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018
인턴동기 청첩장 받으러 가로수길 모인 날. 전문의 탄생 축하와 요즘 저년차들에 대해 한탄하는 고년차들은 세대차이를 느낀다며 한탄하는 모임이 되어버림. 깜박하고 청첩장 안 주고 못 받을 뻔...
남펴니표 군만두 & 사과카레. 예비 노예의 마지막 백수생활은 요리로 점철되었다고 한다.
춥고 쨍할 수록 해질 녘의 풍경은 예쁘다.
3년 연속 베스트 전공의 선정 후후후.
하 이런 게 나오다니...중이염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당직날 콜 받고 갔던 환자의 Chest CT. 한밤중에 thoracentesis 해야하나 마나 고민했지만 다행히 환자가 stable한 관계로 병동 주치의에게 패스. 병원에서 있는 동안 온갖 괴기스러운 사진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깜짝깜짝 놀랄만한 사진을 종종 본다.
깎두기볶음밥이 먹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나를 위해 남펴니가 만들어주심. 근데 김치가 너무 매워서 먹다가 실신할 뻔.
주말 맞이 오믈렛 by 남펴니.
내가 만든 연어스테이크 & 스파게티. 이거 이름이 뭐였더라...
커플룩. 심지어 둘이 하는 게임도 같은 게임.
회식이 넘쳐나는 1월 2월
남펴니가 남은 김치 처리를 위해 만든 두부김치.
남펴니표 오믈렛.
가족모임 in 멕시칸 레스토랑.
마파두부는 남펴니표가 좋아요.
정말 오랜만에 공연 관람. 우연히 발견한 기사에 홀린 듯 예매한 리처드 3세. 황정민씨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인터미션 한번 없이 100분 내내 70% 이상의 대사를 혼자 담당하는데 정말 완벽하게 소화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발음, 딕션, 간간히 터져나오는 유머까지. 커튼 콜에서 절름발이의 리처드 3세로 뛰어나와 배우 황정민으로 변하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 괜히 대배우가 아니다. 기회가 되면 무대 가까이에서 다시 보고 싶은 공연. 정웅인씨, 김여진씨도 목소리 참 좋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늘 몽롱하게 나서는 출근길. 문득 우측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옅은 햇빛이, 햇살이 겨울이 끝나감을 알려준다. 뱀파이어 마냥 어둠 속에서만 출근, 퇴근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퇴근길이 환해져 있고, 또 그렇게 어느 덧 출근길이 밝아진다. 이제 꽃이 피면 정말 새해가 되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
1,2월은 몸이 안 좋아서 너무 힘들었던 겨울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몸이 안 좋은 적도 처음이었다. 2월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1월은 진짜 최악의 한 달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중이염이 생기고, 심하게 악화되면서 진물이 계속 차서 귀가 잘 안 들렸었고, 온갖 항생제며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정작 주치의며 중환자실에 갇혀 지내다시피한 1,2년차는 감기로 며칠 골골거리다가 금방 떨쳐내곤 했었는데, 오히려 그 때 어떻게 아무 일이 없었나 싶을 정도였다.
애매한 스케쥴, 애매한 포지션 덕분에 뭔가에 열중을 할 수 없어서 그랬을까. 주치의보다는 3년차는 낫겠거니 싶었는데, 사실 편하지는 않았다. 시니어라는 이름으로 온갖 부담을 떠 안고 지하 당직실에 혼자 누워 온갖 응급실 (뻘)콜을 받았고, 다음 날은 졸다 깨다를 반복했었다. 그러는 와중에 몸이 안 좋으니 더 힘들고 괴로웠던 것 같다. 4년차는 좀 낫겠지, 그 생각만으로 겨우겨우 버틴 2달이었다. 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한참 몸 안 좋을 때 마침 근처에 있다가 병원에 들렀던 엄마는 내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하셨더랬다.
나는 내과의사로 살기를 선택한 이후 그 선택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몸이 안 좋고 보니 참 싫었다. 애초에 의사하는 걸 반대했던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남편도 내과 가는 거 말렸어야된다며 한 없이 미안해했다. 물론 말린다고 안 했을 내가 아니지만. 그런데 몸이 안 좋을 때는 의사라는 게 세상 서럽다. 웬만큼 아파도 워낙 중환들만 보다보니 내가 아픈 건 별것 아니라는 느낌에 아프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내가 쉬어버리면 누군가 내 일을 떠맡아 해야된다는 생각에 죄책감 안고 앓아야하는 느낌. 심지어 인플루엔자로 타미플루 먹으면서 회진 돌 때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징징거리는 환자에게 저 중이염이라 귀 안 들려요. 그냥 참으세요 라고까지 말했으니까.
그래도 사고 없이 넘어간게 어디냐며 그렇게 버텼다. 이제 3,4월은 환자 입장으로 병원 입원해야 될 일이 남았다. 건강하게 잘 버텨내고, 다시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