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20. 23:47

 

어느 덧 남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다섯 번째가 되었다. 여행지의 시간은 왜 이토록 빨리 흐를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문득 정신을 차리면 끝이 보이니 말이다.


간만에 제대로(?) 조식을 챙겨 먹은 기념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호텔이 시내 한복판인데다가 로비며 건물 자체가 생각보다 아기자기했기에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면서도 여기 정말 식당이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귀여운 식당이 2층 한 켠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인상 좋은 중년의 여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영어로 조곤조곤 상냥하게 설명해줘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숙소 이름은 Regina. 나름  시내 한복판이라 밤에 외출하기에도 큰 부담이 없었다. 방 상태는...비록 (죽은) 벌레가 한 번 나왔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잠만 자고 갈 여행객이 하루 이틀 정도는 부담없이 묵기 좋은 곳이다.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과일은 신선했고, 빵도 햄도 정갈하게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침 부페는 딱 요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어차피 잠이 깬지 얼마되지 않아 입맛도 없고 많이 먹히지도 않는 아침이라면.  만리 타국에서 익숙한 메뉴들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조식 부페를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운이 따라줘야하는 일이다. 특히 나처럼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고,  생소한 메뉴에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소심한 아시안들에게는.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있어 처음에 장식인 줄 알았던 별 모양의 기둥은 유심히 보니 설탕을 모양을 내서 사탕처럼 굳혀 꽂아둔 거였다. 필요하면 위에서부터 하나씩 빼서 커피 등에 넣어 먹으면 되는 모양. 간만에 아침다운 아침이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깨끗하게 씻겨 바구니에 담겨있던 과일들.  한 입 베어물면 상큼하고 달달한 과즙이 가득한 자두가 맛있어서 자두만도 3개쯤 먹은 듯하다. 진한 드립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든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아비뇽 교황청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와 주차장이 500m 이상의 거리라 커다란 짐짝부터 빼고 아침부터 힘을 들이는 건 뭣 해서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아비뇽 교황청을 보기로 했다. 쿨하게 짐을 맡아주신 친절한 호텔 지배인님. 어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은 숙소 위치도 알고 하니 관광을 먼저 하고 나서 나중에 차를 가져와서 바로 짐을 실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지. 그러고나서 이 선택으로 인해 아비뇽을 뱅글뱅글 돌며 차 안에 1시간 가까이 갖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아비뇽 교황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 가는 길에, 전일 우리가 차를 세워두었던 건물을 지나게 되었다. P 표시만 찾아서 차를 대고 나온 거라 몰랐는데, 아침에서야 보니 공공 주차장이 아니라, Les Halles라는 꽤 큰 쇼핑몰의 주차장이었다. 전 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5층이나 되는 건물이 거의 만차였던 상황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 동안 들렀던 주차장들의 대부분이 여유롭다 못해 텅텅 비었던 터라 주차로 고생한 적이 없었는데 계속 여기 뭐지, 왜 이래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더랬지. 아침에 건물 밖에서 보이는 주차장에도 그리 여유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꽤 큰데 구경이나 하자며 잠시 들렀던 몰 내부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동네의 큰 마트와 별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유심히 보다보면 낯선 비주얼의 야채들과 과일들이 있어 외국에 있음을 실감하며, 기웃거리면서 구경함.

 

아기 눈웃음에 카메라를 안 들 수 없었다.

 

마트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건물을 빠져나오니, 다시 정갈하고 예쁜, 사진 같은 유럽의 길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구글맵을 들고 기웃거리며 익숙한 유럽 풍경 속 광장을 지나 골목 사이로 들어가다 보니 어느 덧 교황청에 가까워진 느낌적인 느낌.

 

 

 

골목 초입에 그늘이 있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돈을 내야해서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저 벽들 사이 중간,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 즈음에 동굴처럼 파진 곳이 있고, 중세 기사 복장을 갖춘 남자가 관광객들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 때마다 밑의 접시에 돈을 내라는 싸인을 끊임 없이 보낸다.

아비뇽 내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관광열차 (길게 버스를 이은) 거의 어르신들이었다. 저 관광열차가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이런 광장이 보이고, 나와서 쭈욱 걷다 보면

 

여러분은 지금 아비뇽 교황청을 보고 계십니다. 

