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7 Dumb in Macau
여행 4일차, 마카오를 가는 날. 마카오가 홍콩과 가깝고 크지 않아 하루 이틀이면 둘러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홍콩과 함께 여행지로 묶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로부터도 같이 보는 게 좋다는 추천을 받고 일정에 포함, 숙소도 넣지 않고 당일치기로 잡았다. 애초에 한국에서 마카오로 왔다가 홍콩으로 와서 출국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비행기 두번 타기는 싫었고, 홍콩-마카오를 수시로 왕복하는 페리가 있다는 말에 페리를 미리 예약했다. 그러고 아무 생각 없었던 것이 비극(?)의 시작.
(이미지 출처 : naver blog -KLOOK)
홍콩-마카오를 오가는 페리는 터보젯과 코타이젯 2 종류가 있다. 그저 배만 2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선착장이 아예 달라진다. 빨간 배 파란 배 중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타시죠가 아닌 상황. 내가 탔던 코타이젯의 경우 홍콩 선착장에서 마카오 타이파로 가는 반면, 터보젯은 외항페리터미널로 간다. 그렇기 때문에 마카오에서 갈 곳을 먼저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배 편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홍콩에서 페리 터미널은 셩완역, 구룡반도, 홍콩 공항 3군데에 있고, 내가 묵었던 홍콩 숙소는 셩완 쪽이고, 심지어 숙소에서 페리 터미널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페리 탑승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리고 나서가 문제였다. 위치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일정이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제대로 안 알아보고 고생한 장본인이 바로 나야 나. -_- 더 웃긴 건 이걸 티켓 끊고 마카오에 뭐가 있나 책을 펼쳐본 뒤에 알았기 때무네...
호텔이나 카지노를 들를 생각에 애초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여행 완전 망칠 뻔했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티켓을 미리 예매해도 시간까지는 미리 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이 있으면 당일 일찍 가서 원하는 시간의 표를 받아놔야한다. 나는 한국에서 이미 코타이젯 왕복을 끊어놓은 상황이고, 배 자리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 방심했던 탓도 있는데, 오전 9-10시 사이에 도착했더니 오전표가 아예 없었다. -_- 겨우 예매한 것이 오후 2시 반이었나. 아무리 가깝다지만 홍콩-마카오 이동이 1시간이다. 도착하면 3시반. 밤 늦게까지 있을 것이 아니라면 매우 부적절한 시간대. 터보젯이었다면 세나도 광장이 가까워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코타이젯 터미널에서 세나도 광장에서는 택시로 20분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시간, 돈 모두를 날린 셈.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안 알아본 내 탓이오.
졸지에 오후까지 3시간 이상이 떠버린 상태로 다시 시내로 와서 근처 카페에 착석하여 커피를 마시며 마카오 방문지를 찾았다. 이때 이 모든 참사를 알았지. 타이파에 내린다는 것, 그리고 택시 타고 들어가야 된다는 거를 하...엄마랑 갔길래 망정이지 친구랑 갔으면 욕 먹어도 할말 없는 상황. 원래는 세나도광장과 관야가 등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포기하고, 세나도 광장과 주변만 둘러보기로 함. 어쨌거나 라떼는 맛있었다. -_-;;
요점을 재정리하자면
1) 홍콩-마카오 페리는 터보젯/코타이젯 2종류로, 각각 선착장이 다르다. 방문장소가 어느 터미널에서 가까운지 선택할 것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이 아니라면 터보젯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
2) 페리 예약은 미리 해도 시간은 미리 정할 수 없다. 원하는 시간대 표가 있다면 전날이나 당일 오전 일찍 가서 해당 시간표를 끊어놓자.
3) 여행, 특히 교통편은 여유있게 미리 잘 알아보고 준비하자.
우여곡절 끝에 페리 탑승. 때 낀 창문 뒤 하늘도, 바다도 참 파랗구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페리 선착장이 그저 배 타는 곳이지만, 이래뵈도 나름 출국장이다. 말도 못 하게 어수선.
페리 내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지만 몇 백명 이상이 탑승이 가능한 상당한 큰 규모다. 그래서 가는 동안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 파도가 거셌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배가 위 아래로 출렁대는 느낌을 꽤 받았다. 멀미와 졸음이 동시에 몰려와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기절했다가 마카오에 도착할 때 즈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비몽사몽 입국 후 택시를 타서 세나도 광장으로 향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탓일까, 택시 밖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풍경은 유럽 느낌.홍콩도, 중국도 아닌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렇게 초록초록한 곳을 지나면
돌계단을 올라 무대 배경 뒷편 같은 성바울성당 유적지로 들어서면 광장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바글바글바글. 로마 스페인 광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요렇게 성바울 성당의 흔적이 보이지요. 보이는 저 앞면만 남아있고, 말 그대로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연극 무대 같은 느낌. 실제 보이는 모습을 나타낸 유적지 명칭은 영어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 The Ruins of Saint Paul's
광장 아래 골목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마카오에 오면 꼭 먹어야한다는 에그타르트. 드디어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봄)
그래봤자 겨우 계란빵인데 별 것 있겠냐 싶었는데, 나의 오만을 반성합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2개 사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기까지 함.
의도치 않게 해질녘에 온 덕에 간만에 훌륭한 sunset을 보고 간다. 인생사 새옹지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찍은 마카오의 풍경들.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르게 골목 구석 구석은 여기가 아시아라는 느낌이 또 든다. 유럽과 중국의 모습이 뒤 섞인 이국적 풍경이 인상적이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구석구석 둘러보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 터미널. 출국장이다. 뭣 모르고 찍었다가 제지 당함.
타고갈 코타이젯 모습. 참고로 터보젯은 빨간색. 탑승하자마자 바로 기절. 눈 떠보니 홍콩섬으로 컴백. 8-9시쯤이었다. 따로 식사하러 나가기 애매하여 터미널 내 푸드코트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엄마는 홍콩음식 느끼하다고 개운한 거 찾으시고, 나도 기름기 있는 음식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니 회전초밥집이 보여 바로 입장.
자리마다 모니터가 달려있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면 자리 앞으로 주문한 요리가 배달되어 도착한다. 접시 내리고 앞의 버튼을 누르면 운반해주던 쟁반(?)이 다시 사라짐. 간만에 기름기 없는 식사였고, 신박한 시스템에 감탄하며 먹었다. 인건비 줄이는 방법 참 다양하다 싶어서 감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지는 않았다. 이렇게 4시간 짜리 마카오 여행을 마무리.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자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