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50425-26

kirindari 2015. 4. 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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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마지막 주말. 분명 2주 전만 해도 새벽녘과 저녁이 스산해서 패딩(얇은 거였지만 어찌됐든)을 걸쳤었는데, 날씨가 며칠 사이에 아찔할 정도로 좋아졌다. 주말에 멍하니 집에 있다가 창 밖을 보는데, 집에만 있자니 뭔가 날씨에 대해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 봄밤이 너무 아깝기도 하여 일단 나가보자며 집을 나섰다. 

 

 

토요일 밤에는 영동대교에서 한남대교까지 걸었다. 날씨가 좋아진 탓인지 유달리 사람이 많았던 밤.

 

다들 뛰거나 걷거나 하면서 한강을 저마다 담아내고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혹은 눈으로.

 

 

일요일 오후에는 무려 산에를 갔다. 산보다 바다를 외치는 내가 산을 갔다.  PK 때 이후 처음 등산이라 300m 높이의 동네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 쓰러질 뻔했으나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잘 올라갔다는 후문.

짝궁이 새벽 출근의 후유증으로 정상을 약 150m 앞두고 포기를 선언한 터라 그냥 바람이나 쐬다 가자 싶어서 바위께에 앉아서 쉬는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해와 봄바람이 너무 좋았다. 딱딱한 돌 위에 어정쩡하게 불편한 자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봄바람을 온 몸으로 들으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순간은 오랜만이었다. 

 

 

 

츄리닝을 입고서도 무릎 굽히는 포즈를 취하는 저 사진에 대한 집념

 

 

​이름 모를 꽃. 어릴 때는 화려한 꽃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들꽃에 늘 눈이 간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걷기 위한 걸음은 정말 오랜만이다. 봄바람 소리 들어가면서 걷는 느낌이 상쾌하고 좋다. 간만에 이렇게 하염없이 걸으면서 봄을 다시 맞이한다. 내일은 퇴근할 때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