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지를 것 같은) 미니백 위시리스트
평소 자주 들고 다니던 가방이 망가진 지 어언 반년. 수리비가 꽤 나올 것 같다는 말에 핑계 삼아 새로 들고 다닐만한 미니백을 검색해보고 있다. 멋 모르고 디자인만 보다 가격을 봤더니 비싼 건 한달치 월급을 훌쩍 뛰어 넘기에 정신을 차리고 돈이 아깝지 않을 조건을 정리해봤다.
1. 핸드폰, 지갑 포함 립스틱이나 생리대 몇 개 정도는 비교적 적당한 여유를 갖고 들어가면서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 (가로/세로도 중요하지만 두께가 5cm 내외)
2.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
3. (가죽이) 싼 티나지 않음
4. 최대 150만원 내외
이런 나만의 기준을 전제하로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고, 가격도 괜찮은 게 많더라. 정말 마음에 들면 더 비싼 비용을 치를 용의도 있었지만 일단 크지 않으니 굳이 그 돈까지 주고? 라는 나름의 가격 마지노선이 생겼다. 드레스 입고 다니면서 립스틱 하나만 들고 다니며 기사님이 모시러 오는 차를 타는 팔자가 아닌 이상에야 내가 필요한 물건을 담아 들고 다닌다는 목적을 생각하면 크기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가방은 좀 아닌 것 같다는 결론. 물론 그런 가방이 어울리려면 옷도 맞춰줘야 하는 것도 사실. 그래서 후보들을 찾아서 정리해보았다.
후보1) RSVP-paris
참석여부 묻는 거 아니고 브랜드 이름. 작년말엔가 올초에는 팝업 스토어도 열렸더라. 반 년만 일찍 알았더라면!!! 실물을 보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오픈한 매장이 없고,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구매대행이나 각종 (그 놈의 블로그) 공구로만 구매 가능.
*루이비통의 디자이너들이 나와 만든 신진 브랜드. 샤넬/에르메스와 같은 가죽을 쓴다나 뭐라나..
* 최근 한국어로 사이트 이용이 가능해졌다.
일단 예전의 위시리시트였던 셀린느의 클래식 박스와도 비슷. 클러치 및 크로스백으로 들 수 있다. 끈이 가방 커버의 고리에 걸어 매면 크로스백이 되긴 하는데, 오래 쓰다 보면 그 쪽으로 주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한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20유로를 추가하면 이니셜 각인도 되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충족한다는 전제 하)합리적인 가격!! 가장 인기있는 색상은 꼬냑 카프스킨이라고. 처음에는 버건디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든 무난하게 어울리는 건 꼬냑이긴 할듯. 카프스킨은의 단점은 기스에 취약하다는 것. 비교적 기스에 강한 그레인카프스킨에 혹하기는 했지만 매끈한 카프스킨에 아무래도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렌지칠리스킨도 예쁜데 계속 품절 상태. 무슨 색이 되었던, 현재로서는 위시리스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계시다. 최근 유로환율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가 떨어지는 추세라 가격도 같이 떨어지길 바라며 가장 유심히 보고 있다.
후보2) 멀버리 베이스워터 - 미니
그야말로 무난한 디자인과 적당한 브랜드. 핸들이 있어 끈을 빼고 들고 다니기도 좋고. 역시나 버건디색(공홈에서는 옥스블러드라는 험악한 네이밍을 붙여놔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과 카멜색에서 고민 중. 마이크로가 좀 더 좋긴 하지만, 키 170이 넘는 나로서는 마이크로 잘못 들었다가는 조카의 시크릿주주 가방 빼앗아 든 느낌이 날 까봐 부득이하게(-_-) 미니로 간다.
후보3) 구찌
디자이너가 바뀐 후 말 그대로 부활한 구찌. 예전에는 몰랐는데 구찌도 시즌리스한 디자인들 보면 참 예쁜 것 많다. 브랜드파워에 비해 생각보다 가격도 리즈너블하고. (물론 샤넬이 너무 미친 값이 되긴 했지만) 단점은 이 가방/비슷한 디자인 들고 다니는 사람 너무 많아. 아무리 못 해도 하루 한 번은 꼭 본다.
후보4) 보테가 베네타
원래 들던 백과 가장 비슷한 디자인과 크기. 문제는 신상이라 가격이.... 보테가 베네타는 어디에도 무난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아는 사람이야 알아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봐도 깔끔하고 이쁘네 라는 느낌을 준다는 게 가장 좋다. 일부 브랜드에서 보이는 나는 !@#%% 가방이다!!! 내가 바로!! 명품이다!!! 비싼 거 알아줘!!! 이런 느낌으로 로고로 도배를 안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정장에도 캐주얼에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데일리백으로는 가장 최적인 듯.
후보5) 루이비통
문제의 로고로 도배를 하는 내가 바로 명품이다를 외치는 전형적인 그런 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후보에 올려놓은 이유는 (생각보다) 적당한 가격과 브랜드 파워. 그리고 어디든 들고 다니기에 무난한 디자인이라는 거. 뻔한 디자인의 장점은 다들 알아봐주고 여부를 떠나서 크게 질리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비싼 값을 주고 살거면 신진 브랜드보다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브랜드를 살 필요가 있다는 남펴니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여튼 순위는 좀 낮다. 참고차 일단 올려놓음.
후보6) 발렌티노
처음에 스터드가 나왔을 때 그렇게 욕을 먹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브랜드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김태희가 공항에서 이 백을 들고 나와서 한 번 확 떴다고 하더라. 친구가 맘에 들어서 사러 갔는데 정작 본인한테는 너무 안 어울려 못 샀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나도 그럴까봐 고민 중. 김태희야 전신에 스터드 감고 나와도 이쁘겄지. 여튼 크기만 놓고 보면 가장 내가 원하는 조건에 근접하는데, 스터드 자체가 주는 느낌도 그렇고 실제로 봤을 때도 모델화보 마냥 정장에 잘 어울릴지는 사실 미지수.
후보 7) 에트로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 게 언젠가부터 페이즐리로 도배된 에트로백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_-). 올 초 시고모님 선물 때문에 매장에 들렀다가 내 가방 지를 뻔....여튼 며칠 전 코스트코 갔다가 파는 걸 봤는데 40만원 대라 그 때도 이성 잃고 지를 뻔. 가격, 크기 모두 마음에 들지만 무늬가 있어서 갑자기 질릴 까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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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정도 후보들로 추려놨다. 남은 건 합리적 선택 후 지름 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