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9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목 하 치킨으로 시작한 5월의 첫날. 1-2년 전까지만 해도 툭하면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잘 그렇지가 못 하다.
매일 음식 사진이나 올리고 있지만 나름 열일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언젠가 환자가 폭발했던 아침의 기록. 오전 3시간 동안 22명 내시경의 대기록............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우동집. 가게 입구의 '아직도 우동 먹으러 일본 가십니까' 라는 당당한 문구에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이래저래 못 가다 주말의 어느 날 가봤는데, 이 곳은 인생 우동집이 될 예정. 쫄깃한 면발하며 조미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국물, 깨끗한 기름으로 방금 튀긴 듯한 저 새우튀김하며. 이런 맛 집이 생각치도 않게 가까운 곳에 뿅 있으면 큰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교대역의 수타우동 겐. (분당이 본점이라고 한다)
엄마가 노량진시장을 들르실 일이 있어 회 사다줄까? 라고 해서 yes를 말했는데, 양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_- 탕까지 끓여먹었더니 바다에 온 기분
올해의 첫 냉면. 작년에 평양냉면을 처음 시도했다가 밍밍한 맛에 이건 아닌갑다 했는데, 여기는 적응을 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배가 고팠던 탓인지 꽤 맛있게 먹었더랬다. 나에게도 평냉파의 자질이 생긴 것인가.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몸보신에 열을 올렸던 듯. 남펴니가 찾아낸 장어집. 가격은 비쌌지만 가격이 아깝지 않은 구성이었다.
청소기 돌리면서 거실탁자 좀 치우랬더니 저기요?
간만에 병원 근처 국수집. 엄마가 진료 때문에 오셔서 간만에 갔는데, 입맛 까다로운 엄마도 인정하신 국수집. 여전히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멸치국수+김밥의 콜라보.
집 근처 파리크로와상. 서초동 핫플레이스였다. 오전 10시에 빈 자리가 없어서 진짜 깜짝 놀람.
지금 사는 집이 연식이 있는 집이다보니 이사온지 반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잘자잘한 문제가 1-2달 간격으로 발견된다. 갑자기 싱크대 호스가 샌 상황. 정말 운 좋게도 평소에 잘 안 여는 서랍에서 먼가를 꺼내려고 열었다가 바닥에 깔아둔 신문지가 젖은 걸 발견하고 ????? 가 되었다가 호스가 새는 걸 발견한 상황이었다. 신문지 덕에 물이 밖으로 더 새지는 못 한 게 그 와중에 정말 다행. 일요일 오후에 맘 편하게 쉬려다 이걸 알고 좌절한 남편.....돈 벌어서 우리집 사서 갑시다....
한 달마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ESD 컨퍼런스 회식. 오늘도 병리과에서 제안한 스파게티 집이었는데, 우리 일행 빼고 모두 커플 분위기. 높은 천장과 흰 대리석 식탁, 벨벳 쇼파, 그리고 편집샵에서 나오는 듯한 음악을 들으며 회식을 했더랬다. 교수님 테이블과 아예 분리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될지. 어쨌거나 잘 먹고, 생각지도 못 하게(=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2차를 갔는데, 커먼 그라운드 바로 옆에 맥주 브루어리가 있었던 것. 길가에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큰 입구가 아니라 아는 사람만 찾아가서 들어갈 수 있는 모양새다. 손님마다 스마트워치 같은 걸 제공하고 요걸로 마시고 싶은 맥주 앞에서 찍은 뒤 직접 맥주를 마시는 신박한 시스템에 다들 오오오~~이러면서 마셨더랬다. 평일 회식이라 거의 마시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꽤나 신선한 경험. 한가한 여름날 친구들과 함께 또 가야지.
#1.
3월부터 논문을 쓴다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중이었는데 교수님께 중간자료를 보냈더니 예상했던(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것 같다고 논문이 엎어지는 바람에 짜증과 분노로 점철된 무기력한 2주를 보냈다. 오전에 내시경을 하고 나면 더욱 지친 탓에 오후는 멍 때리면서 시간만 어떻게든 보내고, 그러다보니 5월이 끝나고 벌써 6월이다. 다른 주제를 받았지만, 어쩐지 숟가락만 얹는 기분이라 내키지도 않기도 하고. 슈퍼을의 입장으로서는 감사합니다 해야할 따름이지만 어쩐지 슬프다. 그래도 뭐라도 시작했으니 퇴사 전까지 정리해야지.
#2.
갈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퇴사가 점점 다가오니 좋긴 하지만 내년 초에 있을 시험도 훅 다가온다는 이야기니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소속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불안한 일이다.
#3.
지난 주에 통족이 왔다. 통족만으로도 부담스럽지만 박스 가득한 책들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앞선다. 조만간 시험 때문에 자료를 담을 아이패드도 사야되고 앞으로 살 책값이며 각종 강의료가 우수수 나갈 예정인데 나는 공식적으로 수입이 없는 백수. 뭐 합격하는 게 전부니 어쩔 수 없다. 최선을 다해보자. 언제나 그래왔듯이, 뭐라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