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harted

사람들은 왜 의사를 미워하는가. (Feat. 정부가 앞장서는 헬조선 프로젝트)

kirindari 2024. 3. 2. 15:51

전공의 파업 어언 2주차, 대학병원은 반 쑥대밭이 됐다. 의사는 지금 공공의 적이다. 지금 나간 전공의 선생님들은 신분 밝히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턴 레지던트들 면허만 있지 사실 병아리 같은, 의사가 뭘 해야하는지 배우기 시작한 애들이다. 배운다는 명목으로 초과근무는 예사고 돈도 많이 못 번다. 나는 2015년 인턴 때 3주만에, 인계기간 포함해서 1달만에 처음 집에 갔다. 시급 계산해보니까 4천원 대 나오더라(2015년 최저시급 5580원)그런 싼 노동력으로 그 큰 병원을 굴리고 있으니 전공의 파업에 이 난리가 나는 것이다. 입사 1-4년차가 없다고 회사가 마비된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애초부터 웃기는 일이 아닌가? 애시당초 병원을 경력 있는 전문의로 꽉 채우면 해결될 일인데 병원은 왜 전문의를 고용 안 하는지, 아니면  ‘못’ 하는 건지 다들 궁금하지 않나?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지금의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들에 향한 여론이 매우 비우호적이라는 것. 여기에는 의사들 잘못도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죄를 지어서 면허가 없어진다한들 다시 재발급하는 건 분명 잘못된 거다. 문제는 이 면허가 보복부에서 주는 거고 관련법 자체가 의사들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의협에서 먼저 나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자정행위를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먼저 스스로 깎아먹었고 심지어 이 난리통에도 단합하지 못 하고 있다. 어린 후배들은 대의를 위해 뛰쳐나갔는데 병원장 교수들은 정부 눈치보고 들어오라고 하니 그냥 한심한 상황. 전문가들 집단이라 한들 누가 신뢰를 갖겠나. 이러니 이기적이고 돈 밖에 모른다는 소리 듣는거다. 자업자득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는, 지금 나간 인턴 레지던트하던 친구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친구들이다. 돈에 미치면 법적으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 받아가면서 몸 망가져가면서 전공의 못 한다. 아니 굳이 안 한다. 면허만 있으면 미용 나가서 돈 금방 쉽게 잘 벌거든. 전문의 따면 35세 4억? 예전에는 그렇게 벌었을지 몰라도 그런 호시절도 지났다. 김윤은 본인 아드님이 미국에서 의사하면서 그렇게 돈 버나보지? 미안한데 내 주변에 그렇게 버는 애 아직 한명도 없다. 나랑 남편 다 전문의인데 둘이 합쳐도 그 돈 못 번다 ㅋㅋㅋㅋㅋㅋㅋ 82 피플들 폭리로 좋은 집 사고 명품 도배하면서 피드 뜨는 거 보면 현타 오는 거 한두번이 아니다. 의학적 지식이니 전문성 1도 없는 애들이 효소니 유산균 파는 거 보면 특히. 그런데 의사는 돈 벌면 죄인이고 그런 애들 돈 쓸어담는 건 괜찮은가보다 ㅋㅋㅋㅋ

사명감, 선민의식이 특권층 발언이라던데 바이탈과는 겪어보니 나 아니면 이 환자 죽는다 그런 사명감 없으면 못 견딘다. 실제로 환자 죽는 거 못 견뎌서 수련 중도포기도 흔하다. 바이탈뽕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런데 낙수효과요?? 면전에서 그 말 들었으면 주먹이 울 듯. 인턴 레지던트들이 뛰쳐나올 수 있는 건 세상 물정 몰라도 어찌보면 의사로서 가장 사명감 책임감 넘치고 의협심 넘치는 나이라 그런 거다. 어린애들이 정말로 자기 밥그릇 뺏길까봐 돈이 아쉬워서 병원 나왔을 거 같나.

