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서의 마지막 하루. 이 날은 전날의 엄청난 스케쥴 여파로 원 없이 늘어져 잤다. 결론은 싱가폴에서 지내는 3박 4일 내내 늦잠. 저녁이 출국이라 오전에 짐을 미리 좀 싸두고 외출 준비를 한 뒤 집을 나섰다. 마지막날의 목적지는 China Town.
아점을 위해 집에서 15분 거리의 근처 쇼핑몰에 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친구는 한식이 땡기는지 전주비빔밥을 시켰고, 나는 고민하다가 치킨라이스를 주문. 중국 해남도 출신 이주민들이 고안한 음식이라고 하던데, 싱가폴 음식이라고 유명한 체인점도 많던데, 내가 시켰던 집도 나름 맛집 같은 곳에 선정된 집인 듯 했다. 푸드코트 안에 있던데....여튼 처음 보는 메뉴라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주문했지만 결과는 만족. 주문하니 roasted or steamed? 라고 묻길래 고민하다가 무심코 오른쪽을 보니 주방 앞에 머리까지 통째로 고대로 달린 roasted chicken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게 아닌가. 기름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눈은 나를 보고 있더라고. -_- 여기는 닭이고 오리고 전신을 통째로 구워서 매달아놓는다. 결국 steamed를 주문. 마치 우리나라에서 닭 삶아서 먹는 것처럼 나온다.
동남아답게 입으로 바람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쌀밥(닭고기 육수로 지은 밥이라고 한다.)과 정체모를 국과 함께 제공된다. 닭고기 밑의 소스는 굴소스 비슷한 맛이고, 국 그릇 왼쪽은 엄청난 향의 생강소스. 제일 오른쪽은 핫소스였는데, 향이 너무 세서 한 입 찍어 맛만 보고 이후는 손도 안 됐다. 여튼 이렇게 가격은 $5가 채 안 되었던 걸로 기억. 향이 강한 현지식에 질렸다면, 아니면 현지식은 먹고 싶은데 뭔가 무난한 게 먹고 싶다면 추천!
든든하게 잘 먹고 나와서 전철역으로 어떻게 갈까 고민하던 찰나에 입구에 마침 쇼핑몰 무료 셔틀버스가 있는 것을 발견. 정류장의 지도를 보니 지하철 역을 가길래 냉큼 탔다. 그렇게 지하철로 가서 China town역에 도착.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아 여긴 차이나타운이구나. 라는 생각이.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차이나타운은 참 한 눈에 그 느낌이 온다. 여기가 어딘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느낌.
전철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던 길을 쭉 따라 갔더니 길이 끝나는 오른쪽 담벼락 위로 요란한 장식이 보이길래 해서 뭔가 했더니 힌두사원. 이슬람 사원은 많이 봤다만 힌두사원은 처음 봐서 정말 신기했다.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들어가야해서 들어갔는데 입장료 자체는 없지만 사진 찍으면 돈을 내...라고 한다. $3. 그래서 그냥 촬영을 포기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니 포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
정말 요란하기 짝이 없던 비주얼...난 좀 쇼킹했다. 여튼 사원 내 이런 비주얼이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 취향이 아닌건지 어쨌는지 뭐 감동도 없었고. 햇빛이 내리쬐는 바닥은 너무도 뜨거웠던 터라 그늘만 골라 딛으며 10분 안에 다 둘러보고 나왔다. 기도 시간대에 가면 사람이 많다던데 기도시간이 아니었는지 어쨌는지 입구의 관리인과 안에서 청소하는 사람들, 나 같은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사원은 텅 비어있었다. 돌아나와서 발을 닦고 신발을 신고 망고빙수를 먹으러 갔다. 빙수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귀여운 제단(?) .
