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 배우별 포스터가 다 있다)
리틀 포레스트 (2018)
네이버 한줄평 베스트대로 본격 퇴사 권장 영화.
페이스북에서 “리틀포레스트김태리먹방”이라는 영상을 본 것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였다. 10분 남짓한 클립으로 이 영화에서 김태리가 음식을 해 먹는 장면 대부분을 묶어둔 영상인데, 별 것 아닌 일상 속 평범한 음식들인데도 야무지게, 먹음직스럽게 요리해 먹는 김태리의 사랑스러움에 끌리게 된다.
고단하고 외로운 도시생활, 식어빠진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일에 지쳐, 혜원(김태리)은 배고파서 왔다며 고향의 빈 집으로 돌아온다. 곧 떠날 거라고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말은 하지만, 정작 계절이 바뀌어도 떠나지 못하고 그렇게 1년을 꼬박 보낸다. 재하(류준열)의 말대로 곧 떠난다는 애가 뭘 그렇게 야무지게 온갖 일거리를 다 챙기냐는 타박을 들으며.
그렇게 4번의 계절을 모두 겪으며, 고향의 소꿉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기보다 외면한 채 도망가기 바빴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사라져버린 엄마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 장면 너무 예뻤다.
원작이 일본영화라고 들었는데, 그래선지 몰라도 편지 한장 남기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엄마의 서사도 꽤나 일본스러운 설정이고, 시골 집과 각종 살림도구에서는 무인양품의 감성이 넘실댄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다 있어야 할 것 같은 역설) 겨울 난방을 위해 장작을 벤다던지, 막걸리를 직접 담근다던지, 때 맞춰 씨를 뿌리는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도 살림의 수고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저런 게 가능하고, 예쁘게만 묘사되는 건 김태리가 시골에서 (꽤 오랜) 유년시절을 보낸 설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데다 아침잠까지 많은 나로서는 이틀도 못 버틸 고단한 일일테니. 신랑은 보는 내내 무슨 요리하면서 부스러기 하나 안 흘리냐고 ;;;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 전원생활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말이 나올 만큼 참 예쁘게 나온다. 피상적이긴 하지만 20대 후반~30대 초반이라면 공감할 법한 고민과 이야기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어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주인공을 맡은 김태리, 진기주, 류준열의 이질감 없는 마스크도, 연기도 담백해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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