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kuoka Day #4, 2019
후쿠오카에서의 첫 아침. 오늘은 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아침에 여는 식당이 많지 않아 오픈 여부와 평가가 괜찮은 곳을 조건으로 식당을 찾다보니 평소보다 약간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 오늘의 식당은 내가 정한다 후후후
그리하여 찾은 곳.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우동 뿐이고....구글맵에서 알려준 이 곳은 #이나바우동. 숙소에서 버스로 15-20여분 거리.
Inaba Udon
2 Chome-3-1 Watanabedori, Chuo Ward, Fukuoka, 810-0004 일본
고독한 미식가 분위기. 고로상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
남편은 덴뿌라우동을, 나는 소고기우동에 반숙계란을 추가했다. 잘게 썬 파고명을 담은 바구니가 식탁마다 놓여있어 원하는 만큼 파를 넣을 수 있다.
훌륭한 아침 식사. 작년의 북해도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후쿠오카 음식이 전반적으로 더 맛있던 것 같다. 지리적인 영향인지 메뉴 탓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해도는 양갈비와 수프카레를 빼면 뭔가 전반적으로 달고 밍밍했던 기억이...평냉이나 황해도 음식이 전반적으로 슴슴한 것처럼 말이다.
때마침 근처에 야나기바시 시장이 있어서 구경도 하고
시장 안 마누커피를 갔다.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후쿠오카 편에도 나온 곳이라고.
학회 참석차와 관광객의 온도 차란 이런 것 ㅋㅋ
2층으로 올라가 있으면 주인 분이 직접 커피를 들고 올라와주신다. 창가에 갑자기 자리가 나니까 넓은 자리로 옮기라고 배려도 해주시고. 라떼는 옆에 들고 와서 직접 만들어주셔서 뭔가 설렘 ㅎㅎ 어설픈 아리가또에 억양이 괜찮았는지 아님 겉치레인지 일본어 할 줄 아냐고 칭찬 해주셨는데 그 이후 할 줄 아는 일본어가 없어 엄청 민망해짐 ㅋㅋㅋ 젊은 부부가 운영하시는 듯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엄청 싹싹하시다. 활기찬 주인 분 덕에 나카스강을 보며 마시는 아침 라떼가 더 좋고.
남펴니는 오후에 학회 갈 생각에 속이 타는지(ㅋㅋ) 아이스아메리카노.
밖에서 보면 이런 외관. 한국의 카페체인점인 X다방과 뭔가 비슷한 느낌이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카페인을 충전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옛 일본 정원인 #라쿠스이엔 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 곳은 메이지시대인 1906년, 하카타의 상인 시모사와 젠우에몬 지카사마가 지은 별장으로 그의 호에서 유래하여 라쿠스이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95년 후쿠오카시에서 정원을 재정비하여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일본정원으로 개원했다고.
입구 우측에 보이는 벽은 #하카타베이 라고 부르는 돌담양식으로, 전쟁 후 남은 돌이나 기와를 점토에 굳혀 만드는 방식으로 하토요미 히데요시에 의해 고안된 방법이라고 한다.
귀여운 매표소. 입장료는 100엔. 300엔인가를 내면 다도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커피를 마시고 온 게 살짝 아쉬웠다.
물을 즐기는 곳이라는 이름대로 곳곳에 연못과 잔잔한 폭포가 있다.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아기자기하고 인위적인 꾸밈이 없어 좋았다.
아기자기한 규모에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선물 같은 곳이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 잘 쉬다 갑니다.
고요한 곳에서 힐링 후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점심 메뉴는 모츠나베. 원래 숙소 근처에 가려던 곳이 있었으나 깜박 졸다보니 때를 놓쳐서 이미 닫은 터라 텐진 쪽으로 다시 이동.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점심-저녁시간 사이 브레이크 타임이 걸린 곳이 많기에 식사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듯하다.
후기대로 부추가 산처럼 쌓여나온다. 곱창은 살짝 질겨서 아쉬웠는데 야채가 많이 들어있다보니 국물이 곱창전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소스에 찍어먹는 양배추가 곱창보다 맛있었을 정도. 든든하게 먹고 남펴니는 학회장으로, 나는 근처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엄청난 인파에 피로가 급작스레 몰려와 호텔로 컴백. 이날 후쿠오카에서 엑소 콘서트가 있어 엄청난 인파가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진풍경도 보게 됨. 시에서 아예 콘서트장으로 가는 버스를 따로 운영할 정도다.
저녁 7시가 넘고 학회에서 탈출한 남펴니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봅시다. 학회가 메인일정이다 보니 후쿠오카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일정이 없다보니 너무 맘편하게 돌아다녔다. 어디 가야한다는 강박이 없으니 이게 바로 힐링 *_* 그리하여 저녁은 #야키니쿠 !!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처럼 우롱차를 시켜보았습니다. 난 알쓰니께....
영롱한 자태~~~~
좋은 것은 근접샷. 갈비 안심 빨간고기라던가...
20대였으면 왕창 올려서 구워먹어 없애며, 옹졸하게도 나온다고 궁시렁거렸을 양이지만, 고독한 미식가에 빙의하여 뭔가 하나하나 맛 음미해가며 먹어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둘이 먹으니 끽해야 한 사람당 2조각 꼴로 돌아가는 셈이었지만 분자요리 마냥 하나하나 먹어가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장보다는 고기가 맛있고, 야키니쿠 특징상 기름져서 천천히 먹다보면 막상 생각만큼 많이 안 들어가기도 하더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때는 2차로 간다.
번잡한 후쿠오카 시내. 건너편은 전날 갔던 포장마차 거리. 오징어회 전문점으로 갔는데 당황스럽게도 오징어 품절 -.,- 설마해서 유리창 사이로 들여다봤는데 정말 어항이 텅텅 비어있었다. 결국 다른 괜찮아보이는 스시집을 갔는데 거기도 품절이라는...겨우 저녁 8시경이었는데 오늘 후쿠오카 오징어 대학살의 날이냐며...하지만 당황한 우리를 본 직원이 주방에 물어보고 오다니 다른 종류의 오징어가 있다고 해서 주문.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데코가 되서 나왔다. 특히 저 몸통 부분은 거진 mm 단위로 칼집을 곱게 내와서 젓가락 대기가 미안할 지경. 하지만 열심히 먹었지 ㅋ 먹고 일부를 남기면 바로 튀겨다 주기도 한다. 맛있긴 했지만 첫날 교토에서 먹은 오징어튀김을 넘지는 못 했다. ㅠㅠ
3차는 숙소 근처에서 야끼도리. 고대하던 닭껍질구이꼬치 아주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남펴니가 배 불러서 맥주는 더 무리라며 하이볼을 주문함. 한 모금 마셔보긴 했는데 아직 무리인 단계다. ㅜㅜ 주량이 세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과일소주 같는 음료도 있다던데 다음에는 도전해봐야할 듯.
밤만 되면 조명 덕에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였던 숙소 근처의 먹자 골목.
숙소 근처에 보이던 신사.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