가게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착석했는데,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 하지만 오늘은 망고빙수가 목적이니 망고 빙수를. 하나에 $5 인데 두 사람이 먹기에 양이 적당하다. 옆에 외국인 여자 1명은 하나 시켜서 먹다가 1/3 남기고 나가더라.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맛있다. 어제 클락키에서 먹었던 망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정말 감동의 도가니. 친구 말로는 퇴근시간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곳이라고. 나는 여행을 갈 때 나름의 원칙이자 지론이 하나 있는데, 음식, 특히 과일, 야채 혹은 이를 이용한 음식, 그리고 커피는 현지에서 먹는 게 진리라고 생각한다. 이건 먹어본 사람은 이해할 거다. 싱가폴 도착해서 첫 날 어디 갈지 계획 세울 때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로 친구가 망고빙수를 꼽은 이유를 알 듯 했다. 여튼 싱가폴에 갔다면 이건 꼭 먹어야 한다. 못 먹었다면 당신은 싱가폴을 다 즐기고 오지 못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빙수 먹고 행복감에 빠져있다가 다시 나와서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보이는 보라색 옷은 교복 입은 학생들. 16살이라던데 학교 숙제라며 길에서 행인들을 잡고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설문조사 하나 붙잡혀서 했는데,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이유에 관한 질문이었던 기억이...
목판에 글씨 파는 아저씨. 찍으니까 갑자기 안 한다. -_-
여기는 Buddha Tooth Relic Temple & Museum. 찾아보니 불아사 용화원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치아가 모셔져 있는 절이라고 하던데, 2002년에 지어졌다고. 규모도 꽤 크고, 내부가 굉장히 화려하다. 나름 꽤 유명한 절 같던데 나는 불교신자가 아닌지라 별 감흥이. 향냄새가 가득한 절 안은 황금빛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 날 반바지 입고 갔었는데, 절 내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관리인에게 제지를 당하고, 친절하게 끌려나왔고, 끈 달린 앞치마 같은 걸 둘둘 감아주셨다. -_-;; 짧은 치마, 바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리고 들어가야한다. 입구 우측에 앞치마가 달린 바구니가 있음.
뭐 이런 느낌. 간 김에 화장실 들렀다가 다시 차이나타운 골목 안으로 갔다.
경극가면과 같은 조명들이 달려있던 가게. 재미있게도 빵가게였다. 기중 인테리어가 가장 세련된 집 중 하나였다. 친구는 여기서 빵을 하나 샀고. 나는 차이나타운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머니가 부탁하셨던 건과일을 샀다. 말린 망고, 말린 람부탄, 그리고 말린 망고스틴. 씨가 있는 과일류는 해외 반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위에서 썼듯이 과일은 현지에서 먹어야 제맛. 망고스틴은 한국에 냉동으로만 들어와있다던가. 여튼 꼭 싱가폴이 아니라도 동남아 갔으면 망고스틴은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 중 하나인 듯.
차이나 타운을 떠나기 전 재미있는 사진 하나.
싱가폴에서 봤던 가장 신기했던 풍경 중 하나가 아파트에서 빨래를 다 이런 식으로 말리고 있다는 사실. 싱가폴은 날씨가 덥고 습해서 평소 옷장이나 식품 보관장도 열어놓는다고 한다. 싱가폴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종종 겪는 일 중 하나가 옷에 곰팡이가 쓰는 일이라고. 아무래도 실내에서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으니 밖에 이렇게 내놓고 바람에 말리는 듯했다. 일정 중 하루 소나기가 온 날이 있었는데 그 날 오후에 친구가 사는 집 아파트 창을 보니 온통 젖은 빨래가 가득한 진풍경이... (우린 그날 쇼핑몰 안에만 있어서 몰랐지만 빨래를 보고 비가 온 걸 알았다.) 친구 말로는 바람도 강한 편이라 잘 고정 안 하면 빨래가 날라간다고 고무장갑이 밤 사이에 없어진 일도 있다고... -_-;;
알차게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건과일을 한 아름 사고 나오니 어느덧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이날 밤 11시 비행기라 시간이 생각보다 없어서, 싱가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여기서 KAYA TOAST를 먹고 가야한다는 친구 말에 일단 동의를 하고 전철을 타고 오차드 로드로 갔다. 전철역을 나오니 마침 입구에 보이던 몰 1층에 TOAST BOX가 보였다. 카야 토스트를 파는 꽤 유명 체인점 같던데, 원래 친구가 가려고 했던 맛집이 멀기도 했고, 시간도 없어서 일단 여기로 갔다. 찾아보니, 카야토스트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어 낸 싱가폴 스타일의 토스트라고 한다. 간단한 식사 한끼 용으로 각광 받는 메뉴로 출근시간, 혹은 점심시간에 간단하게 한끼 때우기 좋은 메뉴라고.
