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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5 Whiplash (2014)
Films2015. 4. 5. 16:13

 

 

Whiplash (201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상업영화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지만 너무 인기있어서 극장에 걸리게 되었다는 후문의 이 영화. 다른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갔다가 이 영화 포스터 보고 뭔가 확 꽂힌 느낌적 느낌. 개봉하면 꼭 봐야지 했는데, 이래저래 못 보고 있다가 저녁 라디오마다 광고가 계속 나와서 반쯤 세뇌되어 안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상한 의무감에 보러 갔는데. 음. 보기 잘 한듯. 입소문이 나서 생각보다 꽤 오래 상영중이다.

 

19살 앤드류는 소심하지만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를 꿈꾸는 음학학교의 평범한 1학년 학생이다. 딱히 어울리는 친구도 없고, 19살의 나이에도 아버지와 영화를 같이 보러 다니지만 틈날 때마다 대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우연한 기회에 최고의 실력가이지만 폭언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한 플랫처 교수에게 밴드의 드러머로 발탁되면서 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빠지지만 플랫처는 온갖 폭언으로 그에게 모욕감을 주며 끊임없이 그를 좌절시킨다. 

 

 

 

플랫처에게 발탁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앤드류는 영화관에서 알바하던 미모의 아가씨에게도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잘 풀리는 듯 해 보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재미가 없어지지.

 

 

 

 

 

간만에 깔끔하게 본 100분짜리 좋은 영화다. 위플래쉬는 음악 영화이기도 하면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대가가 되고 싶은 꿈많은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자기자신과 싸워나가는 앤드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최고가 되고 싶은 음악가와, 그 최고의 음악가를 키워내고 싶은 역시 또다른 선생의 (정신나간) 욕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앤드류의 관심사는 오직 드럼이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고, 그 꿈에 대한 자부심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어찌보면 단순무식한 캐릭터이다. 친구도 없고, 밴드 내에서 대놓고 비아냥을 당하지만 당차게 맞서지도 못한다. 성격 자체가 소심하기도 하지만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여자친구의 지적대로 사람과 이야기 할 때 눈을 잘 쳐다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강해서 자신을 비웃는 사촌에게 3부 리그에서 뛰는 풋볼 선수라 넌 NFL에서 절대 뛸 수 없다는 독설을 날리기도 하고, 드럼 연습에 방해가 되니 헤어지자며 여친에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날린다. 그에게 온갖 폭언과 멸시, 폭행까지도 일삼는 플랫처에게 지기 싫어서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연습하고 심지어 차에 치여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에도 비틀거리면서 경연에 참가하기 위해 몇 블럭을 뛰어간다. 전반적으로 플랫처가 워낙 강렬한 캐릭터로 묘사가 되서 묻힐 법도 하지만 앤드류 역시 만만치 않은 캐릭터. 평범하고 정상적인 선에서 살짝 비껴가 서 있다. 

플랫처는 독한 선생이기도 하지만 앤드류에게는 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영화 내내 앤드류가 플랫처를 훔쳐보는 듯한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그 순간에 보이는 플랫처는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 순간 관객과 앤드류 모두 사실 플랫처는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가도 어느 순간 가차없이 돌변하는 그의 모습에 배신감과 모멸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마지막 공연에서 앤드류에게 말 그대로 제대로 '엿을 먹인다'. 우리의 주인공은 불굴의 앤드류이기 때문에 순순히 당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착하고 나쁘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이야기는 논외로 접어두기로 한다.

 

 내 주변에 성공했거나 성공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다 독하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배시시 잘 웃고, 순둥순둥한 이미지랄까. 그 친구와 3년간 같은 반이었는데, 고3 때 그녀에게 정말 깜짝 놀랐다. 공부를 하는데 너무 독하게 해서. 원래 공부를 잘 하는 친구이기도 했지만 워낙 먹는 거, 노는 거 좋아하던 친구였고,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서 같이 공부하는 걸 볼 기회가 없었거든. 그런데 그 친구가 화장실도 안 가고 10시간을 넘게 앉아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고3 반년 가까이 짝을 하면서 나도 그 친구 덕에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서울대 갈 수 있는 친구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엄청난 난이도의 수능 폭탄에 그 친구는 한 영역을 망쳐서 기대치만큼의 좋은 대학을 가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쯤인가, 그 친구가 고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즈음 우리 과에서도 그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 시험 외에도 사시니 행시니 해서 주변에 고시한다는 사람 포함하면 주변에 고시생이 2-30명은 됐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 합격할 거란 확신을 준 건 그 친구 뿐이었고, 내 예상대로 그 친구가 가장 빨리 붙었다. 그리고 그녀는 합격자 중에서 최연소에서 2번째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그 때처럼 할 자신이 없다고. 지금 그녀는 전문직종의 잘 나가는 직장인이고, 훈훈한 신랑분을 만나 결혼해서 얼마 전 예쁜 아가도 태어나고, 한 마디로 행복하고 예쁘게 잘 살고 있다.

 

내 동년배이지만 늘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느끼는 친구다. 나는 그녀를 통해 2가지를 배웠다. 그게 무엇이든지 뭔가에 미쳐서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때처럼 다시 할 수 없다는 말은 무언가를 위해 죽을 만큼 자신을 몰아붙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갈 수 있는 독한 사람들이 결국 성공한다는 건 사실 너무나 단순한 인생의 진리다. 그렇지만 누구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슬픈 사실이다. 앤드류를 보면서 블랙스완의 니나(나탈리 포트만)가 떠올랐다. 완벽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앤드류는 드럼을 사랑했고, 그래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플랫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영화를 같이 본 이는 플랫처가 antisocial 같다고 했지만, 그리고 극 중 앤드류의 말대로 꼭 그렇게 함부로 대할 필요가 없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냥 드럼 좀 쳤던 평범한 앤드류의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극한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극 중 플랫처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 라고.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되기 위해 넘어야 될 한계는 있는 법이다. 특히 우리가 예술(art)이라고 부르는 분야는 어떤 순간에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처는 앤드류에게 필요악 같은 존재였다. 인격적으로 좋은 선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앤드류가 자신의 한계를 넘도록 몰아붙일 수 있는 유일한 선생이기도 했다.

 

 

★★★☆

 

한줄 평가 : 이 영화는 교육이 주제가 아닙니다.

 

 

 

덧 )

1) 어디선가 봤는데 플랫처는 별로 독한 선생이 아니라고 한다. 서편제처럼 자기 딸 눈 정도는 멀게 해야 독한 선생이라고 트위터에서 봤던가... (-_-)

 

2) 영화 제목 Whiplash는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 나오는 실제 곡. 영화 제목으로 정말 잘 고른 듯하다. 뜻은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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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