아비뇽에 웬 교황청이?? 라고 할 사람들을 위해, 잠시 네이버 지식을 빌려보자면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정치적인 이유로 바티칸으로 가지 못하고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면서 교황청으로 사용한 곳이다. 이후 1376년까지 7명의 교황이 이곳에 머물게 되는데 이를 아비뇽 유수라고 하며, 당시 교황권은 프랑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현재도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형식의 궁전이고, 14세기 건축 양식의 화려함을 볼 수 있다지만, 겉은 투박하고 견고한 느낌이 강하다. 말 그대로 고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양.

여행 전 보았던 책에서는 7월이면 3주에 걸쳐 성벽으로 빛을 쏘는 걸 쇼를 한다는 걸 봤었는데 막상 가 놓고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성벽을 보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책자를 들쳐보니  다행히도(?) 일정이 하루 차이로 엇갈려, 전일 밤 와서 볼 수도 있었던 타이밍이긴 했다. (심지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니) 어차피 피곤해서 안 왔겠지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유럽은 여름에 온갖 축제나 행사가 많아 미리 잘 알아두고 오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 여행자가 소소한 일정까지 짜서 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황청 앞에 뜻밖의 잭 스패로우.

 

 

황금빛 성모마리아.

 

 

황금성모마리아가 아득한 성채 위에서 빛나고 있다. 나이가 든 탓인지 박물관에 감흥도 없어진 덕일까.
여기까지 왔는데 교황청을 보고 가야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입장료도 다소 비싼 편이었고, 스케쥴이나 체력상 둘러볼 여건도 안 되었고 (들어갔다 나오면 체력 방전), 다행히(?) 안에서 볼 게 많지 않다는 정보를 핑계 삼아 교황청 구경은 건너뛰기로 했다. 광장 그늘에 앉아 바보처럼 거대한 성벽에 우와우와 한참 감탄하며 구경하다가 근처의 생 베네제 다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정확한 명칭은 Pont Saint Benezet

 

 

from 네이버 지식 :론강에 있는 끊어진 다리로, 아비뇽다리(Pont d'Avignon)라고도 불린다. 12세기 무렵 양치기소년 베네제(Benezet)가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혼자서 돌을 쌓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아비뇽과 빌뇌브 데 자비뇽(Villeneuve des Avignon : 론강 건너편의 도시)을 이어주던 다리로, 원래 필리프왕의 탑까지 연결되었으나 17세기 말 홍수로 인해 절반이 떠내려가고 지금은 4개의 교각과 생베네제를 기리는 생니콜라예배당만 남아 있다.   

다리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로 들어가 입장료를 내면 다리에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끊어진 다리에 올라가기는 터무니 없는 입장료라 그냥 밑에서만 보고, 되돌아가기로 함. 그리고 이 다리 바로 근처에 깨끗한 무료 화장실 있습니다. (깨알팁) 아비뇽의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보면 뭔가 수박겉핡기만 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세계사에 나온 곳에 가 봤다는 것에 의의를.  교황청 건물이랑 다리 하나만 봤는데도 벌써 점심 때가 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여치처럼 하루하루 도시를 둘러보는 빡센 일정이라면 정말 원하는 곳이 아니면 과감하게 관람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팁.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겠지, 그 때는 여유있게 쉬면서 볼 수 있겠지라며 애써 다음을 기약해본다. 다시 니스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기에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에 짐을 찾으러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 구석구석 스냅샷.

너무 귀여워서 안 찍을 수 없었던 간판.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초록. 지금 내 핸드폰 배경화면.

 

Les Halles 몰의 전경. 초록초록한 풍경이 거대한 숲 같기도 하다.

 

우리가 아비뇽을 떠나던 바로 이 날이, 때 마침 아비뇽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비뇽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보았던 사람의 절반은 관광객, 절반은 각종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알바들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전날보다 포스터가 많아졌네? 정도였는데 교황청을 다녀왔을 즈음에는 담벼락이며 각종 가로수며 표지판에 빈 곳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포스터 천지였다. 인상적이었던 게 테이프를 안 쓰고 그 많은 포스터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노끈으로 묶었다는 거.  수백번 이를 반복해야하는 귀찮음과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효율성이 최고인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풍경. 이미 초록테이프로 도배가 되어 뒤덮였을 것이고, 이미 전날 밤에 다 붙어있었겠지. 오래된 풍경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비결은 이런 귀찮음조차 기꺼이 감내하는, 사소하고 꾸준한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자신들의 도시를 아끼는 프랑스인들의 미덕에 새삼 감탄하고 배워야겠다고 느낀다.햇살과 더위를 피해 다시 마트 내를 통과하기로 했다.

