽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보았던 사람의 절반은 관광객, 절반은 각종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알바들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전날보다 포스터가 많아졌네? 정도였는데 교황청을 다녀왔을 즈음에는 담벼락이며 각종 가로수며 표지판에 빈 곳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포스터 천지였다. 인상적이었던 게 테이프를 안 쓰고 그 많은 포스터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노끈으로 묶었다는 거.  수백번 이를 반복해야하는 귀찮음과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효율성이 최고인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풍경. 이미 초록테이프로 도배가 되어 뒤덮였을 것이고, 이미 전날 밤에 다 붙어있었겠지. 오래된 풍경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비결은 이런 귀찮음조차 기꺼이 감내하는, 사소하고 꾸준한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자신들의 도시를 아끼는 프랑스인들의 미덕에 새삼 감탄하고 배워야겠다고 느낀다.햇살과 더위를 피해 다시 마트 내를 통과하기로 했다.

 

여기서 맛있는 피자랑 파이 구매. (파이는 결국 못 먹었다 ㅠㅠ)



먼저 주차장을 들러 숙소로 차 가지려고 갔는데, 이게 웬 열. 원래 차를 끌고 들어올 예정이었던 숙소 앞의 대로가 축제를 이유로 폐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로 폐쇄라는,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에 잠시 멍해졌다. 결국 아비뇽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짐을 끌고 500m 가까이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카운터에 맡아두었던 짐을 찾아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해가 머리 꼭대기 즈음에 올라온 데다가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포스터며 각종 안내(호객)와 사람들도 뒤섞여 그 틈으로 커다란 짐을 끌고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어째저째해서 짐을 싣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더니 방금 지나왔던 차도도 추가로 폐쇄가 되어버렸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축제로 도시 안 곳곳의 일부 도로를 (점차) 막아버리면서 네비게이션이며 구글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상황. 이러다 점심도 못 먹고 아비뇽 안만 뱅뱅 돌겠다 싶어 불안한 마음에 다시 주차를 하고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시내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고, 역시나 예상대로 몇 번이고 같은 길을 오가게 되었다. 같은 성벽을 한 3번쯤 통과하고 나서야 다행히도 꽤 넓은 지하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500m 이상의 거리를 짐을 끌고 난 뒤에, 차에 한 시간을 갖혀있다 시피하다 해서 겨우 주차를 하고 나니 아비뇽 맛집을 찾아가고 자시고 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상황. 문득, 숙소 근처를 지나가다 봤던 맥도날드가 생각나 거기서 얼른 해결하자며, 맥도날드로 향했다.

프랑스까지 와서 맥도날드를 먹을 줄이야. 메뉴는 전체적으로 별 다를 게 없었지만 프랑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잘한 몇가지 메뉴도 있었다.  색다른 걸 시켜볼까 하다가 안 그래도 더위와 허기에 지쳐있는데 먹는 걸로 (그것도 내가 고른 메뉴로) 짜증이 나고 싶지는 않았다. 괜한 모험은 접고 한국에서도 늘상 먹던 빅맥 세트 2개로 주문. 옵션으로 프렌치프라이를 선택할 때 케첩을 줄지 마요네즈를 줄지 물어보는 게 특이했다. 맛은 별거 없고, 혹시나 싶어 들여다본 메뉴판에 아이스커피는 역시나 없었다. 익숙한 맛으로 배를 채워가니 황당함도 피곤함도 점차 가라앉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생각치도 못 했던 축제와 도로사정에 일정이 꼬인 묘한 날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나름 예측불허의 이벤트가 많았던 여행은 처음. 이번 여행은 재미있는 거 많이 겪어본다며, 허허 웃고 더 붐비기 전에 떠나자며 아비뇽 시내를 빠져나왔다. 포스터반 사람 반으로 어수선했던 성벽 내와 다르게 한 편으로 다시 한 없이 펼쳐치는 남프랑스의 드넓은 평원.

 

한참이나 평원을 달리다보니 니스에 가까워졌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하나 둘씩 보이고, 각종 도시 이름과 함께 에즈 빌리지 역시 표지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후 3시쯤 됐으려나. 어차피 떠나는 날까지는 니스에 있을 예정이라 니스에만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니스를 바로 가긴 아쉬운 마음에 동선을 살짝 틀어 에즈 빌리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에즈빌리지는 여행 초반에 가려고 목적지에 넣었던 곳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일정을 짜보니 동선이 너무 복잡해져서 이번 여행에는 못 가는 곳인갑다 싶어 과감히 뺀 곳이었는데, 이렇게 선물처럼 나타나 주는구나. 네비게이션 중간목적지로 에즈 빌리지를 입력한다. 마을 초입에 주차장이 있어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에즈 마을 동네주민룩. 아무리 봐도 관광객이 아닌 것 같고.

