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ax : Fury road (2015)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포스터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 가져온 버전.
매번 느끼지만 한국 영화든 외국 영화든간에 한국버전 포스터는 볼 때마다 안타깝다. 영화 마케팅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최적의 포스터를 골라서 내놓는 거겠지만 내 시각에서는 최선보다는 차선을 고르는 느낌이고, 생뚱맞게 분위기를 깨는 프레이즈를 건다던가, 뭐 그런 느낌...그래도 이번 거는 양반이다만.
각설하고, 예고편이 돌 때부터 유심히 봤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아니하였다. 하지만 막상 기자시사회 등에서 평가가 너무 좋고, 일단 배우들이 워낙 좋으니께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아이맥스 3d로 예매하였는데, 와. 보는 내내 그냥 감탄. 다른 걸 다 떠나서 내가 정말 사막 안에서 함께 차를 타고 있는 느낌. 자리도 소위 말하는 명당자리 잡았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끝나니까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까지..엄청 예민한 사람이면 4D 보고 나서 멀미 제대로 할듯.
매드맥스는 80년대? 쯤 있었던 인기 영화 시리즈로 바로 그 시리즈를 만든 바로 그 장본인인 감독 조지 밀러에 의해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 되었다. 줄거리라고 할 것도 뭐 없다. 한줄로 요약해보자면 자유를 위해 떠난 여자들과 그를 추격하는 임모탄과 워보이들의 이야기라고 해야되나.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는 사막이 되어버렸고, 물과 기름을 가진 자들에 의해 철저히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누어진다. 지배자인 임모탄은 신으로 군림할 정도의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고, 신인류 워보이들은 임모탄에게 세뇌되어 길러진 이른바 임모탄의 충실한 총알받이들이다. 여자들은 모유와 아이를 낳는 일종의 기구로서의 대우를 받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총사령관인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은 임모탄의 명령을 거부한 채 임모탄의 여자들을 데리고, 자신이 태어났던 녹색의 땅을 향해 떠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그 속의 매드맥스의 이야기. 맥스(톰 하디)는 한 때 경찰이었으나, 과거에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했던 사람들의 망령에 시달리며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이 목표이다. 이러한 줄거리 때문에 페미니즘 영화라는 비판이 일었고, 심지어 상영을 반대한다는 시위도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액션의 대부분이 CG가 아닌 실제 액션이라는 데서 그저 신기함. 보면서도 어떻게 저걸 찍었을까 싶고. 스턴트맨을 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해서 손을 몇 번이나 꽉 쥐었다. 그냥 대박. 줄거리 다 이런 거 무시하고 액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영화 제목은 매드맥스지만, 사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퓨리오사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페미니즘 영화라는 비판이 일었다는 게 이해가 되는 것이 실제로 맥스는 굳이 이 영화에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 없다. 이미지 자체야 강렬하지만 영화 전반에서의 역할은 제목이 무색할 만큼 밋밋하다. 강렬한 이미지의 임모탄은 잔인한 지배자로서의 절대적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에서 어떤 누구도 퓨리오사만큼 강렬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는 없다.
워보이들은 임모탄의 친위대 같은 존재로, 일본의 카미카제를 연상시킨다. 임모탄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캐릭터이고, 그와 함께 천국으로 간다는 종교적 광기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기꺼이 스스로가 폭탄이 되어 적에게 뛰어든다. 획일화 된 외양과 잔인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워보이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는 연민이 느껴진다. 적진으로 뛰어들기 전 나를 기억해달라는 말과 너를 기억하겠다는 말을 끊임없이 외치는 워보이들에게서는 허세를 벗지 못한 중2병의 소년들이 보인다. 워보이 중 하나인 눅스(니콜라스 홀트)는 임모탄에게 인정 받기 위해 어떻게든 퓨리오사를 사로잡겠다고 선두로 뛰어들지만 실상은 암으로 죽어가는 가련한 캐릭터다. 영화 초중반에는 영웅심리에 사로잡힌 소년병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어깨에 붙은 암덩이에게 붙여준 귀여운 이름을 통해 그의 천진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어차피 암으로 미래가 없는 가여운 소년은 다른 워보이들보다도 더욱 간절하게, 임모탄과 함께 천국으로 가는 전설 속의 영웅이 되기를 갈망한다. 철저하게 임모탄의 부하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눅스가 처음으로 인정을 받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임모탄의 여인들을 통해 눅스는 임모탄을 버릴 수 있었고, 광기가 아닌 자신의 신념을 바탕에 둔 죽음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희생 덕분에 퓨리오사 무리는 시타델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광기어린 워보이의 눈빛과 죽어가는 소년의 슬픔을 동시에 표현해낸 니콜라스 홀트를 보면서 얘가 얼굴만 잘 생긴게 아니구나 싶어서 참...샘이 날 정도였다. 영화 중에 눅스의 분장이 일부 지워지면서 본인의 얼굴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임모탄의 여인들로 나오는 다섯 여자들과 샤를리즈 테론 사이에서도 전혀 외모가 죽지 않음. 이런 쓸데없이 잘 생긴 아이 같으니...-_-
전반적으로 비주얼이 참 좋은 영화다. 미장센, 음악, 배우들(물론 연기도 끝내준다). 임모탄의 여인들 중 가장 총애받는 여자로 나오는 스플렌디드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이자 제이슨 스타뎀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로지 헌팅턴 휘틀리.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영화에서 그냥 여신이다. 디스토피아에서도 살아남는 건 쭉빵 언니들..
★★★★☆
한줄 평가 : 올해의 미친 영화는 나다.
PS ) 조지 밀러 감독의 충격적인 전작 소개 : 꼬마돼지 베이브, 해피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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