 

여기서 맛있는 피자랑 파이 구매. (파이는 결국 못 먹었다 ㅠㅠ)



먼저 주차장을 들러 숙소로 차 가지려고 갔는데, 이게 웬 열. 원래 차를 끌고 들어올 예정이었던 숙소 앞의 대로가 축제를 이유로 폐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로 폐쇄라는,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에 잠시 멍해졌다. 결국 아비뇽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짐을 끌고 500m 가까이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카운터에 맡아두었던 짐을 찾아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해가 머리 꼭대기 즈음에 올라온 데다가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포스터며 각종 안내(호객)와 사람들도 뒤섞여 그 틈으로 커다란 짐을 끌고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어째저째해서 짐을 싣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더니 방금 지나왔던 차도도 추가로 폐쇄가 되어버렸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축제로 도시 안 곳곳의 일부 도로를 (점차) 막아버리면서 네비게이션이며 구글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상황. 이러다 점심도 못 먹고 아비뇽 안만 뱅뱅 돌겠다 싶어 불안한 마음에 다시 주차를 하고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시내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고, 역시나 예상대로 몇 번이고 같은 길을 오가게 되었다. 같은 성벽을 한 3번쯤 통과하고 나서야 다행히도 꽤 넓은 지하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500m 이상의 거리를 짐을 끌고 난 뒤에, 차에 한 시간을 갖혀있다 시피하다 해서 겨우 주차를 하고 나니 아비뇽 맛집을 찾아가고 자시고 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상황. 문득, 숙소 근처를 지나가다 봤던 맥도날드가 생각나 거기서 얼른 해결하자며, 맥도날드로 향했다.

프랑스까지 와서 맥도날드를 먹을 줄이야. 메뉴는 전체적으로 별 다를 게 없었지만 프랑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잘한 몇가지 메뉴도 있었다.  색다른 걸 시켜볼까 하다가 안 그래도 더위와 허기에 지쳐있는데 먹는 걸로 (그것도 내가 고른 메뉴로) 짜증이 나고 싶지는 않았다. 괜한 모험은 접고 한국에서도 늘상 먹던 빅맥 세트 2개로 주문. 옵션으로 프렌치프라이를 선택할 때 케첩을 줄지 마요네즈를 줄지 물어보는 게 특이했다. 맛은 별거 없고, 혹시나 싶어 들여다본 메뉴판에 아이스커피는 역시나 없었다. 익숙한 맛으로 배를 채워가니 황당함도 피곤함도 점차 가라앉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생각치도 못 했던 축제와 도로사정에 일정이 꼬인 묘한 날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나름 예측불허의 이벤트가 많았던 여행은 처음. 이번 여행은 재미있는 거 많이 겪어본다며, 허허 웃고 더 붐비기 전에 떠나자며 아비뇽 시내를 빠져나왔다. 포스터반 사람 반으로 어수선했던 성벽 내와 다르게 한 편으로 다시 한 없이 펼쳐치는 남프랑스의 드넓은 평원.

 

한참이나 평원을 달리다보니 니스에 가까워졌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하나 둘씩 보이고, 각종 도시 이름과 함께 에즈 빌리지 역시 표지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후 3시쯤 됐으려나. 어차피 떠나는 날까지는 니스에 있을 예정이라 니스에만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니스를 바로 가긴 아쉬운 마음에 동선을 살짝 틀어 에즈 빌리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에즈빌리지는 여행 초반에 가려고 목적지에 넣었던 곳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일정을 짜보니 동선이 너무 복잡해져서 이번 여행에는 못 가는 곳인갑다 싶어 과감히 뺀 곳이었는데, 이렇게 선물처럼 나타나 주는구나. 네비게이션 중간목적지로 에즈 빌리지를 입력한다. 마을 초입에 주차장이 있어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에즈 마을 동네주민룩. 아무리 봐도 관광객이 아닌 것 같고.

