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indari 2018. 10. 17. 14:33

주말 2박 3일간 부산에 다녀왔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SRT 역에서 혼자 벽 보면서 점심해결. 기차에서 병든 닭처럼 졸다가 정신 차려보니 부산에 도착해있었다. 부산을 2시간 반만에 오다니.....격세지감이다. 원래 기차로 4-5시간 걸리는 동네였는데....   





남편은 학회 후에 회식이 있어 자정 다 되서 온다고 연락이 왔다. 완전 무계획으로 온 터라 딱히 할 일도 없고 피곤했던 터라 방에서 널부러져서 티비 보면서 쉬다가 시계를 보니 밤 8시.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방을 나왔다.  스무살 이후에는 부산에 가면 매번 해운대 쪽에만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다른 곳에 좀 가보자 해서 남포 쪽으로 잡았는데 음...다음에는 서면에나 해운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근처 부산국제영화제거리나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이 있어 밤에 슥 놀러나가기는 좋은데 숙소 바로 뒤가 유흥가 한복판이라 정신없다. 건대나 종로랑 비슷한 분위기인데 간판들이 워낙 적나라하셔서 당황스러웠다. -_- 애들 데리고 올 곳은 아니라며 절레절레. 20대거나, 밤에 부담없이 술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별로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번잡스런 유흥가 속 (혼자) 밥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보여 김밥 사들고 방에 들어가야하나...라는 찰나에 돼지국밥집을 발견해서 입장.

부추, 겉절이, 생양파랑 먹으니 꿀맛. 다 먹고 숙소가서 할 것도 없고 아쉬운 마음에 건너편 자갈치시장 투어. 


​부산 남항 풍경. 저 멀리 라온마를 촬영했을 것 같은 산동네가 보이고, 조용해보이지만 사진에 나오지 않은 바로 옆에는 자갈치축제라며 큰 무대 위에서 사람들 단체로 춤추고 아모르파티가 광광 울려퍼지는 정신없는 밤이었다. 혼자 이런데 있으니까 기분이 더 이상....숙소로 돌아와버림. -_-







아침에 호텔 근처 국제시장 가서 돼지국밥 2탄. 국밥은 전날보다 이 집이 더 맛있군요. 3대가 이어서 하는 집이라던데 젊은 사장님 친절하시고, 식당도 깔끔하다. 



부평깡통시장, 국제시장 둘러보고 





깔끔한 카페 가서 커피 한잔하고 뭐할까 고민하다 충동적으로 용궁사 가기로 결정. 






올해의 고난이 어디서 왔는지 용궁사에서 해답을 찾은 남펴니. 올해가 개띠에게는 삼재의 해였던 것....​




아침에는 날씨가 흐릿하더니, 날씨가 점차 개이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주말까지 겹친 탓인지 용궁사는 사람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 몇 년 전 친구들이랑 왔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줄 서서 들어갈 일인가 싶을 정도. 정작 부산사람은 없어보이고 죄다 외지인 분위기...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서 보니, 헛걸음은 아닌 풍경. 



​평생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 잘 보고 갑니다. 





걸어서 근처의 부산힐튼&아난티코브.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와서 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 해놓았다. 서점인 Eternal journey도 괜찮았고. 다만 서울 유명 레스토랑(볼피노, 목란...) 등이 꽤 입점해있어서 굳이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다시 남포로 넘어가는 길. 환상적인 노을. ​




무계획 여행이었지만, 부산에 가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부산 세정 방문. 한치모밀이 맛있다고 예-전에 어디선가 보고 꼭 가야지라고 기억해두었던 곳. 나름 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이미 식당은 만석이라, 대기를 했다. 북해도에서 양갈비 먹겠다고 2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덕에 역치가 올라가서 30분 대기는 이제 애교 느낌.


사진상에서는 마치 무채 같아 보이지만 저 하얀 것이 모두 한치를 얇게 썰어둔 거다. 이모님이 양념장 넣고 손수 비벼주심.

 

초장양념이 참 맛있었다. 달지도, 시지도 않으면서 참 잘 어울리는 느낌. 조금 남긴 뒤에 밥 비벼 먹으면 더 꿀맛.




숙소 들어와서 누워서 좀 쉬다가 다시 외출.

남포동 책방골목. 8시가 넘은 시간이라 거의 문은 닫고, 몇몇 가게만 열려있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심심해서 다시 자갈치 시장으로. 우리가 갔던 주가 자갈치축제니 BIFF, 영도다리축제 등 각종 축제가 겹친 주간이라 남포 구석구석 정말 사람이 정말 많았다. 자갈치시장 한 켠은 아예 커다란 포장마차로 만들어놨더라. 사람들은 그 아래서 꼼장어니 회와 술을 곁들여 마시고, 제대로 축제 분위기. 저녁을 많이 먹은 탓에 딱히 더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그냥 구석구석 구경만 하다가 왔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마지막날 아침. 생각해보니 부산까지 와서 회를 안 먹었네 싶어 아침에 또 자갈치시장행. 축제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아침에도 사람이 많았다. 포장마차는 아침에도 계속 진행중. 둘러보다 전어 포함한 모듬회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인생 전어회였다. 전어가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생선이었나 싶어 감동했음. 뒤늦게 나온 각종 생선이 들은 미역국도 든든하고. 역시 회는 바다에 가서 먹어야...



​서울 가기 전 시간이 남아 근처 영도다리 둘러보고. 시간 잘 맞춰서 가면 다리가 열리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충격적인 말린 개구리 뭉치. 처음에는 무슨 생선인데 이렇게 생겼나 싶어 유심히 보다 보니 어류가 아니었던 것이지.  남포동 옆의 광복동도 참 재미있는 동네였다. 의외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여있다. 홍콩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영도다리와 피난민 동상들이 있고, 주변에는 6.25 전후에나 지어졌을 법한 오래된 건물들과, 말린 개구리와 각종 약재를 파는 곳들, 점집들이 뒤섞여 있는 바로 맞은 편에 화려한 쇼핑몰이 번듯하게 들어서 있다. 정말 예측불허의 동네.





광복동 쪽 롯데몰에 전망대가 있어 둘러보고 나왔다. 전망대라 그래서 처음에는 탑이라고 생각했는데, 롯데백화점 위 옥상 위 꽤 넓은 공간에 공원을 조성해두었는데, 잘 해두었더라. 다만, 그 좋은 풍경 속 카페는 오직 엔젤리너스만 입점해있어 심히 안타까울 정도. 계열사도 좋지만, 좀 더 좋은 카페를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여튼 이렇게 무계획 2박3일 부산(남포)여행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