레몬티는 추가로 시킨 음료수고, 보통 세트를 시키면 토스트, 커피(싱가폴은 커피를 굉장히 달고 진하게 마신다고), 계란 반숙이 나온다. 토스트 안에는 버터와 카야쨈에 발라져있다. 계란을 깨면 반숙 형태의 계란이 나오는데, 이걸 같이 주는 그릇에 담은 뒤 토스트를 여기 찍어먹으면 된다. 솔직히 별 기대 안 했는데, 맛있었다. 물론 내가 뭐가 맛이 없겠냐만서도.......친구는 데리고 가려고 했던 맛집보다 여기가 더 맛있다고 했으니 TOAST BOX가 근처에 보인다면 가 볼 것을 추천! 참고로 커피는 너무 달고 진해 쓴 맛이 느껴질 정도.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오후에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튼 카야쨈은 질감은 밤잼 비슷한 느낌으로 적당히 달달하다. 딸기쨈 같은 달달함은 아니다. 단 걸 먹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 건 싫다면 추천할 만한 메뉴. 친구가 선물용으로 추천해서 일단 먹어보고 사겠노라고 했는데 여기서 한입 먹고 바로 2병 샀다. 혹시 사게 된다면 이런 체인점 혹은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구입할 것을 추천. 크기는 보통 어른 손바닥 만한 병으로 한 병당 $4-5정도. 공항에서 사지 말라고 친구가 신신당부해서 나중에 출국할 때 공항에서 카야쨈 같은 크기를 봤는데 가격이 정확히 2배였다. 토스트를 애피타이저 삼아 먹고-_-; 칠리크랩을 먹으러 다시 이동했다. 몰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러 갔다. 여기가 오차드로드로, 쇼핑센터의 메카라는 곳. 2km의 거리 내 30개가 넘는 쇼핑몰이 밀집해있다.
이런 몰이 쭈욱 깔려있다. 참고로 사진에 보이는 몰은 Ion orchard로 싱가폴에서 최고의 쇼핑몰로 꼽히는 곳이라고. 웬만한 브랜드는 거의 다 있다고 한다. 나보다 약 몇 주 먼저 싱가폴에 왔던 한 친구가 자기가 무슨 몰 같은데 가서 이성 잃는 편 아닌데 싱가폴 와서 많이 잃었다고 말했던 후문이... 참고로 여기서는 길에서 택시를 잡기가 어려운데, 몰 내부에 택시가 들어오고 거기서 택시를 잡아서 타고 나가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택시 대부분 hired로 등이 들어와있으나 참고하자.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싱가폴은 가족 단위나 연인, 여자들끼리 오기에는 정말 최적의 여행지이지만 남자들끼리는 웬만하면 비추라고 하겠다. 참고로 내 학교 동기들 남자 4명이서 나랑 같은 시기에 싱가폴을 왔었더랬다. 내가 싱가폴에 먼저 와 있는 걸 알고 놀기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했는데친구한테 물어보니 남자 4명이 여길 오는 건 처음 봤다고 도대체 뭘 하냐 그랬는데 새삼 이해가 되던 순간. 남자 4명이서 나이트 사파리 가는 것도 좀 웃기고 아쿠아리움 가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여자 만난다고 마리나베이 오는 것도 그렇고...여튼 오늘 안 그래도 그 친구를 만나서 물어보니 카지노에만 있었다고....-_-; 남자끼리 온다면 여튼 싱가폴은....음...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정말 마지막 코스로 칠리 크랩을 먹으러 갔다. 친구 집 근처의 East coast로 gogo. 보통 여행책자에는 클락키의 점보크랩을 많이 추천해놨다고 하는데 친구말로는 맛도 서비스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해변을 따라 길게 있던 레스토랑, 그리고 400개는 족히 되어보이던 엄청난 테이블... 칠리크랩을 주문하니 45분은 걸린다고 말하는 서버. 나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내 귀를 의심했다. 서버가 사라지자 친구가 저번에도 그래놓고 10분 만에 나왔다며 금방 나올 거라고 해서 그럼 그렇지~했는데 이번에는 허풍이 아니라 정말 45분이었다. -_-;
기다리는 동안 중간중간 다른 요리가 먼저 나오긴 했지만 50분이 되도 요리가 안 나오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서버를 불러서 따지려는 순간 칠리크랩을 들고 나타나는 서버 뒤에 후광이 보이던 순간....