 

 

 

생폴드방스 같이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좁은 입구를 통과만 해도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지중해의 풍경. 느즈막한 오후에 와서 더위에 시달리지 않고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와서 본 탓인지 풍경이 더욱 멋졌다. 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너무 좋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울 지경. 이름도 거창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Jardin de exotique, 열대식물원. 해발 429m에 위치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코트다쥐르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관동팔경 중 하나쯤 되려나. 이 풍경을 보자마자, 안 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무려 12세기에 만들어진 정원이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몇 백년이고 남을 수 있었겠지. 남프랑스에 처음 와도, 다시 오게 되도, 반드시 오고 꼭 봐야할 풍경이다.

 

우측에는 아기자기하게 각종 선인장과 알로에 등 열대식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다양한 열대식물이 자리잡고 있다. 선인장 가시가 꽤나 날카로워 보여 나름 긴장하며 걸었다.

 

중간중간 이렇게 조각상도 과하지 않게 조화롭고.

 

이국적인 초록의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오면 생각보다는 다소 휑한 풍경. 동전을 넣고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시계탑은 바로크 성당의 일부로 무려 12세기에 지어졌다가 18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페니키아인들의 이시스 여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 지붕에 새워둔 이집트 십자가를 내부에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종탑은 19세기에 지어졌으나 번개를 계속 맞는 일이 생겨 원래 있던 돔은 없어졌다고 한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전망대에서 360도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저 미소.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이는 곳곳에 조각상이 설치되어있다. 여기 있는 조각상들은 모두 장 필립 리차드의 작품이며, 제목은 지구의 여신상이라고 한다. 발은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진다고 표현했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인데도 한 편의 시 같다. 실제로는 개방하지 않는 시간이라 어차피 들어올 수는 없겠지만,  깜깜한 밤 이 곳에 홀로 있다면 앞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그 별들이 얼마나 황홀할까. 덩굴 속에 숨어서라도 별이 떠오르는 순간까지 마냥 앉아있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 채 정원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풍경도 멋지다.

 

 

입구와 출구가 한 곳에 있는 에즈식물원. 나오는 길에 선인장 옆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뜬 검은 고양이. 정작 선인장 밑에서 자는 고양이는 태평스러운데, 선인장에 찔릴까 내가 더 조마조마한다.

 

나오는 길 에즈 구석구석의 스냅.

 

 

열대식물원 가는 초입의 니체 산책로. 에즈 빌리지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열대식물원과 함께 바로 이 니체 산책로이다. 도보로 약 45분 정도의 길로, 이름 그대로 니체가 자주 산책을 하던 길이라고 한다. 니체는 1883년 4개월 간 에즈에 머물면서 <짜라투르스트라는 말했다> 를 완성했다고 한다. 피곤하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고, 1시간 가까이를 걷기에는 제법 늦은 시간이라 가보지는 못 해서 살짝 아쉽다. 시간이 애매해서 니스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니스로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음료는 어김없이 콜라. 한국과 달리 물도 주문해야 나오는 곳이라,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남프랑스 여행을 하는 내내 콜라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든든하게 먹고, 화장실도 해결하고 니스로 출발.

 

 

니스로 가던 길에 있던 산악터널.

 

내려가는 길 구석구석 풍경이 멋진 곳은 별장이 있었다. 이런 곳은 영화배우가 살지 않으려나, 부러움이 섞인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며 니스로 오자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도시의 어수선함, 막히는 차들이 보였다. 니스가 꽤나 큰 도시임을 새삼 실감. 간만에 신호대기에 걸렸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신호에 걸리고,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우리의 마지막 숙소에 도착.

 
마지막 이틀을 보낸 숙소는 Radisson Blu Hotel Nice (래디슨블루호텔 니스). 4성급이고, 해변을 따라 길게 위치해 있다. 더 좋은 곳도 많았지만 예산을 감안하여 적절한 곳에서 타협하고 예약한 곳.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숙소였는데, 방은 생각보다 그냥저냥이었지만 뷰는 예상대로 만족스러웠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예쁜 칵테일 같기도 한 색감. 침대에 누워 밖에 보이는 풍경만 봐도 좋은 곳이었다. 이렇게 다섯번째 날도 마무리.

