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0

역대급 당직의 5월 정산 중. 6월은 불안할 정도로 콜이 없어서 당직비가 거진 없을 예정. 콜이 없는 건 좋았지만 줄어든 당직비로 수입이 줄어드니 알 수 없는 양가감정이 몰려온다.....

병원 점심에서 나온 강식당 메뉴. 니가비비바락국수? 였는데 평가는 생략하는 걸로... -.,-


배대지를 거쳐 드디어 도착한 르메르 카메라백. 크로아상 백이랑 두 달 넘게 고민하다 샀는데 만족스럽다. 하지만 가을되면 크로아상백을 갖고 싶어 엄청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르메르 백 후기에 더스트백만 따로 얻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궁금했는데 직접 받아보니 소문대로 퀄리티가 기대 이상 좋다. 푹신해서 가방 보관에 최적.

저녁 산책하다...주인이 찾아갔으려나 ㅎ


주말 아침 오랜만에 빌즈. 핫케익 여전히 맛있고. 둘이 가서 식사 메뉴 하나랑 이거 시키면 든든하다.

두번째 면허신고 완료. 첫 신고는 전공의 때라 신경쓸 여력도 없었기도 했고, 병원에서 단체로 해주기도 했었는데 전문의 따니까 모든 게 셀프 ㅠ 얄짤 없다. 면허 딴지 벌써 7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훌훌 흐르는구나.

퇴근날 하늘이 예뻐서 신호 대기 중에..

산부인과 가는 날 아침에 교수님께 미리 컨펌 받고 느긋한 출근. 덕분에 집 앞 커피빈에서 여유롭게 커피&베이글.

정말 간만에 이태원. 해방촌 윗길은 처음 가봤다. 인스타에 계속 햄버거 맛집으로 떠서 가본 @nostress burger. 미국에 간 느낌이다 어쩐다해서 기대를 어느 정도 했는데 따끈따끈하게 갓 나온 빅맥 맛 ㅋ 같이 나온 할리피뇨가 신의 한수다. 매장이 작고 패티 굽는 연기 때문에 옷에 냄새가 배는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ㅜㅜ 어쩐지 여자손님들은 더운데도 다 밖에 있더라니.....

드라마 때문에 잠시 살아났다가 코로나로 가라앉았다는,그래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휑한 이태원. 경리단길은 임대 표시가 온 사방에 붙어있고, 이태원역 주변 해밀튼 호텔 뒷편은 바뀌어도 너무 바뀌어서 낯설고 좀 속상하기도 하고. 20대에 툭 하면 가던 곳이었는데 가로수길처럼 대기업이나 길거리 포차 위주로 차면서 옛날의 그 매력이 없어져 아쉽다. 그래도 해방촌은 아직 구석구석 예전 그 느낌이 있더라.



맛집 블로거님 후기 보고 찾아간 집 근처 미나미. 우니 듬뿍 얹은 소바 비싸긴 해도 너무 맛있고 폭신하고 고급진 계란말이 너무 좋다. 120ml 맥주 너무 귀엽고 ㅋㅋ


남펴니가 직장에서 하사 받은 전통시장 상품권 처리하러 오랜만에 광장시장 가서 육회 먹고.



오마니가 갑자기 입원하시게 되서 오랜만에 건대 왔다가 집에 가기 전 저녁 해결하러 고민 없이 최애맛집 중경마라샹궈. 아직까지는 그 어떤 중국집도 여기보다 볶음밥 맛있었던 적이 없다. 마라샹궈도 맛있지만 고슬고슬하고 고소한 볶음밥이 진짜 최고!

교수님 회식으로 간 병원 근처 스시소우. 오랜만에 오마카세 먹는데 행복했다. 다찌인데다 적당히 시끄러워 바로 옆사람 아니면 말소리 하나도 안 들리는 최고의 회식장소.



주말에 밥하기 싫어서 산도 갔다가 점심에 냉파스타 해먹고 저녁에 또 외출ㅋ 확실히 더워지니 집에서 뭘 차려 먹는 것 자체가 거창한 행사처럼 느껴진다.

병원 특식 닭다리. 배급식치고는 훌륭한 퀄리티라 기념사진.
#1.
믿을 수 없지만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펠로우 때 시간 진짜 빨리 간다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어. 1년차 때 제발 논문 끝낼 수 있기를.
#2.
본격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 가까이 잘 되지 않아서 손재주가 사실 없는 거였나 싶어 스트레스를 꽤 심하게 받았다. 주변 경험자들로부터 격려도 받고 계속 같은 곳에서 안 되는 이유가 뭔가 고민도 했는데 이번 주부터 뭔가 조금은 발전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많이 보고 찾아봐야겠다.
#3.
코로나 사태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다. 사태가 장기화되니 이젠 웬만한 뉴스에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뉴스들은 여전히 연신 쏟아지고 재난문자 알람을 꺼버리니 그나마 일반 문자처럼 와서 덜 거슬릴 뿐 스팸 수준으로 오는 건 여전하다. 요즘이야 워낙 퍼진 터라 의미가 없다만 초창기에 한참 몇 번 환자가 어딜 갔느니 하는 게 뉴스속보처럼 뜨던 시기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는지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4.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곳들은 알아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늘 보는 환자들만 보고 오전 오후 내내 내시경을 종일 잡고 있다보니 사실 코로나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어차피 양성이 나오면 내가 만날 일이 없기도 하고 이젠 거의 루틴처럼 하다보니 음성이 나올 게 뻔한 환자들만 보니 가끔은 이 난리 통 속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 같이 생경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바이탈이 흔들리고 있는데 열은 나고, 코로나 결과는 안 나왔는데 응급으로 내시경을 해야되는 상황이 안 오길 기도하며 지낼 뿐. 폭탄 돌리기가 별 거 아니다.
#5.
전공의 때는 ICU나 호흡기, 혈종 턴일 때는 마스크를 문신 마냥 달고 살았다. 냄새에 예민한 편인데 병실이나 약품 등 병원 특유의 냄새가 싫기도 했고, 주치의인 내가 이 환자 저 환자에게 균을 옮기는 carrier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스크와 한 몸처럼 살았다. 그렇게 마스크를 수시로 끼던 나도 답답한데, 마스크 낄 일이라곤 거의 없던 대다수의(특히 아이들)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병원 안이고 밖이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을 산다. 회진 중에 과장님이 이젠 코로나 전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죠-라고 맞장구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꽤나 무서운 이야기다. 일상의 사소한 모든 것들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린 것이고 지친 사람들은 갈수록 나 몰라라며 이기적이 되어간다. 더 큰 문제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언제쯤 마스크를 일상에서 빼놓고 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