 

 

 

생폴드방스 같이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좁은 입구를 통과만 해도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지중해의 풍경. 느즈막한 오후에 와서 더위에 시달리지 않고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와서 본 탓인지 풍경이 더욱 멋졌다. 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너무 좋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울 지경. 이름도 거창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Jardin de exotique, 열대식물원. 해발 429m에 위치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코트다쥐르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관동팔경 중 하나쯤 되려나. 이 풍경을 보자마자, 안 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무려 12세기에 만들어진 정원이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몇 백년이고 남을 수 있었겠지. 남프랑스에 처음 와도, 다시 오게 되도, 반드시 오고 꼭 봐야할 풍경이다.

 

우측에는 아기자기하게 각종 선인장과 알로에 등 열대식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다양한 열대식물이 자리잡고 있다. 선인장 가시가 꽤나 날카로워 보여 나름 긴장하며 걸었다.

 

중간중간 이렇게 조각상도 과하지 않게 조화롭고.

 

이국적인 초록의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오면 생각보다는 다소 휑한 풍경. 동전을 넣고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시계탑은 바로크 성당의 일부로 무려 12세기에 지어졌다가 18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페니키아인들의 이시스 여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 지붕에 새워둔 이집트 십자가를 내부에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종탑은 19세기에 지어졌으나 번개를 계속 맞는 일이 생겨 원래 있던 돔은 없어졌다고 한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전망대에서 360도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저 미소.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이는 곳곳에 조각상이 설치되어있다. 여기 있는 조각상들은 모두 장 필립 리차드의 작품이며, 제목은 지구의 여신상이라고 한다. 발은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진다고 표현했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인데도 한 편의 시 같다. 실제로는 개방하지 않는 시간이라 어차피 들어올 수는 없겠지만,  깜깜한 밤 이 곳에 홀로 있다면 앞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그 별들이 얼마나 황홀할까. 덩굴 속에 숨어서라도 별이 떠오르는 순간까지 마냥 앉아있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 채 정원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풍경도 멋지다.

 

 

입구와 출구가 한 곳에 있는 에즈식물원. 나오는 길에 선인장 옆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뜬 검은 고양이. 정작 선인장 밑에서 자는 고양이는 태평스러운데, 선인장에 찔릴까 내가 더 조마조마한다.

 

나오는 길 에즈 구석구석의 스냅.

 

 

열대식물원 가는 초입의 니체 산책로. 에즈 빌리지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열대식물원과 함께 바로 이 니체 산책로이다. 도보로 약 45분 정도의 길로, 이름 그대로 니체가 자주 산책을 하던 길이라고 한다. 니체는 1883년 4개월 간 에즈에 머물면서 <짜라투르스트라는 말했다> 를 완성했다고 한다. 피곤하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고, 1시간 가까이를 걷기에는 제법 늦은 시간이라 가보지는 못 해서 살짝 아쉽다. 시간이 애매해서 니스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니스로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음료는 어김없이 콜라. 한국과 달리 물도 주문해야 나오는 곳이라,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남프랑스 여행을 하는 내내 콜라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든든하게 먹고, 화장실도 해결하고 니스로 출발.

 

 

니스로 가던 길에 있던 산악터널.

 

내려가는 길 구석구석 풍경이 멋진 곳은 별장이 있었다. 이런 곳은 영화배우가 살지 않으려나, 부러움이 섞인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며 니스로 오자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도시의 어수선함, 막히는 차들이 보였다. 니스가 꽤나 큰 도시임을 새삼 실감. 간만에 신호대기에 걸렸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신호에 걸리고,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우리의 마지막 숙소에 도착.

 
마지막 이틀을 보낸 숙소는 Radisson Blu Hotel Nice (래디슨블루호텔 니스). 4성급이고, 해변을 따라 길게 위치해 있다. 더 좋은 곳도 많았지만 예산을 감안하여 적절한 곳에서 타협하고 예약한 곳.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숙소였는데, 방은 생각보다 그냥저냥이었지만 뷰는 예상대로 만족스러웠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예쁜 칵테일 같기도 한 색감. 침대에 누워 밖에 보이는 풍경만 봐도 좋은 곳이었다. 이렇게 다섯번째 날도 마무리.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