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ie (2016)
Jackie (2016)
영부인의 표본처럼 여겨지는 재클린 케네디 오아시스. 재키의 삶 전반을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영부인 시절의 이야기만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이거니와 우리나라 이야기도 아닌 터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재키의 우아함에 대한 이야기는 책이나 각종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서 종종 보았던 터였다. 하지만 내가 알았던 재키와 달리 영화 속 그녀는 끊임 없이 담배를 피기도 하고, 자기가 한 말을 쓰지 말라고 작가에게 단언하기도 하고, 죽고 싶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 날, 카 퍼레이드 중 바로 옆에서 남편이 총격에 피살 당한 후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는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작가와 재키의 인터뷰라는 틀 속 그녀의 영부인 시절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담겨있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7막 7장의 저자로도 유명한 홍정욱 씨는 한 때 케네디를 우상으로 생각하며 미국 유학을 결심했었지만 하버드 입학 후 케네디의 실상을 알고 실망을 많이 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영화 속 재키와 주변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도 케네디가 실속 없이 이미지만 좋았다, 상 차려놓고 남 퍼주는 꼴이 됐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케네디가 암살 당하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뭐 알 수는 없다. 대단한 업적을 세웠을 수도 있고, 아님 그저 포퓰리즘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케네디의 죽음은 아직도 미스테리다. 어찌됐건간에 재키는 영부인으로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정치인과 백악관을 친근한 이미지로 바꾸고, 백악관의 역사를 보존하는데 일임했고, 자신의 남편의 마지막을 품위 있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다른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점에서 그녀는 케네디의 좋은 파트너였음은 확실하다. 그런 재키의 노력이 바탕이 되었고, 이후 케네디 가문에 닥친 온갖 비극은 케네디는 일종의 신화로 만든 것 같다. 먼 타국의 어린 소년이 매혹되서 유학을 결심하게 만들만큼.
어쨌거나 내 또래의 나이에 남편의 끔찍한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정 이입이 되서 보는 내내 마음 한 켠이 아렸던 영화다. 케네디가 총격을 당하는 순간을 너무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 후반부의 장면은 충격적이었으니까. 1960-70년대 영화 등에서 보았던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며 분위기, 영부인으로서의 자부심, 남편의 죽음 전후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복잡한 심경을 섬세한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일품이다. 영화는 다소 지루하고 산만한 편이라 재미로 볼 내용은 절대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