 

 

 

Posted by kirindari
Stranger/'17 Sud de France2017. 8. 15. 21:47

 

어느 덧 여행도 중반에 접어들어 나흘째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방문지가 많은 날. 남프랑스 여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세낭크 수도원을 시작으로 근처의 고르드마을, 그리고 아를을 거쳐 아비뇽으로 가는 날이다. 세낭크 수도원은 고르드 마을 산악지대에 있는 수도원이다. 수도원 사진만 봤을 때는 막상 그렇게 깊은 산 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은 후 떠오른 화면의 이미지를 통해 이 곳이 꽤나 깊숙한 산 속에 위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 산 꼭대기에 이르렀을 즈음 수도원의 전경이 보일 법해서 차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막상 보이는 건 숲 뿐이었고, 그저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날씨운은 꽤나 좋은 편이었다. 오늘도 어김 없이 화창한 푸른 하늘. 수도원으로 가는 길 한 켠으로 고르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를 다니면서 수시로 마주쳤던, 어느 순간 일방통행으로 바뀌는 도로, 잘 포장되지 않은 길이 이 곳이 아주 오래된 곳이고, 또 그 때의 모습과 크게 변한 것이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마을이 있었고, 왕복 1차선을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바로 옆에 그 흔한 보호대 없이 있던 아찔한 낭떠러지의 풍경은 신선하고 아찔한(?) 경험이었다. 맞은 편에 차가 오면 알아서 정차하고 양보하면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으레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이 이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라면 뭐랄까. 이미 왕복 2차선 이상이 나고도 남았겠지.  21세기에 해보는 옛날 길 체험이랄까. 그나마 차가 있어 이렇게라도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길을 내지 않고,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려는 태도가 부럽기도 하다. 

참고로 남프랑스는 운전이 좀 거친 편이다. 함부로 끼어들거나 앞질러 간다던가 하는, 운전자간의 매너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아니라 그 좁고 투박한 길을 달리는 데 있어 거침이 없는 그런 느낌. 


어쨌거나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지나 오전 11시가 거진 다 되어서 세낭크 수도원에 도착했다. 여행 첫 날 생 폴드방스를 개장 손님 마냥 들어갔던 걸 감안하면 나름의 피로 누적으로 점점 기상시간이 늦어졌던 것 같다. 나름 부지런히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수도원이 생각보다 오지(?)에 있던 탓일까,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주말도 아니었던 걸 감안해도 수도원 앞에 거의 만차가 되다시피한 주차장을 보니 늦장을 부렸나 싶어 괜시리 뻘쭘하다. 그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우고, 세낭크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수도원 가는 길 초입에 보이는 드론 금지 안내판. 이런 오지(?)까지 드론을 들고 와서 날린단 말인가, 싶어 헉했지만, 막상 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찍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라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수도원 전체를 보여주는 그림과, 입장시 드레스코드를 알려주는 귀여운 안내판.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을 보면 담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보랏빛 라벤더가 줄지어 피어진 뒤로 천년 가까이 이 곳을 지켜온 세낭크 수도원이 보인다. 약간 노란 빛이 돌게 나와서 아쉬운 사진.

 

 

 

 

이런 풍경. 두근두근.

 

수도원으로 향하는 오솔길 좌측으로도 길게 라벤더 밭이 있다. 방문객들이 들어가서 사진 찍기 비교적 용이한 곳. 라벤더 자체가 꽃송이가 크지 않고, 아주 만개한 시즌은 아니었던 터라 꽃밭이 기대만큼 보랏빛으로 덮이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섞여오는 라벤더 향기를 맡으니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라벤더 밭에 정신이 홀려 걷다 보니

 

드디어 세낭크 수도원 앞에 도착했다. 수도원이라는 걸 몰랐다면 언뜻 오래되고 소박한 고성 같기도 하고, 아니면 큰 농가 같기도 하고. 장미의 이름에서 본 음침한 수도원의 인상이 거진 20년 가까이 산 속의 중세 수도원의 이미지를 지배해왔나보다. 그래도 글에서만 받은 이미지라 참 다행이다. 음침한 실물부터 본 게 아니라서. 눈부신 햇살 아래 보이는 투박하게 서 있는 세낭크 수도원은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빳빳한 풀을 먹인 옷을 입은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이 어디에선가 라벤더를 쓰다듬고 있을 것만 같다. 음산한 느낌이라고는 정말 1도 없는, 깨끗한 느낌의 소박한 수도원.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이렇지요.

