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DRACULA> 후기

kirindari 2020. 5. 18. 14:02

얼떨결에 본 뮤지컬 #Dracula 뒷북 후기.

친한 동생이 갑자기 전화해서 가정의 달 티켓 할인기간이라고 결제 직전 통보하듯 연락해서 어어 그래~하며 보게 된 터라 별 기대도 안 했고, 퇴근 후 평일관람인데다 인터미션 포함 165분이라 백퍼 보다 자겠거니(-_-) 싶었는데 결론은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정작 보자고 한 친구는 좀 졸려함) 한국어로 번안된 뮤지컬 그 특유의 느낌을 매우 싫어하기에 웬만하면 오리지널로 보자는 주의인데 크게 거슬리는 것 없이 좋았다.

김준수의 팬이었다면 진짜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또 잘 하더라. 허스키한, 조금은 탁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400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역할에는 더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특히 초반부 트란실바니아 고성의 늙고 괴기스러운 백작의 모습에서 흡혈 후 젊고 아름다운 백작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외모도, 목소리도 극적으로 바뀌는데 섹시한 느낌까지. 백발이었던 머리가 검은 머리로 바뀌는 게 일반적인데 김준수는 빨간 머리 덕에 극적인 느낌이 훨씬 강하다. 길에서 우연히 포스터를 볼 때마다 왜 저 색으로 염색했을까 했는데 실제 공연 보니 ‘와’ 하게 될 정도. 별 생각 없이 보러 간 터라 기대치가 낮았던 걸 감안해도 노래는 둘째치고, 아이돌 내공으로 다져진 끼부리는 표정연기가 보통이 아니다. 만년 동방신기라는 아이돌 이미지였는데 배우로서 다시 보게 된 느낌이랄까. 실제로 보니 예전 아이돌 시절 특유의 샤프한 느낌은 없었지만 인터미션이나 자기 파트가 아니어도 거진 2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동안 온 몸을 갈아서 노래하는 무대를 소화하려면 여리여리한 몸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듯..

암튼 브람 스토커 원작에서 풍기는 특유의 야릇한 스토리만으로도 볼 만한데 기대 이상 화려한 무대 덕에 눈이 즐겁다. ‘93년 영화 드라큐라가 계속 오버랩되서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병원에서 말라버린 줄 알았던 감수성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정기적인 문화생활의 필요성을 느낀 감격적인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느낀 유일한 단점은 노래가 다 좋긴 한데 귀에 확 꽂히거나 입에 맴도는 건 없다 그래야하나. 🤔 멜론 찾아보니 한국어로 된 음원은 없고 오리지날 캐스팅 음반이 올라와있어 요즘 출퇴근길에 늘상 듣고 있다.

#드라큐라 #뮤지컬 #뮤지컬드라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