각설하고, 저 나물 같은 아이는 이름이 sambal chilli kangkong, 삼발칠리캉콩. 난 처음에 땅콩으로 듣고 칠리땅콩은 도대체 무슨 맛인가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는. 야채를 매콤한 소스에 볶은 맛인데, 한국에서 흔히 먹는 나물을 매콤하게 무친 맛? 한국에서 오신 어르신들도 잘 드시는 메뉴라고 한다.
칠리크랩은 메뉴 특징상 3-4명이 가서 연신 먹어가면서 다양하게 시키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던데 우린 2명 뿐이고 비행기 시간이 3시간 남은 터라 모든 메뉴를 한 번에 다 시켜야 했다. 칠리크랩 소스에 빵을 찍어먹고, 크랩을 먹은 뒤 갓 나온 따끈한 볶음밥을 소스에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한다. 친구가 볶음밥이 식었다며 너무 아쉬워해서 내가 다 미안했다는...칠리크랩은 나올 때 어느 정도 게껍질을 깨서 나오는데 위 사진에서 나물 우측에 보이는 집게 같은 걸로 더 깨서 먹을 수 있다. 살을 파는 기구도 같이 나오고.
또 신기한 게 나물 좌측 뒤로 보이는 연두빛 물은 레몬물 같은 건데 손을 씻는 그릇이라고 한다. 칠리 크랩의 특징상 향이 강하고 해산물이라 냄새가 배기 쉬운데 저걸로 손을 씻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손에서 냄새가 안 난다. 게다가 양념의 미끈거리는 느낌도 전혀 안 남는다는. 물티슈도 따로 제공하니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준다.
여튼 이 날 최후의 만찬 풀샷. 이렇게 정신없이 먹고 수다를 떨다보니 비행기 시간이 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돌아와서 친구와 눈물의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11시 비행기인데 공항 도착하니 9시 55분 -_-;
싱가폴의 국제공항은 CHANGI Airport, 창이국제공항이다. 하나 뿐인 공항이라 뭐 클까 했는데, 아 여기도 공항 상당히 크다. 터미널 잘못 내리면 낭패니 출국할 때는 반드시 공항 터미널을 확인하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경우 terminal 3로 가야한다. 나는 택시기사 아저씨가 센스있게도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했더니, terminal 3에 도달하고 "Asiana?" 라고 묻더니 7번 게이트 앞에 내려줬다. 감사하다고 말 한뒤 수속을 위해 전속 질주. 참고로 창이공항 내 면세점은 크지 않고, 터미널 중앙에 몰려있다. 여튼 이렇게 마지막 하루도 깨알같이 알차게 잘 보냈다.
싱가폴의 마지막 사진은 이렇게 급박한 느낌으로 장식을...
친구 덕분에 알찬 3박 4일을 보내고 와서 행복하고, 또 고맙다. 덕분에 싱가폴은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나이트 사파리, 리버사파리, 래플스 호텔, 그리고 좀 더 다양한 현지음식과 밤문화 심취를 목표로 와야겠다. 열심히 일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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