 

 

왔으니 인증샷.

 

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시간 절약차원(?) 에서 내부 관람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수도원 내 일부까지는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해서 들어가서 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2층에는 에어컨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단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돌로 된 건물 특유의 서늘한 한기가 감돈다. 안내판을 보니 무려 1148년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천 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지켜진 수도원에 경외감이 드는 순간. 아마 이런 깊은 산 속에 있어서 가능했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서늘한 실내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1층의 기념품 샵을 들렀다. 상점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이것 저것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샵에서 라벤더 향이 나는 주머니, 라벤더 비누, 2018년도 달력, 냉장고 자석 등등을 구입했다. 사실 라벤더 관련해서 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수도원 가면 뭔가 더 있겠거니 싶어서 여기 와서 몰아서 샀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리고 이후 다른 기념품 샵을 가보니 크게 차이는 없었다. -_-;;

 

 

 

잘 보고 갑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한 남펴니의 뒷 모습으로 세낭크 수도원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

 

 

 

금강산도 식후경, 고르드마을로 향했다.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글맵을 여기저기 찾다 근처의 레스토랑 입성.



익힌 야채와 올리브, 치즈가루를 섞어 면을 말아 입에 넣으니 고소하다.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주변을 보니 온통 관광객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고르드 마을로 향한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만큼이나 예쁘다는 곳.  무려 고대 로마시대부터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막상 가서 보니 그 동안 보아왔던 유럽 예쁜 마을 사진의 느낌은 생폴드방스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이미지가 대부분인 듯하다. 고르드 마을은 생폴드방스나 무스티에 생트 마리와는 또 다른, 세낭크 수도원 같은 이미지이다. 산악지대라 그런지 투박하고, 깨끗하고, 고즈넉한 예쁨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느낌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확실히, 더 오래된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마도 마을 내에서 가장 큰 대로변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

 

 

 

여기에서 웨딩 촬영이라니. 중국인 커플로 보였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더워보이기도 하고. 예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레스가 뭔가 아쉬웠다. 아무 장식 없는 흰 원피스만 입고 찍어도 예쁠 것 같았다는, 지나가는 행인의 오지랖 -_-;

 

 

 

 

지대가 높은 지역이다보니, 마을 외곽으로 가면 산등성이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전경이 보인다. 아기자기 귀엽게 초록의 숲과 진한 갈색의 지붕과 옅은 황토빛 벽을 가진 건물들이 제각각의 다른 높이와 넓이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파스텔빛과 원색의 꽃나무들이 중간중간 섞여 밋밋하지 않은 그림을 만들어준다. 눈에 튀거나 거슬리는 풍경 없이 평화롭다. 남프랑스 곳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 예술가도, 작품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도 초반대의 온도, 습도가 높지는 않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햇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10분만 걸어도 머리가 뜨끈해지는 더위에 일사병 위기가 온다.  더위를 잘 타는 남편은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는 눈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양산이나 챙 넓은 모자를 챙겼어야 싶다. 유럽의 여름 햇빛이 무섭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처절히 배운다. 무스티에 생트마리에 이어 2차 위기다 싶어 시원한 곳에 가서 음료나 마시자며 다시 마을 쪽으로 이동했다. 

 

 

 

 

더우니 다시 분수가로. 그늘만 가도 서늘해질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나 아이스커피는 없고 어김없이 젤라또. 이번 여행에서 젤라또는 정말 원 없이 먹고 간다. 레몬맛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더위를 잠시 잊어본다. 잠시 쉰 뒤 다음 방문지인 아를을 향해 고르드 마을을 나섰다. 잘 보고 갑니다. 오늘의 최종 방문지이자 숙소는 아비뇽. 아비뇽을 가기 전 아를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아를에서의 첫 목적지는 고흐가 머물던 정신병원. 가는 길에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개방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되어있었는데 아를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보니 5시 45분. (-_-;;;) 여기까지 왔는데 못 보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구글맵을 키고 부랴부랴 걸어서 갔는데, 다행히도 공영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가야 나오는, 다소 외진 곳에 있었다. (정신병원이니 당연한 건지도...) 다급하게 걸어 6시 전 도착할 수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을 닫는다던지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 써머타임 덕에 오픈시간이 연장된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 안내판이 보이자 그동안 교과서며 온갖 그림에서 보던 그 곳에 정말로, 드디어 가는구나 싶어서 두근반 세근반.

