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17 HK & Macau

20171224 OFF TO HK

kirindari 2018. 1. 14. 14:18

 

사람 붐비는 게 질색인 터라, 2017년 겨울 휴가는 성수기를 피한 1월 말이나 2월로 생각했었더랬다. 그러나 전공의(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의 휴가는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매력. 교수님 휴가에 맞춰서 휴가를 받는 바람에 엉겁결에 꿈의 휴가 기간인 크리스마스 주간에 휴가를 받았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원하던 시기의 휴가가 아니라 그닥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들은 휴가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시기니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부럽다고만 하고. 불평만 하지 말고 그냥 감사하게 갔다오자 싶어서 휴가를 계획했다. 어쨌거나 남편님은 시험 1주 전이라 휴가를 갈 수 없어 엄마랑 휴가를 가기로 결심. 나도 힘들고, 엄마도 나이가 있으신데 멀리 가기도 그렇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엄마의 러시아 여행 요청에 잠시 벙쪄있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극한의 겨울을 겪어보자! 고 다짐했는데, 일정이 맞는 게 없어 결국 러시아 여행은 취소가 됨. 맛있는 거 먹고 편하게 놀자는 취지로 홍콩을 추천 받아 가게 되었다. 

 

비행기, 숙소는 2달 전에 잡고 책은 거진 한 달 전에 샀지만, 본격 휴가 시즌이라 당직 간격은 짧아지고 일이 확 늘면서 결국 책은 거의 읽지 못 했다. 입국 관련 정보와 교통편 관련 옥토퍼스 카드 사라는 것 외에는 별 숙지한 내용 없이 백짓장 같은 상태로 홍콩행. 심지어 호텔도 위치 잘못 알아서 홍콩섬 아니고 구룡반도에 잡은 줄 알고 있었다. 교수님이 구룡반도에 호텔 잡았니? 라고 해서 당당하게 네. 라고 말했는데 출발 1주 전 구글맵을 돌려보니 호텔이 홍콩섬에 있는 것을 확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가 3일 전에 감기에 걸렸다. 아프리카나 인도에 갔으면 조난 당할 기세. 그래도 휴가는 갑니다. 성수기로 환불도 안 되고 어쨌거나 놀아야되니까요.

 

 

그러나 12월 23일 역대급 미세먼지로 모든 비행기가 지연되고, 일본행 비행기는 무더기 결항 사태가 발생.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연신 비행기 결항/지연 뉴스가 뜨는데 조마조마했다. 안 그래도 23일과 24일 표 중에 고민했는데 24일로 잡은 게 불행 중 다행. 밤 8시 비행기였는데, 5시쯤 도착한 공항은 난리도 아님.

 

모두 DELAYED. 우리 비행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2시간 지연 확정. 2층 식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샌드위치는 그나마 줄이 없어 먹었는데 알바생 왈, '양배추 떨어져서 못 넣어드려요'  자리가 나는 대로 앉아서 먹고, 피난민 대피소가 별 건가. 옆 테이블의 일가족은 아기들까지 데리고 밥 먹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아저씨는 아기들 챙기다가 국 바지에 엎지르고....하...

 

 

 

탑승장 입구에서 부질없는 사진 놀이. 결국 3시간 지연이 되었다.

 

 

감격스러운 이륙 사진. 결항 안 된게 어디냐며...

 

 

 

 

비몽사몽간에 그래도 홍콩 인증샷이나 찍자며. 홍콩은 우리보다 1시간이 빠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8시 출국, 11시 반 도착, 숙소 오전 1시~2시 도착하고 취침이었으나 지연된 탓에 원래의 도착시간에 한국에서 출발,  홍콩 공항에 내렸을 때는 새벽 2시반 (한국은 오전 3시반),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와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3시 반이 넘어있었다. 그나마 한국보다 1시간 빨라서 다행이었다.

 

졸린 눈만큼이나 초점없이 찍은 홍콩에서의 두번째 사진. 사진으로만 보던 빨간 택시는 실제가 더 멋졌다. 차안 공간도 넓고, 생각보다 쾌적해서 감탄.

 

홍콩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시간도 너무 늦고 피곤해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선택이었다. 택시로 30분 정도 걸렸는데 370 홍콩달러 (1홍콩달러=140원 정도). 여튼 첫 날은 스케쥴이 요상하게 꼬이면서 숙소 들어가서 씻고 쓰러져자기 바빴다. 본격적인 홍콩 여행기는 다음 블로깅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