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ddin (2019)
알라딘 (2019)
줄줄이 실사화로 뜨던 중 생각치도 못 하게 갑자기 훅 나왔던 알라딘. 예전에 집에 비디오로 있기도 했거니와 거짓말 좀 보태서 수백번을 봤지만 볼 때마다 매번 재미있었던 나의 영원한 명작.
몇 년전 <미녀와 야수> 실사판이 기대 이상 괜찮았던 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었던 영화 포스터에는 뭔가 어설픈 알라딘과 푸른 윌 스미스가 있었고!! 티저에서 풍기는 알 수 없는 망삘에 이 영화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음. 반성합니다. 기대치를 낮추려는 디즈니의 빅 픽처였나보다. 2019년의 알리딘은 기대 이상으로 꽤 좋았다.
가장 의외였던 건 윌 스미스. 원작의 지니를 연기했던 로빈 윌리엄스-목소리만 연기했을 뿐이지만 독보적이고 완벽한 캐릭터를 완성한-의 그늘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만의 지니를 만들어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니 역할을 할 만한 다른 배우가 누가 있었을까. 수 천년을 살았던 램프의 요정이니 나름 연륜도 있어야되고 요정답게 날렵한 움직임은 물론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윌 스미스가 아니면 누가 저렇게 찰떡 같이 해냈을까 싶다.
자스민 공주는 개인적으로 눈이 좀 더 고양이상이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아름다웠고, 호랑이 라자 데리고 다니는 건 실사로 보니 더욱 간지가 넘친다. (어릴 때 애니 보고 엄마한테 호랑이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가 고기값은 누가 내냐며 등짝 스매싱의 위기가 왔었음) 개인적으로는 악역인 자파가 너무 잘 생긴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충격이었다. (남편은 명품브랜드 모델 데려온 것 같다며 ㅋㅋ) 원작은 굉장히 못 생긴 악당 마법사 정도로만 기억하는데 2019년 버전의 자파는 알라딘처럼 가난한 좀도둑 출신에 옥살이로 고생하는 등 나름의 서사가 있어 권력에 집착하는 이유가 설득력을 갖고 있고, 이런 디테일들로 인해 이야기가 촘촘해지는 느낌이다.
매직카펫도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고, 단연 하이라이트인 알라딘과 자스민의 매직카펫라이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설레고 아름다워서 약간 울컥하기까지. 카펫을 타고 가며 구름을 아이스크림처럼 만드는 장면은 없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장면 (프린스 알리의 행진, 지니의 동굴 속 자기소개...) 등등은 전반적으로 원작을 크게 변형하지 않고 잘 살려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1993년의 원작 애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각색된 내용에서 새삼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자스민 공주의 각성이랄까, 뭐 그런 내용과 거기에 맞춘 새로운 노래들. 노래 자체는 괜찮았지만 원작으로 기억하던 이야기와 그에 맞춰 흐르던 음악의 순서에 귀가 익숙해진 탓인지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굳이 이런 장면을 의식적으로 넣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 않을까. 20여년 전 나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좋은 건 한 번 더. 여름에 개봉할 라이온킹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