 

 

 

Welcome to Espace Van Gogh !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보이던 기념품샵.

 

조금씩 기울어지는 여름 햇살 아래 사람들은 여유롭게 아뜰리에를 둘러보고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여기가 정신병원이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사하고 예쁜 정원의 느낌.

 

실제로는 큰 나무들에 그림자가 져서 이 정도로 화사하지 않다. 약간 보정한 사진들임.

 

 

실제 가보면 이 정도에서 더 어두운 느낌.

 

 

문이랑 키가 똑같네.

 

 

 

2층에 올라가서 보면 이런 느낌. 1층 정원에서만 있다보면 그저 예쁜 4각회랑의 정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둘러보니 아, 여기 병원 맞구나 싶다. 시내 같지만 은근 구석지에 위치해있는 이 곳이 이해도 되고. 물론 그 때는 더 외진 느낌이었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고흐의 그림에서도 병원이라는 느낌보다 정말 예쁜 아기자기 아뜰리에 느낌이었는데, 직업적으로 보다보니 은근 폐쇄적 구조라는 게 느껴진다.  특히나 이 정원은 건물 내 어디에서든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 그래도 예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예쁜 병원이라면 입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병원으로 이용되지 않고, 아뜰리에, 기념품 샵, 그리고 각종 강의를 하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고흐의 작품인 [The Courtyard of The Hospital, 병원 안뜰 ]. 그림만 봤을 때도 병원이 저렇게 예쁜가 했는데, 사실이었고.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림과 유사한 구도로 찍어둔 게 있어 비교차 함께 올려봄. 회랑 한 켠이 무성한 잎들로 가려진 것을 보니,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는 이렇게 초록이 무성하던 시기는 아니었나보다. 

 

 

 

좌측 저 흰 박스는 옛날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의 신기한 카메라.

 

 

 

 

 

병원을 봤으니 고흐의 카페를 보러 갑시다. 아뜰리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귀여운 핑크 파라솔의 카페. 이런 핑크색 예쁘다.

 

걸어서 10분 정도 갔더니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가 한 가득.

관광객이 절반인 듯.

 

 

여기가 바로 그 카페입니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 ]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이 느낌을 기대했으나

 

앞에 카페만큼이나 크고 노란 파라솔이 앞에 하나 더 쳐져있고, 광장 가득한 사람 때문에 그림 같은 분위기는 없다. 실제로는 어수선하니 시장판 같은 분위기.  원래는 저 노란 카페의 벽이 조명 탓에 노랗게 보였던 것인데, 밤에만 보이는 풍경이었다고 한다. 저 그림을 기억하고, 또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 외벽을 아예 노랗게 칠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찾아본 정보들에서 이 카페의 음식 및 음료수가 정말 별로라는 평이 자자하여 (하나쯤 좋은 평가가 있을 법도 한데), 외관 구경만 하고 패스. 뭔가 그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못 느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고흐 카페를 실제로 본 것으로 만족. 

앞에 수 많은 레스토랑이 있었으나 딱히 끌리는 집이 없어 광장을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다가 생선요리 메인으로 파는 곳이 있어서 착석. 연여 요리가 있어서 시켰다. 남펴니는 스테이크 주문.

 

음.....맛은 그냥 그랬음 -_- 여태 식당은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여긴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배고픈 관광객이다 보니 언제나 그래왔든 남김 없이 먹고 다시 아를 투어를 시작.

 

 

여행 책자에서 강추하던 젤라또 샵. 큰 맘 먹고 책자에 나온 곳 찾아갔는데 문 닫음 ㅠㅠ 그래도 귀염귀염한 가게가 예뻐서 찍어봤다. 색깔 맞춘 커튼조차 귀여움.

 

 

 

반 고흐가 환자로 머물렀던 곳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시골깡촌의 이미지만 갖고 방문한 아를이었지만, 막상 가서 둘러본 아를은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도시였다. 구석구석 전시 안내가 가득했고, 나름 큰 규모의 사진 전 안내가 구석구석 붙어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때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유럽 최대의 사진축제인 아를 국제사진전이 열리는 때였던 것. 