대학병원에서 일하면 돈에 대한 개념이 제일 없을 때다. 그래서 환자에게 좋다고 생각하면 모르는 (비싼) 검사 닥치는 대로 내고 잘못 처방내도 별 얘기 못 듣다가 개원가 나가서 원장한테 불려도 가보고 삭감 당하고 심평원에 시달려봐야 돈 생각하면서 현실을 배워간다. 지금 나간 애들은 희망이 없어서 한국에서 의사하기를 포기하는 거다. 그런 애들 데리고 면허를 자르느니 법적 조치를 한다느니 참…개원가 선생님들도 이 사태를 다들 안타까워하고 후배들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하지만 병원 운영 직원 월급 등 생업이 걸려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어서 안타까워들 하신다. 아니면 어차피 이 나라는 이미 답이 없는 걸 아니까 포기해서 무관심한 걸지도. 코로나 파업 겪어보고 나니 나도 이젠 각자도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이 사태의 본질은 돈에 미친 의새가 아니라, 정말 해결해야되는 필수의료 붕괴, 의료수가 조정, 황폐화된 지방의료가 문제인데 되도 않는 필수의료 패키지+머릿수 늘리는 걸로 해결하려는 게 문제인 것이다. 핫한 맛집들 왕창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 얼마나 많이 봤나. 요즘 유명한 맛집은 분점 2개 이상 내지도 않는다. 왜? 퀄리티 유지가 안 되니까. 지방의 대학병원에서도 암수술하는데 굳이 서울대 아산 삼성 찾아서 대기 타면서 오는 이유가 별 건가. 더 좋은 시설 더 빵빵한 인력 +(친절한) 서비스 한 마디로 인프라가 되고 수요도 짱짱하니까. 의사 만명 더 뽑은들 만명을 굳이 아산 삼성에서 더 투입하려고 늘린 거 아니지 않나. 환자가 지방병원을 안 가는데 의사만 있음 뭐 하냐고. 지방병원/의료원에서 연봉 몇억짜리 공고가 나도 사람 안 구해지는 데는 다 그런 이유다. 서울에서 그만한 돈 주는 병원 없다. 정말 돈에 미쳤다면 연 4-5억 준다는데 왜 안 가겠어. 지방에 의사들이 더 많아야지.


이렇게 2천명 더 뽑고 만명 더 뽑았다가 의료인력 질 저하는 뻔한 일이고, 지방의료는 더 박살날 일만 많았다. 왜냐고? 법적으로 환자 이동 제한하지 않는 한 중증은 어차피 서울 올 거고, 바이탈과는 요즘 말도 안 되는 일로 소송 걸리는 거 너무 흔하거든. 의사도 간호사들터럼 장롱면허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무죄 나왔지만 소아과는 그 이후로 개박살. 서울한복판에서 밤중에 애 아프면 소아응급실 아산 서울대가 끝이다. 삼성도 심지어 밤에 소아 못 받음 ㅋㅋㅋ 그 다음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겠지. 사실 이미 박살나고 있지만. 산부인과 보드 따면 분만 안 하고 시험관 난임 부인과로 다 빠진다. 요즘 곤경에 처한 사람 함부로 돕는 거 아니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나? 의사도 사람이다. 환자를 보면 뭐라도 책임이 생기지만 아예 안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모든 의사들에게 이 슬로건을 가슴 깊이 심어줬다. No pain No gain No problem

이 정부는 어차피 밀어붙일 테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계속 해봐라. 만명 새로 뽑아본들 흉부외과 10명이나 나오면 다행이다. 바이탈하는 사람들 낙수효과로 만든다는데 확률 올리게 아예 십만의사 양병을 하지 그러나.요즘 애들은 영어도 잘한다던데 면허 없어진들 외국 나가서 새로 시작하면 그만인 것을. 의대증원 많이 많이 늘려서 인성과 실력과 희생정신도 갖추고 돈 못 벌어도 나라에서 까라면 깔 애들 뽑아 잘들 길러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