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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0 Memento (2000)
Films2015. 3. 30. 22:53

 

 

 

 

 

Memento (2000)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첫 영화로도 유명한 메멘토. 워낙 유명한 영화였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주인공인 레너드는 전직보험수사관으로 부인이 강간 후 살해 당하는 악몽 같은 일을 겪는다. 레너드 역시 범인에게 구타를 당하고 이 날에 대한 충격과 부상으로 인해 사건이 있던 날까지만을 온전히 기억하게 되며, 사고 이후에는 모든 기억이 10분을 넘지 못한다. 즉 새로 입력된 기억의 유효기간은 고작 10분에 지나지 않는,  이른바 단기기억상실증후군에 시달린다. 마지막 기억은 오직 자신과 와이프가 당한 끔찍한 일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알아낼 때마다 몸에 그 단서를 문신으로 새겨 가며 그 문신을 바탕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편집이 상당히 복잡하다. 산만하다고 할 만큼 정신없는 복잡한 시간 구성은 복잡한 영화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질색일 스타일. 게다가 영화가 진행될 수록 새로 밝혀지는 단서들로 인해 주변 인물도 점점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면서 영화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내용 자체는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주인공의 기억이 시작되는 지점을 점점 거슬러올라가는 장면은 칼라, 진행되는 내용은 흑백으로 서로 엇갈리게 엮는다. 일명 전향성-후향성 진행을 서로 교차편집하여서 두 진행이 만나는 시점의 순간 영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순서로 진행하게 된다. 집중해서 보아도 끝나고 나면 헷갈리는 수준. 금붕어 수준의 10분 단위 단기기억 상실이라는 내용 때문에 영화 개봉 이후 금새 까먹으면 '메멘토냐'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었다.

 

세기의 반전영화가 된 식스 센스 이후로 웬만한 반전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요즘에, 메멘토는 어찌보면 꽤나 식상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결말은 감독 이름대로 놀랍고 또 섬뜩하다. 예전에 4인용 식탁(박신양 전지현 주연)이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명대사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 진실이라 믿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 생활 당시의 기억을 물어보면 몸서리치면서도 그 때는 그랬는데, 뭐 나름 재미있었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네. 라고 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겠지. 나 역시도 예전에 힘들었던 순간에는 그 순간을 처절하게 벗어나고 싶어했다. 특히 고3 같은 수험생 시절. 돌아가라면 거절하겠지만 그 때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왜일까.

 

기억은 오랜 시간에 지나면 추억이 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리고 그 망각은 축복이다. 제 아무리 힘들었던 기억도 지나면 잊는다. 물론 온전히 잊지 않는다. 나에게 좋았던 기억만이 선택적으로 남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아름답게 포장되어 왜곡된다. 살면서 힘들었던 일이 다 기억난다면 아마 자살율은 지금의 27배쯤 되지 않을까. 실제로도 photographic memory 수준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안 좋은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고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기억이 잔인할 수록 왜곡도 심해지는 법이며, 때때로는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넣어버린다. 혹은 감정을 당시 있었던 일과 분리(안 좋은 기억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정신과에서는 분리, Isolation이라고 한다.)해버린다. 

레너드 역시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기억을 스스로 왜곡해나간다. 그런데 좀 너무 많이 왜곡하고 도망간 게 문제지. 어찌됐거나 정말 괜찮은 영화인 듯. 

 

 

★★★★

 

한줄 평가 : 진실은 저 너머에. 라는 말이 이제 농담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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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ri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