관계자들 뒷풀이였던 듯. 힙 터지는 풍경이다. 갤러리 앞에 오크통 혹은 작은 스탠딩 테이블이 군데 군데 있고, 와인과 간단한 핑거푸드들이 있고, 명찰을 목에 걸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니 관계자들이나 참석자들이었던 것 같다. 뭣도 모르고 우리는 요즘 무슨 학회 시즌인가보다 했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 전공자라면 꼭 한 번 오고 싶어하는 축제 중 하나라고 한다. 3개월에 걸쳐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갤러리 밖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한다.

 

 

 

 

 

코닥 & 후지필름 간판. 보기 힘든 풍경에 반가워서 사진.

 

 

 

 

세계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2000년이 넘은 고대로마의 원형 경기장, 보존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 원형 경기장이 아를에 있을 줄이야. 이래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아를에 오기 전 들렀던 고르드 마을도 그렇고, 남프랑스 곳곳에 고대 로마의 흔적이 가득하다. 유럽 여행을 즐기는 팁 중 하나는 역사에 대한 지식인 것 같다. 이 곳도 무려 기원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지금도 아를 시내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고, 지금은 축제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 저녁 7시 가까운 시간이라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우리는 앞에서 감탄만 하며 보고 옴. 처음으로 단체 한국인 관광객을 보기도 한 날이다.

 

 

개장시간을 놓친 관광객 애절모드.

 

 

 

주차장 향해 가던 길에 발견한 예쁜 바람개비 샷.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회전목마. 잘 보고 갑니다. 아를. 이제 아비뇽으로 가요.

 

 

 

도로에 쭉쭉 뻗어있던 자작나무들. 가는 길에 중간중간 보이던 표지판에 St.Remi 가 많이 보였는데 익숙한 이름에 뭐였더라 생각해보니 고흐가 말년에 정신질환이 악화되면서 아를에서 생 레미의 요양원으로 옮겨졌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생 레미를 들르지는 않았지만, 보이는 풍경이나 위치를 감안해 보았을 때 아를보다도 한적한 웬지 시골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그 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안 좋아지면 풍경 좋고 조용한 외곽의 요양원으로 가는 건 여전한 가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아비뇽에 도착!

 

 

도시 구석구석 남아있는 옛 성벽에 고대 도시에 온 느낌이 물씬.

 

 

주차장 뷰. 아비뇽은 주차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도보로 500m 거리고, 나름 가장 큰 주차장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차였다. 꼭대기 층에 간신히 주차함. 캐리어 2개를 끌고 힘들게 숙소 체크인을 하고, 샤워하고 잠시 쉬다가 시내 구경이나 하자며 손 잡고 외출함.

 

 

볼 때마다 예쁜 회전목마들. 밤에 보니 더 예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옆에서 사이 좋게 손 잡고 걷던 노부부까지 더 예쁜 풍경.

 

 

길가를 쭉 따라 좌석들이 쫙 깔려있고, 아비뇽의 저녁을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가득한 광장.

 

 

 

광장에 울려퍼지던 멋진 연주 잠시 구경해주고.

 

 

 

 

 

간만에 술 한잔 하자며 착석. 하지만 정작 논알콜 칵테일을 주문한 나. 남편은 아마 와인을 주문했었던 듯. 감성 터지는 허세샷 찍어드림. 조금은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모두들 기분 좋게 와인이며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덧 밤이 깊어가고 광장이 조금씩 조용해져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다 같이 보여 노래 부르는 풍경. 옆에서 노점하던 아저씨의 댄스가 귀여워서 찍었다. 처음에는 테이블 끝에 TV가 켜져있길래 무슨 경기를 하나 싶어서 봤는데, TV는 그냥 켜져 있었던 것 같음 -_-;;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 부르면서 즐거워하길래 동창 모임인가보다 이러면서 구경.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풍경에 우리처럼 구경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들 즐거워 보였고, 사진 찍고 노래하는데 참 행복해 보였다. 노래는 옛날 같이 부르던 응원가나 교가 아닐까? 이러면서 마음대로 추측해봄.

 

 

 

 

다시 멋진 연주 들으면서 숙소로 컴백. 이렇게 넷째날 밤이 저물어 갑니다.

 

 

 

 

 

 

 

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