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1.
점심 전후부터 시작되는, 하루도 빼먹지 않는 고민, '오늘 저녁은 뭐 먹지?'
#2.
3년차가 되면서 주치의를 벗어나니 미묘하게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일이든 노는 거든 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 일하다보면 아무리 구려도 일하게 되고, 놀면 아무리 놀아도 부족한 느낌이랄까, 작년보다는 압도적으로 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오전 9시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 '집에 가고 싶다.'
편해져도 편해진 걸 모른다. 괘씸한 나의 게으름이여.
#3.
한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책을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말하면 재수없지만) 초등학교 때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을 정도였는데, 병원에 들어온 이후부터 책과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무슨 책이든 30분 이상 잡고 있기 괴롭다. 스마트폰의 등장도 한 몫하겠지. 손가락만 움직이면 세상 온갖 정보가 쏟아지고, 그 정보들 중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마음대로 볼 수 있는데, 행간을 살필 여유도 없이 옹졸해졌다.
#4.
운동, 이번달은 꼭 시작해야겠다. PT를 하네마네 한참 고민을 하다가 여러가지 계획을 고려한 결과 요가를 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주치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병원에 가면 항상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 된다. 아직도 긴장이 되나보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새벽녘에 간혹 내뱉는 잠꼬대의 내용이 병원이라고. sympathetic tone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며 요가를 해보라는 신랑의 권유를 듣기로 했다. 내일 여권 만들면서 요가 등록해야지. 그런데 바로 다음날 당직인데 시작할 수 있으려나 -_-
#5.
연차 덕인지, 올해, 특이 이번달은 유독 결혼 소식이 많다. SNS 덕분에 소식 모르고 살다가도, 이래저래 다리 건너 듣는 결혼소식들도 제법 있고, 이제 갈 사람은 다 갔구나 싶다. 아. 얘가 벌써 결혼했구나. 벌써 애가 있나? 싶은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많다. 벌써 학부형을 앞둔 친구들도 있으니.
어제 동기가 결혼을 했다. 신행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랑하고, 하는데 태어나서 해외여행이 처음이라며 들뜬 걸 보니 귀엽기도 하고, 나보다 몇살 어린 동생이다 보니 뭔가 뿌듯한 느낌이 묘하게 드는 건 왜일까. 학생 때부터 함께한 시간이 벌써 7년차다 보니 뭔가 아들 키워 보내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좋은 녀석이라 행복하게 잘 살 거라 믿는다.
내가 알던 사람들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