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and The Beast (2017)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미녀와 야수.
우연히 뜬 예고편 보면서 아 이건 잘 찍으면 진짜 대박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최근 들어 개봉을 꽤나 기대했던 작품이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91년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92년 미녀와 야수, 93년 알라딘, 94년 라이온킹, 이후 포카혼타스 등등 디즈니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엄청난 히트를 쳤다. 디즈니의 의의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이 만화를 만화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조차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만화의 주제가 수준을 넘어 음악 그 자체로 명곡으로 남게 했다는 것도.
어린 시절 대부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았지만, 유일하게 못 본 것이 미녀와 야수였다. 물론 이후 비디오로 보았지만, 그 이미지, 환상적 스토리, 음악들은 아련히 남았고, 실사와 환상이 섞인 이 이야기를 얼마나 스크린에 잘 구현해낼까, 싶어 반신반의했는데, 영화는 two thumbs up!
CG가 이렇게나 발달했구나, 라는 생각에 새삼 감탄이 나온다. 단지 너무 유치해 질수도 있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서 실제와 CG의 적절한 수준을 잘 유지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나온지 거의 25년이 넘은 시점에 나온 영화는 애니메이션에서 설명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중간중간 채워넣으면서 개연성을 부여하여 실사판에 힘을 불어넣었다. 예를 들면 벨의 엄마의 존재라던가, 야수의 난폭성의 근원, 마을 사람들이 벨을 아웃사이더 취급하는 이유 등등..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소개하는 엠마 왓슨이 주인공인 탓일까, 그녀가 연기한 벨은 애니메이션보다 좀 더 진취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원작에서도 벨이 책을 사랑하고, 주장이 확실한 아가씨였던 만큼, 엠마 왓슨 특유의 영민한 눈빛은 벨과 참 잘 어울린다. 아울러 엠마 왓슨이 이렇게 예쁜 배우였나 싶어서 새삼 감탄. 하지만 아쉬운 점은 조연급 캐릭터와 맡은 배우들이 워낙 빵빵하다 보니 벨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밋밋한 느낌이 있다.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였다면 그나마 있는 존재감이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르푸와의 투샷. 둘 간의 미묘한 브로맨스........ 디즈니 최초의 동성애 코드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최고 캐스팅은 가스통 역할을 맡은 루크 에반스. 원작 애니를 보면서 가스통이 그 마을 최고의 미남이고 모든 여자들이 반한다는 캐릭터를 보면서 전혀 납득할 수 없었는데, 영화를 보면 납득이 간다 ㅋㅋㅋ 아마 원작에서도 이런 이미지였을 텐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너무 뺀질하고 야비한 이미지만 강해서 어린 맘에도 저런 나쁜 놈이 뭐가 멋있다고 라는 생각을 했었던 나...ㅋㅋㅋ
가스통 캐릭터도 영화에서보다 훨씬 진화했다. 외모 뿐만 아니라 야비하고 악랄한 본성조차 애니메이션보다 더 잘 표현했다. 벨과의 결혼이 생각대로 될 것 같지 않자 (예비장인이 될 지도 모를) 벨의 아버지를 폭행하고, 산에 버린다던지,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 등등.
2017년이라는 시대에 맞춰 캐릭터들의 다양성 역시 돋보인다. 92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흑인의 등장,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시각. 벨의 아버지를 구해주는 아가타는 가족도 없고, 결혼도 못해 먹고 살기 위해 구걸하며 사는 캐릭터지만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표현기술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춘 캐릭터의 설정과 스토리로 영화는 풍성해졌고, 덕분에 이야기는 허전한 부분 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느낌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대사 혹은 독백들은 영화가 끝날 때쯤 납득이 가게 된다.
( ex) Monsieur Jean : 내가 뭘 잊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 그건 니가 마법에 걸려서 까먹은 거)
그래도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무도회! 벨의 노란 드레스도, 홀의 가득한 조명도 정말 환상적으로 구현이 되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미녀와 야수는 극장에서 봐야 될 이유가 충분한 영화.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렀던 셀린 디옹의 노래가 나와 다시 한번 놀라고, 또 사람들은 그 노래에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봤던 내 또래들이 시간이 지나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영화를 함께 보는 경우도 많아 웬지 찡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전으로 남는다.
★★★★★
'Films'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onlight (2016) (0) | 2017.05.14 |
---|---|
La La land (2016) (0) | 2017.04.23 |
A dangerous method (2011) (0) | 2017.01.29 |
곡성 (2016) (0) | 2016.07.10 |
The Martian (2015) (0) | 2015.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