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2017)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3년, 무려 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시절 1편이 나왔고, 벌써 다섯번째 시리즈다. 온갖 컨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같은 때에 이렇게 10년 이상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시리즈가 일관성, 인기, 재미를 모두 가지고 자신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어쨌거나 연초부터 인터넷에 뜨는 홍보 영상 보면서 기대했고, 더 막강해진 출연진(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오다니) 에 다시 한 번 기대하면서 어제밤 보고 왔다.
이번에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기존 시리즈와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다.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들인 헨리 터너(브렌튼 스웨이츠)는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이라는 저주에 놓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의 보물,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기 위해 잭 스패로우(조니 뎁)를 찾는다. 천문학자인 카리나(카야 스코델라리오) 역시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전설이 아닌 실제의 보물이라고 생각해, 이를 찾기 위해 두 사람과 얽히게 되고, 이 와중에 저주 받은 자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가 복수를 위해 잭 스패로우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이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15년 가까이 끌고 온 이야기, 그 동안 전편들에서 뿌려놓은 온갖 떡밥은 회수해야 되고, 이야기는 이어 나가야겠고, 새로운 캐릭터의 사연도 이야기해줘야 되고, CG도 발달했고, 관객의 눈은 높아졌으니 뭔가 더 새롭고 재미 있는 장면은 보여줘야겠고, 전편에 아쉬움을 남겼던 이야기들은 매듭도 지어주고, 너무 오래 출연한 배우 한 둘은 이제 시리즈에서 그만 출연해야되겠고..
그러다보니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다 들어갔고, 줄거리도 그럭저럭 이어지지만, 새로운 캐릭터의 당위성, 줄거리의 개연성은 전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요즘 새 시리즈 개봉 기념으로 케이블 채널만 키면 예전 시리즈 계속 나오길래 봤는데, 조니 뎁, 올랜드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나이든 게 보여서 속이 쓰리다. -_-
너무 똑똑해서 마녀 취급당하는 카리나가 바르보사(제프리 러쉬) 의 딸이라는 건 생각치도 못한 출생의 비밀.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공부를 하는(?) 캐릭터다. 전편에 바르보사가 혈육이 있었다는 떡밥이 없던 걸로 알고 있는데 웬 뜬금포인가 싶기도 하고,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하지만, 시리즈 1-3편의 엘리자베스 스완만큼의 존재감도, 포스도 없다.
시리즈 통틀어서 데비 존스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줬던 살라자르 선장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막판에 저주가 풀리자마다 맞는 날벼락은 웬 개죽음인가 싶기도 하고. 죽은 자가 말이 없는 게 아니고 제일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대급 시리즈 중 가장 실망스럽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갖는 매력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 같은 상황의 연속성, 특히 새로 나온 캐릭터일수록 진짜 속내를 알 수 없고, 서로를 계속 속여가는 잔재미에서 오는데,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이번 편에서는 그런 내용이 너무 없다. (결국 모두 츤데레, 진짜 악역 한 놈은 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극장에서 이 영화 1편을 봤는데, 그 때 기대를 안 하고 본 걸 감안해도 1편을 봤을 때의 그 감동, 재미를 생각하면 이번 편은 진짜 아후. 솔직히 시리즈 전체 중 가장 망작이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 감상 후기 : 1편 ≥ 3편 > 2편 >> 4편 >>>>>>>>>> 5편, 개인적으로 3편에서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애절한 결혼식, 재회를 생각하면 나름 눈물 한 방울 정도 맺힐 뻔한데, 오히려 그 이야기를 마무리 해버리는 바람에 그런 감동도 없고 아오 진짜)
전편에서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이었던 데비 존스는 얼굴에 붙은 문어다리마자 애잔해보일 정도로 사랑꾼이었던 걸 생각하면 살라자르의 사연은 보면서 읭? 하다 싶은 느낌이랄까. 시리즈 1편부터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살라자르는 다소 뜬금없는 캐릭터. 그래도 살라자르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라 그럭저럭 용서가 된다. (쓰다보니 전편인 4편에 실제 부인인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했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비안의 해적은 누구나 여름에 즐겁게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기꺼이 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영화이다. 경망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조니 뎁의 잭 스패로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매 시리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잭 선장의 추격전은 이번에도 백미이다. 특히 이번 편에서 기요틴에 묶여 칼날이 목 위로 스쳐가는 장면은 단연코 영화 전체에서 큰 재미. 영화관에서 정말 온 관객이 빵 터진 장면중 하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너무 웃었던 장면 중 하나로, 2편인가 3편에서 등장했던 수레바퀴 내 칼싸움 신에 비견할 만하다.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짧은 출연도 반갑다.
또 매 시리즈에서 캐릭터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이번 편에서도 환상적으로 묘사된다. 전편에 세상의 끝, 젊음의 샘에 이어, 이번 편에서 보여주는, 하늘의 별들이 안내하는, 보석이 지천에 깔린 미지의 섬과 포세이돈의 삼지창, 신비로운 해저 세계의 묘사는 극장에서 기꺼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 쿠키 영상 포함되어 있음.
+ 설마 다음 편 또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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